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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sense]참치 김치찌개, 참치 볶음밥, 참치 두부조림, 참치 샐러드…

쉽게 만들 수 있고 맛도 좋아 우리 밥상에 자주 오르는 음식들입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참치. 어디서나 구할 수 있고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며 그 활용도는 정말 다양합니다. 우리나라 연간 횟감용 참치 소비량은 세계 3위, 그리고 일인당 참치캔 소비량은 아시아 1위. 한국의 참치 사랑은 각별해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이토록 친숙한 먹거리인 참치가 근래 조금 다른 이유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끕니다. 무차별적 남획, 혼획으로 인한 해양생태계 파괴, 배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인권유린의 실태 등이 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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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는 어떤 물고기일까?

어부들 사이에서 참치는 ‘바다의 무법자’, 혹은 ‘바다의 황소’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일부 어종은 길이만 해도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넘는 2m 이상에, 몸무게는 소의 두 배에 달하고, 사냥할 때 헤엄치는 속도는 류현진 선수의 투구나 초원을 질주하는 치타보다 빠른, 무려 ‘시속 160km’라고 합니다.

우리가 참치로 알고 있는 다랑어는 크게 7가지 어종으로 분류되는데요. 미국에서 즐겨 먹는 날개다랑어, 유럽인들의 사랑을 받는 황다랑어, 국내에서 참치캔으로 쉽게 접하는 가다랑어, 최고급 횟감으로 인기가 좋은 참다랑어들(대서양참다랑어, 남방참다랑어, 태평양참다랑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횟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눈다랑어가 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발표한 멸종 위기 동물 리스트, 일명 “레드 리스트”에는 이 중, 대서양참다랑어와 남방참다랑어가 각각 ‘멸종 위기종’과 ‘심각한 위기종’으로, 그리고 태평양참다랑어와 눈다랑어가 ‘멸종 취약종’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참치 어종별 멸종위기 등급
참치 어종별 멸종위기 등급

우리가 흔히 접하는 참치 형태는 통조림이나 선홍색 네모난 횟조각으로 되어있기에, 참치의 실제 모습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마트의 통조림 코너에 수북이 쌓여있는 참치캔를 보면, 일부 참치 어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사실이 전혀 와 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치의 멸종은 단순히 ‘참치를 먹지 못하게 된다’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학자들이 꾸준히 경고해 왔듯, 최상위 포식자인 참치가 사라질 경우 먹이사슬의 균형이 깨지면서 해양생태계의 파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해양생태계는 자연상태에서 보통 외부의 개입이나 조정 없이 자연적으로 균형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특정 어종이 집중적으로 남획될 경우 이 균형이 깨지게 됩니다.

간단히 묘사하자면, 최상위 포식자의 감소로 인해 개체 수가 급증한 ‘차’상위 포식자가 그들의 먹이인 플랑크톤을 먹어 치웁니다. 차상위 포식자의 개체 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 플랑크톤은 점차 사라지고, 안타깝게도 이 플랑크톤은 몇 남아 있지 않은 최상위 포식자 치어(稚魚)의 먹이이기 때문에, 결국 최상위 포식자는 개체 수를 영영 회복할 수 없게 됩니다. 또한, 먹이가 줄어든 차상위 포식자의 개체 수도 함께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쫓아가다, 이와 같은 연쇄 생태계파괴를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바다 속 참치 떼
바다 속 참치 떼

참치는 어떻게 잡히나? 죽음의 덫 FAD

날쌔고 힘센 참치들이 어쩌다 이렇게 하나, 둘 멸종 어종으로 분류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참치의 멸종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이 바로 ‘죽음의 덫’이라 불리는 집어장치(Fish Aggregating Device; FAD)입니다. 집어장치는 더 많은 생선을 최대한 빨리, 효율적으로 잡기 위해 고안된 장치로, 참치의 고갈뿐 아니라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입니다.

현재 개체 수가 가장 많이 남은 종은 참치캔의 원료로 쓰이는 ‘가다랑어’입니다. 그만큼 많이 어획되는 참치종이기도 한데요. 2009년 태평양에서 250만 톤의 참치가 잡혔을 때, 73%가 가다랑어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가다랑어를 포획하는 선망어선 대부분이 집어장치를 이용합니다.

본능적으로 부유하는 물체를 안식처로 여기고 이끌리는 물고기의 특성을 이용해 만들어진 집어장치는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는 물고기떼를 한곳에 모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선망어선의 거대한 그물
선망어선의 거대한 그물

그물을 가득 채울 만큼의 물고기가 모여들면 선망어선은 길이가 2km, 깊이가 200m에 달하는 거대한 그물을 설치합니다. 그물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시나요? 축구장 60개 정도를 합친 면적에 대관람차 3개의 높이라고 하면 상상이 될까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큰 이런 그물은 아직 어린 새끼 가다랑어와 개체 수가 급감하는 눈다랑어, 황다랑어의 치어는 물론이고, 멸종 위기에 처한 상어, 가오리, 고래, 바다거북, 돌고래, 심지어는 바닷새까지 가리지 않고, 주변의 ‘작은 생태계’ 전체를 몽땅 잡아 올립니다. 이처럼 마구잡이로 큰 그물을 치고, 걸리는 데로 잡는 것을 혼획(bycatch)이라 일컫습니다.

선망어선의 거대한 그물
참치 조업 중 혼획으로 잡히는 많은 물고기들

“참치통조림 안에는 참치뿐만 아니라 ‘니모를 찾아서’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바다 생물이 함께 담겨있다.”

-찰스 클로버 ‘텅빈 바다’ 중에서-

선원들이 혼획된 어종들을 방생하면 가장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물에 걸려든 해양동물들의 운명은 보통 죽은 채 바다에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 무게만 연간 20만 톤에 달하며, 참치캔 11억 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10캔의 참치캔을 만들기 위해 1캔 만큼의 다른 어종이 희생되는 것입니다. 멸종 위기종의 치어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집어장치는 실로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파괴적인 어업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다 위 스쿠루지, 연승어선

참치잡이 조업어선에는 선망어선 외에도 ‘연승어선’이라 불리는 배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된 선망어선과 집어장치가 혼획의 주범이라면 연승어선은 과도한 어획이 주특기입니다. 한 가닥의 긴 줄에 낚싯바늘이 달린 가짓줄을 여러 개 매달고서 물고기가 살아있는 상태로 낚을 수 있는 연승어선은, 줄의 길이가 길게는 150km에 달하며 3,000여 개의 낚싯바늘이 달려있습니다.

인포그래픽
인포그래픽: 조업 중인 연승어선 (확대해서 보기)

연승어선 또한 혼획의 부작용이 있습니다. 2013년에 그린피스가 연승어선을 주제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연승어선에 의해 30만 마리의 바다거북과 16만 마리의 바닷새, 그리고 수백만 마리에 이르는 상어들이 혼획되어 죽어갑니다.

물고기를 산 채로 잡을 수 있는 연승어선의 특성상 상어를 살려서 되돌려 보낼 수도 있겠지만, 상어지느러미(샥스핀)의 높은 시장가치로 인해 대다수 상어들이 꼬리와 지느러미가 잘린 채로 바다에 버려져 서서히 해저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일부 연승어선에서는 조업 이익 중 절반가량이 상어지느러미에서 오기도 한다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느러미가 잘린채 버려지는 상어
지느러미가 잘린채 버려지는 상어

거대 참치 기업의 어두운 이면

거대 참치 기업의 문제는 남획과 혼획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만이 아닙니다. 이들은 시장을 장악함으로써 가난한 섬나라의 생계를 위협하고, 또 선원의 인권과 안전을 무시한 과도한 조업활동을 벌여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 참치 공급량 중 70%는 태평양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정작 피지, 파고파고, 사모아, 통가 등과 같이 태평양 연안에서 조업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는 섬나라 사람들의 몫은 그중 20%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획량 대부분은 6대 어업강자, 바로 대한민국, 일본,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그리고 미국이 가져가 버립니다.

전 세계 참치의 공급 흐름
전 세계 참치의 공급 흐름

대형 선박을 보유한 해양 강국들은 한 지점의 참치가 다 잡히고 없어지면 수익을 좇아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태평양 섬나라 어부들에게는 작은 고깃배로 어장을 찾아다니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거의 모든 태평양 섬나라 국민들에게 해산물은 단백질 영양소의 주 공급원이며, 일부 섬나라는 오로지 어업만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거대기업의 무차별적 남획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인 것입니다.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수산기업의 일거수일투족은 시장과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들의 조업방식과 기업 운영방식이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소비자의 구매경향을 바꾸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린피스는 세계 최대의 참치 기업이자, 3위 수산기업인 타이유니온(Thai Union Group)에게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태국 타이유니온 본사 앞에서 공정한 방식으로 잡힌 참치를 요구하는 그린피스 활동가들
태국 타이유니온 본사 앞에서 공정한 방식으로 잡힌 참치를 요구하는 그린피스 활동가들

타이유니온은 최근 몇 가지 스캔들에 휘말렸습니다. 2015년 7월 뉴욕타임스는 캄보디아와 미얀마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일하는 태국 어선에서 노예노동, 인신매매, 심지어는 살인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인권유린으로 어획된 해산물이 타이유니온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2015년 12월 14일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타이유니온은 아동을 포함한 이주노동자의 강제노동, 급여 미지급 등 노동착취로 물든 새우를 미국, 유럽, 그리고 아시아 시장에 공급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한국의 ‘착한 참치캔’ 순위 – 모두 낙제점 

거대 수산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참치 기업의 더러운 이면을 알게 된 해외의 많은 소비자들이 이미 변화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소비자의 힘으로 대형 마트의 수산물 유통에 변화가 시작되었고, 타이유니온의 인권유린 문제에 대한 세계 시민의 항의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시작되지 못한 움직임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수산업계의 감춰진 진실을 알게 되는 바로 그 지점이 국내에서도 그와 같은 움직임을 일으킬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동원, 사조, 오뚜기 3개의 기업이 참치업계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문제로는 흔들릴 것 같지 않은 굴지의 기업들입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시장의 판도가 3등분으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그만큼 국내 소비자의 움직임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최근 소위 ‘갑질’하는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는 사례들이 생겨나면서, 국내 소비자들 또한 의식 있고 책임감 있는 기업을 원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바다와 공정하고 깨끗한 수산업계를 위한 변화 또한, 이제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소비자로서, 그리고 인류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참치업계를 향해 요구해야 합니다. 집어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인권을 짓밟지 않으며,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잡은 참치를 먹고 싶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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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와 함께 변화의 출발점에 선 여러분, 참치의 이면에 담긴 이야기를 주변의 많은 분에게 전해주세요. 다음 편에서는 웹툰을 통해 찾아뵙겠습니다. 그 뒤 발행될 마지막 편에서는 ‘행복한 바다’를 위해 우리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린피스의 비전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box]

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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