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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공포가 점점 더 확산하고 있습니다. 노환규 박사(전 의사협회장)가 메르스에 관한 과학적 접근법과 최신 정보를 전합니다. (편집자)

  1. 노환규 전 의협회장이 말하는 메르스
  2. 감추는 것이 불안을 키운다
  3. 떠도는 소문의 진실 
  4. 박원순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에 대해
  5. 환자와 의료진에게 응원이 필요하다
  6. 중동과 한국의 차이
  7. 임산부 감염과 ‘메르스 룰렛’
  8. 사이토카인 폭풍, 젊으면 더 위험한가
  9. 줄어드는 확진자, 하지만 낙관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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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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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19일(금) 오후 2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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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발생 현황

정부는 오늘 1명의 추가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2015년 6월 19일 현재 총 16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24명이 사망하여 현재 사망률은 약 14%입니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 중인 환자는 112명이고 이 중 96명이 안정상태이나 16명이 불안정 상태여서 사망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현재까지 확진자 발생 추이를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노환규 메르스

한때 하루 20명 넘게 발표되다가 어제 3명, 어제 1명으로 발표되니 일견 확연히 줄어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론에서는 이제 주춤하는 것 아니냐고 희망적인 전망을 하고, 보건복지부에서는 6월 내로 확실히 잡겠다고 공언합니다.

그러나 꼭 그렇게 낙관할 수 없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십시오.

노환규 메르스

확진자가 몇 명 나오지 않던 5.27~5.29 사이에 실제로는 많은 분들이 감염되었고, 그분들은 약 10일~14일 후에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즉 현재 확진자 발생현황은 약 10일~14일 전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상황은 10~14일이 지나야 알 수 있고, 10~14일 전의 데이터를 통해 미래의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현재 낙관은 금물입니다.

좋은 소식(GOOD NEWS)

2000px-Day-template.svg1. 지금과 같은 전파 양상

여전히 직접 접촉(비말이 튀어 전파하거나 바이러스가 묻은 손과 악수하는 등), 혹은 간접 접촉(바이러스가 묻어있는 문고리를 잡는 등)에 의해서만 전파됩니다. 따라서 메르스 감염환자를 직접 만나지 않는 한 감염될 위험이 거의 없습니다. 병원 내에서는 공기감염 위험이 있으나 옥외에서는 공기감염 절대 안 일어납니다.

2. 환자 경로 파악

의료진들의 경각심이 높고, 병원명이 공개되고 있으며 전산시스템을 통해 환자들에 대한 경로추적이 가능합니다. 환자가 거짓으로 경유병원을 숨긴다고 해도 의료진들이 알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쁜 소식(BAD NEWS)

오늘은 몇 가지 나쁜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배드 bad 1. 아산충무병원 의료진의 집단감염 가능성

어제 날짜인 6월 18일 정부는 3명의 새로운 확진자 명단을 발표했는데 그중에는 아산충무병원의 간호사(163번 환자, 53세)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119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확진 판정을 받은 1명의 간호사뿐 아니라 다른 의료진 5명이 1차 양성반응이 나왔고 또 다른 5명도 메르스 의심증세를 보이는 상황입니다.

아마도 오늘 중으로 추가 검사 결과가 나올 듯한데, 만일 다수의 의료진으로부터 양성반응이 나온다면 추가 환자 감염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병원은 부분폐쇄조치(외래 폐쇄)가 시행되었습니다.

아산충무병원의 문제가 간단치 않은 또 다른 이유는, 감염자가 평택 경찰관으로 알려진 119번 환자라는 점입니다. 그는 아직 감염경로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119번 환자가 또 다른 슈퍼 전파자(super-spreader)가 될 가능성과 이분이 혹시 지역사회감염자이거나 혹은 지역사회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2. 인공신장실에서의 감염

2015년 6월 18일 발표 환자 중에는 비교적 고령의 165번 (남성, 79세) 환자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분은 주기적으로 강동경희대병원 인공신장투석실에서 투석을 받아오던 분이었는데 76번 환자로부터 인공신장실에서 6월 6일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문제 1.

165번 환자 이외에 76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다른 환자가 있을 가능성, 둘째, 165번 환자로부터 다른 환자들이 감염되었을 가능성 등이 제기됩니다. 그런데 인공신장실에서 투석을 받는 만성신부전증 환자들은 혈액 내에 쌓인 요독이 면역세포의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에 비해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분들입니다. 따라서 감염이 용이하며 감염될 경우 정상인보다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도 인공신장실에서 집중적인 메르스 감염이 발생한 사례가 있습니다.

문제 2.

강동경희대병원은 집중관리 대상 병원(1인실 격리조치)으로 지정되어 정부의 집중적인 관리를 받고 있던 병원이었습니다. 그런데 76번 환자와 인공신장실에서 접촉했던 환자에 대한 감시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사이 다른 환자들에 대한 감염위험이 지속한 것입니다.

3.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이 아닌 병동에서 감염?

정부는 오늘 1명의 확진자가 추가되었다고 밝혔는데(남성, 62세), 그는 삼성서울병원의 응급실이 아닌 병실에서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가 ‘삼성서울병원 입원환자 간병가족’이라고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가 14번 환자가 응급실에서 병실로 올라간 이후 병실에서 감염되었다면, 또 다른 잠재적 감염 대상자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메르스 전망

오늘도 전망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특정 병원에서 집중적인 발생이 일어나기보다 산발적으로 여러 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보해 왔습니다. 그러나 알려진 것만 최대 11명의 의료진이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아산충무병원은 잠재적 위험성을 충분히 갖고 있습니다.

만일 10여 명의 의료진 감염이 실제 발생한다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아산충무병원에서의 잠재적 감염이 삼성서울병원과 달리 주로 의료진들에게 일어난 이유는 조기에 1인실에 격리되었기 때문에 다른 환자들과의 접촉이 삼성서울병원에 비해서는 크게 적었기 때문으로 추정합니다.

전망 망원경

위험도 및 개인 수칙

오늘부터 매일 그날의 위험도와 개인 수칙을 올립니다.

발생한 지 2년 밖에 안되고 전 세계적으로 1,200명에 못 미치는 환자를 발생시킨 신종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지금 우리는 이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방역의 첫 단계에서 저지되기를 원했지만 2차 3차 방어망이 계속 뚫렸습니다.

나날이 변해가는 상황 속에서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 좋겠는데, 아무도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 않아 혼란이 계속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오늘’의 위험도와 개인 수칙을 안내하지 않고 있어 불안이 가시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라도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매일매일의 위험도와 개인 수칙을 올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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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도

  1. 옥외활동: 매우 안전합니다.
  2. 학교생활: 매우 안전합니다. 휴교령 불필요합니다.
  3. 지하철과 버스: 안전합니다. 다만 기침하는 사람을 피하십시오.
  4. 감염자가 지나간 식당, 쇼핑몰, 거리: 안전합니다. 마스크 불필요합니다.
  5. 병원: 잠재적 위험이 있으니 마스크를 착용하시고 입출입시 손을 씻으십시오.

개인 수칙

  1. 손을 20초 이상 비눗물에 자주 씻으십시오. 특히 외출 후, 그리고 악수 후 꼭 손을 씻으십시오.
  2. 손으로 코를 문지르지 마십시오.
  3. 개방된 공간에서의 마스크 불필요합니다.
  4. 지하철과 버스 등 이동공간에서도 마스크는 불필요합니다. 그러나 염려된다면 쓰십시오. 단, 가능하면 일회용을 사용하고 버릴 때는 귀에 거는 끈만 잡아떼어버리십시오.
  5.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삼가고, 병원을 방문할 때는 마스크를 쓰십시오. [/box]

전국의 음압격리병실 상황

‘음압병상’이란 음(陰, negative) + 압(압력, pressure)을 유지하는 병상을 말합니다. 감염질환을 앓는 환자를 격리시킬 때, 공기를 타고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지 않도록 병실 안의 압력을 음압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장치를 갖춘 병실을 의미합니다. 이 음압격리병실은 외부와 완충 역할을 해야 하는 전실 및 공조시스템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설치에 많은 돈이 듭니다.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 현황을 아래와 같습니다.

  • 국립중앙의료원: 18개
  • 국립목포병원: 10개
  • 경상대병원: 7개
  • 명지병원, 서울대병원:  6개
  • 서울의료원, 인천시의료원, 단국대천안병원, 충남대병원, 강릉의료원,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대구의료원, 동국대경주병원,  울산대병원: 5개
  • 제주대병원: 4개
  • 국군수도병원: 3개 (이상 104개.)

위에 적시되지 않은 시도별 거점병원과 기타 의료기관에도 있지만, 각각 69개(추정)와 53개(추정)에 불과합니다.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국내 굴지의 병원들의 이름이 보이지 않고 삼성서울병원은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현재 음압병상이 설치된 병원들은 대부분 국공립 병원이거나 국가보조를 받아 음압병상을 설치한 병원들입니다. 음압병상의 설치는 병상 하나당 수억 원의 설치비가 소요되고 추가로 많은 유지 비용이 드는 데 반해 그렇게 소요된 비용을 받을 수 없습니다.

마치 병상 1개 당 평균 5천만 원씩 적자가 발생하는 신생아 중환자실과 유사합니다. 늘어나는 적자로 인해 신생아 중환자실의 병상 숫자도 급속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사립병원들에 많은 적자가 발생하는 음압병상의 설치를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적정진료를 위해서는 적정수가의 책정이 필요하며 국가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Ceci Newton, CC BY NC SA https://flic.kr/p/nnawqE
Ceci Newton, CC BY NC SA

의료진의 피로도에 대해

아래 사진은 삼성서울병원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한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의 모습입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공개한 사진
삼성서울병원에서 공개한 중환자실 모습 (출처: 삼성서울병원 페이스북)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 정부 다음으로 삼성서울병원의 책임론이 대두하고 경영진들이 비판을 받고 있지만, 삼성서울병원의 의료진들은 언제 자신도 감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극복하며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땀범벅 속에서 이런 사투를 벌이는 것이 하루, 이틀, 사흘, 일주일, 이주일 길어지면서 의료진의 피로도가 급속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육체적 피로뿐 아니라 정신적 피로도 급증하며 자신뿐 아니라 만에 하나라도 가족의 건강에 영향을 줄까 더욱 더 민감해집니다.

개원 의사라고 다를까요?
주변에 그 누가 있던 의사, 간호사 등 모든 의료진을 격려해주십시오.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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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객관적이고 적극적인 정보 제공에 감사드립니다.
    정부 및 사회 각 조직에서 일반적인 리더쉽도 필요하고 전문영역에서는 전문가의 의견이 문제 해결에 적용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빠른 대처가 필요한 상황에 늑장 정부가 서글프고 책임성과 추진력이 보이지 않는 고관들에게 환멸을 넘어 슬퍼집니다.그럼에도 고군분투하시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 드립니다. 희생없이 난국이 타개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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