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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인권가이드: 게시물 삭제하라는데 어떻게 하죠?

“내 귓속에 도청장치가 있습니다, 여러분!”

1988년 8월 4일 MBC 뉴스데스크 생방송 진행 중에 생긴 해프닝을 기억하십니까? 27년이 지난 지금, 그 해프닝은 우울한 예언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손 안에 도청장치'(스마트폰)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털면 털리는 시대. ‘천 개의 눈’으로 감시받고, 연간 1천2백만 건의 통신사실이 수사기관에 의해 확인받는 시대. 진보네트워크센터가 그동안의 정보인권 상담 사례‘정보인권가이드’로 정리해 슬로우뉴스에 특별연재합니다. (편집자)

정보인권가이드 목차

사례와 질문

게시판 운영자입니다. 경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혹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게시판에 북한 관련 게시물이 있으니 글을 삭제하라고 종종 요구합니다. 누가 쓴 글인지 알지 못하지만, 막무가내로 삭제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보인권가이드

답변

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위)의 삭제 요청에 반드시 따라야 할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삭제 요청에 응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삭제 명령은 강제력이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삭제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고발조치 됩니다.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의 게시물 삭제 명령까지 거부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고민하셔야 합니다.

좀 더 자세히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통망법) 제44조의7 제1항에서 음란물, 명예훼손 게시물, 국가보안법 위반 게시물 등을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통망법 제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3.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
  4.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하는 내용의 정보
  5. 청소년 보호법에 따른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상대방의 연령 확인, 표시의무 등 법령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의 정보
  6. 법령에 따라 금지되는 사행행위에 해당하는 내용의 정보
  7. 법령에 따라 분류된 비밀 등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내용의 정보
  8.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
  9. 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敎唆)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

경찰, 방통심위, 방통위의 삭제 요청은 위와 같은 조항에 따라 이루어지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자의적인 판단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례로 법학과 교수가 작성한 북한 관련 글이나 중앙일간지의 북한 관련 기사와 같이 불법이 아님이 명백해 보이는 글에 대해서도 삭제 요구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위 사례와 같이 북한 관련 게시물이라 하더라도 일방적인 삭제 요구에 응할 것인지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여왕 폐하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방심위 기사단

예를 들어 경찰이나 방통심위의 삭제 요청은 따라야 할 법적 근거가 없고, 이에 불응하였다 하여 처벌을 받는 것도 아니므로 게시물 삭제를 원치 않는다면 굳이 따라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들의 요청은 ‘우리가 보기에는 문제가 있는 게시물 같은데 삭제하는 게 어떻겠니?’라는 권유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약 게시판 운영자가 경찰의 삭제 요청을 거부하면, 경찰은 방통심위에 심의를 의뢰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방통심위가 심의를 거쳐 운영자에게 다시 게시물 삭제를 요청합니다. 방통심위의 요청(시정 요구)도 강제력이 없으므로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하다면 시정요구를 받는 날부터 15일 이내에 방통심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정통망법 제44조의7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정보의 경우, 방통심위의 시정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방통위가 삭제를 명령할 수도 있습니다.

그중 국가기밀 누설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 등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요청이 있으면서 방통심위의 시정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면, 방통위가 반드시 삭제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참고로 이 과정에서 방통위는 삭제 명령을 내리기 전에 서비스 제공자나 이용자의 의견을 청취해야 합니다.

만약 제44조의 7에서 규정하는 불법정보가 아닌, 방통심위가 그저 불건전하다고 생각해서 시정요구를 하는 경우에는, 방통심위의 시정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방통위가 삭제 명령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정통망법 제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② 방송통신위원회는 제1항 제1호부터 제6호까지의 정보에 대하여는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또는 게시판 관리·운영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 다만, 제1항 제2호 및 제3호에 따른 정보의 경우에는 해당 정보로 인하여 피해를 받은 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그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을 명할 수 없다.

③ 방송통신위원회는 제1항 제7호부터 제9호까지의 정보가 다음 각 호의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또는 게시판 관리·운영자에게 해당 정보의 취급을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하여야 한다.

  1.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요청이 있었을 것
  2. 제1호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4호에 따른 시정 요구를 하였을 것
  3.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나 게시판 관리·운영자가 시정 요구에 따르지 아니하였을 것

④ 방송통신위원회는 제2항 및 제3항에 따른 명령의 대상이 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게시판 관리·운영자 또는 해당 이용자에게 미리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할 수 있다.

  1.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2. 의견청취가 뚜렷이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3. 의견제출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

정통망법 제73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44조의7 제2항 및 제3항에 따른 방송통신위원회의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

게시판 운영자는 방통위의 게시물 삭제 명령에 대해 행정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삭제명령의 위법성을 다투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 첫째, 게시물을 일단 가리고 소송을 제기한다.
  • 둘째, 게시물을 남겨둔 채로 소송을 제기한다.

게시물을 남겨둔 채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형사고발이나 형사소송절차도 같이 진행됩니다. 그리고 이 경우 행정소송이 완결되기 전이라도 기소되어 형사책임을 지게 될 수 있으므로, 신중히 선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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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초대필자, 진보네트워크 활동가

진보네트워크센터와 정보공유연대 IPLeft 활동가입니다. 인터넷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보호, 정보 공유, 망중립성을 옹호합니다. 해적들의 세상을 꿈꿉니다.

작성 기사 수 : 5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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