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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신형 쏘나타 13만 9,500대를 리콜 조치했다. 조향장치 문제가 10건가량 접수됐고, 특별한 사고 신고는 없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즉각 리콜을 실시했다.

소나타

현대차의 ‘즉시 리콜’, 하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 

아쉽지만,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2010년 미국에서 발생한 일이다. 좀 더 ‘미국, 너 부럽다’ 이야기를 해보자. 현대자동차는 조향장치 문제가 10건 정도 접수됐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관련 문제를 조사한 미국의 도로교통안전국[footnote]NHTSA;  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footnote]은 단 2건의 민원을 받았다. 쏘나타 스티어링 조인트의 연결이 느슨해진다는 2건의 민원. 오타가 아니다. 2만 건도 2백 건도 아닌 단 2건으로 미국 정부는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해 움직였다. 참 부럽다.

2010년 현대차 리콜과 관련한 NHTSA( ) 웹페이지 http://www-odi.nhtsa.dot.gov/owners/SearchResults?searchType=ID&targetCategory=R&searchCriteria.nhtsa_ids=10V426000&refurl=rss
2010년 현대차 리콜과 관련한 미국 NHTSA(도로교통안전국) 웹페이지

아! 조향장치는 현대자동차의 설명에 따르면 “자동차의 진행방향을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임의의 방향으로 바꾸어주는 장치”이다. 즉, 핸들이다.

핸들은 소비자의 안전,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핸들이 고장나면 어떤 대응도 할 수 없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래서 아주 조그마한 결함도 소비자들에겐 너무나 큰 위협이다.

미국이 부러웠다면 이제 좌절을 느낄 차례 

미국 다 부러워했으면 이제 우리나라 발(發) 좌절을 느낄 차례다. 2016년 1월 24일 시사프로그램 시사매거진3580에서 현대기아자동차의 불량 핸들을 보도했다. “쏠리고, 잠기고…공포의 핸들” 해당 프로그램은 현대자동차의 MDPS(전동식 파워 스티어링[footnote]Moter Driven Power Steering[/footnote]) 결함을 다루고 있다.

ⓒ MBC, 시사매거진 2580
ⓒ MBC, 시사매거진 2580

앞선 조향장치를 설명할 때와 다르다. 안타깝게도 나는 자동차도 없고, 자동차 전문가도 아니다. 웹서핑하며 공불해도 MDPS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엄청나게 진일보했다고 (현대자동차가) 주장하는 조향장치, 즉 조금 좋은(?) 핸들(혹은 핸들 전체)이다.

해당 보도는 다양한 차량의 핸들 결함을 다루고 있다. 핸들을 움직일 때 플렉시블 커플링 마모로 인해 소음 문제부터 핸들의 쏠림과 잠김까지. 심지어 수리를 받았음에도 한 달 만에 똑같은 결함이 반복된다.

핸들 결함이 발생하는 순간의 급박함은 운전자들의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미 운전자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차량은 차선을 넘나들고 중앙선을 넘나든다. 피해자들은 운전할 때마다 공포를 느끼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한두 건이 아니다. 해당 시사프로그램에서만 대여섯 건의 피해증언들과 영상이 이어진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우리나라에서 리콜을 실시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움직이지 않는다.

국토부, 2년째 조사 중? 

사실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현대자동차의 MDPS 결함을 조사 중이라 밝히고 있다. 무려 2014년부터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나오질 않고 있다. 기자들은 물론 내가 몸담은 경실련에서도 국토교통부 담당자에게 문의했다. 답변은 똑같다. 조사과정이 워낙 복잡하고 대상이 너무나 많아서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한다.

국토부 국토교통부

미국의 도로교통안전국은 단 2건만 가지고도 빠르게 움직였는데 우린 수많은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업체도 정부도 깜깜무소식이다.

현대자동차의 대응은 더욱 소비자를 기만한다. 리콜은 실시하지 않지만, MDPS 부품인 ‘플렉시블 커플링’을 무상 교체해준다고 한다. 그리고 소비자 피해를 일방적으로 소음 피해로 한정한다. 핸들 쏠림과 잠김 문제는 핑계를 대며 회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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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한편, 주행 중 핸들이 무거워지거나 차량이 쏠리는 현상은 휠 얼라인먼트 및 노면 상태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발생할 수 있습니다. MDPS 내 토크센서가 이상을 감지하면 계기판에 경고등이 점등되는데 이때 운전자는 핸들이 다소 무거워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차량 운행환경과 운전성향 등에 따라 상이하게 체감되는 요소이나 고객 여러분께서 불편함으로 점검을 원하실 경우 현대자동차 정비 거점을 방문하시면 전문 정비인력의 정밀점검을 받으실 수 있으며 성능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최선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현대차 블로그, 전동식 파워스티어링(MDPS) 부품 ‘플렉시블 커플링’ 무상교체 안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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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리콜 면피용으로 황당한 무상교체를 시행한다고 비판한다. 리콜 대상 차량은 11종 총 207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207만 개의 잠재적 흉기가 운전자는 물론 도로의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폭탄

이제 정부가 나설 때 

현대자동차는 답이 안 나온다. 이건 누가 뭐래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현대자동차의 말을 철석같이 믿는다. 경실련이 직접 문의하니 담당자는 “피해 접수된 게 있느냐”를 먼저 묻는다. 그리고 “소음과 잠김을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소비자들은 핸들 결함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데 업체 입장에서만 생각한다. 정말 답답하다.

정부는 하루빨리 조사를 마무리하고 신속하게 리콜을 실시해야 한다. 현대자동차의 말과 달리 핸들 쏠림은 도로사정에 의한 것이 아니다. 운전자의 습관에 의한 것이 아니다. 핸들의 결함 때문이다. 또한, 순간적으로 핸들이 잠기는 것은 비상시 발동하는 안전모드가 아니다. 운전자의 피해를 더욱 키우는 행위에 불과하다.

신호등 빨간불

우리 소비자들이 이런 피해를 보고 있는데 우린 리콜제도도 허술하고 집단소송제도도 없어서 해결 방안이 명확하게 없다. 2016년 5월 30일부터 MDPS 경고등 점등, 핸들이 무거워지는 현상 때문에 YF소나타 17만 3,000대가 ‘미국에서’ 리콜이 실시된다. 2014년에는 i30이 스웨덴에서 스티어링 휠 결함으로 2,370대가 리콜됐다.

외국에선 핸들 결함은 바로 리콜. 그것도 자발적으로. 우리나라에선 모르쇠.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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