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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과거를 생각해보면, 거기엔 ‘재미있는 게임과 재미없는 게임’만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던 것이 ‘게임이 노동이 되는 시대’를 거치며 이제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생기게 됐고, 이제는 ‘가성비가 좋은 게임’이라는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한듯하다. (사실 게임만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 해당하고 있다)

가성비가 좋은 게임?

‘가성비가 좋은 게임’의 정의는 대체로 이렇게 파악된다.

투입하는 돈/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고, 그에 비해서 재미가 있거나 돈이 회수되는 게임

‘상대적으로’라는 말은 알다시피 비교 우위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의 수가 ‘최신 게임’이라는 카테고리를 한다고 해도 수백 개는 될 테니, 그중에 돈이 적게 들고 (무료가 가장 우선순위가 높겠지) 오랫동안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이 된다.

플레이 스토어 중에서 다운로드는 무료지만 아이템으로 매출을 올리는 게임들
플레이 스토어 중에서 다운로드는 무료지만 아이템으로 매출을 올리는 게임들

덕분에 최근 3~4년 동안 게임(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업계의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가 프리미엄(freemium)이 됐다. 앱을 다운로드하는 데는 무료고, 게임을 하면 할수록 돈을 쓸 필요를 느끼게 하는 ‘기법’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기 시작했고, 관련해서 국내외 게임개발 커뮤니티에 많은 정보가 올라오고 있다.

사실 물건이라는 것은 구매 욕구(사고 싶다/사기 싫다)에 의해서 구매하는 것이고, 여기에 지불 능력과 “구매희망자가 가지는 가치 > 가격”이면 구매 행위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가격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지불 능력이 충분하다고 가정할 때는 가격보다 가치가 더 비중이 높게 되는 법이다. 하지만 이건 이상적인 과정이겠고, 현실의 문제라면,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제 선택이 두 가지로 좁혀지고 있다.

  1. 구매력이 약한 소비자에게 구매 자극을 촉진해서 구매하게 한다는 것
  2. 구매력이 약한 소비자는 버리고 큰손(일반 용어로는 VIP, 업계 용어로 ‘고래’)들만 상대하는 것

그리고 이들의 구매를 유도하지 못할 바에는 아예 세 번째 방법인 “플레이어 자체를 상품으로 만드는 방법”을 써버린다.

불황(X), 구매력 없는 시대(O)

결국, 이제 게임은 공짜인 것이 되었는데, 이게 게임회사가 이렇게 만들었느냐 하면 그건 전적으로 게임회사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내가 인터뷰에도 이야기했지만, 장기적인 불황의 여파로 이제 불황이 아니라 “저소득 + 고실업률”인 상태가 일상인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불황

구매력이 10년 전, 20년 전에 비해서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게임에 돈 쓸 여유 자체가 없어져 버린 거다. 잘 나가다가 불황이 닥쳤을 때는 게임이 잘 됐지만, 어제도 불황이고 오늘도 불황이고 원래 불황인데 게임을 할 돈이 나도 너도 부모님도 없는 상태니까, 아무리 불황산업이라도 안 되는 거 아닐까 그렇다.

결국, 게임을 소비하는 소비층은 더는 재밌어서 돈을 쓰지 않게 됐다. 주변을 돌아보면 ‘게임에 절대로 돈을 쓰지 않는다’는 계층이나 무과금을 일종의 자존심 혹은 게임회사와의 싸움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마치 게임에 돈을 쓰면 지는 것이 됐다. 그래서 결국 한국의 게임들은 ‘고래 위주의 게임’들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는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현대 자본주의의 구조 자체가 필요에 의한 구매에 기대서는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게(buy) 해야 산다(survive). 어느 지점에 어떻게 사게 할 것인지를 정교하게 연구하고, 플레이어의 심리를 조종하고 압박을 가해서 구매 저항에 승리하는 수밖에 없다. (고전 산업들에서는 이를 ‘마케팅’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할 지점이 발생한다.

많은 게임이 ‘소비자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있고, 많은 돈을 벌고 있는데, 이게 과연 옳은가? 이런 분위기가 게임 회사(자본)와 종사자(노동자)의 이해가 합치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가, 의사에는 반하지만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는 상태인가?

흔히 이야기되는 것처럼 ‘윤리적 소비’나 ‘윤리적 경영’에 빗대어서, ‘윤리적 게임 개발’이라는 것은 단연코 불가능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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