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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루비오 끌어내린 척 슈머의 ‘정치 예술’

2016년 미국 행정부가 바뀐다. 미국 대선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하다.

‘정치인은 타고나지만, 대통령은 만들어진다’는 게 내 지론이다. 외딴 마을 학교 강당에서 농민과 악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산전수전 다 겪으며 만들어진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과 그 정권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캠페인 시작부터 지켜보는 것이다. (필자)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목차

  1.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미국 대선이 흥미로운 이유
  2.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실패로 끝난 코크 형제의 투자
  3.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공화당 중도파의 힘겨운 당 지키기
  4.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조 바이든과 아들의 유언
  5.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힐러리 클린턴 대선 캠페인 중간점검 ‘파란불’
  6.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벵가지 청문회 – 위기를 기회로 바꾼 힐러리
  7.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스타 탄생! 마르코 루비오
  8.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두 개의 결선 시나리오
  9.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파리 테러가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
  10.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정치 신인들의 추운 겨울
  11.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공화당 최악의 후보와 ‘보이지 않는 경선’
  12.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공포와 정치 – 샌버나디노 사태와 미완의 프로젝트 ‘민주주의’
  13.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조롱과 분노의 정치, 트럼프를 어찌하오리까
  14.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상승하는 진보 vs. 마지막 불꽃 트럼프
  15.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루비오 끌어내린 척 슈머의 ‘정치 예술’
  16.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트럼프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17.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임박한 경선과 여론조사 중독증
  18.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스타워즈의 세계관으로 본 경선 결과
  19.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아이오와 코커스, 멍청한 선거방식을 바꾸지 않는 이유
  20.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 승리와 추락 그리고 가시밭길
  21.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스칼리아 사망 후폭풍
  22.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스칼리아 대법관이 숨겨놓은 유언
  23.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막후 정치의 실종 – 크리스티의 트럼프 공개지지 선언
  24.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슈퍼 화요일이 남긴 것
  25.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트럼프와 샌더스의 공통점
  26.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갈랜드 카드 – 오바마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
  27.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공화당 작전 돌입 ‘트럼프를 저지하라’
  28.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트럼프 지지층의 수수께끼
  29.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미국에도 지역감정이 있나요?
  30.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다수결은 과연 진리일까?
  31.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32.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샌더스 지지자의 분노 – 민주당도 안전지대 아니다
  33.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위대한 연설의 탄생 – 미셸 오바마의 힐러리 클린턴 지지 연설
  34.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힐러리의 스타일과 ‘감동 없는 승리’
  35.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힐빌리의 마약, 트럼프
  36.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재미없는 ‘부부싸움’ 같았던 1차 토론회
  37.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힐러리 이메일’ 사건에서 보여준 FBI 국장의 선택
  38.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그들이 재닛 리노를 사퇴시키지 못한 이유

뉴욕주 출신의 민주당 상원의원 척 슈머(Chuck Schumer; 1950년 ~ 현재, 사진)가 정계 은퇴를 선언한 해리 리드 상원의원의 뒤를 이어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된다.

척 슈머(Charles Ellis "Chuck" Schumer) http://schumer.senate.gov/

상원의 민주당 원내대표가 되는 척 슈머(Charles Ellis “Chuck” Schumer)

공화당 지지자의 다스 베이더 

뉴욕이라는 거대한 동부 주를 대표하는 슈머는 파워게임과 전략적 협상의 귀재로, 공화당 지지자들에게는 다스 베이더와 같은 인물이다. 공화당 정치홍보 영상에 슈머가 악당처럼 자주 등장하는데, 그 이유는 슈머를 볼 때마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뚜껑’이 열리고, 피가 끓어 오르기 때문이다.

내가 척 슈머를 직접 본 것은 그의 안방인 뉴욕주의 어느 대학 졸업식에서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 대학에서는 학위수여식에 거물급 연사를 데려다가 축사를 시키는 것이 전통이고, 주립대이다 보니 그 주를 대표하는 인물로 상원의원을 연사로 부른 것이다.

이름값 하는 정치인들이 의례 그렇듯, 그도 졸업생들을 축하하는 자리지만 자신의 정책자랑을 살짝 집어넣어서 개인적인 홍보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홍보라도 밉지 않게, 재미있게 하는 재주가 남다른 사람이었다. 자신의 노력으로 학생들이 얼마나 학비를 절감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면서, 학부모의 수입 수준별로 절감된 액수를 이야기하던 슈머는, 가장 고소득자 가정(약 25만 달러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의 경우 한 푼도 할인을 받지 못한다고 말하는 대신 이렇게 말했다.

“만약 부모님 수입이 그만큼 좋다면, 하나님의 축복을!”  

“If your parents make that much money, God bless you!”

뉴욕주립대(버팔로)에 연사로 초대된 척 슈머(2009년, Dave Pape, CC BY) https://flic.kr/p/6nwPHx

뉴욕주립대(버팔로)에 초대연사로 참석해 청중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척 슈머(2009년, Dave Pape, CC BY)

그리고 청중이 가득 찬 스타디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마치 빌리 크리스탈 같은 뉴욕의 유태계 코미디언을 보는 느낌이었다.

공화당에는 악의 축

각 주별로 2명씩 연방 상원의원을 배출하는 미국에서 1998년부터 뉴욕주에서 상원의원을 놓치지 않은 정치인, 척 슈머. 그는 현재 민주당 대선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과는 둘도 없는 친구이다. 그도 그럴 것이 힐러리가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하기 전인 2001년부터 2009년까지 같은 뉴욕주를 대표하는 상원의원으로 함께 일했다.

게다가 그 두 사람은 공화당이 가장 미워하는 민주당 정치인들에 해당한다. 미국의 남북전쟁 때 남부 주들이 북부의 ‘악당’들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양키(뉴잉글랜드 사람)를 사용했듯, 현재 미국의 지역 구도에서 중서부와 남부의 공화당 지지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민주당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이 캘리포니아와 뉴욕의 진보적인 정치인들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하원의장을 지낸) 캘리포니아의 낸시 펠로시와 유태계 상원의원인 척 슈머는 보수적인 미국 백인들이 싫어하는 진보 정치인들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아래에 뉴욕타임스 기사는 그런 척 슈머가 자신의 ‘악명’을 얼마나 영리하게 이용하는지 보여준다.

공화당의 최고 악당으로 양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척 슈머(출처: 뉴욕타임스) http://www.nytimes.com/2016/01/02/nyregion/chuck-schumer-is-the-democrat-the-gop-loves-to-hate-in-2016.html?_r=1

‘공화당에겐 최고 악당’으로 (대선의) 양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척 슈머(출처: 뉴욕타임스)

히스패닉 표 가져올 유일한 공화당 후보

여기서 잠깐 공화당 대선후보 마르코 루비오의 이야기를 해보자.

전에도 몇 차례 이야기한 것처럼, 루비오는 뛰어난 토론실력과 (다른 공화당 후보들과 차별되는) 외교지식을 갖춘, 그리고 무엇보다 본선 승리를 결정하는 히스패닉의 표를 가져올 수 있는 유력한 대선후보다.

DonkeyHotey, Marco Rubio - Portrait, CC BY https://flic.kr/p/vVS1fD

DonkeyHotey, “Marco Rubio – Portrait”, CC BY

공화당, 민주당을 불문하고 선거전문가들은 본선에서 힐러리에게 가장 위험한 적수는 루비오라고 꾸준히 강조해왔다. 문제는 그런 루비오를 공화당 지지자들이 싫어한다는 점이다. 즉, 현재 공화당의 경선은 힐러리를 이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놔두고 필패의 카드들이 다투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루비오가 히스패닉이기 때문에 공화당 백인들이 싫어한다고 할 수는 없다. 테드 크루즈 역시 히스패닉이지만, 아이오와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 않은가. 젭 부시는 히스패닉 여성과 결혼했지만, 공화당을 주도하는 세력의 지지를 받는 데 전혀 문제가 없지 않은가.

루비오의 ‘원죄’ – 이민자 법안  

그렇다면 루비오의 원죄는 무엇일까? 바로 이민자 법안을 가지고 민주당과 합의를 주도한 상원의원이라는 것이다.

정치는 원칙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는 타협의 예술(art of compromise)이다. 원칙을 고수하고 타협을 거부하는 것을 우리는 전쟁이라고 부르지, 정치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그대로 대변하지 않고 상대 당과 타협을 하는 정치인들을 배신자로 낙인찍는다. 그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특히 히스패닉들의 지지를 받는 히스패닉 후보인 루비오의 그런 (이민자에게 유리한) 이민자 법안 타협은 다른 어떤 후보의 타협보다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순수한 공화당의 핏줄이 아니라고 보이는 것이다. 히스패닉이라는 정체성은 루비오라는 후보에게 그렇게 상황에 따라 유용한 자산이 되기도 하고, 부담스런 짐이 되기도 한다.

Max Goldberg, Marco Rubio, CC BY https://flic.kr/p/B6f3R7

Max Goldberg, “Marco Rubio”, CC BY (2015년 12월)

루비오를 영리하게 ‘저격’한 척 슈머 

그렇게 절벽에서 팽팽한 외줄 타기 하는 루비오를 살짝 밀어버린 인물이 다름 아닌, 이민법 타협안의 협상 파트너 척 슈머다. 슈머는 힐러리가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자마자 누구보다 먼저 공개적 지지의사를 밝힌 힐러리의 우군이다. 그리고 작년 말, 루비오가 공화당 토론회에서 연거푸 좋은 성적을 내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힐러리의 최대 적수가 될 싹을 자르기 위해 CNN에 등장해 그만이 가능한 포석을 한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자신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아는 슈머는 그런 이미지를 백분 활용해서 (자신과 함께 만든) “상원의 이민자 법안에는 온통 루비오의 지문이 묻어있다”고 자랑스럽게 밝힌 것이다. 자신의 협상 파트너였으니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루비오를 저격하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루비오의 상승세를 저지하려는 후보들, 특히 테드 크루즈의 수퍼팩은 그러한 슈머의 말을 인용해서 루비오를 공격했고, “이민자들이 몰려온다”는 트럼프와 크루즈의 위협에 겁먹은 공화당 지지자들은 슈머의 수에 완전히 놀아나게 된 것이다.

2007년 밀워키에서 있었던 라틴계 노동자의 거리 행진 (Voces de la Frontera, Day without Latinos, Milwaukee-2007, CC BY) https://flic.kr/p/5ndZ3V

2007년 밀워키에서 있었던 라틴계 노동자의 거리 행진 (Voces de la Frontera, “Day without Latinos, Milwaukee-2007”, CC BY)

게다가 가뜩이나 기존 공화당 정치인들의 민주당과의 타협에 신물이 난 티파티 세력들에게 루비오는 “더러운 정치인”으로 낙인이 찍히게 되었다. 그 결과 루비오는 뛰어난 언변과 토론실력을 갖추고도 여전히 경선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서 고전하게 된 것이다.

정치의 본질

물론 그것이 루비오의 끝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첫 경선은 대중적인 인기투표와 실제 표몰이 능력이 얼마나 다른지를 확인시켜 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어떻게 결말이 나더라도 루비오의 연말 상승세를 꺾어버린 척 슈머의 전략 전술은 정치라는 것이 얼마나 정교한 예술인지 잘 보여준다.

그런 정치인을 두고 우리는 ‘중상 모략가’라거나 ‘파트너의 등에 칼을 꽂는 배신자’라고 욕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현대 민주정치는 내전(內戰, civil war)의 평화적인 대안이지, 요순시절의 타락형이 아니다. 서로 이익이 상충하는 집단들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은 살인을 저지르거나 현행법을 어기지 않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 체스를 둘 줄 알아야 한다.

사회가 단순할 때는 대중 호소를 통해 여론을 모아 국론을 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질수록 다양한 이익집단의 충돌이 잦아지고, 하나로 통일된 국론은 기대하기 힘들어지며, 기대해서도 안 된다. 그런 사회에서 내가 옳다고 믿는 정책을 통과시켜 줄 사람은 판세를 읽고, 상대방의 허점을 노릴 수 있는 마스터 전략가이지, 대중호소력만 가진 연설가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2009년 "해피 프라이드"(성 소수자 행사)에 확성기를 들고 직접 나선 척 슈머 (jammmick, Loyal Supporter, CC BY) https://flic.kr/p/6ACNuV

2009년 “해피 프라이드”(성 소수자 행사)에 확성기를 들고 직접 나선 척 슈머 (jammmick, “Loyal Supporter”,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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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상현
초대필자.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운영자

미디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메디아티에서 콘텐트랩을 이끌고 있으며, 미국 정치뉴스에 관심을 갖고 짬짬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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