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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이의 그곳에 가고 싶다: 엄마는 지민이 덕분에 남들보다 눈을 두 개 더 갖게 됐어

초등학교 3학년인 지민이는 태어나자마자 척추에 생긴 소아암으로 하반신마비로 휠체어를 타지만 언제나 씩씩한 아이입니다. 지민이는 호기심이 많고 활동적이지만 집과 학교 울타리를 넘는 순간 사회는 지민이의 휠체어를 막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지하철을 좋아하는 지민이가 지하철이 닿는 곳을 다니면서 교통약자와 휠체어 탄 사람들에게 불편한 곳이 있다면 가감 없이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많은 분이 “휠체어 눈높이의 눈”을 뜨길 희망합니다.

이 기사는 EBS육아학교와 공동 기획한 연재물입니다. 지민이가 지하철로 가볼 만한 곳을 댓글로 추천해 주세요. 지민이가 추천받은 장소를 대중교통으로 가 본 후 가감 없는 소감을 전달 드리겠습니다.

‘지민이의 그곳에 쉽게 가고 싶다’ 프로젝트는 [카카오 스토리펀딩]을 통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펀딩기금은 ‘휠체어 눈높이의 눈’을 만드는 비용으로 사용됩니다. (필자)

  1. 엄마는 지민이 덕분에 남들보다 눈을 두 개 더 갖게 됐어
  2. “엘리베이터는 내 다리야”
  3. 삼성역의 수퍼맨을 찾습니다
  4. “엄마, 휠체어 리프트는 불편해”
  5. 현장학습이 불편한 이유
  6. 휠체어 타고 제주올레길 가다
  7. “휠체어 위한 지하철 지도가 필요해”

“지민아, 엄마는 지민이 덕분에, 남들보다 눈을 두 개 더 갖게 됐어. 휠체어 눈높이의 눈. 남들은 그 높이에도 눈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지. 엄마는 눈이 네 개여서 좋아. 그러니 지민아. 미안해하지 마. 엄마는 네 덕분에 새로운 세계를 매일 배워 가고 있으니까.”

“학교에서 저는 식당에 갈 때 (휠체어에 타고 있어)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아요. 그래서 저는 배려를 알게 됐어요. 수공예 시간이나 공부할 때 저도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어요. 도와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가장 큰 도움이에요.”

– 지민이와 엄마의 대화 중에서

배려와 이해를 이야기하는 이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유지민입니다. 태어나자마자 척추에 생긴 소아암으로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하반신마비로 휠체어를 타지만 언제나 씩씩합니다.

호기심이 많은 지민이는 체육 시간을 가장 좋아할 정도로 활동적입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도와주고 규칙을 조정해 체육 시간에 참여합니다. 약간 앞에서 출발하는 식으로 계주도 뛰고 팔로 줄 돌리기로 줄넘기를 합니다.

그러나 지민이의 자유는 거기까지입니다. 집과 학교 울타리를 넘는 순간, 갖은 도로 턱과 계단, 울퉁불퉁한 길이 지민이의 휠체어를 막습니다. 집 앞 가게에 무언가를 사러 가려 해도 턱이 있는 가게는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아파도 집 앞 건물 2층에 있는 소아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엘리베이터가 있는 병원 건물을 찾아 일부러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지민이는 지하철을 타는 걸 좋아합니다. 재활치료를 위해 지하철을 타고 병원에 다니던 시절, 지하철역 이름을 외우는 것으로 한글을 배웠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이사 온 순간 지민이의 지하철 나들이는 연례행사로 바뀌었습니다. 집 앞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상일동역에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재활치료도 지하철이나 버스로 한 번에 이동할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장애인콜택시를 부릅니다.

어느 날, 지민이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구체관절인형에 꽂혀 인형 카페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합정역에 인형 카페가 있다고 합니다. 엄마가 쉬는 주말에 지민이가 좋아하는 지하철을 타고 합정역에 가기로 했습니다.

지민이의 그곳에 쉽게 가고 싶다

1코스: 집-상일동역

그곳에 가고 싶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상일동역을 이용하려면 버스 세 정거장 거리를 걸어야 합니다. 혹시나 하여 저상버스가 도착할까 싶어 잠시 버스 정류장에서 멈춰 서울버스 앱을 검색합니다. 저상버스가 30분 후에나 도착합니다. 단념하고 걸어가기로 합니다.

건널목을 이용할 때 휠체어는 혼자 힘으로 건널목에서 인도로 올라가기가 힘듭니다. 경사로가 생각보다 가파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 지민이 혼자 길을 건너기 힘든 이유입니다. 차에 치일까 봐 무서우니까요. 다른 아이들은 문제없이 혼자 다니는 길을 못 간다는 것은 지민이가 그만큼 다른 아이들과 물리적으로 어울리기 힘들다는 것을 뜻합니다. 교우관계도 제한된다는 걸 뜻합니다.

2코스: 상일동역에서 지하철 타기

5호선 상일동역은 서울 지하철역 중에서 엘리베이터가 없는 10여 개 역 중 하나입니다. 이 동네에 이사 온 4년 전부터 꾸준히 민원을 넣었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하철 이용을 포기하다시피 하니, 지하철을 이용해 갈 수 있는 곳에도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처음 상일동역에 ‘휠체어 이용자가 있다’며 전화하면 ‘휠체어 리프트가 있는 1번 출구 쪽으로 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1번 출구와 우리 집에서 가까운 2번 출구의 거리는 버스 정류장 하나 거리. 400m 정도 됩니다. “아이는 제가 안을 테니 와서 아이 휠체어만 들어 주세요. 휠체어 가벼워요. 혼자 드실 수 있어요.”라며 역무실로 전화해 호소합니다. 공익근무요원이 오셔서 휠체어를 들어 주십니다. 아이가 30kg이 넘어가다 보니 아이를 안기에는 이제 버겁지만 그래도 아직은 참을 만합니다.

내려가는 길은 그나마 괜찮습니다. 그러나 올라가는 길은 아이를 안고 가기에는 많이 힘들어서 지하철로 집에 다시 오는 것은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를 안고 계단을 내려가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EBS

지상에서 역무실로, 다시 승강장으로, 아이를 안고 계단을 내려가니 이미 등판에는 땀이 흥건합니다. 지민이가 “엄마 괜찮아?”라며 걱정스럽게 묻습니다.

“엄마, 미안해.”

“미안해하지 마. 미안하다고 하는 것 아니야.”

‘아이가 더 키가 크고 무거워져도 번쩍 들 수 있을 만큼 건강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3코스: 왕십리역에서 2호선 시청방면으로 갈아타기

만약 이곳을 지민이 혼자 왔더라면?

5호선에서 2호선 환승이 가능한 왕십리역에서 갈아타기로 합니다. 지하철 정보 앱을 보니 리프트를 두 번 이용해야 환승이 가능하다고 쓰여 있습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습니다. 리프트를 이용하려면 최소한 하나 탈 때 20분은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 사이에 엘리베이터가 생겼네요. 즐거운 놀라움입니다. 지민이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기분 나쁘게 놀라는 일이 10번 중 9번입니다. 오늘 그 드문 1번의 놀라움이 왔네요. 일단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봅니다.

2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한 길을 봤더니 휠체어는 이용할 수 없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습니다. 에스컬레이터 앞에 아예 엘리베이터 위치를 알려 주면 좋은데 ‘유모차 휠체어 진입 금지’라는 푯말만 붙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엘리베이터를 또 탔습니다. 승강장 방향으로 신나게 걸어갑니다.

내려가는 계단에 리프트도, 엘리베이터도 없습니다.

ⓒEBS

아뿔싸… 내려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리프트도 없습니다. 당연히 엘리베이터도 없습니다. 잠시 서서 망연자실하게 계단을 내려다봅니다. 지민이가 “엄마 어떡해?”라며 걱정스럽게 올려봅니다. 아까 환승 승강장이 어딘지 잘 몰라 엘리베이터 앞에 붙어 있는 붉은색 ‘역무실 호출’ 버튼을 세 번 눌렀는데 답이 없었던 것을 떠올리니, 이번에는 역무실 도움을 받기 힘들다 싶습니다. 역무원이 이 자리로 오는 데 10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가정하면, 별수 같죠.

주변을 둘러봅니다. 도움을 청할 만한 건장한 체격의 남자분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난감해 하고 있으면 10번 중 7번 정도는 ‘도와 드릴까요?’하는 분들이 나타나거든요. 대놓고 도와 달라고 부탁한 적은 없지만, 누가 먼저 이렇게 손을 내밀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는 게 사실입니다. 여기선 별로 운이 좋지 않네요. 역무실 전화번호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엘리베이터로 들떴던 마음인데 뭔가 배신당한 느낌입니다.

결국, 휠체어 방석을 한 손에 들고 지민이를 한 손에 안고 부들거리며 내려갑니다. 방석을 바닥에 놓고 지민이를 앉히기 위해서입니다.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고 해도 내 딸을 맨바닥에 앉히기는 정말 싫기 때문에 방석이라도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얼른 다시 종종걸음으로 올라가 휠체어를 들고 내려옵니다.

"저기 저 엘리베이터로 한번 타볼까?"

ⓒEBS

만약 이곳을 지민이가 혼자 왔더라면? 생각만 해도 슬퍼집니다. 리프트도 없는 곳에서, 아마 스마트폰을 들고 역무실에 전화했겠지요. 전화해서 사람이 오기까지 한없이 기다렸겠지요. 도착한 사람도 사람과 휠체어 모두를 어떻게 들지 난감했겠지요. 어쩌면 일단 바깥으로 나가서 다른 엘리베이터를 갈아타라고 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든, 바로 앞에 걸어서 30초밖에 걸리지 않는 계단이 있는데, 같은 목적지를 가기 위해 족히 20~30분은 더 소요해야겠죠.

이런 곳에 맞닥뜨리면, 다음부터는 다시 여기 오고 싶지 않아집니다. 저도 마찬가지 생각이었습니다. 지민이도 그런 생각이었나 봅니다.

“엄마, 나 때문에 힘들지…”

이날 이후 다시 한 번 지민이와 왕십리에서 2호선으로 환승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5호선 승강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안내대로 갔더니 아예 5호선 개찰구 밖으로 한 번 나가는 길로 이어졌습니다. 재차 표를 끊어 2호선 승강장으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이번에는 계단을 이용할 필요는 없었지만, 일단 밖으로 나갔다가 표를 다시 끊어야 해서 번거로웠습니다.

(지민이는 장애인용 일회용 교통카드를 사용합니다) 처음 이용하는 사람 기준에서 안내가 더 친절하게 되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4코스: 2호선 탑승해 합정역에서 하차

운이 나쁘면 길을 세 번은 건너야 하거든요

2호선 지하철에 오릅니다. 휠체어 구역에 사람들이 서 있습니다. “죄송하지만…”이라고 말하면 대부분 비켜 주십니다. 그래도 오늘 비켜 주신 분들은 힐끗거리며 지민이 휠체어를 계속 쳐다보거나 ‘나도 피곤한데’라는 눈으로 마지못해 비켜주시는 어르신이 아니라서 마음이 좀 편합니다.

합정역에 내립니다. 지하철에서 내리는데 왠지 아슬아슬합니다.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가 좀 떨어져 있어 휠체어 혼자는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나다를까, 합정역 엘리베이터에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가 넓으니 미리 연락해주시면 발판을 준비해 드리겠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그나마 노력한 문구지만, 합정역에서 승차하는 게 아닌 하차의 경우에는 대책이 없습니다. 보호자 없으면 문이 열리고 닫히는 찰나 안전사고가 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합정역은 승강장부터 지상까지 비교적 간결하게 교통약자 안내문이 잘 붙어 있었고, 목적지 근방의 출구에 마침 엘리베이터가 있었습니다. 모든 출구에 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게 아니라, 운이 나쁘면 길을 세 번은 건너야 하거든요. 오늘은 다행히, 10분은 아꼈습니다.

이제 카페로 향합니다.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2층이라고 하는데, 거기 가면 어떻게든 지민이를 안고 올라가야겠지요. 그래도 아이가 좋아할 걸 생각하면 기운이 납니다.

지민이가 이번에 가본 곳은 합정역이었습니다. 서울 시내 지하철이 닿는 곳 중 초등학생 3학년 지민이가 가 보면 좋은 곳을 댓글로 추천해 주세요. 휠체어에 갇혀 아직 지민이는 많은 곳을 가 보지 못했습니다.

지민이가 ‘그곳’까지 가는 길을 동영상으로 알려 드리고, 가다가 교통약자와 휠체어에게 불편한 곳이 있다면 가감 없이 보여주고자 합니다.

지금 지민이에게는 엄마가 가진 네 개의 눈이 함께 하지만, 더 많은 분이 ‘휠체어 눈높이의 눈’을 가지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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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평범엄마
초대 필자, 엄마

휠체어 장애아를 키우며 휠체어 높이의 눈 2개를 새로 얻었고, 그 새로운 시각을 세상에 전파하고 싶은 엄마입니다. 아이에게는, 휠체어 바깥 세상을 보여 주고 싶고 정당한 권리가 장애 때문에 제한받는 일이 있을 때 조리 있게 설득하고 먼저 행동하여 세상을 바꾸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은 평범한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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