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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 필자는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투표하고 싶었던 유학생(국외 부재자)이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결국 투표할 수 없었습니다. 대선과 총선에선 재외국민과 국외 부재자가 투표할 수 있지만, 지방선거에선 선거법상 투표할 수 없으니까요. 필자는 이 ‘사건’을 계기로 외국의 선거제도를 살펴보기로 결심합니다. 필자의 체험과 ‘공부’를 독자들과 나눕니다. (편집자)

  1. 꼭 투표하고 싶었습니다
  2. 왜 투표용지를 바꿀 수 없을까
  3. “위대한 발견”, 선호투표제의 탄생과 성
  4.  선호투표제의 매력: “당신의 표에 순위를 매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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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시작된 선호투표제는 미국의 여러 지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그리고 위헌 논란이 일었습니다.

위헌 논란 1라운드 – 앤 아버 시장 선거 

1970년대 중반, 선호투표제는 미국 미시간 주의 도시 앤 아버[footnote]Ann Arbor, Michigan[/footnote]에서 ‘1인1표제’라는 평등선거의 원칙을 위반하는 위헌적 제도라고 공격받았습니다. 앤 아버 시장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공화당의 제임스 스티븐슨 후보(James E. Stephenson)는 표를 재분배하는 선호투표제가 시민의 평등한 선거권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미시간 주의 작은 도시 '앤 아버' (출처: VasenkaPhotography, Ann Arbor Michigan, CC BY) https://flic.kr/p/fASQCg
미국 미시간 주의 작은 도시 ‘앤 아버’ (출처: VasenkaPhotography, “Ann Arbor Michigan”, CC BY)

이 사건 판결문을 보며 제임스 스티븐슨의 위헌 주장이 합당한지, 사법부의 판단을 어땠는지 따져보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미시간 순회법원의 판결문[footnote]State of Michigan in the Circuit Court for the County of Jackson, [File No.75-10166 AW], 1975.11.[/footnote] 중 일부를 발췌해서 정리한 것입니다.

앤 아버의 시민들은 1974년 11월에 선호투표제를 도입할 것인지를 놓고 투표했습니다. 이 투표의 결과 선호투표제는 다수의 지지를 얻으며 앤 아버에 도입되었습니다. 그다음 해인 1975년 4월, 앤 아버의 시장과 시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선호투표제를 실시했습니다.

앤 아버 시장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세 명이었습니다.

  • 인권당의 캐롤 언스트[footnote]Human Rights Party, Carol Ernst[/footnote]
  • 공화당의 제임스 스티븐슨[footnote]Republican, James E. Stephenson[/footnote]
  • 민주당의 알버트 휠러[footnote]Democrat, Albert Wheeler[/footnote]

공화당 소속의 현직시장이었던 제임스 스티븐슨은 1975년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선호투표제
1975년 시장선거를 앞두고 지역지 ‘앤 아버 뉴스'[footnote]The Ann Arbor News[/footnote]가 보도한 기사. 왼쪽이 제임스 스티븐슨, 오른쪽이 알버트 휠러. (재인용 출처: oldnews.aadl.org)
1975년 앤 아버 시장선거는 1974년의 선거결과에 따라 선호투표제로 실시되었습니다. 흥미진진했던 당시의 개표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선거의 유효 투표수는 29,501표입니다. 한 명의 당선자만 나오는 선거임으로 쿼터가 아닌 과반이 몇 표인지 계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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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01 ÷ 2) + 1 = 147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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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점 이하를 무시하면 14751표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승리하는 선거입니다. 1차 개표결과를 알아볼 차례입니다. 1차 개표에서는 첫 번째로 지지하는 후보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표를 분류합니다.

1차 개표 결과 – 스티븐슨 1위 

  1. 제임스 스티븐슨:  14,453표
  2. 알버트 휠러: 11,815표
  3. 캐롤 언스트: 3,181표
  4. 군소 후보: 52표

당선 우승자

1차 개표 결과 제임스 스티븐슨 후보가 가장 많은 표를 얻기는 했지만, 과반인 14,751표에는 298표 모자랍니다. 선호투표제의 규칙에 따라 과반 이상의 표를 받은 후보자가 없으므로 군소 후보와 캐롤 언스트 후보를 탈락시키고 이들이 받은 표를 2순위 후보에게 재분배합니다.

그런데 일부 유권자가 2순위 후보를 표시하지 않아 총투표수가 29,262표로 줄었습니다. 앤 아버 시는 이 경우에 ‘과반’ 계산을 다시 하도록 규칙을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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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62 ÷ 2) + 1 = 1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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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반’도 14,632표로 줄었습니다. 캐롤 언스트 후보의 표를 재분배한 2차 개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2차 개표 결과 – 휠러 1위, 스티븐슨 2위

  1. 알버트 휠러: 14,684
  2. 제임스 스티븐슨: 14,563

우승자

2차 개표 결과, 휠러 후보가 과반인 14,632표보다 많은 14,684표를 얻었습니다. 1차 개표 결과에서는 스티븐슨 후보에 밀려 2위였지만, 2차 개표결과 순위가 뒤집혀 휠러 후보가 당선됐죠.

단순 다수대표제였다면 스티븐슨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겠지만, 선호투표제의 규칙에 따라 휠러 후보가 과반이 넘는 표를 받아 당선되었습니다. 앤 아버가 선호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스티븐슨 후보가 당선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선호투표제가 도입되어 당선자를 지지한 사람보다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의 숫자가 더 많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결과에 불복, 재판을 청구한 스티븐슨 

선호투표제가 도입된 탓에 시장선거에서 낙선한 스티븐슨 후보는 법원에 약식재판을 청구합니다. 그는 법원에게 1974년의 투표결과 도입된 선호투표제는 미국 수정헌법 14조를 위반하기 때문에 위헌을 선언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미국 수정헌법 14조 1항은 미국의 모든 시민이 법 앞에서 평등하게 보호받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스티븐슨은 선호투표제가 평등선거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스톱 금지 그만 멈춤 반대

“(선호투표제에 따라 시행된 선거에서는) 일부 유권자의 표에 한해서만 두 번째 선택이 개표 결과에 반영된다. 개표과정에서 탈락하지 않은 후보자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두 번째 선택은 개표결과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는 유권자를 구분하여, 일부 유권자의 표가 지닌 가치를 다른 유권자의 표가 지닌 가치보다 우월하게 만든다.”[footnote]“This claimed classification results from certain voters having their second choice ballots counted while the second choice of other voters whose candidate in the race, are not so counted. This creates separate classes of voters and affords the vote of some, more weight than others.”[/footnote]

스티븐슨 주장의 요지, “유권사 사이에 구분(차별) 생겼다”

스티븐슨의 주장을 되짚어 보겠습니다. 1차 개표결과 과반 이상의 표를 얻은 후보가 없었습니다. 군소 후보와 언스트 후보를 탈락시키고 이 표는 이 유권자들에게 두 번째로 선택받은 후보자들에게 재분배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군소 후보와 언스트 후보를 첫 번째로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투표를 한 번 더 한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스티븐슨 후보와 휠러 후보를 첫 번째로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두 번째 선택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스티븐슨의 주장은 군소 후보와 언스트 후보를 첫 번째로 지지했던 유권자의 두 번째 선택만 개표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스티븐슨 자신과 휠러를 첫 번째로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두 번째 선택은 개표 결과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으니 유권자 사이의 구분(차별)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차이 차별

그리고 군소 후보와 언스트 후보를 첫 번째로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표는 결과적으로 1차 개표와 2차 개표에서 각기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결과가 발생했는데, 이는 군소 후보와 언스트를 첫 번째로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표가 지닌 가치를 다른 유권자들의 표가 지닌 가치보다 높게 인정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일부 유권자의 표에 대해서 다른 표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평등한 선거권의 원칙에 위배되므로 수정헌법14조의 평등조항을 위반하는 위헌이라는 논리입니다.

법원의 판단, 선호투표제는 헌법에 합치한다!  

하지만 미시간주 순회법원[footnote]State of Michigan in the Circuit Court for the County of Jackson[/footnote]은 1975년 11월에 앤아버시가 도입한 선호투표제가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미시간주 순회법원은 선호투표제가 합헌이라며 다음과 같은 판단했습니다.

법 판결 재판 판사 법원

“시장선거에 투표한 유권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택하고 숫자로 선호도 순위를 매긴 목록을 만들 권리와 만들지 않을 권리를 동일하게 가지고 있었다.”[footnote] All voters for the office of Mayor possessed the same rights that is, the right to, or right not to, select and list their preferences in numerical order.[/footnote]

“모든 유권자들은 자신이 첫 번째로 지지하는 후보가 탈락하게 되면, 어떤 후보자를 자신의 차순위로 선택할지 결정할 권리를 같은 시간(투표일)에 지니고 있었다.”[footnote] All voters possessed the right at the same time(election day) to decide who their second
choice etc., candidate would be if their first choice were eliminated from the race.[/footnote]

“어떤 유권자도 권리를 제한받지 않았다. 모든 유권자는 그들이 첫 번째로 지지하는 후보가 최저득표자일 경우, 그들의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선택이 개표결과에 반영될 수 있다는 동일한 이해를 가지고 투표했다.”[footnote] No voter was restricted in his right. Each voted with this same understanding that his second and third choice preferences could be counted if his or her first choice was the
candidate with the least number of votes.[/footnote]

“(두 번째 선택에 따라 개표된) 유권자들의 표도 실질적으로 딱 한 표로 계산된다…이 유권자들의 표는 두 표로 계산되지 않는다.”[footnote]That voter in substance still has only one vote that is counted…Such a voter does not have his vote counted twice-it counts only once.[/footnote]

“모든 각도에서의 검토와 이전의 판례에서 제시된 기준에 비춰 검증한 결과, 본 법정은 미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평등권 보호 조항에 위배될 수 있는 어떠한 유권자에 대한 구분 혹은 구분이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또한 해당 투표 체계의 실행에 의해 앤아버 시민들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어떠한 경우도 찾을 수 없었다. 모든 유권자는 동일한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footnote] This Court finds no classification or suspect classification of voters or their rights that would violate the equal protection clauses of either the United States or Michigan Constitutions. Nor can there be found any infringement of a fundamental right of any voter of the City of Ann Arbor in the exercise or operation of this voting system. All voters possess the same right to vote.[/footnote]

“선호투표제는 한 유권자의 권리를 다른 유권자의 권리보다 높다고 인정하지 않는다.”[footnote] Nothing in the “Majority Preferential Vote” system weighs one voter’s rights over the other.[/footnote]

“선호투표제 하에서 모든 유권자의 표는 하나의 공직에 대해 단 하나의 유효표만 인정된다. 모든 유권자의 표는 동일 후보에 대해 한 표로만 인정된다.”[footnote] Under the “M.P.V. System”, however, no one person or voter has more than one effective vote for one office. No voter’s vote can be counted more than once for the same candidate.[/footnote]

최저 득표자의 표를 재분배하는 과정이 ‘1인 1표’라는 평등 선거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스티븐슨의 주장은 이렇게 법원에 의해 기각되었습니다. 휠러는 스티븐슨의 후임으로 1978년까지 앤 아버 시장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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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논란 2라운드: 미니애폴리스

미시간주 순회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선호투표제의 위헌성에 대한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2007년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선호투표제가 위헌이라는 논란이 다시 일어났습니다. 선호투표제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쪽의 논리는 30여년 전 미시간 앤 아버 시장 선거에서 낙선했던 스티븐슨의 주장과 거의 비슷합니다.

한 세대에 해당하는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라졌을까요? 아래 내용은 미네소타주 대법원의 판결문[footnote]State of Minnesota in Supreme Court, [A09-182], 2009.6.22[/footnote]에서 발췌해서 정리한 것입니다.

2006년 11월에 선호투표제 도입 여부를 놓고 주민투표가 실시되었습니다. 결과는 선호투표제 도입 찬성 65%, 반대 35%. 이 결과에 따라 미니애폴리스시는 선호투표제를 채택했습니다. 2008년 4월에는 선호투표제로 선거를 하기 위해 필요한 세부적 절차를 규정한 포괄적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했습니다.

선호투표제
미네소타주 덜루스(Duluth)의 주민 중 74.7%는 2015년 말에 있었던 주민투표에서 선호투표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덜루스에서 선호투표제 도입을 지지하던 주민들의 모습. 플래카드에는 “당신의 표에 순위를 매겨라! 더 많은 선택, 더 많은 힘”이라고 적혀있다. (출처: Duluth Better Ballot Campaign 페이스북)

그런데 2007년 12월, 미네소타유권자연합[footnote]Minnesota Voters Alliance[footnote]과 미니애폴리스의 유권자 6명이 헤네핀 지방법원[footnote]Hennepin County District Court[/footnote]에 미니애폴리스시와 시장을 고소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스톱 금지 그만 멈춤 반대

“선호투표제가 유권자의 투표권과 그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결사할 권리를 침해하며, 미국 헌법과 미네소타 주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평등 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footnote]The IRV(Instant-Runoff Voting) method violates their rights to vote, to associate for political purposes, and to equal protection under the both the United States and the Minnesota Constitutions.[/footnote]

미네소타유권자연합 등 고소인이 선호투표제가 다음과 같이 다양한 형태로 투표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 일부 표에 다른 표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해서[footnote]by giving some votes more weight than others[/footnote]
  2. 다른 표의 이익을 위해 일부 표의 가치를 저하시켜서[footnote]by diluting some votes for the benefit of another[/footnote]
  3. 다른 유권자의 첫 번째 선택에 손해를 끼치며 다른 유권자의 두 번째 선택을 반영해서[footnote]by allowing the second choice of one voter to harm the first-choice vote of another voter[/footnote]
  4. 승자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의 표는 비례에 따라 ‘잉여분’을 그들이 두 번째로 선택한 후보자에게 재분배하는 반면 아직 경선 중인 후보자를 선택한 유권자의 두 번째 선택은 개표되지 않으므로[footnote]by reallocating proportional “surplus” Second-choice votes of voters who voted for a winner while second-choice votes of voters for continuing candidates are not counted[/footnote]
  5. 표의 일부분이 다른 후보에게 옮겨지는 것을 허용하므로[footnote]by allowing fractions of a vote to go to different candidates[/footnote]
  6. 선호하는 후보에게 투표한 표가 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footnote]by creating the possibility that casting a vote for a preferred candidate may harm the chances for that candidate to win office[/footnote]

헤네핀 지방법원은 선호투표제가 고소인들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만, 이 사건은 결국 미네소타주 대법원[footnote]State of Minnesota in Supreme Court[/footnote]까지 올라갔습니다.

선호투표제
이 사건의 재판장을 맡았던 에릭 J. 맥너슨(Eric J. Magnuson, 출처: 덜루스 뉴스 트리뷴)

그리고 미네소타주 대법원은 2009년 6월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립니다. 판결문을 보면 미네소타주 대법원은 고소인의 6가지 주장에 대한 판단을 밝히기 전에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데 있어서 중요한 원칙을 하나 짚고 넘어갑니다.

미네소타유권자연합 등이 미니애폴리스 시와 시장을 고소한 2007년 12월은 2006년 11월 미니애폴리스 주민투표의 결과 도입된 선호투표제가 아직 한 번도 실제로 시행된 적이 없었던 시점입니다. 따라서 선호투표제가 위헌인지의 여부를 가리는 이 재판은 어떤 사실(material fact)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순전히 법리(matter of law)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형태를 취하게 됐습니다.

미네소타주 대법원은 이렇게 법리적으로 위헌 여부를 다투는 재판에서는, 고소인에게 해당 법률이 위헌임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는 원칙을 확인합니다. 그러면서 미네소타주 대법원은 하나의 원칙을 더 제시합니다.

법원 판결

 

“고소인은 해당 법률이나 조례가 어떤 환경 속에서도 적법하지 않아 그 법률이나 조항을 적용한 모든 상황이 위헌임을 입증할 때에만 승소할 수 있다.”[footnote]“[A] plaintiff can only succeed in a facial challenge by ‘establish[ing] that no set of circumstances exists under which the Act would be valid, i.e., that the law is unconstitutional in all of its applications.”[/footnote]

이제 고소인의 주장에 대한 미네소타주 대법원의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표의 등가성에 대한 고소인의 1~2번 주장은 최저득표 후보자의 표를 재분배하는 과정에 대한 3번 주장, 당선된 후보의 잉여표를 재분배하는 과정에 대한 4번 주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네소타주 대법원은 이 일련의 주장에 대해 포괄적으로 분석한 뒤, 고소인의 주장을 각하했습니다. 각하 결정을 내린 법원의 논리는 앞서 다뤘던 1975년 미시간주 순회법원의 논리와 상당히 비슷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겠습니다.

투표 선거

이제 남은 것은 1번, 2번, 4번으로 이어지는 주장입니다. 당선된 후보자를 선택한 유권자들의 표에서 잉여분의 쿼터에 대한 비율에 따라 그 일부를 떼어내어 두 번째 선택에 따라 재분배한다는 선호투표제의 규칙은 표의 등가성(1인1표제)를 위배되는 위헌이라는 것입니다.

쿼터가 10표인 선거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개표를 해보니 한 후보가 12표를 받아 당선이 확정되었습니다. 이 후보에게는 2표(득표수-쿼터의 값)의 잉여표가 있습니다. 2(잉여표의 숫자)를 12(득표수)로 나누면(2 ÷ 12) 1/6입니다.

그 뒤, 12표에서 각각 1/6만큼 떼어내서 두 번째로 선택된 후보(혹은 그 다음 순위의 후보)에게 재분배하면 ‘당선된 후보자를 선택한 유권자의 표에서 잉여분의 쿼터에 대한 비율에 따라 그 일부를 각각 떼어내어 두 번째 선택에 따라 재분배’하는 과정이 완료된 것입니다.

선거 투표

미네소타주 대법원은 고소인의 이런 주장이 선호투표제가 위헌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는 판단을 내립니다. 이 판단의 배경을 이렇습니다. 4번 주장은 2차 개표가 진행될 것을 전제로 성립합니다. 하지만 어떤 후보가 1차 개표에서 쿼터 혹은 과반이 넘는 득표를 해서 당선된다면, 2차 개표가 진행되지 않고 당선자가 결정됩니다.

이 경우에는 4번 주장에 해당하는 상황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습니다. 표의 재분배가 일어나지 않고 당선자가 결정되면 표의 일부분을 재분배하는 상황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전부 위헌임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이를 근거로 미네소타주 대법원은 고소인이 해당 법률이나 조례가 위헌임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는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미네소타주 대법원은 같은 전제가 있는 5번 주장과 6번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975년 미시간주 순회법원의 판결, 2009년 미네소타주 대법원의 판결을 종합해보겠습니다.

선호투표제의 대표적 특징인 잉여표의 재분배와 최저득표자가 얻은 표의 재분배 모두 평등선거권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 사법부의 판단입니다. 선호투표제의 적법성은 확보됐다고 판단해도 무방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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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호투표제의 다섯 가지 ‘매력’ 

선호투표제호주 국립대학교[footnote]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footnote]의 벤자민 라일리 교수(Benjamin Reilly, 사진)는 2004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여러 나라들이 선호투표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선호투표제의 규범적 매력[footnote]Normative Appeal[/footnote]이라고 주장했습니다.[footnote]Benjamin Reilly, [The Global Spreading of Preferential Voting: Australian Institutional Imperialism?],  Australi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Vol.39 No.2, 2004.7., 253-266쪽[/footnote]

아인슈타인처럼 위대한 학자가 만든 것도 아니고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처럼 국제적 합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선호투표제라는 제도 그 자체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여러 나라가 도입했다는 것입니다. 벤자민 라일리 교수는 선호투표제의 대표적 장점으로 다섯 가지를 꼽았습니다.

1. 선호투표제에서는 과반을 얻어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footnote]The majority threshold for electoral victory inherent in AV(Alternative Vote) elections.[/footnote]

선호투표제에서는 한 명의 당선자가 배출되는 선거라 할지라도, 후보자는 과반이 넘는 득표를 해야 당선될 수 있습니다. 여러 명의 당선자가 나오는 쿼터가 적용되는 선거라면, 각 당선자가 받은 표를 모두 합하면 전체 표의 절반을 훨씬 상회합니다. 유권자의 절반에 못 미치는 소수의 강고한 지지층만으로도 당선될 수 있는 단순다수대표제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선거의 결과에 보다 폭넓은 유권자층의 의사가 반영됩니다. 당선자가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소수의 지지층만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다수가 입을 피해는 신경 쓰지 않고 과반이 되지 않는 소수 카르텔의 이익을 추구하는 소수를 위한 정치를 하기 어려워집니다. 소수 카르텔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이 정치에서 덜 소외당하게 됩니다.

2. 표의 이동을 통해 공동의 이해를 도모할 수 있다.[footnote]The aggregation of common interests that vote transferability makes possible.[/footnote]

비슷한 성향의 후보자가 여러 명 출마하더라도 개표 과정에서 표의 재분배가 일어날 수 있기때문에, 한 쪽의 후보가 사퇴하며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제3의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어떤 선거에 A, B, C 세 명의 후보가 출마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A후보와 B후보는 완전히 동일한 성향은 아니지만 다른 점 보다는 비슷한 점이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C후보는 A후보, B후보와 대단히 다릅니다. 정치적 철학도 발표한 공약도 A후보, B후보와는 정반대입니다. 그래서 A후보와 B후보는 어떻게든 C후보의 당선을 막아야 한다는 데에서 의견이 일치합니다.

한국의 경우라면 두 후보 중 한 명이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선호투표제에서는 이런 경우에도 A후보와 B후보 둘 중에 한 명이 사퇴할 필요 없이, 서로 유사한 부분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면서 서로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선거를 완주할 수 있습니다.

A후보와 B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자기 생각에 따라 A후보와 B후보를 각각 1순위나 2순위 후보로 선택하면, 두 후보자에 표가 나뉘면서 C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노 예스 메이비

단순 다수대표제였다면 A후보나 B후보 둘 중의 한 명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두 후보에게 있어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큽니다. 그래서 두 후보 중 세가 약한 후보가 강력한 사퇴압력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지만, 선호투표제 하에서라면 두 후보 모두 선거를 완주하면서도 동시에 C후보의 당선을 막는다는 공동의 신념을 지킬 수 있습니다.

소수정당에 소속된 후보라고 할지라도, 사퇴의 압력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치 철학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고 공약을 발표할 기회가 생깁니다. 선호투표제는 단순다수대표제보다는 소수정당이 성장하기에 좋은 제도입니다.

유권자에게는 더욱더 다양한 선택권이 보장됩니다. 지금까지는 한 지역구에 각 정당별로 한 명의 후보자만 공천을 받았습니다. 한 정당 내에도 이념의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후보자 사이에 차이가 있음에도 유권자의 선택권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새누리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기엔 너무 보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새누리당 후보를 선택하는 유권자가 있습니다.

투표 선거

너무 진보적인 색채가 뚜렷한 후보자라고 생각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후보자가 한 명밖에 없기 때문에 그 후보를 찍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도 있습니다. 선거제도가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선호투표제가 실시되면 같은 당내에서도 이념 스펙트럼이 서로 다른 여러 후보들이 출마해 선택의 폭을 넓힙니다. 여기에 더해, 사퇴 압력에 짓눌리던 소수정당의 후보자들도 선거를 완주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유권자에게 주어진 선택의 폭은 더욱 넓어집니다. 자기 생각과 가장 잘 맞는 후보자를 찍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투표 체크
LWVC, CC BY

3. 선호투표제는 표의 분산에 따른 영향을 방지하는 데 유용하다.[footnote]Preferential voting’s utility in negating the impacts of vote-splitting.[/footnote]

미국 미네소타주 하원의 연구부(Research Department)도 2007년에 벤자민 라일리 교수의 주장과 비슷한 의견을 내놨습니다.[footnote] Minnesota House of Representatives Research Department, [Instant-Runoff Voting], 2007.2., 5쪽[/footnote]

“유권자가 첫 번째로 선호하는 후보로 군소정당 소속의 후보를 선택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 유권자가 원한다면 주요정당의 후보를 두 번째로 선호하는 후보로 선택하여 군소정당 소속 후보가 결선과정에서 조기 탈락했을 경우 차선의 후보를 지지하게 되기 때문이다.”[footnote]Voters have a greater incentive to make a minor party candidate as their top choice, because they would be able to list a “major” party candidate as a second choice (if they so desired), which would transfer to their first choice vote in event a minor party candidacy fails early on in the runoff. [/footnote]

4. 선호투표제에서 유권자는 더욱더 정확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footnote]The extent of information that voters can express under preferential systems.[/footnote]

선호투표제 하에서 유권자는 자신이 각 후보자를 지지하는 순서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가장 지지하는 후보 단 한 명만 선택해야 하는 단순다수대표제에 비해서 유권자가 자신의 의사를 더욱더 자세하게 나타낼 수 있다는 뜻이며, 선거의 결과도 그만큼 더 유권자의 의사와 비슷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유권자의 의사를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선거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 선거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볼 때, 선호투표제는 선거를 더 선거답게 해주는 제도입니다.

투표

5. ‘선호도 교환’이 온건하고 포용력 있는 정치적 성과를 내는 데 기여할 수 있다.[footnote]The role that ‘preference-swapping’ can play in promoting centrist and accommodative political outcomes.[/footnote]

후보자 입장에서 볼 때 선호투표제에서 표는 다른 후보에게 갔다가도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수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특성은 선거라는 경쟁의 성격을 제로섬 게임에서 포지티브섬 게임(Positive-sum game)으로 바꿔놓습니다. 경쟁에 참여한 행위자들이 모두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는 결과도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후보자와 정당들 사이에 협상과 협조의 장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이런 선호투표제의 특성은 여러 이유로 분열된 사회에 특히 적절하다고 벤자민 라일리 교수는 주장했습니다.

유권자도 선호투표제를 선호한다

벨기에에 있는 브뤼셀 자유대학(Vrije Universiteit Brussel)의 오드리 앙드레(Audrey André) 박사 등이 2012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유권자들도 선호투표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벨기에에서는 유권자가 선호투표제에 따른 투표를 할지 말지 선택해서 투표할 수 있습니다.[footnote] Audrey André, Bram Wauters, & Jean-Benoit Pilet, [It’s not only about Lists: Explaining Preference Voting in Belgium], Journal of Elections Public Opinion and Parties, 2012, 8쪽[/footnote]

그런데 아래 그래프를 보면 1919년에는 20%에 못 미치던 선호투표제 선택율이 2000년대에 들어서는 70%가까이 상승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0년에도 60% 정도의 유권자들은 선호투표제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100년에 가까운 긴 세월동안 벨기에 유권자들에게 누적된 선호투표제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선호투표제
1919년부터 선호투표제를 선택하는 유권자의 비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출처: Audrey André et al., ‘It’s not only about Lists: Explaining Preference Voting in Belgium’에서 발췌)

지구상 어딘가에 더 훌륭한 선거제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선호투표제는 한국의 현행 선거제도보다는 나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선호투표제의 역사, 작동원리, 예상되는 장점에 대해서 짚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선호투표제가 실행되면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다음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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