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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원 규모의 창업지원사업에 합격했다. 합격 발표는 일주일 전쯤 났고, 취직 면접도 그쯤 결정되었다. 딱히 취직 면접이 결정되어서 그랬던 건 아니었지만, 그즈음엔 그만둘 것을 이미 결심했다.

Mike, "Entering startup", CC BY https://flic.kr/p/2rMCdG
Mike, “Entering startup”, CC BY

오늘 아침

오늘 아침 9시 반부터 OT가 있다고 해서 아침 7시부터 일어나 준비했다. 이미 결심은 내려져 있었으나,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어서 일단 가보기로 했다. 1시간 반쯤 예상하고 집을 나섰는데, 여유있게 움직이기도 했으나 거의 2시간이 걸리는 먼 곳이었다. 이곳을 매일 다녀야 하는 것이 지원사업의 조건이었는데 아마 며칠 못 버텼을 것 같다.

어쨌든 당연하다는 듯 이런 행사는 30분쯤 늦어지기 마련이고 늦게 도착하긴 했으나 행사는 아직 준비 중이었다. 명찰을 찾고, 출석부에 서명하고, 강당으로 들어갔다. 솔직히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코딩 연습이나 좀 하다가 가려고 했으나 관계자가 와서는 딴짓하지 말라며 핀잔을 준다. 짜증이 확 났다. 여기까지 온 것도 나는 나름대로 노력한 건데. 그래 그냥 집에나 가자. 담당 교수님께 사정과 인사를 드리고, 자리를 나섰다. 지금은 집으로 가는 지하철이다.

왜 하려고 했나?

4년 동안 알마크리에이티브(Alma Creative)라는 회사를 만들었고, 플릿(FLIT)이라는 팀을 만들었다. M모 회사와 도움을 주고받다가 일원이 되기도 했다. 늘 스타트업과 벤처라는 울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4년간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느꼈으며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결과는?

뭐 당연히 잘 안됐다. 어찌 됐건 그간의 경험을 양분 삼아 마지막으로 ‘스마트홈 멀티탭’이라는 아이템으로 다시 한 번 지원을 받아보기 위해 늘 그렇듯 문서질을 했다. 결과는 좋았으나 날 계속 고민하게 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걸 정말로 해야 하나? 그리고 이걸로 회사를 꾸려갈 수 있을까?’

물론 지금도 아이템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가치가 있는 회사로 성장하게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은 발상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제품을 만드는 것은 어찌 됐건 가능할 것 같으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려우며 돈도 많이 든다. 게다가 그 판매한 돈으로 회사를 꾸리고 운영해 가는 일은 앞서 언급한 모든 것들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걸 지금 내가 할 수 있을까?

대답은 ‘No’다.

1억 원으로는 안 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1억 원짜리 정부 창업지원사업은 사실 생각만큼 큰돈이 아니다. 좀 분석을 해보자.

정부지원사업의 지원금 정책은 다음과 같은 3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1. 정부 현금 지원: 70%
  2. 창업자 현물 부담: 20%
  3. 창업자 현금 부담: 10%

여기서 창업자 현물 부담 20%는 창업자 자신의 인건비로 갈음하게 되니 실제로 창업자금은 8천만 원 선으로 형성된다. 게다가 현금 부담 10% 1천만 원을 빼면 실제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7천만 원이다. 이건 대부분 지원사업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R&D, 창업지원 등등 거의 같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래도 7천만 원, 내 돈 천만 원 합쳐서 총 8천만 원이니까 반씩 나눠서 개발하는데 4천, 마케팅하는데 4천 정도 하면 ‘어?’ 이거 꽤 괜찮게 들린다.

하지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사업비는 각 항목별로 구성되는데 보통 제품 개발비는 총금액의 50% 정도 선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근데 이것도 참 괜찮은 지원사업에서나 그렇지 그 미만인 경우가 훨씬 많다. 어쨌든 그렇게 보면 8천만 원의 50%니까 최대 4천만 원 정도 선으로 개발비를 쓸 수 있다는 거니 간단하게 생각한 거랑 비슷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 역시 그렇지 않다. 이 사업의 경우 1천만 원 이상의 아웃소싱 건이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말 매우 복잡하다. 법인이어야 하고, 업력(사업경력)이 몇 년 이상이어야 하며, 수많은 복잡한 서류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자. 한 회사의 입장에서 외주를 받을 때 4천만 원짜리 사업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특히 업계에서 잘하는 회사라고 봤을 때 최소 2~3명이 6개월가량 투입되는 프로젝트에서 그 정도 예산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무슨 절차가 엄청나게 복잡하고 증빙할 서류 또한 어마어마하다.

S/W도 그런데 제조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양산품 지원에 관련된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시제품만 만들어 속일 생각하지 말라느니 하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는 거 보면 이 지원사업의 목표가 도대체 무엇인지 이제 좀 혼란스러워진다.

결국, 4천만 원이라고 해봤자 부가세 빼고 뭐 빼고 하면 3천5백만 원 선으로 떨어지고, 그나마도 뭐 디자인이니 뭐니 하고 나면 진짜 쓸 수 있는 돈이 생각보다 훨씬 작다. 인건비도 지원되는 지원사업이니까 이 정도면 그야말로 양호한 수준이나, 그 인건비라는 것도 솔직히 말해서 제대로 된 사람을 쓸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어떤 미친놈이 170~80만 원 받으려고 아직 프로토타입도 못 만든 회사에 들어가겠는가? 결국, 주변 지인 이름을 가져다 쓰고 돌려쓰고 뭐 이런 짓거리를 하게 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순서다.

결국, 회사에 맡기기는 모호하고, 인건비를 돌리고 제작비를 돌리고 하는 과정에서 또한 10~20% 정도 돈은 날아간다. 그럼 남는 건 3천만 원 남짓? 이걸로는 1년 대표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걸로 뭘 만들겠다고? 순진하거나 영악하거나 둘 중 하나다. 즉, 망하거나 사기를 치거나.

정부 사업에 헌터들이 들어오는 걸 막겠다고 무슨 규칙만 복잡해지는데, 그럴수록 지원금 헌터들은 환영하기 마련이다. 절차가 너무 복잡하니까 제대로 된 사람들은 지레 질려서 그만두고, 지원금 헌터 입장에선 규칙이 복잡하다 보니 그것만 잘 처리하면 우선 타겟에서는 벗어나니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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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만들었다면?

그래 우여곡절 끝에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 치자. 예를 들어 이 회사가 VC(벤처투자회사)에서 투자를 받았다면, VC 입장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제품이 잘 알려지고 판매되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다. 근데 이 정부지원사업의 주체는 그럴 이유가 별로 없다. 공무원들 일을 안 해서 그렇다고? 아니다. 내가 볼 때 이런 지원사업 운영하는 측에서 일이 너무 많다. 그래서 컨설턴트도 고용하고 하는데, 수많은 지원 업체들의 판로까지 신경 써준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사실 공무원 입장에서 볼 때 그렇게까지 할 이유도 없다. 아니 이 지원사업 출신의 A라는 회사가 갑자기 성장해서 대기업이 되었다 치자. (그럴 리는 없지만) 그러면 이 공무원에게 어떤 이득이 갈까? 아무런 이득도 없다. 뭐 고과에서 조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어차피 안정적인 직업을 택해서 오신 분들인데 사고만 안 치면 꽤 괜찮은 연금을 제도가 기다리고 있을 터, 자칫하면 형평성 문제도 생길 테고 굳이 무리할 이유가 없다. A 회사에서 그때 은혜를 높이 사서 경영진으로 영입(…) 할 리가 없잖나. 공무원이라는 입장상 해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다는 말이다.

터무니없이 부족한 마케팅 비용(개발비의 30%나 되려나?), 제품 양산에 대한 커다란 부담, 작은 회사 제품에 관심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 장애물이 많아도 너무나 많다. 산 넘어 산인데 그 산이 에베레스트쯤 된다고 생각해봐라. 장비 없이는 도저히 올라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정부 지원사업은 거기에 등산화 하나 정도 사준다고 보면 된다. 올라간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건 아닌데, 경험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거다. 같은 상황에서 VC라면 장비를 마련해주고 노련한 셀파 정도는 고용해줄 것이라고 보면 된다. 오르기 힘들다는 건 여전히 변하지 않지만, 출발점이 완전히 다르다.

스타트업

시작부터 망해있다

그러다 보니 창업지원사업에 들어오는 업체들은 두 가지 정도로 구분된다.

  1. 원래부터 하던 건데 지원금을 좀 받아보자
  2. 지원금 받아서 아이디어를 사업화해야지

1번은 스타트업이라고 부르기가 좀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로컬 기반의 자영업, 일종의 외주성 업체인 경우가 많고, 오히려 그래서 스타트업은 아니더라도 창업지원사업의 과실을 가장 잘 누리게 된다. 그저 내가 하던 거에 돈이 1억 들던 걸 5천만 원으로 줄여주는 그런 느낌? 그러다 보니 대박이라고 까진 부르는 성과는 몰라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원래부터가 안정적인 회사였거든.

실제로는 2번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데 아이디어만 가지고 들고오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기술자가 아니거나, 기술자라고 하더라도 제품을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좀 있다. 한마디로 누군가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제품을 만들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지원금 대부분은 외주 비용으로 소모할 수밖에 없고, 뭔가 이상한 물건이 나오긴 했는데 판매할 수 없는 상태이거나, 완성하지도 못하고 사업계획서만 줄창 쓰다가 지원 기간이 끝나고 만다. 그걸 지원사업 운영기관에서는 ‘양호’하다는 표현을 쓴다. 망하긴 했는데, 돈은 잘 썼다는 말이다.

여러 번 이런 경험을 직접 해보고, 또는 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나니 창업지원사업의 취지가 궁금해진다. 진짜 이걸로 창업을 지원하려는 건지 아니면 국가에선 할 만큼 한다는 생색을 내려는 건지. 제품 개발도 제대로 안 되는 회사에 마케팅부터 가르치지 않나 사업계획서를 수십 번 수정하게 독려하지 않나. 얼마 전엔 가치관 경영? 이런 말도 안 되는 것도 하더라. 웃기는 소리지.

창업지원사업 왜 안 되냐면

사업계획서를 잘 쓰고, 마케팅을 잘하는 것, 가치관 경영 모두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회사에는 아직 제품이라고 불릴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간과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사업의 첫걸음은 팀을 꾸리는 것이고, 그 두 번째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라고 부르는 회사들은 말이다.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회사는 결국 외주를 받을 수밖에 없고, 그런 회사에 투자할 VC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스타트업이라기보단 그냥 외주업체가 될 가능성이 크고 외주업체가 큰돈을 버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국내의 수많은 SI업체가 증명하고 있다.

팀을 꾸리고 그 팀이 제품을 만드는 데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창업지원사업이 지향해야 할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무슨 창업교육이니 마케팅 지원사업이니 이런 잡다한 일에 창업하는 사람들이 시간을 쏟게 한다. 출근하라고 한다거나, 무슨 서류를 만들라고 시키고, 심지어는 해병대 캠프까지 가라고 한다니 이게 도대체 뭔 소린가 싶을 정도다.

문제는 그런 것들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이것이 바로 스타트업이라고 착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건 사업하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것이고, 그중에서도 최소화 시켜야 하는 부분인데, 정부지원사업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모두 알겠지만, 이런 걸 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 게다가 무슨 보고는 그렇게 많은지 분기에 한 번에 중간 평가, 멘토링, 최종 평가, 보고서 등등…

이해는 간다. 정부 입장에서 세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보니 조심스러워지는 건 어쩌면 당연하고 꼭 필요한 일로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런 것들이 사업의 성공을 가져올까? 좀 더 큰 금액은 어떨까? R&D 사업 같은 경우는 보통 금액이 연간 최소 5~6억 원을 호가하고, 3년 동안 집행한다. 결국, 15억 원 정도를 지원하는 건 데 역시 까다롭기 그지없다. 그런 R&D 성과물이 어떻게 되었나? 차라리 예전처럼 사업 평가가 허술할 때가 훨씬 연구 성과도 좋았다. 적어도 지금보단 나았다. R&D 거품 어쩌고 하는 소리가 최근에 나온다는 건 그동안은 그래도 소기의 성과는 보여줬다는 것 아니겠는가?

정부지원사업의 취지라는 것이 벤처 활성화라던가 기술 개발이라던가 하는 타이틀을 표면적이라도 들고나오는 것이 사실인데 이것을 실현은커녕 사업 자체를 진행하는 난이도가 너무 높다 보니 결국 지원금 사냥꾼만 달려들고, 정말로 의지는 있으나 규모는 작은 바로 그 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에서는 지원 자격도 안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Robert Scoble, CC BY https://flic.kr/p/nE3kzE
Robert Scoble, CC BY

그래서 때려치웠다

창업 지원사업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얼마 안 되는 돈이라고 신나게 설명했지만, 그걸 다 쓰지도 못하는 것이다. 보통 1년 정도 기간 동안 진행하는 지원사업에서 10개월 차쯤 가서는 지원 단체건 참여 기업이건 지원금을 다 쓰는 것이 지상 목표가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제품은 나오지도 않는데 마케팅은 어떻게 할 것이며, 외주를 준 부분은 외주 업체 혹은 그 일을 맡긴 사람의 문제로 완성되지 않아 최종 납품이 연기되어 잔금을 줄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특허는 나오긴 했는데 기대한 것과는 달리 이걸 왜 했는지도 모르겠고, 예산은 분명 1억 원임에도 막상 쓴 돈은 그 반도 안 되는 것 같다.

이것이 바로 국내 창업지원사업의 정체다. 큰돈을 주는 것 같지만, 막상 쓰는 입장에선 이것저것 빼고 나면 아무것도 없고, 그러다 보니 외주를 준다고 한들 영세업체(소규모가 아니다)에 싼값에 맡기다 보니 퀄리티는커녕 의도한 대로 만들기조차 힘든 것이 사실이고, 인건비는 얼마 안 되니 기껏 사람을 뽑아봐야 어중이떠중이만 모여들 수밖에 없다.

좋은 팀을 가지고 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러면 투자를 받지 왜 굳이 지원 사업을 하나? 일주일 교육기간 중 관계자였는지 강사였는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여튼 이런 말을 하더라.

“여러분들은 여기 와있는 이상 우리가 매체에서 보는 스타트업과는 다른 길을 가고 계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니 열심히 배워서 자립하세요.”

동감한다. 이미 창업지원 어쩌고에 들어와 있는 이상 굳이 등급을 따지자면 1등급은 아닌 거다. 조건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다. 물론 2등급이라고 해서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가뜩이나 살아남는 것조차 어려운 벤처 판에서 성공에 대한 기댓값이 확률적으로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스타트업을 하고 싶다고? 좋은 팀을 만들어서 투자를 받아라. 그렇게 못하겠다고? 창업은 하지 마라.

스타트업은 꼭 창업을 해야하나?

그렇다고 스타트업을 떠나고 싶진 않다. 대기업이 가진 자본력이나 인력 등이 필요한 규모의 일은 분명히 세상에 있을 것이다. 반대로 스타트업이 가진 유연성이나 활력이 필요한 분야도 역시 존재한다. 나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끌리는 사람인 것 같다. 아직도 해결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느낀다.

앞으로도 나는 이곳에서 열심히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겠지만, 굳이 창업을 통해서 이뤄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취미로도 충분히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제품을 만들 수 있으며(사실 대부분 지속적인 벤처들은 이렇게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오픈소스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많다. 언젠가 또 확신이 오고 좋은 팀이 만들어지면 다시 한 번 이 분야에 뛰어들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정부사업을 받아 창업하는 헌터가 되고 싶진 않다.

나는 그동안 헌터가 아니라고 자신해 왔으나, 뒤돌아보면 나도 그들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아니 정부지원사업은 좋은 의도를 가진 스타트업 창업가들을 현상금 사냥꾼으로 만들고 있다. 기술도 없는 사람에게 덥석 돈을 던져주거나, 능력도 없는 사람에게 신용 보증이라는 수천만 원의 빚을 만들도록 유도하거나, 제품도 없는 회사에 마케팅비를 쓰게 하거나… 시작은 순수했으나 그 끝은 타락일지어다.

나는 세상을 조금 더 좋게 만들고 싶었지, 세금을 눈먼 돈이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았다. 나는 스타트업을 하고 싶었지, 사업꾼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정직하게 살고 싶었지, 결코 편법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1억짜리 창업지원사업을 포기하고, 이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러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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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댓글

  1. 강하게 공감합니다. 정작 가장 신경써야할 제품의 본원적 가치를 강화시키기 보다는 쓸데없는 행정소요만 늘리는 탁상행정이 창업지원사업입니다.

  2. 사실 스타트업 자체는 좋지만 현재 한국의 경제구조상 국가단위로 창업, 자영업을 독려하는건 여러모로 보기에만 그럴싸하지 실상은 그리 좋지않죠. 내수시장이 그렇게 큰 나라도 아닌 상황에서 현재 한국경제에서 자영업비율은 너무 높고 그 상황에서 일부 대규모 유통기업들과 경쟁하거나 프랜차이즈회사들의 그늘에 놓인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마찬가지의 소규모 자영업자들과도 경쟁해야하니 생존 자체가 매우 어렵죠.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을 국가단위로 안정적인 임금노동자로서 고용될 수 있도록 독려하기는 커녕 생존조차도 지극히 어렵고 국가경제단위로도 그다지 좋지않은 창업독려정책을 밀어붙이니 참…

  3. 내용 전체에 공감하게 되네요….돈을 쓰는게 목표가 되는 것, 그런 일들이 스타트업이라 착각을 하게 되는것. 그리고 덧붙이자면, 지원사업의 기간에 맞춰 아이템을 만들다보니, 트러블슈팅이나 테스트 기간이 업이 급하게 뼈대만(이것도 본 취지에서 왜곡된) 만들어서, 얼추 완성은 됬으나 가능성은 없는 결과물로 사업을 마무리 하고 나면, 그 이후에 내가 벌려놓은 이 개판을 수습하고 이 아이템으로 스타트업을 하기엔 너무 진절머리가 나게 되더라고요. 결국 그 아이템은 폐기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엔 팀원들은 지칠대로 지쳤고요.

  4. 정부 돈으로 창업하는 거 아니죠. 창업을 했는데 도와주는 겁니다. 전부를 대주는 것이 아니죠. 내가 커피숍을 하나 차리려는데 정부가 왜 임대 보증금 일부만 도와주고 인테리어나 초기 운영비를 안대주냐고 하는 것이랑 같습니다. 어떤 자금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기술 개발을 위한 초기 시드 머니 정도입니다. 이거 받아서 머 좀 만들어서 투자를 받던지 돈을 벌던지 하라는 거죠. 투자를 받으려고 해도 만들어 둔게 좀 있어야 하니까요.

  5. 저기 출연금에 대한 이해를 잘 못하신거 같네요. 지원금이 1억이면 정부출연금 1억에 나머지는 기업부담금인데요. 창업 7년이내 기업은 참여율에 따라 인건비가 지급되니 참여율 30%면 월급 500인 사람에게150만원 지원해주겠다는 거죠. 사업비 사용도 개발비 위주로 짜도 되는데 안되는 거부터 먼저 생각핬나보네요. 좀 더 잘 물어보시고 결정하셨어도 늦지 않는데…

  6. 이상한 논리네요. 저처럼 지원금으로 시작해서 1년넘게 자리찾는 사람을 사기꾼이나 망할사람으로 몰아버리네요. 이것봐요! 당신이 스타트업을 뭘 했는지는 모르지만 두번이나 망한건 당신의 역량부족이라는거죠.
    어렵게 시작하는 사람들 맥빠지는 소리 쓰레기통에 쳐박아두셔요.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시키는 건 어서 배워먹었대?

  7. 애초에 한국의 창업지원 사업이나 창업센터의 허울뿐인 스타트업 이죠…
    이름만 스타트업 창업지원일뿐.. 사실상 까놓고 보면 창업한 사람들에게 아이템이 좋으면 돈좀 되주는 사업일뿐임..

    해외처럼 돈한푼 없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창업을 도와주는 시스템은 우리나라에 없다고 보면 될듯..

  8. 읽으며 끄덕끄덕 했는데 댓글을 읽으며 또 끄덕 끄덕 하게 되네요-
    후자에 강한 설득력을 느낍니다-

  9. 이걸 사실바탕의 기사인양 고대로 퍼온 사이트 필자도 굉장히 웃긴사람이네요.

    이 글은 저 필자분께서 쓴게 아니라 한 2015년 청년창업사관학교 5기 입교예정자께서 최종합격되었지만 오리엔테이션에 재미삼아 참석하셨다가 (물론 마음속으로 퇴소할 결정은 한 상황에서) 중진공 직원으로부터 오리엔테이션에 집중하라는 지적을 받자마자 퇴소하겠다고 한뒤 나오면서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입니다.

    당시 저도 제 페이스북에 공유하기도 했고 그 블로그에 직접 아래의 장문의 댓글을 적기도 했습니다만 현재 그분의 블로그의 포스트는 없어진 듯 하며 이 기사(?)는 그당시의 자극적이며 오도된 내용의 개인 블로그 글을 사실 확인도 없이 이곳으로 퍼온글입니다.
    그렇게 지난간일이었는데 오늘 2016년 2월 12일 다시 페이스북에 누군가가 공유를 했고 제 눈에 띄어 오해를 불러 일으킬 부분을 줄이고자 전에 메모장에 적었던 댓글을 다시한번 적어봅니다.

    참고로 2015년 제 지인 두분은 청년창업사관학교 우수기업으로 선정되어 실제 약 1억에 가까운 정부지원금으로 창업을 진행하셨습니다.

    글을 읽던중 정부지원사업관련 잘못 언급된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오해가 생기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댓글을 적습니다.

    1. “총 사업비와 정부지원금”

    정부지원금의 최대 금액은 1억원입니다.

    먼저 사업비 중 정부지원금 70%는 총 사업비의 70% 입니다. 총사업비는 정부지원금 70% + 입교자 부담금 30% (10% 현금+20% 현물)로 청년창업사관학교 지원 최대금액인 100,000,000원을 지원 받는다면, 이 정부 지원금 100,000,000원에 개인부담금 (현금 14,286,000 + 현물 28,571,000)을 더한 총금액인 142,857,000원이 됩니다. 이중에 현금으로 사용 할 수 있는 금액(현금조성금)은 약 1억1천4백만원이 되는 셈입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지원사업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글쓴이의 주장은 잘못되었기 때문에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2. “부가세” 에 관하여

    부가세는 입교자 부담입니다. 정부지원금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는 법인 설립후 환급받을 수 있기때문에 정부지원금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또한 대부분의 지원사업에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3. “직원채용” 에 관하여

    월 170~180을 받기 위해 스타트업에 들어오실 분들 꽤 많습니다. 다만 위치 접근성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운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주로 인근 지역 거주자 위주로 인력채용이 이루어 집니다. 양주에서 오셔서 기숙사를 이용하시는 분도 보았습니다.

    4. “복잡한 서류작업” 에 관하여

    사업진행중에 필요한 서류가 많은 것은 사실이고 이때문에 아주 간헐적으로 업체 선정에 애로사항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오리엔테이션을 잘 받고 규정집을 활용하고 담당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신다면 중학생도 작성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미리 이메일로 검토를 받고 프린트를 한다면 이면지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일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지원금을 빼돌릴 생각으로 오신게 아닌 이상 요청하는 정확한 자료와 증빙을 제시하는 것 또한 어려운일이 아니고 이정도 기본적인 요청사항을 들어주지 않는 업체는 오히려 그만큼 신뢰를 주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5. “예를 들어 (좋은) 제품 개발 완료 후 VC 투자를 받았다면” 에 관하여

    저 좋은 제품 개발 끝났습니다. 글쓴이님 제발 저 투자해줄 VC님 아시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도 햇병아리지만, 좋은제품개발이 끝났다고 투자해주실 VC 있으면 정말로 소개 받고 싶습니다. 그런 VC 별로 없습니다. 여기는 한국입니다. 실리콘밸리라면 모르겠습니다. 투자의 금액 수준 또한 언급이 없으시네요. 남들이 VC~ VC~ 한다고 해서 본인도 투자를 받을 거라고 생각하신것이라면 제생각엔 VC를 실제로 만나 본적도 없으신게 아닌가 싶네요. 어떤 VC 가 아직 검증도 안된 막 제품개발만 끝낸 스타트업이 에베레스트 올라간다는데 등산화라도 하나 사줄까요?

    6. “공무원” 에 관하여

    중소기업진흥공단 직원분들이 공무원이신가요? 공기업직원=공무원 인가요? 글쓰신분 굉장히 자신있게 공무원이라고 적어놓으셨는데 전 아닌줄로만 알았습니다. 몇급인가요? 공무원 시험 어디로 신청해야 중진공으로만 발령 받게 되는건지 궁금합니다.

    7. “시작부터 망해있다” 에 관하여

    글쓰신분 본인 이야기라면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8. “지원금의 대부분은 외주비용으로 소모” 에 관하여

    저는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하드웨어 창업을 했습니다. 누군가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제품을 만들 수 없는 사람은 창업하면 안될까요? 물론 개발자,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자신의 아이템 개발에 자신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 외주비용이 절약됩니다만 그렇다 해도 일반적으로 디자이너가 정밀 기구설계, 시제품 제작, 금형설계, 금형제작, 다 할 수 없습니다. 디자인, 기구설계, 금형 팔로우업까지 다 하시는 분도 본적 있습니다. 그런분은 논외로 칩시다. 어디가나 멀티플레이어는 존재하니까요. 비싼외주비용 써가면서 뭔가 이상한 물건이 나오지 않게 하려고 그 많은 서류 작업하는 것이며 그래서 직원분들과 담당교수와 면담하는 것이죠. 실제로 대부분 만족스런 결과물 얻어갑니다. 그게 안되면 나올때까지 수정하니까요. 저도 좋은 업체 만나서 만족스런 결과 얻었습니다.

    9. “무슨 창업교육이니, 마케팅… 출근, 서류, 해병대 캠프” 에 관하여

    아이디어만 가지고 창업하려는 예비창업가가 대부분이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정부지원사업이기 때문에 교육과정이 필수로 적용됩니다. 물론 기창업가도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그들에겐 중복적인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경영학을 전공 했지만 세법, 노무, 재무, 회계와 같은 경영 전반에 걸친 사항에 겉만 핥았지 새로 배우는 기분이었는데 제품개발 관련 디자인, 설계, 시제품개발, 금형 등 은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한달에 3~4일 두차례정도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고 그외에는 선택 가능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아니었습니다. 무료로 사무실도 임대해 주기 때문에 거리는 조금 먼 경우도 있지만 출근하여 출신과 전공이 다른 100명의 입교자분들과 네트워킹하며 사업 진행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부분은 다른 정부지원 사업에 비해 굉장히 큰 매리트라고 생각합니다. 해병대 캠프 저희는 사정상 못갔지만 태백 워크아웃에 참여하여 잠시 숨돌릴 여유도 갖고 여러가지 행사와 이벤트를 통해 재충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중간평가, 멘토링, 최종평가, 보고서 등 물론 신경쓸 부분이 많은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업기간 약 10개월 중 저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10일이나 될까요? 이게 싫다면 그냥 사업비 내맘대로 쓰겠다는 심보라고 밖엔 생각 되지 않습니다.

    제목부터 자극적으로 잘 뽑으신거로 보아 어느정도 각오가 느껴지는 굉장히 흥미로운 글이었습니다. 한편으론 선무당이 정말 사람 잡겠구나 옛말 틀린말 없구나 하며 감탄이 절로 나오는 글이었습니다. 저도 눈코뜰새없이 바쁘지만 굳이 이렇게 장문의 댓글을 적게 된 이유는 댓글을 잃다보니 이 글에서 강력하게 말하는 오도된 주장 때문에 정부지원 사업의 취지가 퇴색 될까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흥미로웠던 부분은 글쓴이는 정부지원사업에 관해 어느정도 지식은 있는것 같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스타트업과 벤처일을 4년이나 하셨다니 충분히 그럴만도 합니다만 제대로 참여는 해본적이 없으신것 같다는게 제 추측입니다.

    혹시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이 이글을 보신다면 이 글에서 배울 점은 바로 이부분입니다. 자신의 아이템에 확신이 없다면 정부지원사업에 합격하더라도 과감하게 포기해라. 하지만 이왕 포기할거면 최종 선정 발표가 나기 전에 하세요. 아이템에 확신과 자신은 있지만, 지원금 헌터의 화려한 수식과 언변에 밀려 탈락한 지원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신의 아이템과 시장에 관해 나름의 조사를 통해 확신과 자신이 생기셨다면, 조금은 답답하고 전부 이해가지 않더라도 한번 믿고 따라가 보시라고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제 경험상 이곳은 지원금 헌터가 입교한다 하더라도 중도에 스스로 포기하게 될 만큼 이미 시스템이 갖춰진 곳입니다. 과거의 지원금 헌터들의 만행으로 인해 규정이 더 구체적으로 세분화 되었을 정도입니다.

    아직 햇병아리 수준이지만 제가 느낀점은 창업이든 취업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사관학교 4기로 1년간 사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동기들과 어울리며 느낀점은 약 100여 팀이 모여있지만 그중 모난 사람은 굉장히 적다는 점, 서로 도움주기를 귀찮아 하지 않는 다는점, 대부분 이번 기회에 굉장히 감사한다는 점 입니다. 시간이 지나다보니 주위에 모나지 않은 좋은 사람과의 관계만 유지하게 된다던 한 대표님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제가 어려울때 그 대표님의 지인분께 큰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큰 기회지만 소신있게 포기하신 글쓴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 결단은 본인과 정부지원사업 모두에게 도움이되는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그곳에서 열심히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시는 모습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VC 투자도 꼭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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