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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하순에 병원을 다니며 각종 검사를 받은 사람이 있다. 당시는 신문과 보건 당국에 따르면 매일 매일 확진자가 지속해서 발생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병원 진료가 매우 수월했다는 것이다.

병원 간호사

각종 검사를 받는데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바로 다음날 예약이 가능했고 병원에 사람이 별로 없는 건 물론이고, 병원 내에서도 사람들은 마스크를 매우 당연하다는 듯이 쓰고 있었다는 것.

2015년 5월과 6월 – 노출자와 확진자

그런데 6월 하순이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래 그래프는 메르스 확진자를 노출, 증상발현, 확진으로 구분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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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바이러스가 노출된 공간에 진입하면 무조건 노출된 것으로 가정하는 보수적 접근으로는 노출자 곡선 실선이지만, 증상 발현과 확진을 고려한 곡선이 점선. 예를 들어, 응급실에 3일간 있었는데 첫날 노출되어 감염되었다고 보는 것이 실선, 첫날 반드시 노출되어 감염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현실적인 발현과 확진 곡선을 고려한 것이 점선이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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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에서 ‘노출자’를 중심으로 보면, 보건 당국이 병원명을 전면 공개하기 시작했던 6월 7일이면 전체 186명의 확진자 중에서 175명이 이미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되었고, 나머지 11명의 이후 대부분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즉, 6월 하순이면 일반인이 메르스에 감염될 확률은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확진자를 중심으로 보면 86명 정도 뿐이었으므로, 메르스는 한창 진행 중이었고, 마스크를 하지 않고 돌아다니거나, 쇼핑센터를 간다는 건은 위험한 행동으로 인식될 수 있었던 시기였다. 물론, 앞의 사람은 당시 대형 가구점을 수차례나 가는 것이 가지는 위험성을 고민은 했지만, 그냥 갔었다고. 결과적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

보건 당국, 네 번의 실기(失期)

2016년 1월 14일에 발표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보건 당국이 놓친 시점이 적어도 네 번 정도 있었다.

  1. 첫 번째 환자 발생 시점 5월 20일.
  2. 초기 방역 실패를 깨달은 5월 28일.
  3. 삼성병원으로부터 14번 환자 접촉 명단 일부인 117명을 제출받은 5월 31일.
  4. 삼성병원이 협조하지 않아 받지 못한 나머지 561명의 명단을 추가로 받은 6월 2일.

이러한 시점을 모두 놓치고, 시도 보건소에 통보하고 있지 않다가 노출환자 명단을 6월 7일에서야 통보한다.

그런데 왜 이들 시점이 중요했나? 이미 앞의 그래프에서 나와 있듯이 ‘노출자’ 중심으로 보면, 6월 7일 이전의 세 시점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확진자들의 수가 36명, 60여 명, 80여 명, 120여 명, 140여 명 등으로 급속하게 증가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이 숫자는 메르스가 전염력이 강하지 않았다는 점과 확진자를 중심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나마 적었다고 볼 수 있다. 확진자가 아니라 전체 바이러스에 노출된 공간에 있던 사람들 수로 보면, 그 숫자가 크게 많을 것이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시점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병원 전파와 관련 있다.

노출된 ‘병원’

이번에는 노출자가 아니라 각 시점에 따라 바이러스에 노출된 ‘병원’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아래 그래프는 바이러스에 노출되었고 최종적으로 병에 걸렸다고 확인된 확진자들이 다녀간 병원 숫자를 1차, 2차, 3차 등 병원급에 따라 구분한 그래프이다.

5월 21일부터 6월 2일까지 살펴보자. 그래프를 보면, 3차 병원의 숫자가 1차 병원의 숫자를 앞서서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초기에 바이러스에 노출된 환자들이 다시 3차 병원을 방문한 수가 1차 병원을 방문한 수를 앞지른다.

초기 노출자들이 3차 병원으로 전원(입원 이동)하거나 방문해서, 사람들이 많은 3차 병원 공간에서 바이러스를 노출시켰다. 그래서 초기에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되었고, 급격하게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는 환경에 의해 확진자 수 역시 급격히 증가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그다음에 나온다.

당국이 멈칫했던 6월 2일부터 6월 7일까지를 보자. 그러면 바이러스에 노출된 1차 병원의 숫자가 30개 이상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는데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을 모르고, 어디가 아프니 1차 병원을 방문한 횟수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다. 6월 7일 시점에서 이미 바이러스에 노출된 전체 1차 병원 중 80%가량이 이미 노출된다. 그것도 매우 급격하게.

만약 메르스가 단순 노출로 전염이 이루어지는 질병이었다면 지역 병원에 의해 감염이 이루어져서 전체적으로 퍼지는 건 시간문제였다는 이야기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그나마 ‘메르스’라고 하는 상대적으로 전파력이 크지 않은 질병인 것이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보건 당국이 국민에게 제공한 정보

그렇다면 당시 보건 당국은 무슨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었나?

1. 트로이 목마 방역 

5월 26일 메시지를 살펴보자.

해당 조치들을 보면, 5월 26일 “밀접 접촉자 중 추가 환자 발생 가능하나, 지역 사회 전파 가능성은 작다”는 것으로 “메르스 확산 방지 위한 조치 강화”를 한다. 감염병 위기 대응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고, 공항 검역체계를 강화하였으며, 지정 입원 치료 병상이 가동될 수 있도록 하고, 자가 격리자 관리에 들어갔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이른바 트로이 목마 방역이다. 공항을 통해 외부자를 막고, 이미 발생한 확진자들을 치료할 수 있도록 했으니, 앞으로 자가 격리자에게서 환자가 발생하면 이들을 치료하면 된다는 메시지였다. 방역이 뚫려서 성안에 트로이 목마가 들어와 있는데, 외부의 침입자를 막고, 내부 환자들을 치료하면 된다는 이야기였다.

트로이 목마

2. 민관 합동 총력 대응 선언 

그래서 5월 31일 보도자료에서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민관 합동 총력 대응 선언”을 발표하고, “생업에 지장을 받은 어려운 대상자에 대해서는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으며 “격리 조치자 중 의심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즉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다.

3. “국가 역량 총동원”

확인된 확진자 수가 30명으로 약 두 배정도 증가한 6월 2일의 시점을 보면, 대책본부장을 차관에서 장관으로 올리고, ‘조기 진단 시스템 구축’ 그리고 특히 확산 방지를 위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선언하고, 6월 4일에는 “메르스, 바로 알고 극복하자”는 취지로 “알기 쉬운 메르스”, “메르스의 임상학적 의미” 등 메르스 바로 알기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메르스 삼성병원

시민들은 ‘병원 공개’를 원하지 않았나?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방역 당국은

  1. 5월 27일 장관이 환자 접촉 명단을 받아 관리하라는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노출된 287명 명단을 받고도 이를 보건소에 통보하지 않았고,
  2. 5월 28일에는 1번 환자와 다른 병실 환자인 6번 환자가 확진을 받아 애초 설정한 방역망이 뚫려서 실패했다는 걸 알았고,
  3. 28일에서 31일 사이에 격리대상에서 누락된 14번 등 5명이 7개 병원을 경유하면서 다수 환자를 감염시킨 사실을 알았다.

즉, 5월 31일까지 병원명 공개, 의료기관 간 정보 공유방안을 검토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병원 공개에 관심이 없었나?

아래 그래프를 보면, 프레시안이 메르스 병원을 공개했던 6월 2일에 최고치를 기록하는데 사람들이 검색을 통해 ‘메르스 병원’ 검색이 5월 28일부터 급격하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메르스 병원명이 공개되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요즘 지카 바이러스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 이야기의 교훈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에 대한 방역은 철저해야 한다든가, 국내 전염병 바이러스 보균자가 들어와서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다면 무조건 노출된 병원 공개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언론, 확진자 아니라 노출자 중심으로 보도했어야 

그러나 한 가지 빠진 점은, 언론은 바이러스 확진자가 아니라 노출자 중심으로 재구성해서 보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국이 이야기하는 확진자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니 메르스와 관련도니 모든 도표가 다 확진자 중심으로 구성되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시점을 다 놓치고 이미 대부분의 확진자가 노출된 시점에 한창 바이러스가 전파중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만들었다.

물론, 언론이 정부 당국이 아니라서 그런 건 아닌가? 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당시 기자들은 확진자가 발생하면 어느 병원에서 노출되었고 누구이고 방역이 잘 되고 있고 등 기자회견에서 많은 양의 질문을 쏟아 내었다. 그런데 그런 노출자에 관한 정보가 질문과 해당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만 전달되고, 전체 그림으로는 확진자 수 그래프로만 전달되었다.

메르스 검색

다시 보는 메르스, 세 가지 교훈 

다음 세 가지는 다시 돌아보는 메르스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하는 교훈이어야 한다.

1. 방역 당국은 메르스와 같은 사태에서 시민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2. 특히 병원을 즉시 공개해야 한다.
3. 언론은 ‘확진자’가 아니라 ‘노출자’ 중심의 정보를 재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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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가 2015년 언론학회 가을 학술대회와 한국 헬스커뮤니케이션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발제문을 바탕으로 퇴고한 글입니다. (편집자)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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