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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수령 인터뷰 7: 인디밴드가 홍대를 떠나 대공분실에 모인 이유 (화교 문화 편)

리수령 인터뷰는 리승환 특유의 직설적인 질문과 거침없는 파격으로 다양한 전문가/관계자와 함께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칩니다. 이번에는 홍대를 떠나 음악 활동을 영위하고자 하는 밴드들이 만든 공간 ‘클럽 대공분실’을 함께 꾸려나가고 있는 밴드 ‘화교 문화’의 멤버들을 인터뷰했습니다. (편집자)

인터뷰어/인터뷰이 소개

Q. 리승환 : 8년 차 블로거, 4년 차 직장인. 음악을 사랑하고, 그 이상으로 노래방 도우미를 사랑하는 시대의 풍류남아. 디지털 한량을 지향하고, 통칭 웹에서는 ‘리승환 수령’으로 불리고 있음. 블로그 현실창조공간을 운영 중. 트위터는 @nudemodel, 페이스북은 /angryswan

A. 화교 문화 :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마이너 중 상 마이너 밴드. 홍대를 벗어나 한예종의 유기공간 대공분실에서 활동하고 있다. 어찌된 게 정작 멤버들은 다 잘 사는 걸 볼 때, 음악 빼고 다 잘하는 듯한 이상한 밴드. 이날은 클럽 대공분실을 대표하여 인터뷰. 대공분실 홈페이지는 dgbs.byus.net, 밴드 화교 문화 설명은 크르르르를 참조, 트위터는 @overseasculture (관리할 생각이 없어 보임)

리승환 :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이정빈 : 대공분실 운영위원이고 밴드 ‘화교 문화’ 베이스 이정빈이다. 한예종 영상문화 전공이다.
박나리 : 같은 운영위원, 같은 밴드 키보드 박나리다. 백수였는데, 지난주 취업했다. -_-v
이준하 : 음… 프론트 기타 이준하다. 학생이고… 어쨌든 난 피곤하니까 자러 가겠다.

리승환 : 야… 이 자식아(…)
박나리 : 요즘 공연 준비하느라 밤샘이 일상이다. 우리가 제정신이 아니니, 양해를 구한다.
이정빈 : 사실 원래 우리가 좀 개념이 없다.

리승환 : 사실 나도 개념이 없는데 마침 잘됐다. 당신들을 둘로 쪼개면 인터뷰 정리가 귀찮으니, 당신 둘을 그냥 화교 문화의 ‘화’로 칭하도록 하겠다.
박나리 : 이렇게 무개념한 인터뷰어는 처음 본다.
이정빈 : 아무튼 좋게 써준다면야 ‘화’가 아니라 ‘개’로 불러도 좋다.

1. 한예종의 버려진 공간, 음악가들의 공동 작업 공간으로 변신

리 : 그렇다면 첫 질문. 대체 ‘대공분실’이 뭔가?
화 : 음악을 누리고자 하는 이들끼리 서로 돕는 ‘공간’이다. 원하는 밴드는 누구나 들어와서 함께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렇게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곳이다.

리 : 뭔 소린지 알 길이 없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봐라.
화 : 한국은 음악을 누리기에 별로 좋은 환경이 아니다. 밴드를 만들려고 해도 연습할 공간, 공연할 공간을 마련하려면 돈이 꽤 든다. 일반적으로 홍대에서 연습하는데 시간당 2만 원은 지불해야 하는데 여기는 밴드 한 팀이 1개월에 2만 원만 내면 맘대로 연습과 공연을 할 수 있다. 또 운영위원회를 통해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커뮤니티적 성격도 가지고 있다. 주 중에는 주로 연습 공간으로 쓰이고, 주말에는 공연을 한다.

리 : 엄청나게 싸다. 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혹시 내곡동 땅 주인인가(…)?
화 : 님 고소(…) 한예종 학생회관 지하에 창고처럼 쓰이던 유기공간이 있었다. 이를 완전히 재정비해서 합주, 공연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비용 발생이 제로다. 월 2만 원은 장비를 정비하는 데 사용한다. 필요에 따라 더 걷을 때도 있고.

리 : 이 엄청나게 저렴한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 요건은 무엇이고, 운영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화 : 자격 같은 거 없다. 요즘 묻지마 대출로 인생 망치는 경우가 많던데, 우리는 묻지 않고 받아들이고, 인생도 망치지 않는다. 운영은 2만 원씩 내는 밴드에 속한 모든 이들을 포함해 운영위원회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 모두가 운영위원회를 꾸려나간다. 처음에는 자립음악생산조합과 한예종 학생들 위주였지만, 쪽수가 늘어나면서 다양성이 커지고 있다. 이들이 모두 1인 1표를 갖고 민주적으로 돌아간다.

리 : 어떤 생각에서 이런 일이 시작된 건가?
화 : 시작은 두리반이다. 물론 이전부터 언더 음악가들이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두리반 사태가 터지면서 음악가들이 장기간 그곳에 모였고,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두리반 사태가 끝난 후, ‘더 많은 두리반을 만들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무단점거 전문(…)이 되자는 건 아니다. 당시 두리반은 언더 음악가들이 긴 시간 떠들고 공연하고 이야기하는 터전이었다. 그러다 보니 뭔가 음악을 죽도록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음악을 즐길 수 있고, 또 함께 이야기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피어났다. 그 중 하나가 대공분실이라는 결실이다.

리 : 오오, 두리반! 그것은 좌빨의 상징!
화 : 두리반 점거단이 욕 많이 먹은 것도 알고, 내부에서도 이런저런 비판과 반성이 있었다. 당시 두리반에 속한 이들이 공격적이고 비논리적으로 비판자에게 대응한 것에 대해서 모두가 우호적이지 않았음은 알아줬으면 한다. 어쨌든 음악 하는 이들에게 그곳이 더 많은 고민을 나눌 수 있게 한 공간이었음은 사실이다.


두리반 칼국수 음악회 중 오채원 ‘종이비행기’

리 : 그렇다면 대공분실과 좌빨의 관계는?
화 : 뭔가 조선일보 기자와 인터뷰하는 느낌이다(…). 대공분실은 좌파의 이념을 실현하자는 모임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음악 하는 사람들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연습과 공연을 하면서도,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탄생했다. 두리반이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져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을 뿐이다. 물론 이런 문화가 정치로 흐를 수 있지만, 정치적 이념을 위해서 대공분실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리 : 그래서 늬들이 좌파가 아니라는 거냐?
화 : 이쯤 되면 뉴데일리와 인터뷰하는 기분이다(…) 아무튼 대공분실은 정말 열린 공간이다. 그런데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 연락이 없다. 정치성에 대한 오해 때문인지, 몰라서 안 오는 건지, 아니면 외진 석관동이 서울에서 김기덕 영화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 그런지는 모르겠다.

2. 인디밴드들이 홍대를 벗어나 대공분실을 만든 이유

리 : 좋다. 그렇다면 두리반을 통해 대공분실 외 어떤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화 : 사실 대공분실도 시작은 홍대 바깥으로 벗어나자는 것이다. 그래서 석관동의 ‘대공분실’뿐 아니라 문래동의 ‘로라이즈’, 용산의 ‘전자쌀롱’, 이태원의 ‘꽃땅’ 등 다른 공간도 생겨났다.

리 : 아니, 그 좋은 홍대를 왜 벗어나려는 것인가? 하악하악(…)
화 : 우리가 이야기하는 클럽은 그런 클럽이 아니고(…) 대놓고 홍대는 너무 비싸다. 방값도 비싸고, 공연 티켓값도 비싸다. 그리고 정작 공연을 하면 그 대가가 뮤지션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나름 언더에서는 스타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이진원 씨도 생활고로 돌아가시지 않았는가? 지금 홍대가 이렇다. 고비용 저수익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일보의 홍대 클럽, 유흥에 물든 친정 떠나 용산, 영등포로라는 기사를 참조해 주시길.

리 : 달빛요정 관련 사건은 정말 슬픈 일이었다. 그걸 통해서 별로 바뀐 것도 없다는 게 더 문제겠지만…
화 : 앞서 두리반을 언급했지만, 대공분실이 만들어진 더 큰 계기는 이진원 씨의 죽음이었다. 2010년 12월 그를 기리기 위해 한예종에서 ‘고기음악회’를 열었다. 이를 통해 홍대와 달리 음악가에게도 수익이 돌아갈 수 있는 구조의 공연공간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가 공감했다. 흔히들 ‘전업’이라고 하면 공연만으로 돈 번다고 생각하는데, 언더에서 음악 하는 사람들 중 ‘전업’이라 불리는 사람들조차 다른 일거리로 생계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꽤 이름 있는 사람들도 창작 외에 칼럼, 레슨 등 ‘다른 음악 활동’을 통해 생계를 해결하고, 그나마 이름도 없으면 생노가다(…)로 먹고 사는 게 태반이다. 홍대는 더이상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며, 스타성 없는 밴드들에게는 더욱 힘든 공간이다.


달밴 ‘절룩거리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추모공연 중)

리 : 그렇다면 대공분실의 수익분배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화 : 공연밴드 6 : 대공분실 2 : 기획 1 : 스탭 1로 나눈다. 공연밴드는 대관료 없이 수입만 가져가는 앱스토어와 좀 비슷한 구조다. 뭐 그런다고 당장 밴드가 먹고 살만한 수익이 이뤄지지는 않지만, 우선 상징적인 수준으로 책정해두었다.

리 : 별로 잘 버는 밴드가 없으니, 정말 상징적으로 보인다.
화 : …

리 : 너무 울지 말고(…) 홍대는 어떤가?
화 : 스타성 있는 음악가가 아니면 한 푼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취미밴드는 공연 자체에 의의가 있으니, 대관료 내고 끝이라도 별로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전업 음악가의 경우 클럽에 소속되거나 간헐적으로 불리는데 한 푼도 못 받거나, 최저임금 수준인 곳도 허다하다.

리 : 공연의 공간 클럽이 음악가를 착취한다?
화 : 그렇지는 않다. 홍대 주변은 근 10년간 상업화되며 땅값이 엄청나게 오르지 않았나? 그래서 임대료 충당도 안 되는 곳이 많다. 그러니까 음악인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무대에 오를 수밖에.

리 : 그 밖에 홍대를 벗어난 또 하나의 이유는?
화 : 과한 상업성이다. 음악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스타를 꿈꾸는 건 아니다. 실력과 스타성을 모두 갖추고 음악까지도 대중의 취향에 어느 정도 부응해야 하는데, 대중의 취향과 따로 노는 사람들이 언더에 많다. 그런데 이런 음악으로는 공연할 장소조차 잡기 어려운 게 홍대의 현실이다.

리 : 그래서 홍대를 벗어나 보니 어떤가?
화 : 여기는 한예종이 무료로 공간을 내주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비용이 제로에 가까우니 홍대에 있을 때보다 훨씬 나을 수밖에 없다. 다만 여기는 어디까지나 특수한 공간이고, 우리는 운 좋은 케이스다.

리 : 다른 곳으로 간 3개의 클럽은 어떤 이유로 홍대를 떠났고, 상황은 어떤가? 
화 : 별로 안 친해서 모른다. 우리가 인간관계가 넓으면 이렇게 처박혀 살고 있겠나(…)

3. 대공분실의 엉뚱하고 다양한 활동과 그 결과

리 : 그래서 대공분실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해가고 있는가?
화 : 일단 뭐 주는 ‘공간’을 활용한 공동체 활동이다.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고, 연습하고 공연하고…

리 : 그건 당연한 소리고 다른 이야기 좀 해 봐라.
화 : 이게 좀 특이한 게, 운영위원으로 들어와서 기획을 맡으면 자기가 하고 싶은 공연을 만들면 된다. 앞서 홍대에서는 그나마 돈 되는 음악 아니면 자리에 서기도 어렵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나? 그런데 대공분실은 기획자가 능력만 된다면, 말도 안 되는 공연이 가능하다. MB와 박근혜가 커플댄스를 춘다든지…

리 : 대표적인 공연들의 예를 좀 소개해봐라.
화 : 앞서 말한 고기음악회도 있고 이름이 구리고 거칠고 폭력적이라고 작년 SNS상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빅자지쑈도 열렸다. 그 밖에 매주 공연을 목적으로 크고 작은 공연들이 열리고 있다. 공연 모습은 대공분실 사이트에 아카이빙되어있다.

리 : 올해 5월의 51+은 어떤 행사였는가?
화 : 자립음악생산과조합과 함께 기획한 행사다. 두리반에서 두 차례 치르다가 세 번째 공연은 한예종 안에서 치렀다. 모토는 ‘무분별한 지역문화의 난립을 위해!’인데, 음악가들과 공간들이 홍대 앞을 벗어나고 있는 다양한 시도가 더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두리반이 좀 정치적이고 심각했다면, 이번에는 여기 모여서 정말 즐겁게 놀아보자는 측면을 강조했다.

화교 문화의 공연 모습. 참고로 스모키가 아니라 다크서클입니다(…)

리 : 한국예술펑크학교라는 뭔가 한예종을 은근슬쩍 팔아먹는 네이밍의 펑크학교를 연 적도 있었는데?
화 : 낚시는 아니고(…) 황경하 씨라고 여기 운영위원이 자립음악생산조합과 발을 걸쳐, 겨울방학 동안 ‘한국예술펑크학교’를 벌렸다. 굉장한 걸 가르치기보다는 그냥 음악을 느끼고 즐길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그 짧은 시간동안 뭐 얼마나 하겠는가? 기타, MIDI, 드럼, 펑크의 역사 등을 슬쩍슬쩍 훑으며 즐기고 넘어갔다.

리 : 반응은 어땠는가?
화 : 처음에는 우리들도 뭐 별생각 없었다. 그런데 지역주민, 음악 전문가, 청소년 등 의외로 다양한 사람들이 왔다. 그런데 이렇게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이니 단순히 ‘배운다’를 넘어 커뮤니티로 정착되는 게 놀랍더라. 여기서 만난 청소년들 중 대공분실에서 공연기획, 디자인을 하는 아이들도 있고 실제 밴드 공연을 하기도 했다. 대공분실이라는 ‘공간’이 있었기에, 이처럼 관심 있는 사람들이 엮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뿌듯했다. 앞으로도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엮이고, 또 그들이 다양한 음악 활동의 주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 : 청소년들이 이런 쪽에 관심을 가진다는 게 신기하다.
화 : 개인(이정빈)적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고등학교 때 이런 공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했다. 그때는 학교도 경기도였고, 돈도 없어서 공연 문화를 거의 즐기지 못했다. 홍대 공연은 가격도 비싸지만, 애초에 청소년 출입이 불가능한 곳이 너무 많아서 음악을 즐기고 싶어도 즐길 곳이 없었다. 그래서 대공분실은 항상 청소년에게 열려 있고, 일반인 입장료보다 훨씬 낮은 3천 원의 입장료를 책정했다.

리 : 3천 원이라면 정말 싸다. 담배 한 갑 안 피면 되는 돈 아닌가?
화 : 청소년이라니까(…)

리 : 요즘 실용음악 교육이 인기다. 청소년들이 이를 통해 음악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화 : 악기 교육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음악을 ‘기예’로 중시하는 분위기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나(이정빈)도 한예종을 다니고 있지만, 예술 분야는 다 도제 시스템이다. “너도 엄청 빡세게 하면 정명화처럼 첼로를 켤 수 있어!” 이런 식이다. 정말 실력이 있으면 엘리트고, 아니면 찌질이랄까… 숙련도를 따지기 시작하면, 이미 음악을 즐기는 것과는 좀 거리가 생긴다. 음악은 문화다. ‘실력’을 강조하는 건 프로들의 세계에서나 필요한 것이고, 청소년들은 우선 음악 자체를 즐길 공간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

리 : 자립음악생산조합 등 한예종 외부인과 함께 활동하는 것에 대한 반발은 없나?
화 : 최근 한예종 학생들이 대공분실이 한예종 학생들의 집단도 아닌데 학생회관에서 활동하느냐는 반감이 있었다. 함께 하는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좌파 아니냐, 정치활동을 왜 학교 내에서 하느냐… 이런 비판이다.

리 : 좌빨 맞잖아(…).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화 : 그나마 욕이라도 먹으니 관심 가져준다는 생각에 고마웠다(…). 충분히 할 수 있고, 필요한 문제 제기라 생각한다. 하지만 대공분실을 정치집단도 아니고, 외부인들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거부할 이유도 없다. 외국은 대학이 학생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민의 것인데, 한국 대학은 도서관도 폐쇄적인 등 거의 공공성이 없는 건 문제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한예종은 국립인 걸 고려하면, 학교 외부의 다양한 활동에 대한 지원이 있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고급 예술을 다루는 한예종에서 이런 언더 활동이 엮이는 게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리 : 학생 외에 학교에서는 별말 없는가?
화 : 총장님이 ‘대공분실’이라는 이름에 불만을 내비친 적이 있다. 원래 이 자리는 안기부가 있었던 자리고, 대공분실은 고 김근태 선생님께서 고문받던 자리다. 지금 이 자리에 국립대학이 있고… 이런 아이러니한 의미를 담았는데 총장님 마음에는 들지 않을 것 같다. 바꿀 생각은 없는데, 혹시라도 쫓겨날 위기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겠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4. 대공분실에서 바라보는 사회와 음악과의 만남

리 : 대공분실이 운 좋은 케이스라는 건 이와 같은 형태로 확장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화 : 그렇다. 대공분실이 열려 있는 공간이지만 지금 4팀의 밴드만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이지, 당장 2배로 밴드가 늘어난다면 이 공간으로는 부족해질 것 같다.

리 : 결국 수익창출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화 : 사실 내부에서는 확장의지는 물론이고, 레이블에 생협에 사회적 기업에, 온갖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하지만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우선 내실을 다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당장 수익창출을 기대하기에 이러한 운동은 아직 매우 초보단계이고, 우리의 지향점도 아니다.

리 : 하지만 수익을 무시하고 가기에도 좀 골치 아프지 않은가? 당신들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화 : 우리가 이 활동을 통해 주장하고자 하는 건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의 필요성을 인정받는 것’이고, 이를 위한 활동을 통해 성과를 내고자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외국 서적이라도 도서관에 원하는 책을 신청하고, 논문을 프린트하며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스포츠도 선진국 수준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스포츠가 있다면 못 즐길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음악은 그게 아니지 않은가? 노래방이라면 모르겠지만(…) 거기서 한 단계 넘어가면 좀 답이 안 나온다.

리 : 좀 래디컬한 이야기를 하면, 음악가가 돈을 못 번다는 이야기는 별로 사람들에게 먹히지 않을 것 같다. “당신들도 일해! 우리는 일하고 싶어서 일하나! 취미로 음악하면서 사는 사람도 많잖아! 너희도 취미로 하면 되잖아!”라는 비판에 직면하면 이를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화 : “음악 전업 뛰면 돈을 줘!” 식의 나이브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사실 취미/전업의 구분도 생각보다 애매하다. 나(박나리)만 해도 직장은 다니면서, 나머지를 거의 밴드에 쏟아 붓고 있다. 인디 레코드 레이블 사장 중에서도 주 수입원이 따로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전업은 아니지만, 취미도 아니다. 단순히 취미라면 이렇게 노력과 돈을 쏟지 않는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당신들 슬로우뉴스나 인터넷 주인찾기도 그렇고, 많은 시민운동가와 종교인도 그렇고, 단순한 취미로 볼 건 아니지 않은가? 음악은 이런 사람들 수가 꽤 되고, 음악에 매진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훨씬 많을 것이다. 이 정도로 문화적 요구가 크다면 금전적 지원은 아니더라도,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해 줘야 한다고 본다.

화교 문화 멤버 박나리 씨의 9년 전 모습. 지금은 30대에 접어들었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리 : 결국 ‘사회가 음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의 문제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
화 : 지금 사회가 음악을 모두가 누려야 할 ‘문화’로 보지 않고, ‘산업’으로만 보는 것 같다. 케이팝이 한류로만 비치는 것도 그렇고… 최근 KBS TOP밴드를 통해 언더에 있던 많은 밴드들이 빛을 보고 있다. 언더에 있던 많은 실력파 밴드가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고, 이를 통해 그간 ‘보컬’에만 집중되었던 시선이 ‘악기’로도 이동할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디어에 소비되는 방식은 뭔가, ‘언더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의 방식이랄까… 그런데 대부분의 언더밴드들은 성공을 위해 음악을 하기보다는 정말 음악을 좋아해서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애초에 스타성이 없는 언더가수들이 최소한의 음악 활동을 누릴 여건, 문화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리 : 그렇다면 대공분실에서 바라보는 음악에 대한 관점은?
화 : 음악에 대한 기본권이랄까… 개나 소나 음악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뭐든지 개나 소나 해야 재미있고 새로운 게 나오지 않는가? 그런데 개나 소도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우리가 음악 하니까 돈을 줘!”라는 건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기 어렵겠지만, 음악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는 건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지금은 대공분실이 유기공간을 무료로 활용한 ‘운 좋은 사례’지만, 언젠가는 저렴하게 음악을 향유할 공간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 : 대공분실과 같은 운동이 지속되려면 지원 외에는 답이 없다고 본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도 관심이 있는가?
화 : 우리끼리도 종종 누구 구청장이라도 시키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솔직히 별 기대는 없지만, 마음 같아서는 정말 지자체에서 많은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 여기는 그나마 인구밀도 높은 서울이니까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기라도 하지만, 지방은 정말 모이기가 어려워서 음악 활동하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리 : 어떤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가?
화 :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대중적인 설득력을 얻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할 거다. “음악 해도 돈을 줘!” 까지는 먼일이겠지만, 음악 활동에 부담을 덜어주는 정도의 지원은 있었으면 한다. 장비 지원, 저비용 대관, 인쇄 협찬 정도면 큰 갈등 없는 문화적 지원이 아닐까? 지자체들이 서로 과시적으로 성과를 남기려 하는데, 눈에 보이는 인프라 외에 무형적인 문화 인프라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었으면 한다.

리 : 곰사장님은 지원을 반드시 음악가들이 자치적으로 굴려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지금 이야기한 부분도 음악 뉴타운, 미술 뉴타운, 패션 뉴타운(…) 등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화 : 맞다. 전시행정 좀 없애야 한다. 안 그래도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있다. 2010년 5월 역장한테 승인받아서 신이문역 앞에서 ‘쓰레빠 음악회’라는 걸 했다. 그런데 갑자기 웬 (구)한나라당 구의원이 와서 신이문역에 이런 문화행사가 있다고 블라블라거리며 축사를 하는 거다. 비정규직 철폐 외치는 애들은 어이가 없었다. 해준 거라도 있으면 (구)한나라당이든, 허경영이든 이해할 텐데, 해준 것도 없는지라(…)

리 : 조금이라도 수익에 대한 욕심을 이야기해 본다면?
화 : 조선일보, 뉴데일리에 이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는 느낌이다(…) 언더 중에서도 마이너인 이쪽이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냐면 여전히 ‘글쎄요…’ 레이블화도 말만큼 쉽지 않은 게 음반의 시대가 끝난지라 앨범 나와봐야 돈과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장기적으로 공연 활성화를 꾀하고자 한다. 음원 공개와 이에 따른 리뷰 등으로 이름을 알리고, 공연을 통해서 조금씩이나마 수요층을 늘려나가는 게 오히려 시대에 맞지 않을까? 이전에 강정수 아저씨도 소비자의 자발적 지불을 강조하는 thank you economy를 이야기하지 않았나? 지금은 먼 이야기 같지만 조금씩 변할 거라 생각한다.

5. 오늘부터 장마

리 : 마무리로 대공분실의 역사적인 사건 하나만 꼽아봐라.
화 : 박정근이 여기서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리 : 대관해 줄 생각인가?
화 : 상관은 없는데, 이런 지하 습기 찬 곳에서 결혼식 하면 결혼 당일날 이혼도장 찍을 것 같다.

리 : 애초에 박정근이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화 : 절대.

리 : 더 하고 싶은 말은 없는가?
화 : 아, 이번 주말에 ‘오늘부터 장마’라는 공연이 있다. 최근 대공분실이 여름맞이 습기에 찌들어 있는데, 물먹는 하마를 잔뜩 마련하기 위한 행사다. 박정근의 행복한 결혼을 위해서라도 많이들 좀 와줬으면 한다.

리 : 박정근 결혼 못 할 거라며(…)
화 :  모르지, 갑자기 북한이 미국을 꺾고 초강대국이 되면, 박정근이 영웅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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