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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은 생각하지 마: 노동시장 개혁과 진보의 헛다리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조지 레이코프의 충고이다. 참여정부 시절에 많이 읽힌 책이다. 상대방이 제기한 “프레임 내에서” 놀면, 찬성하든 반대하든 상대방을 유리하게 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코끼리는 미국 공화당의 상징 동물이다.)

노동시장 개혁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새누리당의 의도는 뭘까? 간단하다. ‘양대 노총을 자극해서, 2030세대와 세대 간 이간질을 극대화하는 것.’ 그 자체이다. 왜 이들을 이간질하려 할까? 여러 가지 ‘정치적 실익’이 있다.

‘이간질’ 네 가지 정치적 이익 

첫째, 양대 노총과 2030은 둘 다 새정치연합의 지지기반이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48%를 받았다. 양대 노총도, 2030세대도 상대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더 많이 찍었다. 즉, 이간질을 하면 할수록 이랬든, 저랬든 새정치연합의 지지기반을 ‘무너뜨리는’ 효과가 있다.

둘째, ‘진보의 약점’을 공격하는 전략적 행보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정책을 매개로’ 진보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진보의 3대 약점이 있는데, 그게 바로 ①종북(=통진당) ②노동귀족(=양대 노총) ③반대만 하는 야당(=새정치연합)이다.

박근혜는 진정 ‘싸움의 달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기초연금, 규제 완화는 ‘정책을 매개로’ 자신의 지지층을 챙기는 이슈였다. 반면, 통진당, 공무원연금, 철도 민영화, 노동시장 개혁은 ‘정책을 매개로, 진보의 약점을 공격하는’ 이슈였다. 정책적인 아젠다 세팅에서 전략적-정무적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대부분 청와대가 빤히 예상하고 원하는 대로 대응했다. 반대만 하는 야당답게. )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정규직 과호보' 발언이 있었던 2014년 11월 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 (출처: 청와대)  http://www1.president.go.kr/activity/photo.php?srh%5Bpage%5D=2&srh%5Bview_mode%5D=detail&srh%5Bseq%5D=8569&srh%5Bdetail_no%5D=1004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정규직 과호보’ 발언이 있었던 2014년 11월 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 (출처: 청와대)

셋째, 실제로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데, 이를 ‘선제적으로 방어하는’ 효과가 있다. 청년실업은 실제로 ‘집계 이후’ 최고치인 10.2%이다. 체감실업률 집계로는 23% 수준에 달한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 입장에서는 “4명 중 1명이 청년실업”이라고 경제 무능-고용 무능에 대한 정치적-정책적 책임을 강하게 제기할 수 있는 이슈였다. 그래서 박근혜는 선택한 것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것을.

넷째, 노동시장 개혁 이슈는 새정치연합 지지기반의 이간질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자기네 지지기반인 ‘재벌총수’들에게 (비용절감이라는) ‘현찰’을 제공해주는 이슈이기도 하다. 일거양득, 1타2피 정도가 아니라, 1타4피 정도의 이슈인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답답한’ 대응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그야말로 초점이 어긋난, 답답한 대응을 일삼고 있다.

첫째, 노동시장 개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재벌개혁이 중요하다는 것은 ‘논점 일탈’에 해당한다. 논리적으로 정직하게 접근한다면, 재벌개혁도 중요하고 노동시장 개혁도 중요하다. 심지어 노동시장 개혁 그 자체가 재벌개혁의 일환이기도 하다. 왜? 한국의 노동시장 구조는 ‘재벌중심 노동시장’이기 때문이다. 마치, 한국의 ‘독과점적 산업구조’가 ‘재벌중심 산업구조’와 같은 말의 다른 표현인 것과 같다.

둘째, 기껏 대응한다는 것이 ‘코끼리에 관한’ 대응을 하는 셈이다. 대표적인 것이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세대갈등을 유발한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상대방은 원래 세대갈등(이간질)을 유발하는 것 그 자체가 ‘전략적 목표’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쪽에서는 왜 세대갈등을 유발하느냐고 투정부리는 꼴이다. 새정치연합이 길거리에 붙인 세대갈등 비판의 현수막은 사실은 (새누리당이 몹시 반길만한) ‘코끼리에 관한’ 현수막인 셈이다.

그것은 오늘 김무성의 ‘상위 10% 노조에 의한 3만 달러 실패’ 발언에 대한 진보파의 대응도 마찬가지로 헛다리이다. 김무성의 목표 자체가 ‘상위 10% 노조를 부각하는 것’ 그 자체이다. 김무성의 상위 10% 노조를 비난하면 할수록 그것은 본질에서 새누리당이 원하는 프레임을 강화해주는 ‘코끼리에 관한’, 비난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럼,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가?

조지 레이코프가 제기하는 ‘프레임 이론’의 진짜 핵심은 대중의 의식적-무의식적 ‘공감’에 토대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재벌노조가 ‘상위 10%’라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 대중의 공감을 얻고 있다. 진보가 자꾸 ‘코끼리에 관한’ 대응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근본 이유는 대중이 공감하는 그리고 ‘팩트’이기도 한 것을 ‘부정’하고 상대방과 싸우려니 스텝이 꼬이는 것이다. 먼저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인정하는 것을 전제하되, 다만, 대중이 공감하는, 우리 버전의 프레임을 제기하면 된다.

혁신 아이디어 변화 계획 플랜

대응방향은 크게 보면, 두 가지이다.

첫째, 상대방이 제기하는 논점에 대해서는 ‘대안을 통한 역공’을 해야 한다.
둘째,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의제, 새로운 이슈를 제기해야 한다.

1. 대안을 통한 역공 

이 중에서 대안을 통한 역공은 상대방 주장의 ‘논리적 약점’을 냉정하게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박근혜-새누리당 주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연봉 1억 원 받는 좌파 재벌노조에게 현찰 빼앗아, 청년에게 어음을 제공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럼, 대안적 방향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1. 첫째, 우린 청년들에게 ‘어음이 아닌, 현찰’을 줄 수 있어야 한다.
  2. 둘째, 연봉 1억 원짜리 재벌노조만 건드릴 것이 아니라 연봉 100억 원짜리 재벌총수(=상위 0.1%)도 같이 건드려야 한다. 한마디로 ‘있는 사람일수록 더 책임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식에 호소해야 한다.

2. 새로운 의제 

그다음으로 ‘새로운 의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면은 본질에서 박근혜 정부가 ‘정책을 매개로, 선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매우 현대적인, 매우 세련된 공격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노리는 핵심은 자신에게 더 유리한 지형지물을 만드는 것 그 자체이다. 즉, 압도적인 총선승리 그 자체다. 양대 노총을 자극하는 것도, 청년세대와 이간질을 하려는 것도  모두 압도적인 총선승리를 위해서다.

문제는 2016 총선이다.

문제는 2016 총선이다.

그렇다면, 새정연의 본질적인 대응 역시도 ‘총선승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박근혜의 세련된 대응처럼 ‘정책을 매개로’ 상대방의 지지기반을 허물고, ‘정책을 매개로’ 우리 지지층을 단결시키는 기획을 해야 한다. 그리고 더 강력한 대응은 당의 정치적 혁신을 그 근본에서 주도하는 것이다. 이 혁신은 지도체제의 전면적 개편과 상징적인 인사들의 2선 퇴진, 컨텐츠 혁신 등을 포함해야 하며, 대중의 눈높이로 평가되어야 한다.

‘와~, 새정치연합이 정말 화끈하게, 제대로 혁신하는구나!’

김무성은 생각하지 마

양대 노총도, 2030세대도 둘 다 새정치연합의 지지기반이다. 그런데 양대 노총이 상위10%인 것도 ‘팩트’이다. 그리고 상대방은 철저하게 총선승리를 위한, ‘정치적’ 판단으로, ‘정책적 쟁점’을 만들고 있다.

지금 현재,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말과 “김무성을 비난하지 마”라는 말은 같은 말이다. 그리고 “세대갈등을 비판하지 마”라는 말과도 같다.

오직, 대안을 통한 역공을 효과적으로 해낼 때, 그리고 대중적인 설득력을 갖춘 대안적이고, 새로우며, 혁신적인 이슈를 주도적으로 제기할 수 있을 때, 진보는 승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때 코끼리와 김무성은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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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최병천
초대필자

정치, 복지국가, 사회경제적 구조개혁, 청년, 자영업자, 어르신들의 아픔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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