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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 발달로 저널리즘의 도구가 변화하면서 언론사들 역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디지털 모바일 혁명으로 독자들은 점점 더 신문이 아닌 디지털 매체로 이동한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기성 언론사는 종이신문의 수익구조가 완전히 붕괴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활로를 모색 중이다.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내세우며 새로운 플랫폼에 맞는 포맷을 이용한다거나 멀티미티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등 다방면에 투자한다. 그러나 유수의 언론사들 중 종이신문을 포기한 사례는 거의 없다.

그런데 캐나다의 유력 언론사 라프레스(La Presse)가 종이신문의 죽음을 선언한 데 이어, 2016년 1월 1일부터 종이 일간지를 더는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언론사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라프레스

종이신문의 죽음 선언

1884년 10월 20일 창간된 라프레스는 캐나다의 프랑스어 신문 중 가장 규모가 크며, 퀄리티 저널리즘과 정보의 독창성을 중시하는 대표적인 언론사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평판에는 2001년 발행인으로 취임한 기 크르비에(Guy Crevier)의 역할이 컸다. 그는 라프레스의 대대적인 변화를 주도했는데 예를 들어, 주제별 이슈를 선정해 분석기사를 내보내는 섹션을 만든다거나, 국제 뉴스를 중시한다거나, 젊은 독자들과의 협력 저널리즘을 구현한다거나 하는 것들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신문의 퀄리티를 상당히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독자 수도 급증했다.

라프레스는 우선 콘텐츠 제공 플랫폼을 다양화했다.

  • 인터넷 사이트 (lapresse.ca)
  • 태블릿 (La Presse+)
  • 모바일 (La Presse Mobile)

다양하고, 쉼 없는 변화를 시도해왔던 라프레스는 2014년 9월, ‘종이신문의 죽음’을 선언한다. 그리고 이제 그 선언은 이제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어 현실화했다. 2016년 1월 1일부터 뉴스 콘텐츠를 디지털로만 발행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아직 종이신문에 익숙한 독자들을 위해 주말판은 종이로도 발행하기로 했다.

종이신문

경영악화로 편집국을 축소하고 종이 신문 발행을 중단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러나 라 프레스의 디지털 전환이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위기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단계적인 전환이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

‘디지털 온리(only)’ 전략을 이야기하는 오늘날, ‘디지털 퍼스트’는 이제 한물간 표현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대다수 언론사는 디지털 영역에서 ‘파괴적 혁신’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뿐만 아니라 여전히 종이신문에 매달리는 경향마저 있다. 언론사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다수는 변화와 수익의 감소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변화에는 큰 비용이 필요한 데다 그것이 충분한 수익을 담보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게 한다. 그러나 기 크르비에는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만약 언론사들이 하염없이 기다리게 되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종이신문은 더 이상 매스 미디어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종이신문의 광고수익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는 또한 독자들이 날마다 일간지를 소비하는 습관을 잃어버리기 전에 디지털로 전환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독자들의 디지털 뉴스 소비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기에 종이 신문을 발행하는 것은 어느 순간 꿈 같은 이야기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디지털 뉴스

단계적 디지털 전환

라프레스의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라프레스의 경영진들은 비용이 많이 드는 종이 신문에 대한 미련을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계속 가질 필요가 있는지를 논의했고, 그 결과 단순한 웹 상품이 아닌 뭔가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어보자는 합의에 이르렀다.
2010년 봄부터 라프레스는 단계적인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아이패드가 출시되면서 이러한 프로젝트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단계는 종이신문의 콘텐츠를 아이패드로 옮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3년 동안의 개발과 투자 끝에 아이패드 전용 앱인 라프레스 플러스(La Presse +)를 2013년 4월 1일 런칭했다. 이 앱을 통해 종이 버전인 라프레스의 모든 콘텐츠를 멀티미디어에 적합한 형태로 가공했고, 디지털 매체의 강점인 실시간 뉴스도 동시에 제공했다. 이러한 노력은 독자의 증가로 이어졌다. 2014년 1월, 40만 명가량이 라프레스+를 다운로드한 것으로 나타났고, 2014년 여름 동안 라프레스+의 독자는 5만 명 가량 증가했다.

라프레스

아울러 2014년 9월에는 런칭한 지 17개월 만에 35% 이상의 수익이 라 프레스+에서 창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10%의 수익을 달성하는 데 10년이 걸린 것을 생각해보면 가히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다. 기 크르비에는 뉴스 앱을 통한 정보 전달이 광고주들을 유혹했다고 분석한다. 측정이 가능한 매체라는 것이 그들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젊은 독자층 급증

점점 라프레스+가 종이신문 라프레스보다 더 많은 독자를 거느리는 상황으로 진화했다. 2015년 말, 라프레스+는 라프레스 전체 광고 수익의 75%를 차지하고 있었다. 라프레스+가 3년 만에 131년 동안 존재해왔던 종이 버전인 라프레스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라프레스+의 독자 증가, 특히 젊은 독자들의 대거 유입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스마트기기를 통해 무료로 제공하면서 나타난 결과였다. 전략과 광고판매부 팀장인 장-샤를 로샤(Jean-Charles Rocha)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가 성숙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만큼 독자도 수익도 증가한 것이다.

아이패드 여자

2015년 12월, 라프레스+는 90만 번 이상 다운로드 되었고, 스마트패드에서 라프레스+를 열어보는 빈도는 하루에 220,000번에 이르고, 주 535,000명가량의 독자가 이 앱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광고 단가는 종이 버전과 비슷하다. 물론 웹사이트보다는 훨씬 비싸다.

조직 문화의 변화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와 더불어 종이신문 편집국의 기자들은 라프레스+로 서서히 옮겨가기 시작했다. 디지털 기술의 모든 가능성을 이용한 새로운 신문 만들기에 거의 전 인력이 동원된 것이다. 종이 일간지의 포기로 인력 교체가 예견되었다.

라프레스의 노조 위원장인 샤를 꼬떼(Charles Côté)에 따르면 , 10명 가량의 기자들이 주말판 종이신문을 위해 남아있고, 편집국 직원 43명을 포함 전체 158명이 2016년 초에 라프레스를 떠날 것이라고 한다.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위해 한시적으로 고용된 사람들과 100명가량의 종이신문 편집국 종사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하지만 2012년 말에 200명가량이 라프레스에서 일을 했다면, 2016년에는 전체 직원 633명 중 283명가량이 뉴스룸에서 일을 하게 될 전망이다(참고로 2011년에는 전체 직원이 637명이었다). 디지털 전환이 대대적인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기존 신문 제작 시스템에만 맞는 편집국 인력은 타격을 입게 됐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La Presse+의 뉴스룸 (출처: lejdd.fr) http://www.lejdd.fr/Medias/Au-Canada-le-1er-janvier-La-Presse-arrete-son-quotidien-papier-pour-privilegier-la-tablette-766323
몬트리올에 위치한 La Presse+의 뉴스룸 (출처: lejdd.fr)

라프레스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조직 문화의 변화다. 사실 디지털 전략에 관한 정보는 차고 넘친다. 그중에서 선택적으로 골라 베낄 수도 있다. 하지만 각 언론사의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것은 기존의 질서를 전복해야만 가능하다. 변화의 필요성을 누구나 알면서도 막상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라프레스+는 단지 차별적인 ‘상품’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문화의 변화’, 즉 편집국 문화 혹은 조직 문화의 변화를 의미한다. 사람들이 뉴스룸에서 자신의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의욕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결과, 그 어떤 하루도 기술 영역이나 스토리 영역에서 새롭고 다른 시도를 하지 않는 날은 없다고 기 크르비에는 단언한다.

품질! 품질! 품질! 퀄리티가 모든 것  

디지털 시대에 더는 작동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로 인해 대부분 언론사는 더 적은 수의 저널리스트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심도 있는 저널리즘을 구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조지 브록(George Brock)은 ‘인터넷이 저널리즘을 파괴한다’라는 신화를 잊어버릴 것을 제안한다. 브록은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새로운 기회의 동력이다. 다만 우리가 그 가능성들을 제대로 탐구하는 시도를 하지 못할 뿐이다.” (Brock 2013)[footnote] Brock, George(2013), Out of Print: Newspapers, Journalism and the Business of News in the Digital Age, Kogan Page Ltd[/footnote]

기 크르비에 역시 같은 취지로 말한다.

“디지털 기술은 뉴스 콘텐츠에 심오함을 곁들이면서 동시에 정보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뉴스 소비를 가능케 했고 아울러 디지털 미디어의 상호작용적인 속성은 점점 저널리스트가 독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뉴스가 어디에나 널려있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뉴스를 소비하거나 믿을만한 취재원을 찾는 상황에서 차별성 없는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사에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라프레스+의 경우, 어떤 정보가 도착하면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은 그 정보를 가장 흥미롭게 전달하는 방식이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다.

소셜 디지털 미디어

변하거나 사라지거나

아직 라 프레스의 디지털 전환이 완전히 성공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매체는 스마트 미디어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경영진에 의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러한 라프레스의 행보는 여전히 종이신문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많은 언론사들에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 이후의 수익성과 종이신문의 미래에 대한 의혹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 크르비에는 지난 5년 동안 미국에서는 종이신문으로 인한 수익이 59%나 감소했고, 캐나다의 경우 2014년 신문의 수익이 평균 17~19%가량 감소했다며, 종이신문은 지금도 위기이고 앞으로 사라질 게 뻔한 상황에서 도대체 어떤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느냐고 항변한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만약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발행인들에게 ‘신문’이라는 상품을 가질 수 있는데 인쇄소도 없고, 종이를 소비할 고객도 없고, 배포는 가상세계에서나 가능하다고 말했다면 뭘 선택했을까?”

어쩌면 그런 세상은 아주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수도 있다. 캐나다에서는 곧, 비용절감을 위해 우편물마저 날마다 배송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라프레스의 디지털 전환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미디어 경제 관련 전문컨설팅회사인 CMI는 최근 한 연구자료를 통해, 캐나다가 종이신문이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 그 시기는 2025년이다.

시간 시계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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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언론과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들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다만 ‘조직문화의 변화 부분’을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해 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종이신문을 위한 인력 감축하고 인터넷판 인력을 증원해 주된 조직구성원으로 삼았다는 점이 변화된 조직문화 자체를 말해주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혹시 링크로 걸어주신 기 크르비의 인터뷰(?)에서는 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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