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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미국 사회는 완전히 진보로 돌아섰다. 그걸 방증하는 게 활활 타오르는 트럼프 현상이다.

인종주의적 막말을 쏟아내면서도 공화당 여론조사에서 전국 1위를 놓치지 않는 트럼프를 두고 미국 사회의 보수 우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주에 몇 개의 의미 있는 분석기사들이 등장하면서 트럼프 현상에 대한 해석이 가닥을 잡고 있는 눈치다.

DonkeyHotey, "Donald Trump - Drum Major Clown", CC BY SA https://flic.kr/p/uAGFDv
DonkeyHotey, “Donald Trump – Drum Major Clown”, CC BY SA

누가 트럼프 현상을 만드는가?

이에 답을 하려면 뺄셈을 해야 한다.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전체인구에서 제외하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세력이 남는다. 진보세력, 민주당 지지자들은 전부 빼야 한다. 마이너리티의 가장 큰 그룹인 히스패닉과 흑인들은 절대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으니 빼야 한다. 아시안들도 다르지 않다. 그럼 백인들이 남는다.

하지만 백인들 중에서도 “블루 스테이트”들, 즉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접한 주들은 트럼프 현상을 혐오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같은 백인들이라도 대졸 이상의 학력이 높은 경우나,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는 트럼프 지지율이 높지 않다.

결국, 중서부와 남부에 사는 백인들, 특히 학력이 고졸 이하인 경우, 기독교인들일 경우 트럼프 지지자일 가능성이 높다.

Beatrice Murch, CC BY https://flic.kr/p/etbXm
Beatrice Murch, CC BY

왜 트럼프를 지지하는가?

그들은 이제껏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사람들이 없었다. 그런데 트럼프가 나타난 것이다.

이제까지 공화당을 지지해온 건 뭐고 왜 이제 와서 트럼프에 열광하는가? 그들은 갈수록 공화당의 방향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어쩐 일인지 의회를 장악하고도 대통령에 끌려다니거나 손을 잡는 눈치다. 게다가 대통령은 자신과 피부색이 다르고 동부의 명문대학을 나온 엘리트다. 헌법을 가르치는 교수를 해서인지 어휘도 말투도 자신들과 다르고,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진보적인 정책을 추진해서 차례차례 성공시켰다.

수백 년을 이 땅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던 백인들은 갈 곳을 잃었다. 공부를 못해도 내 손으로 땀 흘려 일하면 내 집 사고, 식구 먹여 살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배워온 모든 가치가 무너졌다. 민주당은 실감도 나지 않는 환경문제를 진보적으로 해결한다고 조약을 체결해서 내가 일하던 탄광은 문을 닫고, 화력발전소는 발전을 멈췄다.

코끼리

미국을 일으킨 중서부의 농업과 공업은 갈수록 천대받고, 동부의 금융과 서부의 테크놀로지 산업은 승승장구한다. 전자는 저학력 백인들이, 후자는 유태계를 비롯한 고학력 이민자집단들이 우세한 산업이다. 민주당은 그러한 사람들과 손을 잡고 진보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공화당 지도부는 그러한 세력과 타협하거나 밀리는 모양새다.

백인들은 화가 났다. 하지만 자신들의 언어는 천박하다고 한다. 자신들의 솔직한 생각을 말하면 인종주의자라고 욕을 먹는다. 그런데 트럼프가 나타난 것이다.

히스패닉 표가 대선을 결정한다 

오바마 대통령하에서 진보 세력은 엄청난 승리를 거두는 중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 당분간 멈출 수가 없는 인구구조로 변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footnote]밀레니얼(Millennial) 세대: 1980년~2000년 사이 출생자[/footnote]는 2000년에 투표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조지 W. 부시가 당선되었지만, 이제는 어림도 없다. 그리고 그들이 오바마를 백악관으로 보냈다.

진보적인 생각으로 무장한 미국의 밀레니얼들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인종구성은 민주당에 유리하게 변했다. 히스패닉과 흑인만 합쳐도 인구의 ¼이 넘는다. 지난 대선에서 롬니가 패배한 이유는 히스패닉의 표 때문이다. 이번에도 히스패닉 표의 향방이 대선을 결정한다.

하지만 공화당에서 히스패닉의 표를 다만 얼마라도 가져올 수 있는 두 후보, 젭 부시와 마르코 루비오는 히스패닉들이 혐오하는 두 후보,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에 밀려나 있다. 이대로 내일 대선이 치러진다면 민주당의 승리다.

Chris Phutully, "Hispanic Fiesta", CC BY https://flic.kr/p/hD7hXw
Chris Phutully, “Hispanic Fiesta”, CC BY

그냥 감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레딕트와이즈(Predictwise)의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확률은 60%를 넘겼다. 미국 대선에서 이 정도는 압도적인 확률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힐러리가 특별히 강해서가 아니다. 공화당 후보들이 특별히 약해서이다.

공화당 후보들 중 본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는 마르코 루비오이지만, 아직도 여론조사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 카슨, 크루즈 중에서 공화당 후보가 결정되면 힐러리의 승리는 사실상 확정이다.

2016 미국 대선 승리 정당 예측 (출처: http://predictwise.com/ http://predictwise.com/politics/2016-president-winner/
2016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정당 예측 (출처: predictwise.com)

레이건의 중력 

역사의 무게추라고 해도 좋고, 푸코의 진자라고 해도 상관없다. 미국사회의 이동이다. 민주당도 똑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게 로널드 레이건 때였다. 60~70년대를 거치면서 흑인인권운동, 여성운동 등 진보적인 20년을 거치고 나면서 미국사회는 피로해졌다. 특히 고집불통 카터 행정부 하에서의 정체(gridlock)를 경험한 미국사회가 레이건의 등장과 함께 급격히 우회전했더랬다.

어느 정도의 우회전이었느냐 하면, 민주당의 의원들도 레이건에 동의했고, 국민들도 동의했다. 심지어 그런 레이건 후에 등장한 빌 클린턴도 지금 오바마에 비하면 그저 중도에 불과한 대통령이었다. 그만큼 레이건 우파의 중력은 막강했다. 사회 분위기였다.

로널드 레이건(1911년 ~ 2004년, 임기: 1981년 1월 ~ 1989년 1월, 사진은 1981년 당시 모습) https://ko.wikipedia.org/wiki/%EB%A1%9C%EB%84%90%EB%93%9C_%EB%A0%88%EC%9D%B4%EA%B1%B4
로널드 레이건(1911년 ~ 2004년, 임기: 1981년 1월 ~ 1989년 1월, 사진은 1981년 당시 모습)

이제 오바마도 성에 안 차는 진보 

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크다고 할 수 있는 현상이 오바마 좌파의 중력이다. 그게 지금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백 년 동안 최고의 진보 대통령이라는 찬사를 받는 오바마도 진보세력의 공격을 받는다.

진보 입법이 기대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충분히 진보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더 어떻게 진보적이냐고 항변하겠지만, 사회 분위기는,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기대치는, 오바마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미국은 지금 그런 시절을 보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1961년 ~ 현재, 임기: 2009년 1월 ~ 2017년 1월, 사진: Pete Souza) https://ko.wikipedia.org/wiki/%EB%B2%84%EB%9D%BD_%EC%98%A4%EB%B0%94%EB%A7%88 https://en.wikipedia.org/wiki/Pete_Souza
버락 오바마(1961년 ~ 현재, 임기: 2009년 1월 ~ 2017년 1월, 사진: Pete Souza)

그리고 중부의 블루칼라 백인들은 ‘내가 살던, 내 조상이 살던 미국’이 사라졌음을 발견했다. 도대체 어디다 호소해야 할지 모르는 상실감에 빠져있다. 그런데 트럼프가 나타난 것이다.

‘자포자기’ 트럼프도 지지자도 바보는 아니다 

그런 그들도, 트럼프도 바보는 아니다. 트럼프는 절대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아니, 트럼프를 밀면 힐러리가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걸 알면서도 지지를 보내고 있을 만큼 자포자기 상황이다.

미치 매커널, 폴 라이언, 밋 롬니 같은 당 중진들을 믿지 못한다. 아니, 당의 중진들이 미는 젭 부시 따위의 후보를 당선시키느니 힐러리가 되는 걸 마다 않겠다는 태도다.

그리고 그들은 질 것이다. 이제 백인은 미국 사회에서 마이너리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상이 바뀌었음을 인정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활활 타오르는 분노가 트럼프 현상이다.

Jamelle Bouie, "trump making a face", CC BY https://flic.kr/p/yCXPEo
Jamelle Bouie, “trump making a face”, CC BY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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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1. 기사를 쓰신분의 말씀과는 정반대로 미국시간 1월8일 발표된 FOX NEWS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힐러리의 양자대결에서 지지율은 트럼프 47% 힐러리 44%로 나오는군요.

    이런 장문의 기사를 쓰실 시간이 있으시다면 RealClearPolitics 나 huffingtonpost pollster에 가셔서 마우스 마우스로 몇초만 딸깍하시면 최신 여론동향을 확인할수 있으실텐데요. 그리고 2016년 대통령선거에서 투표율을 감안한다면 백인 유권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72%를 넘을것으로 예측되는데, 영향력이 별로 없는 히스패닉의 비중은 과대평가하시면서 백인의 비중은 폄하하시니 참으로 이해가 안됩니다.

    트럼프는 여론조사 표본에서 백인들 기준으로 힐러리에게 60:40 가량으로 앞서고 있는데요. 그리고 히스패닉은 유권자로 등록된 수가 적고 (미성년자도 많고 유권자 등록 안한 사람도 많고) 투표율도 40%대후반대로 아주 낮아서 이번선거에서도 득표수 총계 기준 10%정도의 비중을 차지할것으로 예측되네요. 게다가 히스패닉은 그나마도 전체의 반이상이 캘리포니아,뉴욕,텍사스에 삽니다. 스윙스테이트가 아닌곳이죠. 여기서 아무리 히스패닉들의 지지로 민주당 표가 많이 나와봐야 선거인단 합계에서 아무런 변동이 없습니다.(캘리포니아,뉴욕은 민주당 차지. 텍사스는 백인몰표로 공화당 차지)

    스윙스테이트에서는 플로리다(선거인단 29명),뉴멕시코(선거인단 겨우 5명)를 제외하면 히스패닉이 차지하는 유권자 비중은 5%도 안됩니다. 거기에다가 히스패닉중에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들도 꽤 되어서 30%정도나 된답니다. (못믿겟으면 여론조사를 확인해보시죠.)

    5%도 안되는 히스패닉중에서 민주당이 트럼프와 40%정도의 격차를 더 벌여봐야

    스윙스테이트에서 2%정도를 앞설뿐이죠.

    거기에다가 플로리다주는 쿠바출신 보수 히스패닉이 많아서 가장 마지막 여론조사로는 트럼프 49% 힐러리 41%일정도로 트럼프가 우세한곳이죠.

    즉 스윙스테이트에서 히스패닉으로부터 야기되는 1~2%정도의 미미한 격차는 아직 유권자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백인들의 지지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고도 남죠.

    그러니까 미국시간 1월8일 기준으로 발표된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47%

    힐러리 44%로 나온게 아니겠습니까?……^^

    아직도 72%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백인이 무섭게 트럼프로 결집하고 있구요.
    더군다나 롬니는 아시안 유권자에게서 거의 20:80 수준으로 오바마에게 박살이 났지만 트럼프는 아시안 유권자들에게서 힐러리에게 50:50 Flip수준의 대등한것도 아셔야죠. 지금처럼 트럼프 바람이 불기전 2014년 중간선거에서도 아시안은 48%가 공화당에 투표했던건 아시나요?

    트럼프는 롬니보다 훨씬 강한 후보입니다.

    롬니보다 백인,히스패닉,아시안 모두 지지율이 높은게 트럼프이기 때문이죠.

    (그 허접한 롬니도 근소한 차이로 패한 플로리다,펜실베니아,오하이오에서 이겼더라면 당선이 될뻔했던것은 아시는지요?)

    그리고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미국대선은 선거인단으로 뽑기때문에

    민주당은 더욱 불리합니다. 주 지지기반인 히스패닉의 절반이상이 스윙스테이트가 아닌 텍사스,뉴욕,캘리포니아에 살기때문에 스윙스테이트에서 별 힘을 쓸수가 없기떄문이죠. 차라리 한국식으로 전체 득표수 합계로 한다면 민주당에게 승산이 약간이라도 있을수 있겠지만,

    백인 결집, 아시안 대등(롬니는 2:8로 패했던), 히스패닉에서도 30%가량 지지확보의 구도하에서는 오히려 민주당이 필패할 가능성이 더 높네요.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제발 미국 대선에 대해서 기사를 쓰시는 분이라면 그저

    트럼프가 패할것이다라는 말씀만 반복하지 마시고 RealClearPolitics 나 huffingtonpost pollster에 가셔서 마우스 클릭 딸깍딸깍으로 1-2분정도라도 투자하셔서 확인하신다음에 기사를 쓰시길 바랍니다.

  2. 다시 말씀드리지만 히스패닉 표가 대선을 결정한다는 진단은, 미국 선거제도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진단입니다. 히스패닉의 절반이상이 밀집해 사는 뉴욕,캘리포니아,텍사스에서 아무리 히스패닉 몰표가 나와서 뉴욕,캘리포니아에서 민주당이 설혹 75% 대 25%로 공화당을 이긴다하더라도 예전에 60%대 40%로 이길때와 얻던 선거인단이 달라지는게 아니니까요. (텍사스는 백인들 공화당 몰표로 레드 스테이트라 가망이 없구요.)

  3. 예전 트위터에서 그런 짤방을 본적이 있습니다(아쉽게도 이미지는 찾지를 못하겠네요). 미국 지도를 그려놓고 ‘미국인이 생각하는 미국’이라는 농담조의 제목이 붙어있었습니다. 서쪽은 LA(캘리포니아도 아니고 태평양 연안은 그냥 다 LA입니다. 나머지도 다 이정도로 러프하게 그려져있더군요. 일단 그게 웃겼습니다), 동쪽은 뉴욕+워싱턴, 플로리다는 놀러가는곳, 남부는 텍사스. 그런데 이 동네들 제외하고 중부, 중서부에는 이런말이 적혀있더군요. ‘여긴 대체 뭐하는 곳이야?!’라구요.

    미국 인터넷 세대가 유독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디트로이트 자동차 공업이나 여러가지를 느낄 일이 없어서 저런 개그가 나온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거기, 말 그대로 ‘대체 뭐하는지 모르겠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트럼프 지지층이라 생각하니 느낌이 새롭게 와닿네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4. 아무리 통찰력있고 깊이 있는 비판이라고 하더라도 그 글이 비난으로 보이면 외면을 받기 마련입니다.
    원 글을 쓰신 분의 통찰력이 ‘마우스 클릭 딸깍딸깍’도 하지 않은 글로 보이지 않습니다.
    의견이 다르다고 무시하고 폄훼하는 모습은 절대로 아름답지도 않고 설득력 마저 없습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님의 무례하고 상대비하하는 말에 박상현 님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두렵군요.
    신의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좋은 정보와 견해를 준비해 주시는 분께 격려와 감사는 못하더라도 실례가 되어서는 곤란 할 듯 합니다.
    박상현 님께 대신 사과의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늘 좋은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5. 위의 분이 제시하신건 의견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실증을 바탕으로 필자의 논리를 비판한 걸로 보입니다. 마음 상하는 몇마디 했다고 해서 부르르 떠는 모습도 보기 안좋네요.

    여기는 미국 대선 후보를 어떻게 잘 예측할지 토론하는 곳 아닌가요?

  6. 이런….. 이 주장이 맞는지 틀리는지 그게 그리 궁금하나요?
    시험 문제도 아닌데…

    그저 또 다른 시선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 이런 저런 기사와 정보를 바탕으로
    자기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세요.
    그냥 댓글에 주저리 주저리 달지 말고 정립된 자기 생각을 슬로우 뉴스에 올리면
    되는 거예요.

    참~~~ 여론조사를 어떤 것을 인용할 지는 필자가 정하는 것이구요.
    그것이 거짓이 아닌 이상 그대로 판단하면 되는 겁니다.
    그 속에서 이 기사의 신뢰도를 판단하면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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