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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수령 인터뷰 8: 그들이 인천에서 여성영화제를 열게 된 이유 (마법사 편)

리수령 인터뷰는 리승환 특유의 직설적인 질문과 거침없는 파격으로 다양한 전문가/관계자와 함께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칩니다. 이번 회에선 인천여성회를 10년간 이끌어오면서, 동시에, 인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로 활약하고 있는 이영주 씨(필명 마법사)를 인터뷰했습니다. (편집자)

인터뷰어/인터뷰이 소개

Q. 리승환 : 8년 차 블로거, 4년 차 직장인. 여자를 밝힌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자처하고 있는 희대의 꼴통 마초. 디지털 한량을 지향하고, 통칭 웹에서는 ‘리승환 수령’으로 불리고 있음. 블로그 현실창조공간을 운영 중. 트위터는 @nudemodel, 페이스북은 /angryswan

A. 마법사 : 대학 때 후배들이 ‘마귀’라 불렀다는 이유로, 마녀가 됐다가, 돌고 돌아 ‘마법사’라는 닉을 가지게 됨. 인천여성회에서 10년간 활동하며 정책팀장을 역임했으며, 인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로 8년째 활동 중.  페이스북에서는 매일매일 스케치를 올리는 Galería de Mago 페이지를 운영 중

1. 현실정치 속으로 스며드는 인천여성회의 위용

리 : 인터뷰를 시작한다.
마 : 말로만 듣던 왜곡 인터뷰를 시작하려 하니 긴장된다.

리 : 시끄러우니 시작한다.
마 : 저기… 정상적인 인터뷰어라면 인터뷰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시작하는 게 정상 아닌가?

리 : 그렇다면 뒤로 돌아서 인터뷰를 시작한다.
마 : 역시 이딴 인터뷰 응하는 게 아니었어(…)

리 :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마 : 인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이영주다. 마법사라는 닉네임으로 불린다.

리 : 벌써 10년 가까이 여성운동을 하고 있다. 여성운동에 투신한 계기는?
마 : 2003년부터 시작했으니 정말 10년이 다 됐다. 의외로 별 계기가 없다. 20대 때는 내가 여자라는 걸 자각하고 살지 못했는데, 30대가 되고서야 내가 여자라는 사실을 자각했다. 그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랄까?

리 : 뭘 그렇게 늦게 자각한 건가, 혹시 생리가 30대에 시작됐나-_-?
마 : 여성단체 회원 부르고 섹드립 치는 인간은 처음 봤다. -_-…

리 : 아무튼 왜!
마 : 20대 여성은 상품성이 있지 않나? 그래서 크게 불편한 게 없었다. 그런데 결혼에 별생각이 없이 30대가 됐다. 여성으로서의 상품성을 가질 수 있는 경로를 밟지 않고 나니, 여성임을 자각하게 되더라. 그런데 나를 설명할 언어가 없었다. 내가 살아온 시공간에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 설명할 수가 없는 거다. 그렇게 답답해하던 와중에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다.

리 : 그렇게 여성학을 공부하고, 여성운동을 하니 뭔가 좀 풀렸는가?
마 : 실어증 환자가 언어를 얻은 기분이었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게 됐으니. 그렇게 고민하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함께 한 사람들과 여성단체를 만들기로 했다.

리 : 인천에 이미 여성단체들이 있지 않았나?
마 : 인천은 운동이 이전부터 좀 강세였다. 민족운동, 노동운동도 그렇듯 여성운동도 잘나가는 단체들이 있었다. 하지만 87년 전후로 만들어진 1세대 여성단체들은 대부분 성폭력, 반성매매 등 한 분야에 전문성이 있었다. 우리는 그보다 지역을 기반으로 답답해하는 여성들을 만날 수 있는 여성운동을 전개하고자 했다. 어린이도서관이나 공부방 일을 하면서 동네 아줌마들과 뭔가 해 볼 걸 찾아보다가 만든 게 2004년 1월이었다.

리 : 오오, 그게 인천여성회의 탄생.
마 : 워낙 후발주자고, 무식하고… 다른 데는 학자도 많고 그랬다. 그래서 일단 이것저것 다 해 봤다. 예전에 한 걸 보면 ‘우리가 이런 걸 했어? 한 게 많다.

리 : 주로 어떤 활동을 했는가?
마 : 강좌 사업이 가장 많았다. 여성학, 생태, 교육 등 다양한 이야기를 애 엄마들과 많이 했다. 그러면서 모임을 만들고, 구성원을 늘려가며 여성 관련 활동을 함께 논의했다. 여성들이 가족이라는 틀에 갇혀 있으면서 풀지 못하는 끼와 한을 풀 수 있는 축제도 하는 등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기획했다.

인천여성회의 협동조합강좌.

리 : 뭔가 풀뿌리 형식의 운동 같다.
마 : 인천여성회는 좀 독특한 구조다. 우리는 사무처에 상근 간부가 매우 적고, 인천 각지의 구 단위가 실세다. 그 팀에 맞게 자기 사업을 한다. 주로 결혼한 여성들이 자기 나이와 생애주기에 맞는 사업을 한다. 북카페, 도서관 등의 형식을 빈 사랑방을 만들어다 보니, 여성들이 힘도 좀 생겼다.

리 : 지역성을 상당히 강조하는 듯한데 그 이유는?
마 : 여성들은 남성과 달리 지역과 밀접한 삶을 산다. 싱글은 이동성이 높지만, 결혼하고 나면 남성은 돈 벌러 바깥에 나가고, 여성은 그 지역에 정착하게 된다. 선거운동 해보면 알 거다. 그 동네 움직이고, 지키고, 세세한 일까지 아는 사람은 다 여성이다. 그들의 성향이 어떻든 여성은 삶 터를 지키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여성 운동은 지역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리 : 그렇다면 여성과 지역의 만남에서 가장 핵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마 : 우리가 뭐하는 단체인지 스스로 질문하기도 하는데, 사실 가장 핵심적으로 보는 건 여성의 정치세력화다. 회원들이 자기 지역에서 정치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리 : 정치에 직접 뛰어든 적은 없나?
마 :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이소헌 씨를 민주노동당 부평구의원으로 당선시켰다. 그 당시에는 무상급식이 매우 큰 이슈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천여성회를 통해 지역아동센터, 공부방 등 지역에서의 꾸준한 활동이 지지를 이끌어냈다. 인천여성회 여성회원들이 무급임에도 불구하고, 헌신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것도 큰 힘이 됐다.

리 :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활동을 하는가?
마 : 참여예산제도가 도입, 시행될 때 조금이라도 뚫을 수 있는 자치구부터 지역위원으로 들어간다. 이를 통해 성과 관련된 이슈를 제기한다. 성평등 교육을 학교, 어린이집 등에 보급하고, 어른들에게 성평등 교육도 한다. 또 성평등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공무원들과 함께 마을 디자인도 같이 한다. 성인지적 관점에서 도시가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졌는지 분석해보고, 마을을 평등하고 약자들이 행복한 공간으로 디자인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할지 의논한다. 그렇게 기존의 남성 토호들이 장악하고 있는 걸 바꿔나간다.

2. 인천여성영화제

리 : 인천여성영화제를 시작한 계기는?
마 : 그 때도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있었다. 몇 년 동안 여성영화 보려고 서울까지 다녔다. 그러다 보니 왜 이 영화를 구태여 서울까지 가서 봐야 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인천여성회에서 인천여성영화제를 열었다. 1회 때는 영화제 기획 전문가가 없어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프로그래밍 담당들의 도움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했고, 2회부터는 내가 직접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맡게 됐다.

리 :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있는데, 왜 굳이 인천에서 또 다른 여성영화제를 열었는가?
마 : 지역에서 이런 행사를 하는 건 개념이 전혀 다르다. 서울은 서울이라는 지역이 아니라 센터라는 의미가 강하다. 때문에 영화제 자체는 물론, 참신하고 도발적인 작품, 학술적 가치가 있는 작품을 던지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인천에서 그런 걸 논할 사람은 다 서울 간다. 그래서 사회문화적 문턱을 확 낮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경제적 문턱도 낮춰야 한다는 생각에 무료로 시작했다. 실제로 이 때문에 오는 관객도 있었고.

리 : 아무리 세상이 더러운 1%의 세상이라지만 영화 한 편 보러 갈 돈이 없겠나? 나도 돈이 없지만 일본 가서 마음에 드는 야동을 돈 주고 산 적이… 아, 아닙니다…
마 : (…) 여성들의 삶을 바라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지만 회비 인출 시 자기 이름의 통장조차 없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 남편에게 씀씀이 하나하나를 체크 당해야 하는 여성들이 꽤 많다. 그런 현실 조건이 있으니 경제적 문턱을 낮춘 것이다.

리 : 경제적 문턱 외에 사회문화적 문턱은 어떻게 낮췄는가?
마 : 독립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간의 경험치가 있으니 영화만 봐도 그만이다. 하지만 독립영화 문법이 낯선 사람들에게는 해설을 해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소할 공간을 마련하지 않으면 상영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국내 작품은 감독을 어떻게든 데려와서, 관객과 감독이 충분히 대화할 수 있게 했다.

리 : 여기에 대한 관객과 감독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마 : 이런 자리에서는 단순히 영화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지 않는다. 여성들은 그 영화에 비춘 자기 이야기를 한다. 왜 감독이 성폭력 관련 영화를 만들었느냐고 묻지 않고, 그것에 비춘 자신의 섹슈얼리티 경험이 나온다. 그런 과정 자체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그런 날 것 같은 이야기가 나오니까 특별한 영화제라고 감독들도 좋아했다.

리 : ㅋㅋㅋ 자뻑 쩌네여.
마 : ……

리 : 죄송하빈다(…) 제가 가정교육이 엉망이라(…) 그래서! 당신 개인의 감상은 어떠했는가?
마 : 여기서 페미니즘 이슈들이 만들어진다는 느낌이 들어서 즐거웠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며 영화계에서 잘나가는 작품, 의미 있는 작품을 상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관객이 최대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국 영화는 감독을 초청할 수 없기 때문에, 인천여성회를 중심으로 팀을 만들어서 관객과 대화할 수 있는 씨네토크를 진행한다.

감독과의 대화 모습.

리 : 영화제를 통한 또 다른 사업 확장도 있는가?
마 : 영화제만 하는 게 아니라 여성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영상제작교육을 한다. 스스로 카메라를 드는 게 엄청난 경험이다. 사회문화적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사람이 연출할 힘을 갖는 것은 자기표현 기회를 확장해 주기 때문이다. 교육 후에 직접 수료생들이 만든 워크샵 작품도 영화제에서 상영한다. 완성도는 떨어져도, 그들이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서다.

리 : 여성이라고 해도 여성 내부의 다양성은 매우 크다. 이를 영화제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마 : 그래서 공동주관단체가 매우 많다. 영화를 선정하면 관련 단체를 섭외한다. 청소년 단체, 장애인 단체, 이주여성 단체 등과 함께 해당 작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기획을 함께한다. 지역에서 하는 의미는 이런 것도 있다. 지역 당사자들이 직접 만든 영화는 아닐지언정, 이를 통해 서로가 필요로 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어 나간다. 결과적으로 사회문화적 문턱을 낮출 뿐 아니라 훨씬 풍부한 문제 제기와 이야기가 가능해졌다.

리 : 참 여성운동이란 게 복잡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거랑도 연결되고, 저거랑도 연결되고, 칼로 무 자르듯 깔끔하게 자르기가 어려워 보인다.
마 : 여성운동의 규정 자체부터 애매하다. 젠더 이슈로 문제 제기하고, 바꿔나가는 게 여성운동이라 정의 짓기에는 좀 복잡하다. 젠더 문제 분석할 때도 계급이나 여타 다양한 팩터들이 다 같이 겹쳐서 현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젠더만을 분리해서 보기 어렵다. 요즘 여성학계에서도 계급 등이 젠더에 영향을 주고 받으며 구성하는 문제제기가 많이 나온다. 대중에게 알려진 여성주의에 대한 편견과 달리, 요즘 여성학은 이런 분석 틀이나 해결이나 다 복잡하게 본다.
그런 면에서 다른 운동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여성운동과 노동운동이 각각 완결될 수 있다고 본 시절도 있지만 지금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젠더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역 문제도 마찬가지고.

리 : 오… 갑자기 좀 사람이 있어 보인다. 그래봐야 일베 가면 꼴페미 소리 듣겠지만. ㅋㅋㅋ
마 :  ……

리 : 그럼 앞으로 영화제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생각인가?
마 : 관둘까 생각 중이다.

리 : -_-…… 헐… 님 반전 쩌는 듯…
마 : 늙으니까 삭신도 쑤시고-_-… 뭐, 당장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없다. 하지만 형식을 바꿀 생각은 가지고 있다. 3일 동안 많은 에너지를 쏟아 영화제를 여는 게 무의미하지는 않지만 좀 더 일상으로 스며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작년부터 ‘찾아가는 상영회’를 하기 시작했는데, 계속해서 동네 구석구석에서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고, 또 그들이 영상을 만들게 하고 싶다. 영화제 자체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더 넓은 곳으로 찾아가는 꿈을 꾸고 있다.

찾아가는 상영회 모습

리 : 나름 10년이 다 되어가다 보니 타 여성 단체에서 영화제 관련 문의도 들어오지 않는가?
마 : 문의는 많이 들어온다. 최근 2-3년 사이에 익산, 천안, 광주 등이 생겼고, 대구도 준비 중이다. 이들 외에도 많은 지역 여성 단체에서 문의해 온다. 그때마다 섣불리 시작하지 말라 진정시킨다. 지역마다 워낙 조건이 다 다르기에 조건에 맞게 시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영화제를 떠올리면 근사한 행사를 많이 생각하는데 그런 생각을 버리라고 한다. 그 지역 여성들의 조건은 무엇이고,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고려해서, 작게 작게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3. 8회 인천여성영화제

리 : 이번 8회 인천여성영화제의 특징은?
마 : 그런 거 없다.

리 : ……
마 : 사실 해마다 특징이 별로 없다. 그보다는 창작자와 관객이 만나는 접점을 어떻게 마련하는가에 신경을 많이 쓴다. 여성 영화제가 이주여성 영화, 장애여성 영화를 상영한다고 이주여성과 장애여성의 운동 당사자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관객과 만나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영화에서 다뤄지는 존재는 어찌 보면, 사회적 약자, 또는 피해자다. 이에 동감하며 투사하거나,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만나서 뒤섞이는 공간이 영화제다. 우리는 중매쟁이처럼 영화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이슈와 일상을 이어주는 공간을 마련하는 걸로 충분하다고 본다.

리 : 프로그래머로서 일별 영화 배치에 어떤 신경을 썼나?
마 : 금요일 오전부터 상영이 시작한다. 금요일 낮 시간대는 소위 전업주부들을 타겟으로 해서 가족, 로맨스에 관한 영화가 많다. 물론 그리 곱게곱게 보여주는 영화들은 아니다. 정말 가족이 당신한테 행복을 주는지, 당연시한 것에 질문하는 영화들이다. 좀 센 영화로는 지스팟, 여성 쾌락 등에 대해 다룬 영화도 있다. 이런 건 씨네토크, 골방토크를 해보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로 차마 해보지 못했다.

리 : 개막작으로 여성과 별 관련 없어 보이는 ‘두 개의 문’을 배치했다. 무슨 생각인가?
마 : 4월에 ‘두 개의 문’을 봤다. 사실 용산 관련 영화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많이 나왔다. 그런데 이 영화는 무척 달랐다. 나는 여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만이 페미니즘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은 어찌 보면 배제된 어떤 것의 대표적 이름일 뿐이지, 기존 주류 구도 안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는 소수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두 개의 문을 보니까 시선을 돌렸을 때 본질을 정확히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산 참사를 다룬 대부분의 다큐멘터리가 국가 폭력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했다. 그런데 이 감독들의 시선은 국가와 대치한 약자인 주민만이 아닌, 적대적 대립구도 바깥에 있는 경찰특공대에 시선을 돌린다. 국가의 하수인인 그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한 것이다. 그러니까 폭력이, 이 비상식적 폭력이 어디서 자행되는가가 훨씬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리 : 하지만 이를 이유로 굳이 ‘여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뽑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마 : 이런 시선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고 본다. 영화를 제작한 문화집단 연분홍치마는 늘 성소수자에 주목하고, 이를 다뤄왔다. 그러한 감수성이 있기에, 대립구도가 선명한 곳에서 배제된 자의 시선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개막작을 정하고 두 개의 문 감독들과 통화하면서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하니까 너무 놀라고 반가워하더라. 모 여성영화제에서는 여성감독이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여성영화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더라. 페미니즘은 시선의 문제고 질문의 문제라 생각한다. 감독들은 그 시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우리가 개막작으로 하고 싶다고 하니 ‘역시 알아보는구나’라는 느낌으로 서로 감동받았다.

리 : 오글오글 거리는 소리 좀 적당히 해라. -_- 님 싸이 홈피에 쓰셈…
마 : 싸이 세대가 아니라(…)

리 : 그럼 폐막작 이야기를 해 봐라.
마 : 폐막작 ‘희망버스’도 마찬가지다. 운동권영화가 웬 폐막작이냐는 이야기도 들은 이 영화도 사실 여성감독이 만들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생각한 건 연대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고,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연대투쟁이라 하면 학생과 노동자들 모여 같이 싸우는 노학연대 류의 연대였다. 투쟁조끼들 입고 과격한 투쟁을 벌이는 운동은, 굉장히 강한 남성적 이미지에 갇혀 있었다.

그런데 이게 안 통하는 시대가 왔다. 연대의 희망이 없다고 할 때, 희망을 만들고 사람들을 모이게 한 건, 내가 보기에 보살핌의 연대였다. 다큐멘터리에는 3차 희망버스가 출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에서 이를 잘 보여준다. 남성 지도자들이 비장하게 연설하는데, 한 여자애가 “우리 주제 3차 피크닉 아니에요?”라고 말하니 분위기가 확 깬다. 전체 사회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남성적인 연대가 여성적인 보살핌의 연대로 바뀌어 가는, 굉장히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폐막작으로 선정했다.

리 :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작품들은 무엇이 있는가?
마 :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영화는 너무 많지만, 그 중 두 편을 꼽고 싶다. ‘영아’라는 영화가 있는데, 이번 인디포럼 개막작이기도 했다. 영상원 학생이 만든 드라마인데, 약간 섬뜩한 반전이 있고, 스릴러 느낌도 나는 짧은 단편 드라마다. 사실 이게 굉장히 큰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후후… 나머지는 직접 영화제에 와서 확인하기 바란다.

리 :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으니(…) 다음 영화를 소개해라.
마 : (……) ‘왕자가 된 소녀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추천한다. 50년대 인기를 끈 여성국극(판소리 기반의 오페라)의 주인공이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때의 국극은 저글링 개떼 같은 군중을 몰고 다니던 아이돌 같은 팀이었는데, 그 무대에 섰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다큐멘터리다. 젠더의 모호함을 보여주기도 하고, 예술 장르가 재편되며 사라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지금 현재 구순 할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도 짠하다. 젠더적 관점을 벗어나서도 상당히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다.

리 : 뭐, 부대행사는 없나?
마 : 극장이 워낙 작기도 해서 큰 부대행사는 없다. 토요일 오후에 인천 아마추어 밴드 좀 모아서 중간에 틈을 내서 하는 틈 콘서트가 있다. 나머지는 시네토크, 감독과의 대화가 준비되어 있으며, 카페에서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깨알 같은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다.

아름다운 틈콘서트 현장

리 : 여성들이 주말을 즐기기에는 아이가 큰 짐이다. 이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어 있는가?
마 : 여성영화제니까 아이들 놀이방을 운영한다. 극장 근처 지역아동센터 있는데, 거기 도움을 받아서 놀이방 교사가 아이들을 돌보니까 걱정하지 마라.

리 : 남편도 큰 짐인데, 이에 대한 대책은?
마 : 부부가 같이 오는 경우도 많으니 함께 오기를 추천한다. 귀찮다면 남편이라는 종의 특징상 그냥 집에 유기시키면 알아서 잘 뒹구니까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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