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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칼슨 침묵의 봄 1962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Silent Spring)이 출간된 이래 전 세계는 지구 환경의 오염을 줄이고 더 쾌적한 환경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자동차의 오염물질 배출이 많이 줄어들고, 오염물질 배출이 아예 없는 전기차가 등장하는 등 특히 이동수단에서의 변화는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줄이고 줄여도 자동차를 통한 이동은 최소한의 오염물질 배출을 피할 수 없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좀 더 친환경적인 전통 이동수단인 자전거가 주목받았다. 자전거를 이용한 근거리 이동을 통해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자 많은 도시들이 노력한다. 이웃 나라인 일본의 수도 도쿄도 마찬가지다. 도쿄는 일찍이 1989년부터 쉐어 사이클을 도입해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이 글은 도쿄에 거주하면서 구에서 운영하는 쉐어 사이클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자전거를 이용한 친환경 도시의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필자) [/box]

커뮤니티 사이클

 

일본은 한국보다 자전거 이용률이 매우 높은 나라다. 특히 전국적으로 대중교통의 기본요금이 매우 비싼데, JR의 경우 한 정거장만 가도 135엔, 지하철은 165엔을 내야 한다. 그에 비해서 일본의 지하철 역간 거리는 한국보다 매우 짧은 편이라서 한 정거장을 걸어서 이동하는데 대략 10분 정도면 충분하다.

이러한 환경이다 보니 일본에서는 2~3 정거장의 거리는 자전거로 이동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통학에도 통근에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으며, 역까지 다소 거리가 있는 곳에 사는 사람은 자전거로 역까지 이동한 뒤 전철을 타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도쿄의 골칫거리였던 자전거

이 때문에 역이나 상점가 입구의 인도에는 사람이 지나가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자전거가 아무렇게나 주륜 되어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주륜 행위는 대부분이 불법이다. 하지만 자전거 주륜장이 부족하고, 너무나도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이 아무 곳에나 자전거를 세운다. 이것은 일본의 여러 도시들이 겪는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도시 환경을 정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자전거 철거 작업을 하고, 여기에 일정의 벌금(보관료)를 물게 한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 철거되어 보관료를 내는 게 주륜장을 계속 이용하는 것보다 싸기 때문에 철거를 두려워하는 일본인은 거의 없다.

자전거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대규모 무료 주륜장을 만들거나, 도로에 금을 그어 갓길에 자전거를 주륜하는 걸 용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준 지자체들도 많았다. 그런 와중에 나온 아이디어 중 하나가 바로 자전거의 공공화였다.

자전거도 공공재가 될 수 있을까?

도시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중교통은 수익을 내기 위해 민간 사업체가 운영하는 영리 사업의 일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공재 성격을 띠고 있다. 운송 수단이 마비되면 도시 기능도 마비되며, 이를 위해 일부는 국가나 지역 정부가 운영하기도 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 일부 운송 수단은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고 운영하도록 하기도 한다. 국가가 철도를 운영하고, 버스 회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자전거도 도시 기능의 핵심 요소인 운송 수단이고, 모든 자전거의 운송 거리를 합산하면 적지 않은 거리를 운송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띠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자가용을 이용하면서도 대중교통인 버스를 이용하듯이, 개인이 소유한 자전거를 이용하면서도 대중교통 역할을 하는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자전거

유럽의 많은 도시가 이런 관점에서 공공 자전거를 운용하고 있다. 일본도 여러 도시에서 공공 자전거를 오래 전부터 운용해왔다.

일본의 공공 자전거 도입 역사

일본에서 최초로 공공 자전거가 등장한 것은 1975년이었다. 오일쇼크로 인해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석유를 사용하지 않는 대중교통 수단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에 1975년 시가현 요우카이치시(八日市)에서 무료 렌탈 사이클을 도입한 것이 최초다.

이어서 1980년에 건설청 주도로 카나가와현 히라츠카역 부근에서 렌탈 사이클이 도입되어 인기를 얻고, 여기에 자극을 받아 수도권의 각 지자체가 앞다투어 렌탈 사이클을 도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렌탈 사이클들은 주로 집과 전철역을 연결하는 용도로 도입되었고, 역 근처의 주륜장을 무료로 운영하거나 역 근처에 자전거를 주륜할만한 공간이 충분한 지역에서는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렌탈 사이클이 성공을 거두었고, 이에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쳐서 1989년에 도쿄 네리마구의 오이즈미학원역(大泉学園駅)에 500대의 렌탈 사이클이 도입되면서 도쿄에서도 공공 자전거가 도입되기 시작한다. 오이즈미학원역 부근은 역과 집의 거리가 먼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렌탈 사이클의 이용률은 100%에 이르렀다.

‘커뮤니티 사이클 시스템’의 탄생 

이에 실험적으로 1개의 장소에서만 자전거를 빌려주던 것을 복수의 포트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커뮤니티 사이클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커뮤니티 사이클"이란? (출처: docomo-cycle.jp) http://docomo-cycle.jp/chiyoda/en/
“커뮤니티 사이클”이란? (출처: docomo-cycle.jp)

이렇게 확대되어가던 커뮤니티 사이클은 2000년에 건설청이 19개 도시를 ‘자전거 이용 환경 정비 모델 도시’로 지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되게 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쉐어링 사이클’, 일부 지역에서는 ‘커뮤니티 사이클’로 불리며 운영되는 공공 렌탈 사이클은 현재 각 지역별로 민간 운영 회사를 지정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내가 거주하는 고토구(江東区)는 NTT 도코모(일본의 이동통신회사)에서 ‘도코모 커뮤니티 사이클’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해왔는데, 2월 1일부터 치요다구, 미나토구, 츄오구, 고토구 등 4개 지역에서 운영되던 ‘도코모 커뮤니티 사이클’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다.

도코모 커뮤니티 사이클 = 공공 +  기술 + 편리

현재 일본의 여러 도시에서 렌탈 사이클이 운영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것이 바로 내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운영되는 ‘도코모 커뮤니티 사이클’이다. 도코모 커뮤니티 사이클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공공 자전거라고 해서 굳이 불편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도코모 커뮤니티 사이클은 자전거 제작을 파나소닉이, 운영 시스템의 개발과 관리를 도코모가 담당하고 있다. 우선 파나소닉에서는 3단 변속기와 전동 어시스트를 장착한 커뮤니티 사이클 전용의 자전거를 제작했다. 이 자전거는 전동 어시스트가 장착되어 있어 여성도 간단히 20Km/h의 속도를 낼 수 있다.

그리고 전동 어시스트 배터리와 연결된 라이트, 속도계 등이 장착되어 있다. 뒷좌석은 없지만(일본은 자전거에 7세 이상의 사람을 보조석에 태울 수 없게 되어 있다), 자전거의 앞쪽에는 짐을 실을 수 있는 바구니가 장착되어 있다. 시중에서 10만엔 이상을 줘야만 살 수 있는 전동 자전거와 동급의 성능이다.

NTT 도코모 커뮤니티 사이클 (출처: City-Cost.com https://www.city-cost.com/blogs/Tomuu/Gb2WG)
NTT 도코모 커뮤니티 사이클 (출처: City-Cost.com)

이런 자전거들이 치요다구, 미나토구, 츄오구, 고토구 등의 대중교통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설치되어 있다. 고토구의 경우 시노노메-아리아케-오다이바 지역을 중심으로 약 500m 간격으로 포트가 설치되어 있다. 자전거는 포트에서 타기 시작해 아무 포트에나 반납하면 된다. 자전거 포트가 일종의 정류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포트에는 도코모의 이동통신 중계기가 설치되어 있다. 도코모 커뮤니티 사이클에는 도코모망에 접속되는 통신장치가 내장되어 있으며, 이것을 통해서 자전거가 포트에 도착했는지 여부를 인식할 수 있다.

이용 방법은 ‘심플’ 

자전거의 이용 방법도 매우 심플하다. 크게 2가지 이용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도코모 커뮤니티 사이클 사이트에서 회원에 가입한 뒤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 이용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SUICA나 PASMO 등의 선불식 교통카드를 전용 단말기에 터치하는 방법이다. 교통카드를 이용하는 방법은 1,500엔에 온종일 사용하는 플랜만 지원하지만, 회원 가입 후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월 2,000엔을 내고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물론 월정액제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일반 이용의 경우 처음 30분 동안 150엔을 내고, 이후 30분을 초과할 때마다 100엔을 내면 되는 방식이다. 월정액 방식에서는 처음 30분 동안이 무료이며, 이후 30분을 초과할 때마다 100엔을 내게 한다.

물론 30분 이내에 포트에 일단 반납한 뒤 새로운 자전거로 갈아타면 다시 30분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사실상 월정액은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이용 개시, 결제, 반납 등을 모두 도코모의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IT 기술로 처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docomo-cycle.jp http://docomo-cycle.jp/minato/whatiscs/
IT 기술과 접목하여 편리성을 강조하는 NTT 도코모 커뮤니티 사이클 (출처: docomo-cycle.jp)

자전거의 이용을 시작할 때, 열쇠를 잠갔을 때, 반납했을 때 등 자전거를 이용해 무언가 액션을 취할 때마다 등록한 메일 주소로 안내 메일이 자동으로 날아온다. 이를 통해서 부정이용을 막을 수 있으며, 이용자는 자전거가 제대로 반납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자전거 내부에 통신 장치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이용자가 자전거를 아무 데나 버리고 떠나버려도 자전거가 있는 위치를 확인해 회수할 수 있다. 당연히 자전거들의 이동 경로도 파악되기 때문에 더 많은 자전거를 필요로 하는 포트도 쉽게 알 수 있고, 포트의 추가 설치가 필요한 위치도 알 수 있다. 요즘 거창하게 떠드는 빅데이터가 구현돼 있는 것이다.

전동 어시스트를 켜놓은 채로 계속 이용하면 배터리의 충전량이 줄어들어 다음 이용자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대량의 교환용 배터리를 실은 트럭이 돌면서 포트에 주륜된 자전거들의 배터리를 완충된 배터리로 교체하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포트별로 자전거의 주륜 대수의 밸런스가 무너졌을 때는 적절한 포트로 옮겨주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용자들의 편리함을 위해 철저하게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성공 비결 = IT기술과의 융합

앞서도 길게 설명했지만, 도코모 커뮤니티 사이클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IT기술과의 융합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전거를 빌려주고 반납받는 과정을 모두 인터넷을 통해서 처리하고,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자전거들의 이동 경로를 관리했기 때문이다. 관리 인력은 자전거를 출납하는 비효율적인 업무가 아닌 자동화가 불가능한 인프라를 보완하는 곳에 집중했다.

도코모 커뮤니티 사이클은 동일한 시스템으로 일본의 여러 자치단체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미야기현에서는 ‘DATE BIKE’라는 이름으로, 요코하마에서는 ‘baybike’, 고베에서는 ‘kobelin’, 오카야마에서는 ‘모모챠리’, 사이타마시에서는 ‘사이타마시 커뮤니티 사이클’, 세타가야구에서는 ‘가야린’ 등의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코모가 운영하지 않는 지역의 렌탈 사이클도 대부분 IT기술의 융합을 통해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면 시부야구, 스미다구, 다이토구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쉐어 사이클 COGICOGI‘의 경우는 전용 앱을 다운로드 받은 뒤 블루투스로 자전거와 통신을 해서 이용하는 방식이다. 그 외의 렌탈 사이클도 모두 앱이나 모바일 사이트를 이용해서 간단하게 렌탈 사이클을 이용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

COGICOGI http://cogicogi.jp/index.html
COGICOGI

어떠한 시스템이건 구축보다는 관리가 더 어렵다. 그런데 관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스템을 잘 구축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공공 자전거 렌탈 서비스는 성공적이다. 그중에서도 도코모 커뮤니티 사이클은 친환경 도시를 위한 공공 자전거 인프라 구축의 매우 훌륭한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거주지도 직장도 모두 고토구의 신규 개발지역(시노노메-오다이바)에 있는 내 경우 한 달에 2,000엔으로 출퇴근이 교통비가 해결되고, 출퇴근하면서 CO2와 각종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에도 기여한다는 자부심도 느끼며 매우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좀 더 많은 지역,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공공 자전거 인프라가 확대되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box type=”info” head=”서울시 공공 자전거 ‘서울자전거 따릉이'”]

서울시에서도 2015년 10월부터 ‘서울자전거 따릉이’라는 공공 렌탈 사이클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을 설치해 이용할 수 있게 하고, T머니로 간단히 결제할 수 있게 하며 회원의 자전거 이용 데이터를 사용해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공 자전거와 IT기술을 융합하고자 하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자전거가 설치된 장소가 많지 않고, 전동 어시스트가 도입되어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도 부담이 없는 일본의 커뮤니티 사이클에 비해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홈페이지에 전용 앱을 다운로드 받는 버튼이나 링크가 전혀 없는 점은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  앱을 제공하면서 사이트 TOP페이지에 앱 다운로드 버튼이 없는 사이트 구성에 나는 크게 당황했다.

서울자전거 '따릉이' 홈페이지 https://www.bikeseoul.com/main.do?appOsType=
서울자전거 ‘따릉이’ 홈페이지

또한, 일본어 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번역이 부자연스러운 것은 물론이고, 회원 가입시 이용규약이 전부 표시되지 않거나, 이메일 입력 시에 일본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hanmail.net이나 empal.com 등이 드롭다운 메뉴에 표시되는 등 배려가 많이 부족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일본어 페이지인데도 곳곳에 한글 표기가 남아 있고, 일부 이미지는 개발 도중에 넣은 샘플 이미지가 그대로 남아 있어 이미지 중간에 “이미지 교체 필요”라고 표기되어 있는 등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것은 다른 외국어 페이지도 마찬가지였다.

필자의 핸드폰으로 본 '서울자전거 따릉이'
필자의 핸드폰으로 본 ‘서울자전거 따릉이’

일본의 공공 자전거도 수십 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정착했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서울자전거가 모든 사람에게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의도를 갖고 좋은 목적으로 운영하는 공공 자전거인 만큼 더 세심한 관리를 기울이고, 시민의 ‘편리’를 고민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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