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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이 된 노동: ‘노동권 보장되지 않는 나라’의 최저임금법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를 보지 않은 상태로는 시빌 워’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시빌 워’나 마블은 몰라도 노동을 모르기는 어렵다. 우리는 모두 노동자이고 노동자의 가족이고 노동자의 친구니까.

노동절을 맞아 노사정위원회 합의도,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노동관계법 개정안 5개를 몰라도, ‘노동의 오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대신, 오늘의 화두는 고용노동부가 아니고 검찰이다.

검찰

1. 노동은 ‘공안’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검찰에서 ‘노동’은 “공안부”에서 담당한다. 공안2과에서 노동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데, 공안1과에서는 대공, 선거, 공안3과에서는 사회·종교·정치 등 단체 관련 공안사건 및 집단행동 관련 사건, 테러사건, 출입국 관련 사건 등을 담당한다.

우리나라가 세금을 그렇게 허투루 쓰지는 않는다. 공무원이 나라 밖으로 출장이나 연수를 가면 가기 전에 그 계획을 보고하고, 다녀와서는 결과를 보고한다. 그리고 인터넷에 접속해 누구나 열어볼 수 있다. 그래서 검찰에서 작성한 [ILO 이사회 참가 계획] (보고서 번호 206233)을 확인해보았다.

참가계획서에는 2015년 10월 29일(목)에서 11월 12일(목)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국제노동기구(이하 ‘ILO’) 이사회(제325차)에, 11월 2일(월)부터 1주일간 ❤❤ 지검 공안부장과 대검찰청 검찰주사보가 참가하겠다고 적혀 있다. 전교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활동 계획도 적혀 있다.

‘ILO 이사회 참가 계획’ 중 활동계획 부분

공안3과 작성(2015. 10. 8.)

○ ILO 국제노동기준국 관계자 면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에 따른 5등급 분류’ 관련,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 전달.

※ ’15.6.11. ILO 발표한 ‘2015 글로벌 노동기본권 인덱스’에서 한국을 잠비아, 캄보디아, 라오스, 중국 등 26개국과 함께 5등급 분류했는바, 그 주된 이유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였음.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의 주된 이유 설명.

‘2015 글로벌 노동기본권 인덱스의 5등급’1‘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라는 의미다.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

ILO 이사회 참석, ILO 동향 및 국제 노동 관련 현안 파악을 통해 향후 국내 노동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ILO 핵심 협약 비준 촉구에 대한 정부의 입장 전달하겠다고 적혀있다. 검찰이 왜 나라 밖까지 가서 전교조에 대한 한국 정부 입장을 밝혀야 하는지, 노동에 대한 정부 입장을 왜 검찰에서 책임져야 하는지는 따지지 않겠다.

대검찰청의 업무분장을 보면, 노동 담당 부서는 공안2과인데, ILO에 출장을 가겠다는 계획서는 공안3과에서 작성했다. 대검찰청 홈페이지의 다른 부분을 보면, 여러 가지 법률의 처리 내용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근로기준법 위반사범 현황’의 담당 부서도 공안3과다.

2. 민주노총의 공안, 검찰의 공안

검찰 내 노동 담당부서가 “공안”인 것이지, 2과인지 3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럼 여기서 질문이다:

“공안은 도대체 무엇인가?”

네이버에서 “공안”을 검색한 결과.

네이버에서 “공안”을 검색한 결과.

2015년 12월 24일, 민주노총은 ‘민주노총 공안탄압 현황 종합발표 및 무더기 사법처리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차벽을 세우고 물대포를 직사했으며, 체포와 구속, 소환장 남발’했다고 정부의 ‘공안’ 탄압을 비판했다. 반면, 검찰의 언어 감각에 따르다면, 민주노총의 기자회견은 노동조합인 민주노총이 스스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했고, 그래서 자신을 사법처리 해달라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노동조합은 공안이란 개념으로 정부를 비판했다. 반면, 검찰은 노동을 공안 문제로 간주한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공안’을 검색하면, ‘공공의 안녕과 질서가 편안히 유지되는 상태. 또는 그런 상태를 지키는 사람.’이라는데, 단어의 실제 사용례는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간의 갈등과 대립만큼 ‘아스트랄’하다.

3. 사장님의 노동, 노동자의 노동

공안이란 단어는 현재 스코어 이렇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공안이란 단어의 이미지는 약간 어둡고, 음습하고 두렵고 하지 않은가?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사장님이 지키라고 만든 법이니까 위반하는 사람은 대개 사장님이다.

그렇다면, 근로기준법 위반을 공안에서 담당한다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장님이 검찰이나 경찰에 잡혀가면 혹시, 풀려나도 몸 성치 못하고 가족한테 모르는 사람이 따라다니고 사장님 전화를 누가 들여다볼 것 같고 그러해야(?) 하지만 그게 또 그렇지만은 않다.

‘근로기준법 위반사범 현황’을 다운로드 받아 열어보자. 짜잔!

근로기준법 위반자

노동은 공안인데, ‘불기소’ 건이 기소보다 그렇게 적지 않다. 불기소는 들여다보았는데 혐의가 없다고 판단되거나 죄가 안 되거나 검찰에 공소권이 없다거나 하는 경우를 말한다. 기소된 경우도 따져볼 필요가 있지만 오늘은 생략한다.

새누리당, 최저임금 위반 ‘장려'(?) 

새누리당은 4·13 총선에서 ‘임금체납을 원천봉쇄’하겠다고 공약하면서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개정을 제시했다. 근로기준법개정은 다음에 살펴보도록 하고 오늘은 최저임금법개정을 이야기해보자.

최저임금

현행 최저임금법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적게 주는 사장님을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데 이 처벌조항을 새누리당은 2천만 원 이하 과태료로 바꾸겠다고 한다. 과태료도 부과하고 벌금도 물고, 징역도 살게 하고 하는 것이 아니고 오직 과태료만 부과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 공약은 정부와 마음이 통한 정책이다.

현행법: 최저임금 위반한 자로서 근로감독관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벌을 부과.

개정안: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어 그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우므로 (…중략…)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및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문제는 법이 아니라 ‘근로감독’ 

사실, 문제는 최저임금법이 아니라 근로감독이다. 고용노동부가 현장에 나가서 노동관계법이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 관리하는 것이 근로감독이고, 근로감독을 수행하는 사람은 근로감독관이다.

근로감독관이 최저임금법 위반을 찾아내면, 사장님한테, ‘고치세요.’ 한다. ‘어! 위반했네. 경찰서 갑시다.’가 아니고, ‘최저임금 안 주셨네요. 빨리 주세요’ 한다.

이것을 근로감독의 ‘시정지시’ 라고 한다. 근로감독에서 근로감독관이 위반을 적발하면 일단, 일정한 기간을 주고 위반사항을 시정하라고 지시한다.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그때 최저임금법상의 벌칙 조항을 적용한다.

심판

최저임금, 아무도 지킬 이유가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아무도 최저임금법을 안 지킨다. 지킬 이유가 없다. 평소에 법을 안 지켜도 벌금, 징역, 아무 제재도 받지 않는다. 계속 법을 안 지키고 있다가 만약에 걸리면 그때 주면 된다. 이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노동자가 받아야 할 임금을 제대로 받는 것 외에는…

4월 15일부터 고용노동부는 전국적으로 최저임금 위반 등을 근로 감독하고 있다. 근로 감독을 시작하기 전에 근로감독 대상이 되는 업체에게 근로 감독의 시행과 점검내용, 위반에 대한 처벌내용 등을 안내한다. 그렇게 안내한 근로감독 대상업체 중 일부를 근로 감독한다.

안내한 근로감독 대상업체 중 일부인 실제 근로감독 실시업체에서 최저임금 위반이 적발되면, 사장님께 ‘안 준 임금 주세요.’ 한다. 그렇게 법이 지급하라고 의무화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다가 그 범법 사실이 적발되었을 때 비로소(?) 지급하게 되면 그 사장님은 이밖에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렇게 사장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돈 자본가

 

참고로 국민의당은… 

참고로, 국민의당은 최저임금 위반과 관련해서 적발 시 합의를 유도하되, 사장님이 체불 임금을 14일 이내 지급하지 않을 경우, 형사고발하면 되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당신이 받아야 하는 월급이 있는데 사장님이 안 주고 있다. 노동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을 못 받고 있을 때, 나라가 나서서 임금 지급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고 노동자와 사장님 사이에서 ‘얼마를 받을지 합의’하라고 하겠다는 발상이다.

판단은 당신의 몫이다.

4. 사장님의 공안, 노동자의 공안

정부는 어떤 노동은 공안이라고 몰아세우면서, 어떤 노동은 어떻게든 죄로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에 미달한 임금을 지급한 경우, 최저임금법상에 형사처벌이 없어져도 근로기준법의 임금체불 조항으로 규율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의 임금체불은 반의사불벌이라,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기소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피해자, 그러니까 열심히 일하고, 받을 돈을 못 받고 있는 노동자가 받아야 하는 돈을 받으려면, 가해자, 즉 남의 노동력을 사용했으니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사장님을 감옥에 보내기는 쉽지 않다. 모든 사장님을 감옥에 보내자는 것은 아니지만, 노동은 공안인데 현실은 이렇다.

헌법에 ‘CTRL+F’ 하고 “경영권”을 검색하면, 아무것도 안 나온다. 하지만 출처 불명, 작가 미상의 경영권은 그렇게 금과옥조이다. 헌법 32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헌법

법에는 3년 이하 벌금, 2,000만 원 이하 벌금이라고 적혀있는데 현실은 걸릴 때까지 안 지켜도 되고 걸려도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한다. 일단, 근로감독을 많이,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니 적발되는 경우 자체도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노동은 공안인데 현실은 이렇다.

그래서? 노동자의 권리는 ‘호의’가 아니라 ‘헌법’에서 나온다 

“공안”이라는 단어로 말꼬리를 잡아 보았다. 하지만 한 사회 안에서 하나의 단어를 놓고 현실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두 주체가 서로를 지칭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나는 검찰 내부적으로, 공안부가 노동 사안을 담당하는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을 어기고 최저임금법을 무시하고 비정규직을 차별하고 불법파견을 양산하고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사장님을 엄히 규율하겠다는 검찰의 굳은 의지는 아닌 것 같다.

공안담당 검찰은 제네바까지 날아가서 ILO 회의에 참석하고 나서 작성한 출장보고서(보고서 번호 206233)에 이렇게 적었다:

“국내 인권이 신장된 지 오래됐고 노동계가 고도의 자유를 누리고 있고, 정부가 노동법을 잘 준수하고 있음에도 노측 제출자료에 많이 의존하는 경향 때문에 ILO가 노동 관련 국내 인권 상황을 열악한 것으로 오인하고 있어 아쉬움이 많았음. 향후 우리 검찰도 법집행시 해외 언론을 모니터링하면서 해외 홍보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임. ”

노동자의 권리는, 검찰의 호의, 사장님의 호의, 치킨집 말고 파견직에 취직하라는 대통령의 호의가 아니라, 헌법에 적혀있다.

20대 국회에서 어느 법이 제출되고, 어떻게 논의될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참여연대는 고용노동부가, 검찰이, 지방자치단체가 노동과 관련하여 어떻게 행정을 진행하는지, 노동관계법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디서 어떻게 노동권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지 보려고 한다. 노동은 공안이 아니라 우리 일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은 노동절이다.

노동자의 손


  1. ITUC(국제노총)이 2015년 6월 11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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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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