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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슬로우뉴스는 NCSOFT와 함께 2016년 연중기획으로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사회에 초래한 변화를 점검하고, 그 미래를 전망하는 ‘미래 읽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공유경제, 자본의 진화인가 대안인가 

  1. 공유경제, 자본주의의 진화인가 새로운 대안인가
  2. 에어비앤비와 불평등 
  3. 디지털 지입제: 화물연대를 통해 본 우버의 미래 
  4. 주노와 우버, 누가 더 행복할까 
  5. 공유경제가 착취적 자본주의의 대체재가 되려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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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의 대항마로 요즘 단골처럼 등장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리프트나 게트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기준에 따라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주노(JUNO)라는 경쟁 기업이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주노(JUNO) https://www.gojuno.com/meet/
주노(JUNO)

우버의 대항마로 새롭게 떠오른 ‘주노’ 

아직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우버 운전기사를 수천 명씩 빼가는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것도 평점 4.75 이상의 우수 운전기사만을 데려가고 있어 더 화제다.

주노의 비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설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된다. 홈페이지 하단 영역을 보면 조그마한 글자로 아래와 같이 적혀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는 상당수의 RSU를 운전기사들에게 배분할 것입니다. RSU는 우리 운전기사들에게 우리 창업자들처럼 동등한 오너십을 부여하게 될 것입니다.”

주노 푸터

[box type=”info” head=”RSU란?”]
Restricted Stock Unit의 첫 자를 따온 말로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으로 번역된다. 일반적으로 미국 기업들이 자사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줄 때 이 형식을 택한다. 일종의 보너스 주식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box]

주노는 운전기사에게 RSU로 배분할 주식이 창업 당시 총량의 50%가 될 것이라고 공표했다.

2016년 설립된 주노의 창업 당시 발행 주식 수는 총 10억 주. 이 가운데 절반인 5억 주를 운전기사에게 나눠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운전기사에게 내건 것이다. 여기에 또 다른 혜택이 덧붙여졌다. 수수료율을 우버의 절반 수준인 10%로 유지하겠다는 공언이었다.

주노의 파격은 벌써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2016년 5월 이후 우버 등을 통해 넘어온 운전기사는 이미 9천 명을 넘어섰다. 이미 잠재 고객도 2만 3,000명이나 확보한 상태다. 현재 미국 뉴욕에서 베타 테스트가 진행 중이지만, 상당할 정도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탈몬 마르코 이 파격적인 창업 실험을 주도하고 있는 이는 모바일 인터넷 전화(VOIP) 앱으로 유명했던 바이버(Viber)의 창업자 탈몬 마르코(Talmon Marco, 사진)다. 이스라엘 출신의 탈몬 마르코는 바이버를 우리 돈 1조 원에 매각했던, 성공한 창업가 반열에 오른 기업가다. 창업 생리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가 스타트업 초기 소유권의 절반을 내놓고 70조 이상의 기업 가치를 자랑하는 우버와 경쟁한다는 점만으로도 세간의 시선을 충분히 훔칠 만하다.

주노와 소유권

공유경제라는 관점에서 주노의 사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소유권의 분산적 구조에 있다. 주노는 주식회사라는 자본주의적 소유 구조를 취하는 여느 스타트업과 다를 바 없는 기업이다.

그러나 탈몬 마르코가 각종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공언했다시피 향후 10년 안에 초기 주식의 절반을 보너스 형태로 운전기사들과 나눠 갖는 기업 구조로 변신하게 된다. 물론 2026년까지 주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장담하기는 어렵다. 도중에 소리소문없이 문을 닫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실험만큼은 의미 있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주노의 소유 구조를 우버와 대비하면서 살피면 둘의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주노 vs 우버

1. 우버가 기업공개하면 

우버와 주노가 순차적으로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를 추진한다고 가정해보자. 우버의 경우 노동 대부분은 운전기사가 수행하지만, 가치 실현은 우버 창업자와 골드만 삭스와 같은 초기 투자자들에게 대부분 돌아간다. 차량은 공유해도 이익을 공유하지 않는 배타적 소유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2. 주노가 기업공개하면 

반면 주노가 기업공개에 성공한다면, 이에 따른 증식된 주식 가치는 창업자를 비롯해 참여한 운전기사들에도 돌아간다. 주식회사라는 자본주의적 소유 구조 안에서도 얼마든지 분산적인 소유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주노가 제시한 것이다. 2026년의 소유 구조 아래에서 주노 운전기사는 주노의 주인이자 동시에 노동자인 양면적 지위와 위상을 갖게 된다고도 말할 수 있다.

탈몬 마크로가 우버의 경쟁사를 창업하게 된 것은 2014년 우버와 일하는 운전기사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목소리를 듣고 나서부터다. 우버의 높은 수수료율과 알고리즘을 통한 통제, 배상금액 삭감 등 각종 불합리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창업을 준비해왔다. 그는 운전기사 친화적인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고 보고 주노를 설립하게 됐다. 그는 2016년 2월 CNN머니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우버가 내일 기업공개를 한다면, 우버 기사들은 아무것도 가져가는 것이 없다. 우리의 자산구조는 그래서 무척이나 중요하다.”

분산된 소유 구조와 상상력 – 협력주의 플랫폼 

주노는 공유경제를 넘어선 커먼스 경제를 상상하는 대안적 선택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공유의 생산 구조뿐 아니라 소유 구조를 분산적 시스템으로 구축함으로써 플랫폼 이용자도 플랫폼 소유자도 서비스의 과실을 함께 나눠갈 수 있는 탈자본주의적 플랫폼 경제 생태계를 구성해볼 수 있는 것이다.

주노와 비슷한 사례로 프랑스의 VTC 캡을 들 수 있다. VTC 캡 또한 우버의 부작용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다. 주노와 달리 VTC 캡은 프랑스 관광콜택시협회(VTC Association)이라는 비영리단체가 주식을 소유하고 지배한다. 비록 소유의 구조가 분산돼있지는 않지만, 운영 방식이 민주적으로 통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VTC cab http://www.vtccab.org/
VTC cab http://www.vtccab.org/

소유의 분산 구조를 전제로 한 디지털 플랫폼을 일반적으로 협력주의 플랫폼이라고 한다. 이를 목표 지점으로 삼아 추진하는 운동의 흐름을 플랫폼 협력주의(Platform Cooperativism) 혹은 플랫폼 조합주의라고 부른다.

트레버 숄츠 미국 뉴스쿨(The New School)의 트레버 숄츠(Trebor Scholz, 사진) 교수가 주창자 가운데 한 명이다. 숄츠는 전통적인 협동조합 운동을 디지털 플랫폼에 접목함으로써 커먼스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갈 것을 제안하는 이론가이자 운동가다. 숄츠는 협력적 플랫폼의 조건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한다.

  1. 참여하는 노동자의 소유
  2. 오픈소스 기술 적용
  3. 투명한 운영

그가 우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우버는 운전기사에게 어떠한 분산적 소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블랙박스와도 같은 비밀스러운 알고리즘으로 노동을 통제하고 있다. 숄츠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협력적 플랫폼이 저임금과 착취적 영리 기업에 대한 공정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래도 시장 시스템과의 경쟁 우위는 중요

분산적 소유 구조가 기존의 공유경제의 부작용을 넘어서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임은 틀림 없다. 하지만 구조의 분산이 곧 착취적 시장시스템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보증하지는 않는다.

요하이 벤클러 하버드대 교수는 CC 글로벌 써밋 2015 행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요하이 벤클러, CC 글로벌 써밋 2015 (출처: CCKorea, CC BY) https://flic.kr/p/zw3Zw4
요하이 벤클러, CC 글로벌 써밋 2015 (출처: CCKorea, CC BY)

“공유지를 통해 나타나는 협력적인 사회적 행동들은 성장과 혁신을 지지합니다. 이것은 반-성장주의가 아닙니다. 공유지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틀을 제공하는 것이고, 윤리적 차원의 지속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요하이 벤클러)

우버와 같은 착취적 자본주의 모델을 넘어서는 상상력은 낭만적 이상주의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다. 그것 또한 지속 가능한 성장의 틀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윤리적이어야 하고 분산적이어야 한다. 위키피디아가 브리태니커와 경쟁에서 우위 섰듯, 시장 시스템과의 비교에서도 생존 가능해야 한다. 그것이 도전이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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