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box type=”note” ] 2016년 3월 9일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제13차 노동정책연속토론회, ‘대체근로허용은 비정상의 정상화다’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는 파업 중 대체근로를 인정하면 경제성장률이 1% 상승한다는 발표로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상헌 박사오석태 이코노미스트가 박기성 교수의 논리를 반박합니다.

[/box]

자유경제원

 

이상헌의 반박 

 

이상헌
이상헌

자유경제원은 사람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다. 피케티와 디턴의 책을 둘러싼 소동에서 보여준바, 경제분석을 아주 ‘자유’롭게 한다. 자유경제원 주체 제13차 토론회에선 “대체근로를 인정하면 향후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올라가고 향후 10년 동안 976조 원에 달하는 GDP 증대 효과”가 있다고 박기성 교수가 발표했다.

0.1%의 경제성장도 아쉬운 마당에, 무려 1% 포인트라니 당연히 관심이 갔다. 대체근로란 파업 시 대체인력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 최근에는 파업 빈도가 꾸준히 줄어들었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박기성 교수의 해당 논문을 찾아보았다. 노동연구원 원장으로 있으면서 공격적인 ‘쟁의’ 유발로 연구원을 빈사 상태로 만든 장본인이다. 대체근로에 개인적 관심이 있긴 하겠다.

이런 엄청난 주장을 하는 부분은 놀랍게도 한 페이지가 되질 않는다. 논리가 춤을 춘다. 짧으니, 전문 인용한다.

[box type=”info”]

박기성의 핵심 주장 

28368_14952_2127
박기성

32개 OECD 국가의 1980~2010년에 대한 분석에 의하면 노동분배율이 경제성장률에 역 U자형의 영향을 준다(Kim and Park 2015). 노동분배율(한국은행)이 50% 정도일 때 경제성장률이 최고이고 그것을 초과하면 노동분배율이 높을수록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 1987년 6·29 선언 직전인 1986년 노동분배율은 52.3%였다.

그 후 노동조합과 노동조합원의 급증과 노사분규의 폭증으로 노사관계에서 노조가 과도한 힘을 발휘하면서 노동분배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1996년에 62.4%에 이르렀고 2014년에는 62.6%였다. 이러한 노동분배율의 증가는 연 경제성장률을 1% 하락시킨다.

파업 중 대체근로가 인정되면 노사관계에서 시장 기제(market mechanism)가 작동되는 것이므로 임금은 한계노동생산성과 일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노동분배율 은 경제성장률을 최고로 하는 수준(growth-maximizing labor share)이 된다.

대체 근로가 인정되어 노동조합이 제자리를 찾아가서 현재의 62%인 노동분배율이 1986년 수준인 52%가 되면 경제성장률이 1% 상승한다. 현재의 경제성장률을 2%로 보면 대체근로가 인정되면 경제성장률이 3%가 된다. 2014년 우리나라 GDP는 1,485조 원이다.

대체근로가 인정되면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상승하여 향후 5년 동안 16.4%, 244조 원의 GDP 증대 효과가 있으며, 향후 10년 동안은 65.7%, 976조 원의 GDP 증대 효과가 있다.
[/box]

노동자

총체적 부실 공사인지라 논평도 힘들지만, 몇 가지만 지적해 본다.

1. 노동분배율과 경제성장률 간의 역 U 자형 관계

본인의 연구를 인용했는데 찾을 수가 없다. 이런 실증연구는 다른 곳에서 들어본 바가 없다.

2. “노동분배율이 50%이었을 때 경제성장률이 최고였다.” 

우연일 뿐이다. 두 자리 숫자로 성장했던 1970년대에는 노동분배율은 더 낮았다. 물론 이 시기는 분석에 빠져 있다.

3. “그 이후로 노동분배율이 증가하고 (…중략…) 성장률이 떨어졌다.” 

박 교수가 쓴 한국은행 통계는 “보정되지 않은” 노동소득분배율이다. 자영업자의 소득은 빠져 있다. 1980년대 이후로 임금노동자 비율은 지속해서 증가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당연히 증가한다.

박 교수는 보정된 노동소득분배율을 써야 한다는 기본도 지키지 못했다. 보정된 노동소득분배율에 따르면 적어도 1990년대 중반부터는 감소 추세다. 이 통계를 쓰고 박 교수의 논리에 따른다면, 한국은 노동분배율이 떨어져 성장률이 떨어졌다. 노조의 “과도한 힘”이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 협상력이 줄어든 것이 문제다.

4. “노동분배율의 증가는 연 경제성장률을 1% 하락시킨다.”

그래프 그려놓고 단순 계산했다. 논리도 이론도 없고, 모델도 없다. 이런 식이라면, 내 월급도 지난 15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는데, 경제성장률은 추세적으로 하락했다. 내 월급 때문이다. 미안하다.

5. “대체근로가 인정되면 임금과 한계노동생산성이 일치한다.”

듣도 보도 못한 얘기다. 정말로 예상치 못한 “급반전”의 논리다. 올해 들어 가장 충격적인 발언이고 경제학자들은 모두 쥐구멍에 숨어야 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임금은 노동생산성을 못 따라갔다는 그 수많은 분석은 보지 못했나. ‘시장 기제’라는 말을 모를까 봐 “market mechanism”이라고 영어로 표기해 준 친절함은 인정한다.

6. 경제성장률 계산

옆에 이면지 한 장을 두고 끄적여 본 모양이다. 혹 그런 생각은 안 해 보았을까. 대체근로제도 도입하는 것으로 976조 원이 생긴다면, 노동자에게 이해를 구하면 되지 않을까. 대체근로 도입해 주면, 그 대가로 향후 10년 동안 노동자에게 100조 원를 주겠다고. 그래도 876조 원이 남는다. 파레토 개선이 달리 있나.

이런 논문을 보고 언론자료를 당당하게 뿌리는 자유경제원의 ‘자유스러움’과 언론의 ‘관대함’이 빚어낸 촌극이다. 누가 그럴 것 같다.

“경제학이 제일 쉬웠어요.”

[divide style=”2″]

 

오석태의 반박

1. 계산 오류: 어떻게 976조 원이란 숫자가 나왔을까 

오석태
오석태

일단 가장 간단한 오류, 계산 잘못부터 지적하자. 대체근로가 인정되면 경제성장률이 2%에서 3%로 1% 포인트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맞는다고 치자. 그런데 그거 하나 가지고 GDP가 976조 원이 증대된다고? 아무리 복리가 깡패라지만, 어째 좀 이상하다.

엑셀로 계산해 본다. GDP 1,485조 원이 10년간 매년 2%씩 성장하면 1,810.2조 원, 그리고 10년간 매년 3%씩 성장하면 1,996.7조 원이니까 차액은 185.5조 원이다. 물론 큰 금액은 맞지만, 보도자료 전면에까지 내세운 976조 원의 약 1/5에 불과하다. 어떻게 976조 원이라는 황당한 숫자가 나왔을까.

내 추측은 이렇다. 대체근로 인정 첫해에는 성장률이 2% 그대로지만, 그다음 해부터 매년 성장률이 1%씩 늘어나는 것이다. 두 번째 해 3%, 세 번째 해 4%…. 열 번째 해 11%까지. 그렇게 계산하니 10년 후 GDP가 2,777.4조 원이 나온다. 매년 2% 성장한 1,810.2조 원과의 차액이 967.2조 원이니 얼추 976조 원과 비슷한 숫자다.

대체근로가 인정되면 매년 성장률이 그 직전 해보다 1%씩 늘어나서 10년 뒤 11%까지 올라간다고? 한국이 갑자기 중국 되나? 박기성 교수 이분, 너무 흥분해서 뭔가 계산을 잘못한 것이 틀림없다. 그것을 보도자료 헤드라인에 올리는 자유경제원의 직원들 역시 기본적인 숫자 감각도 없음이 분명하고.

2. “경제성장률을 올리려면 노동소득분배율을 내려야 한다’? 

그다음은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노동소득분배율을 내려야 한다’는 명제를 분석해 보자. 노동소득분배율과 소득분배의 불평등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다니엘 체치와 세실리아 가르시아 페날로사라는 두 경제학자의 논문에 따르면 국민소득 중 임금의 몫(=노동소득분배율)이 1%p 늘어나면 지니계수가 0,7% 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했다(앤서니 앳킨슨, ‘불평등을 넘어’에서 재인용). 그렇다면 위의 명제는 이렇게 바뀔 수 있다:

‘경제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소득분배를 불평등하게 만들어야 한다.’

설사 이 명제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정말 성장을 위해 소득불평등은 감수를 해야 하는가? 정확하게, 지금 박기성 교수는 ‘성장을 위해 소득분배를 일부러 불평등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3. “노동(소득) 분배율이 경제성장률에 역 U자형의 영향을 준다”?

“노동(소득) 분배율이 경제성장률에 역 U자형의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는 김용민과 박상기의 논문을 구글에서 한 번 찾아보았다. “Labor Share and Economic Growth in Advanced Countries”라는 논문은 없었지만 “Labor Share and Economic Growth”(2014)라는 비슷한 논문을 찾을 수 있었다.

KLEA(한국노동경제학회)에 제출했지만, 아직 계류(pending) 상태인 논문으로 추정된다. 죽 읽어 보았다. 기본적으로 최근 몇십 년간 꽤 유행한 성장회계(Growth Accounting)를 이용한 실증 연구(empirical study)로 보인다. 이 논문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고용주와 피고용인(혹은 노동조합)이 산출물의 분배에 대해 협상하는 경제에서는, 노동분배율은 경쟁시장의 노동분배율을 웃돈다.

우리는 이론적으로 이 경제구조의 노동생산율이 경쟁적인 경제구조에서의 그것보다 낮고, 성장률이 노동분배율과 비례해 감소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리고 우리는 실증적으로 1980년에서 2000년까지 OECD 32개 나라의 불균형 패널으로 이 가설을 입증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측정했다; 10% 포인트의 노동분배율 증가는 구매력 평가에 기반을 둔 일인당 연간 GDP를 1.621% 포인트 하락시킨다.” [footnote]

“In the economy where employers and employees or their unions bargain on splitting the output, the labor share exceeds that of in the competitive labor market.

We theoretically showed that the economic growth rate of this economy is lower than that in the competitive economy, and that the growth rate decreases with the labor share. And we empirically verified this hypothesis with the 32 OECD countries’ unbalanced panel for 1980-2010.

We estimated that the labor share increase of 10 percentage points decreases the annual growth rate of per capita constant prices GDP based on purchasing power parity by 1.621 percentage points.”[/footnote]

여기서는 “노동소득분배율이 10% 상승할 때마다 성장률이 1.62%나 하락한다”는 더 ‘공격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몇 가지만 지적해 본다.

1) 우선, p값(p-value)[footnote]통계적 가설 검정에서 유의 확률(有意確率, significance probability)로 0~1 사이의 값을 가진다.[/footnote]이 너무 낮아 보인다. 웬만한 추정치에는 다들 p값이 0.01 미만으로, *** 표시가 자랑스럽게 붙어 있다. 너무 뻔하게 나오면 숫자들을 의심해 봐야 한다.[footnote]그리고 마침 며칠 전, 미국 통계학회에서 p값의 오용을 경계하는 발표가 나왔다![/footnote]

박기성

2) 1980~2010년이라는 기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대략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세계 많은 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이 올랐다가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다시 내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역시 앤서니 앳킨슨의 ‘불평등을 넘어’ 참조). 이 논문에서 조사한 기간은 대략 노동소득분배율이 내려갔던 기간이다. 샘플 기간을 늘리면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을 듯하다.

Daron_Acemoglu3) 과연 성장회계(Growth Accounting)로 이런 문제를 분석하는 것이 맞는지도 한 번 의심해 봐야 한다.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 경제학자, 사진)도 바로 이 성장회계를 이용한 논문으로 유명해졌고 (참고문헌 맨 위에 나온다), 차명수 교수의 ‘기아와 기적의 기원’에서도 성장회계를 쓴 여러 분석이 나오지만, 솔직히 제도적인 요인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너무 남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아직 저널에 실리지 않은 것을 보면 박기성 교수 본인도 허점이 꽤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그런 논문을 기반으로 이렇게 대문짝만하게 정책 제언을 하는 것은 또 뭔가 그럼?).

그리고 설사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이 경제성장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할지라도 나는 그런 식의 경제 성장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평등을 희생한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끝으로 위에 든 성장률 2%에 노동소득분배율 62%, 그리고 성장률 3%에 노동소득분배율 52%를 대입해 보니 노동자 임금 총액이 1,122조 원에서 1,038조 원으로 떨어진다. 노동자 수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1인당 임금이 7.5% 떨어지는 결과이다. 노동자 수가 늘어난다면 (아마 대체근로 허용으로 일자리가 더 늘어난다고 주장할 듯하다) 1인당 임금은 더 감소한다.

박기성 교수는 정말 이런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