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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 관한 두 가지 궁금증 그리고 김문수의 기승전감차

설 다음 날. 택시를 타고 7천 원 정도 거리를 가면서 기사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술에 취했을 때가 아니라면 운전사와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이날은 특히 이야기하기가 편했다. 내가 차를 타자마자 기사분이 쑥스럽게 웃으며 “명절 잘 쇠셨어요?” 하고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이날 대화를 통해 나는 그동안 택시와 관련해 갖고 있었던 두 가지 궁금함을 풀 수 있게 되었다.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분이 있다면 참고하실 수 있을 듯싶다.

택시 운전 자동차

Jinho.Jung, “택시 드라이버”, CC BY SA

1. 택시 기사는 카드 결제를 싫어하는가?

밤늦게 택시를 타고 장거리(내 집은 의정부다)를 올 때면 으레 신용카드로 택시비를 낸다. 택시비를 카드로 지불할 수 있게 한 것은 승객 입장에서는 아주 편리한 일이다. 덕분에 지갑 속에 현금이 얼마 들었는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늘 얄팍한 내 지갑 속에 현금이 들어 있는 때는 거의 없다.)

그런데 카드를 내밀 때마다 뭔가 좀 죄송한 생각이 든다. 기사들이 (주로 수수료 때문에) 카드 받기를 꺼린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이다. 카드 계산을 요청하면서 죄송하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설을 앞둔 토요일에도 버스와 전철이 끊어지고 첫차는 아직 시작하지 않은 암흑기에 택시를 타게 되었다. 집 부근에 도착한 뒤 카드로 계산하며 똑같은 말을 했는데, 그 때 기사는 “아니, 괜찮습니다! 카드 환영이에요!” 하는 것이다. 손님이 드문 밤에 장거리를 달려주어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한데, 생각해 보면 전에도 그렇게 말하는 기사를 본 것 같다.

신용카드

오늘, 설 인사를 한 기사로부터 그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듣게 되었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좀 안 좋아합니다. 자신이 사업자니까 수수료를 자신이 물어야 하지요. 하지만 회사 택시 기사들은 상관없습니다. 결제는 어차피 회사에서 처리되는 거니까요.”

아하!

기사는 회사의 사원으로서 이게 좀 이기적인 자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곧 덧붙였다.

“꼭 회사에서 수수료를 부담해서라기보다, 계산 편하고 깔끔하고, 여러모로 좋지요. (카드 긁는 기계를 가리키며) 비싸게 설치했으니 제대로 써야 하는 거 아니에요? 카드 주시는 게 더 좋습니다.”

그러니까 회사 택시를 타는 경우에는 택시비를 카드로 계산하는 데 미안함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회사에 따라 카드 수수료의 일부를 기사에게 부담시키는 악덕 업주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할 듯하다. (소액 요금인 경우에는 카드 수수료를 지자체에서 대신 낸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그리고 요금별로 이 지원 기준은 차이가 있다. – 편집자)

2. 장거리 시외 뛰는 택시는 어떻게 수지타산을 맞추나?

버스가 끊긴 뒤 의정부 집에 오자면 택시를 타는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종로5가에 이른바 총알택시가 있었다. 승객당 정액을 받고 네 명을 꽉 채운 뒤, 종로에서 의정부까지 눈썹 날리게 달리면 정상 시간의 절반도 채 걸리지 않았다. 총알택시 기사는 술 취한 승객들을 여기저기로 배달해 준 뒤, 다시 눈썹 날리게 종로로 달려갔다.

이제는 이런 택시가 없다. 없어진 게 사실 다행이기도 하다. 나는 종로~의정부 총알택시를 타면서 두 번 사고를 겪었다. 신호 무시, 속도제한 무시로 거의 전 구간을 논스톱으로 달리는 차가 사고가 안 난다면 그게 비정상일 것이다. 사고가 두 번밖에 나지 않았다거나 그 두 번 다 다치지 않았다는 것은 오로지 운이 좋았던 덕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총알택시의 단골 승객으로서, 그런 불법 영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 요인을 제공한 점은 반성한다. 하지만 여관비보다는 택시비가 분명 쌌고, 택시 기사도 살긴 살아야 하는 것이다.

총알택시를 타지 않고 시외로 나가려면 주행요금 이외에 상당한 돈을 주어야 했다. 보통은 기사와 미리 협상하여야 한다.

“의정부까지 얼마에 가실 거요?”

“… 3만 원 주세요.”

“뭐 그렇게 비싸요. 2만 5천 원 합시다.”

“그럼 가스값도 안 나오는데. 엣다, 놀면 뭐하나. 타요, 갑시다.”

이런 식이다.

그런데 오랜 외국 생활을 접고, 2015년 여름 한국에 와서 보니, 총알택시도 없어졌고 협상도 없어졌다. 그냥 서 있는 차를 타고 가서 주행요금대로 나온 금액을 주면 된다. 나는 이게 처음에 꽤 낯설었으며, 뭔가 죄를 짓는 듯이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도 차를 탈 때는 우선 문을 열고 기사의 의견을 들어본다: “의정부 가시나요?” 이 말은 ‘소인이 여기서 의정부까지 시외로 갈 것이온데, 당신은 주행요금만 받고 기분 좋게 갈 의사가 있으신지요?’라는 뜻이다. 원래는 이렇게 물어볼 필요도 없다고 한다. 어떤 서울 택시들은 승객 쪽 문에 “묻지 말고 타세요”라고 써 붙이고 다닌다. 그러나 나는 여하튼 저렇게 꼭 물어본다.

지금껏 ‘안 가겠다’고 한 사람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이것이 규정 때문인지(‘안 간다고 했다가는 저놈이 나를 승차 거부로 신고할지 모른다’), 심야에 늘어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의 사정 때문인지, 아니면 택시란 어디든 가는 것이란 의식이 이미 일상화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택시

시외로 정상 요금을 주고 가면서 미안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나를 데려다 주고 나서 빈 차로 돌아간다’는 생각 때문이다. 심야에 의정부까지 달려온 서울 차가 손님을 채워 나갈 가능성은 없지 않은가.

이런 점을 오늘의 택시 기사에게 물어보았다. 기사는 이렇게 해설해 주었다.

“서울에서 타고 오면 괜찮습니다. 서울 택시는 어쨌든 곧 서울로 들어와서 다시 승객을 태울 수 있기 때문에, 공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지 않죠. 하지만 의정부 택시가 서울 나갔다가 의정부로 되돌아올 때는 이쪽까지 방향 맞는 사람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빈 차로 오기 십상입니다. 그래도 가죠. 일단 손님을 태우고 달려야 사납금 넣을 돈이 나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택시들이 당연한 듯 시외로 그냥 나가는 겁니다.”

그리고 덧붙인다.

“사실은 상황에 따라 승객과 택시비를 협상할 필요도 있긴 있어요. 회사로 돌아갈 때 다 된 시간에 시외 뛰었다 돌아오면 사납이 안 채워질 경우, 그런 사정을 미리 이야기할 수 있는 거죠. 승객이 괜찮다 싶으면 타는 거고요. 그런데 그런 건 못하게 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그의 말에 따르면 규정상으로는 협상을 통해 요금을 정하는 방식도 있긴 있다고 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이건 나중에 좀 확인해볼 일이다, 하고 생각했다. 어쨌든 앞으로도 대학로나 종로에서 택시를 타면서 “의정부 가십니까?” 하고 물어보겠지만, 집에 안전하게 데려다 주는 데 감사할지언정 크게 미안해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리고 김문수의 ‘기··전·감차’ 발언 

오늘의 택시 기사는 사납금, 그리고 기사들의 처우에 대해서도 많은 말을 해 주었다. 월급제를 하긴 하지만 지역별로 그 액수에 큰 차이가 난다는 것, 그래서 어떤 지역(이를테면 의정부)은 월급의 비중이 크지 않고 여전히 기사들이 사납금 이외의 운행 수입에 목을 매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택시비가 오르면 기사들이 오히려 고통을 받는다고도 했는데, 듣고 보니 이것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위 기사에 나온 김문수 지사의 트윗은 다음과 같다.

김문수

이른바 ‘기승전병(起承轉病)’이다. 택시깨나 하신 양반이 이런 말을 하다니. 그의 정체성은 택시 기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택시 기사 코스프레였기 때문에 이런 말을 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해고, 감원의 방식으로) 고용자 수를 줄여서 급여를 높인다는 아이디어의 우둔함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가 노동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입한 임금피크제의 접근 방식과도 반대다. 무엇보다, 감차로 일자리를 잃는 기사들의 삶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 가지 더 생각할 점이 있다. 차를 줄이면 서민들은 택시 타기가 어려워진다. 나의 어머니는 지금도 어디 나서려면 택시 잡을 일이 큰 걱정이다. 택시의 아이러니는 ‘필요 없을 때는 많던 차가 필요할 때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아닌가. 택시 수를 줄이면 필요할 때 택시를 타기가 더욱 어려워지리란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택시 타기가 어려우면 전용 기사가 운전하는 자가 승용차를 타면 되는 사람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말이다.

택시

김문수 지사가 갑자기 ‘감차’를 꺼내 든 것은 사실 맥락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동안 대구 시내를 운행하는 택시는 교통 실수요보다 많은 것으로 진단됐고, 이에 따라 택시 수를 줄이는 것이 이 지역에 이슈가 되어 왔다. 대구시는 이미 감차를 위한 조처에 착수한 바 있다. 그러니까 ‘감차’라는 말은 뜬금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지역에서는 나름의 맥락을 가지고 있는 단어인 셈이다.

그런데 감차, 즉 택시 수가 많아서 인위적으로 줄이는 정책은 근본적으로 택시 사업자를 위한 정책이다. 과잉 공급으로 인한 경영난을 해결해 주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택시 기사의 급여 등 처우를 언급하다가 감차로 결론 내리는 김문수의 발언은 여전히 뜬금없는 모양이 된다.

택시 감차는 작년(2015년)에 처음 제정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에 규정된 사항이다. 여기서는 광역자치단체의 시장/도지사가 적정한 택시 총량을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데 대해 감차를 추진할 경우 회사(운송사업자)에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제7조 제1항 제2호). 이에 따라 대구시는 2015년에 감차 정책을 추진하면서 택시 회사들에게 지급할 ‘감차 보상금’ (1대당 1,300만 원)을 예산, 즉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가 시 의회에서 삭감당한 바 있다. 당시 시 의회가 이를 삭감한 이유는 ‘호황일 때 지역 경제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던 택시 회사들에게 불황이라고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택시발전법은 감차할 경우 ‘택시운송사업자'(회사)에는 세금으로 보상금을 줄 수 있도록 하면서도, 이에 따라 감원될 ‘택시운수종사자'(기사)들에게는 어떤 지원을 할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대구시가, 또 김문수 지사가 이 문제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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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허광준(deulpul)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들풀넷 운영자 / 연구 및 강의 노동자, 매체 비평가, 콘텐츠 생산자 / 들풀미디어아카데미 대표 / 과거에 [(원)시사저널] [포린 폴리시(한국어판)] [미디어 미래] [미디어 오늘] 등에서 기자, 편집위원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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