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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휠체어를 타고 밖에 나가본 적이 있나요? 휠체어에 앉아 집을 나서는 순간 울퉁불퉁한 도로와 경사진 길, 높은 턱, 계단과 문까지 많은 것들이 장애물로 돌변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건 아마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것 자체일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휠체어’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손으로 바퀴를 밀어 움직이는 수동휠체어죠. 하지만 이 수동휠체어는 두세 시간만 타면 녹초가 됩니다. 계속해서 어깨와 팔 근육에 부담을 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장시간 외출이 힘들뿐더러, 더 장기적으로는 근육이 손상될 수 있는 위험도 있습니다. 특히 수동휠체어를 어릴 때부터 타기 시작한 아이들은 빠르면 30대쯤에는 어깨 근육이 파열된다고 합니다.

이 글은 그런 아이들을 위하여 [카카오 스토리펀딩]에서 진행되고 있는 “휠체어의 무한변신 탈출하라 2016”의 일부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수동휠체어를 전동휠체어처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장치를 개발하고, 이를 휠체어 장애아동들에게 기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펀딩 기금은 전액 휠체어 장애아동을 위한 전동 키트 개발 및 기부를 위해 사용됩니다. (필자) [/box]

휠체어 전동 키트?

많은 분들께는 생소할 겁니다. 이 작은 기계 하나가 수동휠체어를 전동휠체어로 만들어 줍니다. 본격적으로 많은 장애아동에게 기부를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이 실제로 키트를 사용할 수 있을지,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시범적으로 몇몇 아이들에게 테스트를 부탁했습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지민이입니다. 지민이는 [지민이의 그곳에 가고싶다]를 인연으로 만났습니다.

지민이 키트 조정합니다. 
지민이 키트를 조정합니다.

휠체어 키트를 장착하고 속도를 조정해 주고 나니 금방 익숙해져서 잘 타고 다닙니다.

금방 적응해서 잘 운전하는 지민이.
금방 적응해서 잘 운전하는 지민이.

약간 흐린 날씨였는데 우산을 쓰고 휠체어를 타는 것도 이젠 문제 없네요. 키트도 달았겠다, 지민이가 평소에 자주 오가는 등하교길을 키트로 다녀보기로 했습니다.

엄마, 이거 완전 신세계야

사실 지민이의 휠체어에 키트를 달아준 순간부터 지민이보다도 더 얼굴이 밝아진 것은 엄마였습니다. 앞서 나가는 지민이의 뒷모습을 보며 엄마가 말했습니다.

엄마: “아파트 단지 내 보도블록이 옆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는데, 이런 데도 뒤에서 밀어줘야 되거든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경사가 5도도 안 되는데도 혼자 휠체어로 다니려면 힘들어요. 그걸로 하니까 편하니?”

지민: “응.”

엄마: “야, 좋네!”

아파트 단지를 나서서 학교까지는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야 합니다. 하지만 기존 휠체어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은 여간 위험한 일이 아닙니다. 휠체어를 타고 있고 아직 몸집이 작은 지민이는 운전자의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엄마: “지민아, 이제 손들고 건널 수 있겠다. 왼손 들고 건너가 봐.”

지민: ”아니! 싫은데! 손 안 들 건데!”

이렇게 장난을 치면서도 한 손을 번쩍 들고 길을 건넙니다.

손 들고 씩씩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지민이
손 들고 씩씩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지민이

난관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모든 건널목에는 차도와 보도블록을 연결하는 장애인용 경사로가 있지만, 턱이 높거나 길이 울퉁불퉁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지민이는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차가 쌩쌩 달리는 차도로 돌아가곤 했지만 이제 건널목의 경사로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경사로를 넘는 지민이
경사로를 넘는 지민이

지민: “이거 완전 신세계야. 여기(경사로) 너무 쉬워.”

엄마: “사실 어딜 다니면 건널목을 건널 때 휠체어로 넘을 수 있을지,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혼자오면 어떨지, 제가 밀어줄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하고, 무슨 일이 있진 않을까 긴장하고 있어야 하거든요. 저 모습을 보니 한숨 놓여요.”

새로운 세계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힘

등하굣길 테스트를 마치고, 근처의 공원에도 차로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무겁고 큰 기존의 전동휠체어와는 달리, 키트가 달린 상태로 일반 승용차 트렁크에도 가뿐하게 들어갑니다.

전동휠체어와는 달리 트렁크에도 쉽게 넣을 수 있습니다.
전동휠체어와는 달리 트렁크에도 쉽게 넣을 수 있습니다.

지민이는 언덕도 가뿐히 오르내리며 주변을 돌아다니기에 바쁩니다. 그 모습을 보는 엄마는 조금 놀랐습니다.

엄마: “사실 이런 모습을 처음 봐요. 지민이가 스스로 여기 가볼래, 저기 가볼래하고 말하는 경우가 없거든요. 늘 제가 밀착해서 따라다녀야 하니까 혼자서 막 가버리는 경우도 없고요.”

이제 경사진 오르막도 쉽게 이동하는 지민이
이제 경사진 오르막도 쉽게 이동하는 지민이

휠체어를 탄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생활 반경이 제한됩니다. 지민이 어머니는 좁아지는 생활 반경 때문에 자신의 한계까지 스스로 규정해 버리게 되는 상황이 가장 안타깝다고 합니다.

엄마: “신체적인 한계 때문에 새로운 곳에 가거나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새로운 건 할 수 없거나 하기 힘드니까 처음부터 포기하고, 결국 호기심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죠. 집 앞에 큰길이 있어요. 큰길만 건너가면 학원도 문방구도 있는데, 그게 어렵고 힘드니까 그냥 안 하더라고요. 길만 건너면 다른 세상인데, 길을 건너기 어려운 지민이는 다른 세상을 상상할 수도 없는 거예요.”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참 멀리까지 달려가 놀고 있던 지민이가 다가와 말합니다.

지민: “엄마, 강아지도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하면 강아지 산책도 할 수 있고.”

엄마: “정말 그러네. 이렇게 엄마 손잡고 달리니까 강아지 산책시키는 것 같고.”

지민이

나 혼자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점심을 함께 먹고 커피를 마시러 이동했습니다.

지민: “나 이거, 언니들처럼 이렇게(들고 다니면서) 먹을 거야.”

커피 마시면서 돌아다니는 지민이
주스를 마시면서 돌아다니는 지민이

지민이는 전동휠체어가 생기면 가장 하고 싶던 일이 이렇게 음료수 들고 산책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지민이 어머니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어봤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엄마: “지금 당장은 벚꽃 축제에 같이 가고 싶네요. 밖에 앉아서 치킨도 먹고… 이런 밖에서 하는 활동들이 굉장히 하고 싶은데, 외출하면 아이도 힘들고 부모도 힘드니까 계속 집에 있게 되죠. 전동 키트가 있으면 그런 부담들이 덜하니까 남들처럼 놀러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엄마랑 웃으며 커피 마시는 지민이
엄마랑 웃으며 주스 마시는 지민이

키트로 다니는 것에 자신감이 붙은 지민이는 근처 빵집에 들어가서 먹고 싶은 빵을 척척 담아오기도 합니다.

엄마: “이제는 심부름도 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지민아 너는 가만히 있어, 엄마가 해 줄게, 하면서 다 해 줬거든요. 그런데 이 키트가 있으면 지민이가 직접 가서 가져올 수 있는 거잖아요. 이런 작은 행동들이 내가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바탕이 될 것 같아요.”

이제 지민이 혼자서 빵도 척척!
이제 지민이 혼자서 빵도 척척!

테스트를 마치고, 전동키트를 선물하고 돌아가려는데 지하주차장에서 절 배웅하던 지민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민:“엄마, 나 밖에서 더 놀고 싶어.”

밖에서 더 놀고 싶다.

이것은 휠체어를 타는 아이들 모두가 원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힘드니까, 어려우니까 “못한다”고 망설이고 있는 건 아닐까요. 더 많은 장애아동이 밖에서 놀 수 있도록, 전동 키트가 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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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

전동키트를 장착한 다음 날, 지민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소식을 물어봤더니 이런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급식을 받고 있는 지민이
급식 받는 지민이

늘 급식은 다른 친구들이 받아다 줬는데, 이날은 지민이가 스스로 급식을 받아 왔다고 합니다. 다만 스스로 급식을 받아올 수 있으니 편식을 해서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다고 하네요. 그래도 엄마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생긴 거잖아요. 그 과정에서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과 갈등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죠. 이런 것을 겪으며 지민이가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한계를 좀 더 벗어날 수 있게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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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마음이 정말 따뜻해지네요

    얼마나 힘들었기에 생활 반경이 줄어들었을까요? 그걸 보는 부모님의 마음은 어떻고요

    참 좋은 일입니다. 더 널리 알려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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