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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 이메일을 쓸 일도, 받을 일도 많습니다.

제도권 교육과정에선 이메일 쓰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고, 회사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이메일 쓰는 법은 배울 길이 없긴 하죠.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는 보내지 말았으면 하는 경우가 많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당황스러운 경험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이메일 편지

1. 익명의 발신자

메일을 처음 받으면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되는 건 수신자가 누구일까가 아닐까요. 처음 메일을 보낸다면 최소한 자신의 소속과 이름은 밝혀야 정상인데, 자신의 종종 정체를 밝히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써놓은 메일을 받습니다.

최소한으로 자신을 밝히는 일은 이메일뿐만 아니라, 처음 인연을 맺을 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도 자기소개는 기본이고, 전화할 때도 일단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습니까. 이런 메일은 당신이 누구냐고 물어볼 가치도 없습니다. 그냥 지워버립시다.

익명 마스크

2. 제목은 장식

제목을 아예 쓰지 않고 보내서 “(제목 없음)”이라고 나오는 건 귀여운 수준입니다. 제목과 메일 본문 첫 문장을 이어지게 쓰는 경우도 있더군요.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 제목: 어제 미팅에서
  • 본문: 나온 A라는 내용 이리저리 처리해주세요.

제목은 수신자가 보는 가장 첫 글귀입니다. 그래서 메일 내용을 요약한 핵심 단어로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수신자가 제목만 보고도 급한 내용인지 아니면 천천히 처리해야 할 지 알 수 있겠죠. 좋은 제목을 썼다면 수신자는 물론 발신자도 나중에 메일을 찾아볼 때 단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3. 의식의 흐름 기법

유명한 시인인 이상은 건축무한육면각체를 의식의 흐름 기법, 다른 말로는 자동기술법으로 썼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메일에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건 지양합시다. 주로 이런 일은 갑이 을에게 메일을 보낼 때 일어나곤 합니다.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적는데, 그 메일을 해석하기 위해서 혼자 30분 이상 걸리거나 아예 팀원들끼리 회의를 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메일은 일단 단방향 커뮤니케이션 도구여서 수신자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는 전화나 오프라인 만남과는 다릅니다. 거기에 글로 생각을 표현한다는 건 말보다 훨씬 더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그래서 수신자가 잘 모를 것이라는 걸 가정하고, 행간의 숨은 의미를 최대한 풀어서 설명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메일을 쓰는 사람은 이렇게 대충 메일을 쓰면 1~2분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지 몰라도, 받는 사람은 수십 분의 시간을 낭비합니다.

시계

4. 작은 성의도 발견하기 어려운 

종종 성의 없는 이메일을 받습니다. 띄어쓰기, 맞춤법, 행바꿈이 엉망인 건 기본이고, 이름이나 소속도 틀리곤 합니다. 보내기 전에 본문을 한 번만 다시 읽어보면 잡을 수 있는 실수가 이메일에 범벅되어 있는 경우에는 보낸 사람의 태도가 얼마나 건성인지 바로 느껴집니다.

물론 서로 친한 경우에는 메신저에서 대화하듯 메일을 보내도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럴 거면 메신저로 이야기하면 되겠죠.

5. 회사 계정 대신 네이버와 지메일? 

소속과 이름을 밝혔지만, 발신자의 이메일 주소가 네이버메일이나 지메일인 경우가 있습니다. 분명 발신자 회사에선 자사 도메인으로 된 이메일 주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수신자 입장에선, 특히 이메일을 많이 받는 직종에서 근무할수록 발신자의 진위 여부를 가장 먼저 확인하려고 합니다.

이름과 소속, 그리고 그 사람의 이메일 주소죠. 특히 회사계정의 이메일 주소는 해당 회사의 직원이 아닌 이상 만드는 게 불가능에 가깝고, 아주 손쉽게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보낼 때 메일 주소를 바꿔 보내는 건 가능합니다. 하지만 수신자가 회신한 내용은 받아볼 수 없겠죠.)

왜 이러는지 이유는 알고 있습니다. 회사 메일 시스템이 너무 별로여서 사용하기 편한 네이버나 지메일을 쓰는 거겠죠. 아니면 회사 몰래 보내야 할 이유가 있던지요. 물론 회사 계정으로 메일을 보내려면 회사 건물 내부에서만 가능한 20세기에나 볼법한 회사에 다니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이런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업무 관련 메일은 꼭 회사 계정으로 보냅시다.

이메일

부록: 좋은 글 모음

물론 위에 언급한 내용 외에도 이메일 쓰는 법에 대한 다양한 글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건 받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성의있게 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잘 쓰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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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그런데 5번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운 경우가 많죠. 왜냐면 우리나라는 이메일 문화가 늦게 발달했기 때문에..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 교직원의 경우 @snu.ac.kr이지만 서울대 교직원이 아니 서울대 동문의 경우에도 @snu.ac.kr 계정이 있습니다. 따라서 @snu.ac.kr 계정을 쓰더라도 전혀 구별되지 않고 그래서 굳이 쓰지않게 되죠.
    또, 직장을 자주 옮길 수 있고 메일로 주고받는 내용은 직장과는 별로 연관이 없는 없고 직장과 관계없이 연속적일 수 밖에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병원에 있다거나 하면.. 그럴 때에는 직장 계정을 안 쓰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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