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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정가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관심을 쏟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조 바이든(민주당)과 폴 라이언(공화당)이다.

DonkeyHotey, "Biden vs. Ryan", CC BY https://flic.kr/p/djgSBw
DonkeyHotey, “Biden vs. Ryan”, CC BY

1. 조 바이든과 아들의 유언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의 양자대결 양상을 보이는 민주당 대선후보 레이스. 이 양자 대결 구도에 한 명 더 뛰어들지 관심을 끌고 있다. 바로 부통령 조 바이든이다.

조 바이든(Joseph Robinette Biden, Jr., 1942년 11월 20일 ~ ) https://ko.wikipedia.org/wiki/%EC%A1%B0_%EB%B0%94%EC%9D%B4%EB%93%A0
조 바이든(Joseph Robinette Biden, Jr., 1942년 11월 20일 ~ 현재)

아들 보 바이든의 죽음과 유언

보 바이든 아직 출마 선언은 나오지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돌고 있는 조 바이든의 출마 이유가 특이하다. 올해 초에 세상을 떠난 아들이 남긴 부탁이라는 것. 델라웨어 주의 검찰총장이었던 바이든의 아들 보 바이든(Beau Biden, 1969년 2월 3일~2015년 5월 30일, 사진)는 2015년 5월 46세의 나이에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알려진 바로는 죽기 전 아버지인 조 바이든에게 이렇게 당부했다고 한다.

“백악관이 클린턴 가문에게 다시 넘어가게 하지 마라. 바이든 집안의 가치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

그런 아들의 유언을 처음 퍼뜨린 것은 뉴욕타임스의 입심 강한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 다우드가 쓴 8월 1일 자 칼럼은 바이든이 자신의 출마에 대한 여론을 들어보기 위한 일종의 ‘시험 풍선’(trial balloon)이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 내밀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언론인은 많지 않지만, 그래서 각별하고 비밀스러운 통로로 정치인들이 이용한다. 그런 ‘소문’이 나오면 다른 언론과 여론이 반응하고, 그걸 퍼뜨린 정치인은 물에 뛰어들기 전에 수온을 체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첫 부인과 딸을 잃었던 바이든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다니는 바이든 부통령이지만, 그의 인생은 쉽지 않았다. 올해 세상을 떠난 아들 보는 어린 시절 끔찍한 교통사고에서 살아남은 아이다.

그 교통사고에서 바이든은 아내와 어린 딸을 잃었다. 1972년, 바이든이 젊은 나이에 델라웨어 주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된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다. 그 후로 바이든의 프로필 기사에는 그 사고 이야기가 항상 따라다닌다.

보는 상처한 아버지에게 지금의 아내 질 바이든과 결혼을 권유했고, 새어머니 질의 따스한 보살핌으로 슬픔을 이겨내고 훌륭하게 자라난 보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계에서 이름을 날리며 착실하게 성장해왔다. 그러던 중 뇌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두 번째 부인 질 바이든과 함께 춤추는 조 바이든(2009년 모습). 둘은 1977년 결혼했다. (출처: TonyTheTiger, CC BY-SA 3.0) https://en.wikipedia.org/wiki/Joe_Biden#/media/File:20090120_Jill_and_Joe_Biden_at_Homestates_Ball.JPG
두 번째 부인 질 바이든과 함께 춤추는 조 바이든(2009년 모습). 둘은 1977년 결혼했다. (출처: TonyTheTiger, CC BY-SA 3.0, under the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자식 잃은 역대 미국 정치인들 

미국의 유명 정치인 중에는 그렇게 정치인이던 시절에 자식을 잃은 경우가 드물지 않다.

존 F. 케네디의 아버지는 2차 대전 때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한 큰아들(존의 형)을 잃었고, 클린턴 당시 부통령을 하고 조지 W. 부시와 대통령 자리를 놓고 대결했던 앨 고어는 어린 아들이 차에 치여 세상을 뜨는 걸 눈앞에서 봤고, 그 사고로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음을 책에서 고백한 적이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존 케리와 러닝메이트이기도 했던 존 에드워즈의 큰아들은 고등학교 때 운전면허를 딴 날 차를 몰고 나가다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물론 가장 유명한 것은 링컨이다. 아들 네 중 세 명이 20살이 되기 이전에, 혹은 어린 나이에 죽었다. 그중 둘은 링컨이 살아있을 때 사망했고, 링컨의 아내는 그로 인해 백악관 시절 신경쇠약으로 고생하면서 힘겨운 나날을 보낸 것으로 유명하다(링컨의 개인적 고뇌는 Adam Gopnik의 책 [Angels and Ages]를 비롯해 많은 전기에서 잘 드러난다).

바이든은 과연 대선에 나올까? 

문제는 정말 조 바이든이 대선에 출마표를 던질지다. 힐러리 캠페인 쪽에서는 “좋은 정치경력을 그렇게 끝낼 사람이 아니다”고 말하면서 선거 불참을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역사적인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이 나오는 걸 막는 역할을 바이든이 하겠느냐는 것이다.

반면, 샌더스의 본선 승리 가능성이 적은 것을 염려하면서도 클린턴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바이든을 좋은 대안으로 여긴다. 워싱턴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기 때문에 신선하지는 않지만, 오바마가 러닝메이트로 삼고, 부통령을 맡길 만큼 신뢰할 만한 연륜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지난 화요일(미국 시각 10월 13일)에 있었던 민주당 후보 토론회를 지켜보려고 했을 것이다. 거기에서 힐러리가 곤경에 빠지고, 샌더스가 승세를 잡으면 바이든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샌더스의 본선 승리 가능성은 트럼프만큼이나 낮고, 그럼에도  샌더스가 경선에서 승승장구하면 민주당 온건 중도파는 안전한 선택을 찾을 것이며, 바이든은 좋은 대안이다.

하지만 첫 번째 토론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힐러리를 보면서 출마카드를 다시 생각하는 중일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후보 등록 등의 절차적인 문제로 시간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divide style=”2”]

2. ‘라이언 일병’은 공화당을 구해낼 수 있을까? 

지금 미국 야당(공화당) 모습이 한국 야당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각이다.”

미국 공화당은 한국 새정연과 닮은꼴?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현재 정치상황을 보면 불행한 두 야당의 꼴에는 비슷한 면이 많다.

  • 국민 절반이 미워해도 굳건히 버티는 대통령
  • 일치단결해서 정권을 가져와야 상황에서 뿔뿔이 흩어지는 의원들
  • 원칙과 순수성에 집착해 지도부의 힘을 빼버리는 소수파의 모습
  •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여당에 입법 사안마다 사사건건 대들었다가 연전연패
  • 다가올 대선 전망도 암담한 상황

그래서 폴리티코는 그런 공화당의 현 상황을 설명하는 기사 제목을 “잔치는 끝났다(The Party’s Over)”고 표현했다(물론 여기에서 party는 ‘당’을 의미하는 중의법).

POLTICO - "The Party's Over", 2015. 10. 8. http://www.politico.com/magazine/story/2015/10/kevin-mccarthy-end-of-gop-213232
POLTICO – “The Party’s Over”, 2015. 10. 8.

하원의장 사퇴와 “좀 멍청한” 케빈 매카시 

공화당 상황이 특히 한심해 보이는 이유는 하원 다수당이라는 지위 때문이다. 의석수만으로 보면 뉴트 깅그리치 때처럼 얼마든지 대통령과 국정을 꼼짝 못 하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존 베이너의 급작스런 사퇴로 당장 10월 말에 공석이 될 하원의장(House Speaker)에 누구를 뽑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Kevin_McCarthy2
멍청함을 증명(?)한 매카시

베이너가 사퇴를 발표하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하원의장 후보가 케빈 매카시(Kevin Owen McCarthy, 1965년 1월 26일~ 현재, 사진)다. 매카시가 후보로 떠오르자마자 뉴욕타임스의 게일 콜린스는 칼럼에서 “매카시가 좀 멍청(dim)하다는 말은 있지만…”하고 재 뿌리는 소리를 했다.

그런데 매카시는 몇 주가 안 되어 콜린스의 그런 평가를 완벽하게 확인해주었다. 클린턴의 뱅가지 미국 대사 살해사건 처리 문제를 두고 공화당이 의회 차원 조사를 주도한 것이 공화당이 주장한 대로 국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선후보’ 클린턴을 공격하기 위해 계획한 것임을 기자들 앞에서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며칠 안되어 매카시는 하원의장 후보에서 사퇴해야 했다.

공화당 의원들이 하원의장 하고 싶지 않은 이유  

그렇다면 공화당에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정치인이 없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미국의 하원 다수당에 그런 인물이 왜 없겠는가. 문제는 공화당 강경파가 캐스팅 보트를 쥐고 하원의장의 자율적인 협상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하원의장을 하고 싶은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다. 이 강경파는 소수라서 자체적으로 의장을 내세울 수는 없지만, 다수파가 내놓은 의장을 허수아비로 만들어놓을 힘은 된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문제에 역사적인 맥락을 제시한다. 하원의장에게 막강한 권력을 주는 현재 구도는 1970년대 민주당에서 시작해서 1990년대 공화당의 뉴트 깅그리치가 완성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현재 공화당 강경파가 원하는 것은 특정 하원의장이 아니라, 하원의장의 권력 자체의 약화라는 것이다. 베이너 하차가 바로 그러한 힘 빼기의 결과이고, 다음번 하원의장도 그렇게 의원들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그야말로 의장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똑똑한 정치인이라면 의장직에 들어서는 순간 정치적인 독배를 마신다는 걸 잘 안다. 어떤 야심 찬 정치인이 그런 구도에 들어가서 맥없는 모습으로 의장직의 (역사적) 역할 약화를 몸소 보여주고 싶겠는가.

‘똑똑한’ 폴 라이언 일병은 공화당을 구해낼 수 있을까? 

그런 이유로 의장직을 피해 다니는 똑똑한 정치인 중 하나가 위스콘신의 폴 라이언이다.

폴 라이언(Paul Davis Ryan, 1970년 1월 29일~ 현재, 출처: Gage Skidmore, CC BY-SA 3.0) https://en.wikipedia.org/wiki/Paul_Ryan#/media/File:Paul_Ryan_by_Gage_Skidmore_3.jpg
폴 라이언(Paul Davis Ryan, 1970년 1월 29일~ 현재, 출처: Gage Skidmore, CC BY-SA 3.0)

그나마 강경파와 다수파 사이를 오가며 협상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46세의 젊은 나이이고, 지난 2012년 대선 때는 밋 롬니와 러닝메이트로 부통령 후보까지 했던 떠오르는 샛별이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가정에 신경을 쓰고 싶다”는 말로 하원의장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그의 솔직한 대답은 아마 이럴 거다:

‘제가 멍청해 보이나요?’ 

하지만 공화당의 운명이 라이언의 어깨에 달려있으니 며칠 내에 “대승적 관점에서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닥친 문제는 40대의 하원의장이 해결하기에 벅찬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가 정말로 현명하다면 하원의장직을 수락하기 전에 온건파와 강경파 사이에서 당장 다가오는 백악관과의 대치(라기보다는 온건-강경파의 대치)와 관련한 모종의 합의를 얻어낼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물밑 작업이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그는 모든 일정을 취소한 상태라고 하니 아마 구둣발이 닳도록 돌아다니는 중일 거다. 지금 라이언의 협상력에 공화당의 운명과 의회의 미래가 달려있다.

라이언 일병은 의회를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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