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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에 대한 오해와 진실 2: 방통위 기준안은 과연 최선일까

망중립성이 2012년 현재 우리나라 통신 영역 최대 화두입니다. 하지만 망중립성 논의는 용어 자체의 어려움, 각 이해당자사간 의견 차이, 방통위의 비밀주의에 가로막혀 그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망중립성 논의 진행 경과에 맞춰 독자들이 궁금해하거나 오해할 수 있을만한 사실관계를 쉽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이번 회에서는 지난 2012년 7월 13일 발표된 방통위의 통신망 관리 기준안을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편집자)

7. 카카오톡의 보이스톡 기능은 정말 무료인가?

앞서 망중립성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내 돈 내고 쓰는데 왜 무료통화래에서 이야기했듯이 대부분의 스마트폰 소비자들은 일정 기간 동안 매달 요금을 지불하는 약정요금을 내며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고 만약 중도에 해지를 하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 이렇게 약정요금을 지불하면 매달 정해진 만큼의 데이터를 추가비용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접속이 되는 다양한 서비스

사용자들은 이런 다양한 서비스들을 사용하기 위해 비싼 요금제를 약정하고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음악 스트리밍, 트위터, 웹서핑, 포털 웹툰, 지도보기, 소셜게임 등 각종 모바일 서비스를 사용하면 이렇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받은 데이터가 차감된다.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이나 마이피플의 무료통화 기능 역시 다른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와 동일하다. 사용하면 할수록 내가 매달 유료로 구입한 데이터량은 줄어드는 것이다. ‘무료통화’라는 말은 서비스 업체가 mVoIP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추가로 돈을 받지 않는다는 말일 뿐, mVoIP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이미 통신사에 돈을 지불한 상태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통신사들은 데이터량이 매달 종량으로 정해진 소비자들이 이러한 음성채팅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막고 있다. 소비자들이 자기 돈 내고 구입한 데이터를 원하는 대로 사용하겠다는데 음성으로 대화하는 기능에는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문자로 대화해도 데이터가 소진되고 음성으로 대화해도 데이터가 소진되는데 음성으로는 대화하지 말라는 것이다.

통신사가 소비자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강제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심지어 통신사들은 남는 데이터를 매달 이월시켜 주지도 않는다. 일부 통신사에 한해 딱 한 달만 이월시켜 주고 그 이상은 강제로 삭제한다.

8. 정상적인 이용이 어려울 정도로 인터넷 트래픽이 늘어날 것 같다면, 당신의 선택은?

만약 당신이 한국의 도로교통의 혼잡문제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자.

  • 문제: 늘어가는 도로 혼잡 사태에 대해 대응한다면 어떤 걸 가장 기본으로 삼을까?
    • A) 교통량을 잘 분산할 수 있는 각종 원칙과 방안을 우선 강구한다.
    • B) 민자사업자가 운영하는 도로의 톨게이트 요금을 올려서 차들의 통행을 줄인다.
    • C) 도로를 가진 민자사업자들이 시판되는 차 중에서 차종을 지정해 통행을 막도록 허용한다.

위의 질문과 보기는 인터넷 트래픽을 도로교통량에 비유한 것이다. 만약 A)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B)나 C)를 먼저 이야기한다면 국민들의 부담이 커지거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 위의 질문과 보기를 다시 인터넷과 트래픽의 문제로 변경을 해보자. 즉, 이번에는 당신이 한국의 인터넷 트래픽 관리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자.

  • 문제: 늘어가는 트래픽에 대해 대응한다면 어떤 걸 가장 기본으로 삼을까?
    • A) 인터넷 트래픽을 잘 분산할 수 있는 각종 원칙과 방안을 우선 강구한다.
    • B) 국민들이 통신사에 내는 통신요금을 올려서 국민들의 인터넷 사용을 줄인다.
    • C) 이통사들이 현재 전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기술 중 선택적으로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번 경우 역시 B), C) 보다는 좀 더 근원적인 A)가 먼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의 이번 기준안에서는 그 어디에도 트래픽을 분산하기 위한 원칙이나 방안은 찾아볼 수 없고, 현존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규제하고 차단, 제한하는 항목들만 존재한다.

9. P2P는 금지해야 하는 나쁜 기술일까?

P2P는 peer-to-peer의 약자이다. P2P 기술은 네트워크에 접속해있는 구성원들(node)이 각각 클라이언트와 서버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P2P가 저작권을 가진 컨텐츠를 허가없이 불법으로 공유하는 기술로만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예를 들어보자. 전 세계의 각종 비밀문서와 극비정보를 공개한 위키리크스는 P2P의 일종인 비트토렌트에 문서를 공유했다. 이렇게 공유된 문서는 공유를 원하는 사용자가 전세계 1명이라도 존재하면 다른 사용자들이 해당 문서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위키리크스가 네이버 카페나 다음 아고라, 특정 신문사 게시판 등 어느 특정 서버 AAA에 데이터를 올렸다면 어땠을까? AAA 서버는 다운로드를 받으려고 몰려드는 수많은 사용자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서버 다운을 당했을 것이다.

반면 P2P 방식의 비트토렌트는 다운로드를 원하는 수많은 사용자들이 전체 파일의 일부분을 조금씩 조금씩 서로에게 다운로드하고 또 자신이 받은 파일의 일부분을 다른 사용자에게 전달해준다. 이렇게 P2P 기술을 사용하면 트래픽을 분산함으로써 네트워크의 특정 부분에 대한 병목현상이 줄어들고 특정 서비스가 다운되는 현상을 막을 수도 있는 것이다. 즉, P2P는 여러 인터넷 기술 중의 하나이지 무조건 트래픽을 대량으로 유발하기 위한 기술도, 불법을 조장하는 기술도 아니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번 기준안에서 이통사가 다른 인터넷 기술들과는 다른 기준을 들어 P2P 트래픽의 전송을 제한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즉, 트래픽을 분산해서 네트워크의 병목현상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오히려 제한하라고 한 것이다.

10. 우리나라의 인터넷망은 트래픽 분산에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꼭 P2P가 아니더라 할지라도 네트워크가 트래픽을 적절하게 분산하는 형태로 구성이 되어 있다면 그건 모든 인터넷 사용자에게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A] 우리나라 인터넷 모형 / [B] 이상적인 인터넷 모형
출처: potaroo.net

인터넷망과 우리나라의 망을 연결할 때 동등접속은 SK, KT, LG 3개의 독과점 통신사 간에만 허용할 뿐, 그 외 사업자에게는 일방적으로 접속료를 요구하는 중계접속(transit)만을 허용한다. 이렇게 통신사들이 동등접속을 기피하는 행위(de-peering)로 인해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은 자사망 경로로만 트래픽이 집중되는 병목을 만들고 다른 독과점 사업자 (통신3사)의 망과는 중계접속이 가능한 구간을 통해서만 트래픽이 오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트래픽 분산을 거부하고 병목구간을 강화시키는 기형적인 네트워크 구성형태를 갖게 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통신 규제의 역사와 망중립성을 참고하면 된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번 기준안에서도 트래픽을 분산하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을 위해 독과점 기업들이 국가의 통신망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통신사가 자사의 이익을 위해 통신망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방점이 찍힌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지점이다. 방통위는 국가의 기관 아니었던가?

11. 지난 번에 KT는 스마트TV의 기술이 망유지에 해를 끼치기 때문에 막았던 걸까?

지난 2012년 2월 10일 KT는 삼성전자의 스마트TV에 대해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스마트TV란 쉽게 말해 인터넷이 연결된 TV이다. 당시 KT는 다수의 인터넷 사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인터넷 통신망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스마트TV를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했고 만약 통신망에 무임승차하는 데이터가 급격하게 많아지면 IT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5일 만에 접속을 재개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KT는 삼성전자의 스마트TV를 막기 이전인 2011년 10월 31일 ‘스마트홈 패드’라는 태블릿PC를 출시한 바 있다. 이 기기는 올레 TV 나우, 스마트홈 통화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올레 TV 나우는 인터넷을 통해 VOD를 감상하는 서비스이고 스마트홈 통화는 인터넷으로 영상 통화를 지원하는 서비스이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핵심 서비스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지금도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좌측은 삼성전자 스마트TV, 우측은 KT 스마트홈 패드
둘 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전자기기인데 하나는 통신사로부터 영원히 인터넷 접속이 막힐 뻔하고, 하나는 통신사 홈페이지에서 판매가 되고 있다.

KT의 스마트홈 패드는 기기값은 별도로 매달 23,000원의 요금을 지불해야 내야 사용할 수 있는데, 재밌게도 이 기기를 제작한 회사는 바로 삼성전자이다. 즉, KT는 새로운 전자기기나 기술이 나왔을 때, 자신들에게 돈을 내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고 한 것이지 다수의 인터넷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데이터가 급격하게 많아지기 때문에 예방적 차원에서 다른 기기를 차단한 게 아니라 볼 수 있다.

현재 기간통신사업자인 KT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런 차단 행위를 할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전기통신사업법 제95조 제1호)에 처하게 되어있지만 방통위는 ‘엄중경고’만을 내렸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한 방통위는 이번 기준안에서 통신사에게 ‘자체 관리 기준’ 등에 근거하여 망 혼잡 발생 가능성이 객관적이고 명백한 때 VOD 등의 사용을 일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통신사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만 가능하다는 뜻인 걸까? 아니면 통신사에게 다른 회사의 서비스는 막고 자사의 서비스만 활성화 시키라는 뜻인 걸까?

12. 급격히 변하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 표준 기술을 따르지 않으면 트래픽을 제한한다고?

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 라인, 왓츠앱 등의 서비스를 모바일 인터넷 메신저(MIM; Mobile Internet Messanger)라 한다. 이런 서비스들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기 위해서 푸시(push)라는 기술이 사용된다. 간단히 말하면 스마트폰 단말기가 서버에 접속해서 나에게 온 메시지가 있나 없나를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가 오면 서버가 알아서 스마트폰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안드로이드에서 알림(푸시) 기능이 작동하는 방식
현재 잘 사용되고 있는 기술도 국내외 표준이 아니라면 차단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LG전자의 옵티머스, HTC의 디자이어 등의 안드로이드 디바이스들은 구글이 지원하는 C2DM (Cloud to Device Messaging)이라는 방식의 푸시를 사용하고, 애플 아이폰 등 iOS 모바일 디바이스들은 APNS (Apple Push Notification Service)라는 방식의 푸시를 사용한다. 그런데, 방통위는 이번 기준안에서 푸시 알림 기능 관련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표준을 포함한 국내외 표준을 지키지 않으면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개발해서 사용하는 모바일 운영체제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제정하는 표준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 관련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다수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운영체제가 지원하는 푸시 방식이라 할지라도 국내외에서 표준으로 제정되지 않는 기술이라면 언제든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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