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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공포가 점점 더 확산하고 있습니다. 노환규 박사(전 의사협회장)가 메르스에 관한 과학적 접근법과 최신 정보를 전합니다. (편집자)

  1. 노환규 전 의협회장이 말하는 메르스
  2. 감추는 것이 불안을 키운다
  3. 떠도는 소문의 진실 
  4. 박원순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에 대해
  5. 환자와 의료진에게 응원이 필요하다
  6. 중동과 한국의 차이
  7. 임산부 감염과 ‘메르스 룰렛’
  8. 사이토카인 폭풍, 젊으면 더 위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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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전 의협회장이 말하는 메르스. 2번째 이야기, 감추는 것이 불안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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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3일 오전 8시 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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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밑에 바셀린’ = 의학적 근거 전혀 없음 

코 밑에 바셀린을 바르면 메르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아무런 의학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메르스는 높은 사망률의 위험성을 갖고 있으나 전파력이 낮아 현재로써는 대유행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여전히 낮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더 무서운 감염 질환의 공격이 올 수 있으므로 차제에 의료비상사태에 대비하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며, 이것은 국민적 관심이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메르스

현재 상황 (6월 3일 오전 현재) 

현재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어제보다 5명 늘어서 30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이 중 2명이 사망했고, 3명이 폐 기능 부전으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는 등 위중한 상태여서 사망 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외에도 사망환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국내에서 메르스 감염으로 사망한 첫 사례가 된 여성 A(57) 씨의 곁에서 치료를 받던 80대 여성이 급사(急死)하고, 50대 여성의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고 합니다.

이들은 모두 A씨가 일주일 동안 머물렀던 수도권 B 병원 중환자실의 A 씨 양쪽 병상에서 치료를 받았던 환자로 파악됐다고 하며 병원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고 합니다.

“뇌출혈 수술을 받고 경과가 좋아져 일반 병동으로 옮길 예정이던 환자 2명이 똑같이 급성폐렴과 패혈증 증세를 보이면서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의사들 사이에서 메르스 감염으로 사망한 A 씨로부터 감염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 조선일보, ‘메르스 첫 사망자’ 같은 병실 환자 80代 여성 급사, 50代 여성 위독 (2015년 6월 3일)

80대 여성은 A 씨가 숨지기 하루 전인 지난 31일 결국 숨졌고, 50대 여성은 내과 중환자실에서 외과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병원 측은 의료진에게 “뇌출혈 환자들과 메르스는 상관이 없다”는 이메일을 보내며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했지만, 의사들의 반발로 결국 보건 당국에 관련 내용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고 합니다.

보건 당국은 2일 오후 50대 여성의 메르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대상물을 수집해 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이미 사망한 80대 여성환자에 대해서는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경과가 좋던 환자가 갑자기 급성폐렴과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면 메르스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2차 감염자로부터 다시 재감염되는 이른바 3차 감염자가 2명 발생했다는 사실이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유행’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메르스 상황실과 질병관리본부

지금 메르스 상황실이라는 것이 어디에 있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요? 정부는 메르스 대책상황실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고 하지만, 메르스와 관련한 종합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곳은 현재 없습니다. 저도 기사들을 검색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뿐입니다.

메르스로 인해 전 국민이 공황 상태에 빠져가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해서입니다.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없고 관련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니 공포에 휩싸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메르스 현황을 실시간으로 상세히 안내해야 할 질병관리본부의 홈페이지에서 메르스와 관련해서 볼 수 있는 정보는 급조해서 만든 메르스에 대한 안내문 하나뿐입니다. 그 팝업창을 닫으면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메르스 관련 정보는 전혀 찾을 수 없습니다(아래 사진 참조).

질병관리본부의 대응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http://www.cdc.go.kr/CDC/main.jsp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메르스가 전국을 강타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아직 일선 의사들은 메르스와 관련한 공문 하나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메르스 지정병원이 어디인지 의사들도 알 수 없습니다. 가이드라인도 없고 매뉴얼도 없습니다.

감추는 것이 불안을 키운다 – 정보 공개에 대해

정부는 최초 메르스 감염자가 다녀간 병원이 어디인지, 20명 이상의 2차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이 어디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의료진들이 메르스 환자를 가려내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정병원이 어디인지조차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은 정부가 감추고 있으니 더욱 불안해합니다.

정부는 국민의 동요와 병원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감추고 있다고 말합니다. 파장에 대한 책임이 두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 공개해야 합니다. 있는 사실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합니다.

병원정보를 공개하면 국민이 동요할 것이라는 정부의 방침은 국민의 수준을 무시한 처사일 수 있습니다. 동요는 신뢰를 회복해서 극복해 나아가야 할 문제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감추고 또 감추어야 할까요?

미국 정부가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의사를 국내로 들여올 때 그 의사를 에모리 대학병원으로 이송하는 장면은 방송을 통해 생중계 되었습니다(사진 참조). 우리는 홍콩의 메르스 환자 격리지역이 맥리호스 휴양촌이라는 사실은 알면서도 대한민국의 메르스 환자 격리지역이 어디인지는 모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아직도 병원 외에 별도의 격리시설을 마련해 놓지 않았습니다.

ⓒCNN
ⓒWSB (CNN의 WSB 인용 보도 화면)

진료 받아야 하는데 다니던 병원에 가도 되는가?

오늘 제 아버님께서는 수원에 있는 대학병원에 정기 심장진료를 받기 위해 조금 전 어머님과 함께 출발하셨습니다. 두 분 모두 80세가 넘는 고령이시고 만성질환이 있지만, 평상시처럼 병원에 가셨습니다. 병원 외래를 방문하여 메르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크게’ 낮기 때문입니다. 메르스 첫 감염환자가 발견된 지 보름이 지난 현재 메르스 확진환자는 30명입니다.

메르스가 확산하는 속도보다 메르스 공포가 확산하는 속도가 1만 배 이상 빠른 것 같습니다. 메르스가 확산하고 있지만, 친밀한 접촉(close contact)에 의해서만 전염되고, 이 때문에 전파력이 낮다는 의학적 사실은 아직 변함이 없습니다. 메르스의 사망률은 신종플루의 400배에 이르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메르스의 전파력은 국내 감염자만 1백만 명 가까이 달했던 신종플루보다 ‘매우 크게’ 낮습니다(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신종플루 감염자는 하루 최대 9천 명에 달했습니다).

따라서 아직은 일상적 활동을 하시는데 제한을 두지 않으셔도 된다는 것이 의학적인 판단입니다. 손 씻기와 기침 환자 피하기, 사람 많은 곳에서 마스크 착용 등의 원칙을 준수하신다면 아직은 일상생활에서 메르스 감염을 걱정할 필요가 단계가 아닙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1. 메르스 대처를 위한 민관합동지휘부를 구성하여 신속하게 메르스를 검사하고, 철저하고 신속한 격리가 이뤄질 수 있는 조치 시행.
  2.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완전히 공개하고 국민에게 수시로 상황을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신뢰를 회복하도록 해야 함, 의료진에게 가이드라인 제공.

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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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메인메뉴중 왼쪽 첫번째 ‘감염병관리’로 들어가면 ‘해외여행질병정보’에 최근 메르스 및 에볼라 등 감염병 발생상황 보고내용이 올라와있습니다. 조금 찾기 어려울수도 있을만한게 헷갈리게 메뉴가 구성되어있긴 하네요.
    사태가 더 심해지지않고 수습 잘되길 바라봅니다..
    참 걱정이네요. 몸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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