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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할 수 없는 유권자: 1. 꼭 투표하고 싶었습니다

필자는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투표하고 싶었던 유학생(국외 부재자)이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결국 투표할 수 없었습니다. 대선과 총선에선 재외국민과 국외 부재자가 투표할 수 있지만, 지방선거에선 선거법상 투표할 수 없으니까요. 필자는 이 ‘사건’을 계기로 외국의 선거제도를 살펴보기로 결심합니다. 필자의 체험과 ‘공부’를 독자들과 나눕니다. (편집자)

  1. 꼭 투표하고 싶었습니다
  2. 왜 투표용지를 바꿀 수 없을까
  3. “위대한 발견”, 선호투표제의 탄생과 성장

2013년부터 미국 미네소타에서 유학 중이던 저는, 주말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한국인 학생들과 함께 토론했습니다. 멤버 중 한 명이 정해온 주제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는 작은 모임이었습니다.

생산적 잉여

토론 모임 ‘생산적 잉여들’의 로고

2014년 1월 초 멤버 중 한 명이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해보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앉아서 토론하는 것에서 나아가 뭔가 행동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제 눈에 들어온 건 선거였습니다. 2014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어느 지역구에 누가 출마한다느니 하는 보도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방선거 뒤에 바로 있을 ‘미니 총선급’ 재·보궐선거도 큰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미국에서도 투표할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재외선거’라는 제도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2012년 총선과 대선 당시 재외선거가 시행되어 해외에서도 투표할 수 있었다는 내용의 자료를 찾았습니다.

‘이거다!’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재외선거제도 홍보물 (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www.nec.go.kr)

19대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재외선거제도 홍보물 (출처: 선관위 홈페이지)

미국으로 유학을 오면서 아직 한 번도 투표를 해보지 못한 학생도 꽤 많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멤버들에게 가능한 한국 학생들을 모아 다 함께 투표하러 가보자고 제안했고, 멤버들은 동의했습니다. 한국 학생이 많이 모여있는 학과별 모임이나 여러 동아리에 연락했습니다. 동아리 대표 등과 일정을 정해 투표하러 가자고 설득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저는, 우리는 투표하지 못했습니다. 한국 학생들을 모아서 투표하러 가려던 계획도 흐지부지 끝나버렸습니다. 투표하지 못한 채 개표결과를 바라보는 동안 자꾸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습니다. 투표하지 못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터넷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왜 투표를 할 수 없느냐고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투표할 수 없는 유권자’였습니다. 분명히 투표권이 있었음에도 투표는 할 수 없었습니다.

재외선거의 새 아침? 단 지방선거는 빼고! 

돋보기를 갖다 대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 깨알 같은 글씨로 쓰여 있는 보험 약관을 꼼꼼히 읽지 않았다가 당한 기분이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홈페이지에 재외선거의 대상선거는 대선과 총선뿐이라고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2012년에 실시된 재외선거는 유권자가 해외에서도 투표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입니다.

달랑 한 줄밖에 되지 않는 문구를 몇 번이나 다시 읽어보았지만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총선에서는 해외에서 투표할 수 있게 해주면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는 하지 못하게 할 이유는 뭔지, 지방선거에서는 왜 아예 해외에서 투표할 수 없는 건지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물음표가 떠올랐습니다.

그 이유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물어봤습니다. 두 번 질문을 보냈고 두 번 답변을 받았습니다.

지방선거

첫 번째 질문과 답변(2014. 2. 15) 

-2012년 총선과 대선 때는 시행됐던 재외선거제도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시행되지 않는다. 해외유권자의 선거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적 근거가 무엇인가? (2014.2.15) 

선관위: 헌법재판소 결정[2007. 6. 28. 2004헌마644, 2005헌마360(병합) 결정]에 따르면 “지방자치법 제13조 제2항에 따를 경우 ‘국민인 주민’에게는 지방선거 선거권이 인정되므로, ‘국민’이라는 요건과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이라는 요건이 동시에 충족되면 원칙적으로 선거권이 인정된다. 국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의 경우 ‘주민’요건이 충족되지 못하므로 선거권이 인정될 수 없음은 물론이나”3라고 하여 국외 거주 재외국민은 지방선거의 선거권이 없음을 명시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살펴보면 지방선거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에 대하여는 지방자치법에 그 근거를 두고, 이에 따라 공직선거법에는 지방선거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는 사람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선관위는 이렇게 답변하면서 지방자차법 제13조를 참고하라며 해당 법 조항을 같이 보내왔습니다. 지방자차법 제13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방자치법 제13조(주민의 권리)

② 국민인 주민은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지방의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이하 “지방선거”라 한다)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선관위의 답변을 통해 ‘국민’이자 ‘주민’이면 지방선거에 대한 선거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국민’ 혹은 ‘주민’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선관위에 다시 질문을 보냈습니다.

선관위

두 번째 질문과 답변(2014. 3. 3)

-‘국민’은 대한민국 국적자를 의미하는 것이 맞나?

선관위: 「대한민국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선거권이 있습니다.

-주민등록증은 한 사람이 ‘주민’임을 입증하는 법적 서류가 맞나?

선관위: (관련 법 조항을 보내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습니다.)

주민등록법 제24조(주민등록증의 발급 등) ①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관할 구역에 주민등록이 된 자 중 17세 이상인 자에 대하여 주민등록증을 발급한다. (단서 생략)

-선관위가 ‘국외부재자 신고인’로 분류하고 있는 여행자, 상사원, 주재원 등은 ‘국민’이자 ‘주민’으로서 지방선거에 대한 선거권이 있다고 보인다. 이들이 지방선거 때 해외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선관위: 현행 「공직선거법」 제218조의 4제1항에 따라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은 대통령선거와 임기만료에 따른 국회의원선거의 경우에 외국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04헌마644, 2005헌마360(병합) 결정(2007. 6.28.)에서 재외국민의 지방선거 선거권에 대하여는 판단하였으나 국외부재자의 지방선거 재외투표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사항은 국회에서 입법정책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선관위

출처: 선관위 홈페이지 갈무리

-만약 이번 6.4 지방선거의 투표일에 맞추어 귀국하여 투표소에 가면 투표를 할 수 있나?

선관위: 외국에 일시체류하는 사람 중 이번 지방선거에서 해당 투표구의 선거인명부에 등재된 사람이 귀국하여 사전투표소 또는 선거일의 투표소에 가는 경우 투표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선관위 답변을 보면 해외에 나가 있는 사람 중에도 ‘국민이자 주민’으로서 지방선거에 대한 선거권이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투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에 있는 ‘국외부재자 신고인’이라는 이름의 유권자들은 지난 지방선거 때 투표를 하지 못했습니다.

선관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대 총선 당시에는 10만여 명4, 18대 대선 당시에는 17만여 명의 국외부재자가 있었습니다. 18대 대선으로부터 만 2년도 지나지 않아서 있었던 6회 지방선거에서 10만 명 가량의 유권자들이 참정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봐도 무리한 추정은 아닐 것입니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에 유권자 수가 매우 적었던 지역구 중 하나로 분류되는 경북 영천의 인구수가 10만여명 남짓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선관위가 보낸 답변을 보면 10만 명 가량의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했던 이유는 공직선거법 제218조에 있습니다.

제218조(재외선거관리위원회 설치ㆍ운영)

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선거와 임기만료에 따른 국회의원선거를 실시하는 때마다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 후 30일까지「대한민국재외공관 설치법」제2조에 따른 공관마다 재외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하여 재외선거관리위원회를 설치·운영하여야 한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대비 모의 재외선거 개표 실시 모습 (출처: 선관위 홈페이지) http://jn.nec.go.kr/jb/sub1.jsp?brdType=R&bbIdx=19331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대비 모의 재외선거 개표 실시 모습 (출처: 선관위 홈페이지)

공직선거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총선과 대선이 있을 때만 공관에 재외선거관리위원회를 설치해서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 때문에 총선과 대선을 제외하면 해외 유권자가 투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렇게 불합리한 법조문을 개정한다면 해외에서도 투표할 수 있는 권리가 더 폭넓게 보장될 수 있습니다.

참정권이라는 국민의 기본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률과 국민의 참정권을 확대하려는 제도가 서로 부딪힌다면,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해당 법을 개정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전쟁이 발발하거나 엄청난 천재지변이 발생해서 도저히 선거를 치를 수 없는 비상사태가 벌어진 게 아닌데도 참정권이 제한받는 것은 분명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투표할 수 없는 유권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저는 대한민국 선거제도의 수준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의 선거제도를 찾아봤습니다. 여러 나라의 선관위가 내놓은 가이드라인과 몇몇 나라의 선거법을 읽어봤습니다. 대한민국의 현행 선거제도보다 훌륭해 보이는 선거제도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서 이런 내용을 소개하려 합니다.

참고 문헌과 페이지

  •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재외선거제도-대상선거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적네트워크안내자료1호 [‘재외선거’ 이렇게 실시합니다], 2010.1.15, 1쪽
  • 헌법재판소,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5조 제2항 등 위헌확인], 2007.6.28, 판례집19권 1집 859-893쪽
  • 중앙선관위, [제19대 국선] 재외선거인명부 등 확정상황, 2012.8.23, 1쪽
  • 중앙선관위, [제18대 대선] 재외선거인등 신고·신청 마감상황, 2012.10.22, 1쪽
  • 경북 영천시, 2012년 1분기 주민등록 인구통계자료 1_1시군구별세대및인구현황, 201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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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김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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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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