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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3월 25일 페이스북이 메신저 기능을 “메신저 플랫폼”으로 개방했다. 월간 활동 이용자(MAU) 수가 6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SDK를 공개한 것이다. 이미 다양한 서비스가 페이스북 메신저 안에서 돌아가고 있는 것을 공개하고 다양한 비즈니스의 기회가 있음을 보여줬다.

https://youtu.be/A4EtGUfhzsc?t=19m35s

발표를 보다가 세 가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모두 페이스북이 F8 발표에서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들이다.

1. MQTT

페이스북 메신저는 MQTT 프로토콜을 사용한다. 1999년 IBM과 유로텍(Eurotech)이 개발해 오픈 소스로 공개한 MQTT 프로토콜은 리소스 점유를 최소화하고 품질이 낮은 네트워크에 대비해 설계된 프로토콜이다.

MQTT.org

MQTT 프로토콜은 모바일과 사물인터넷(IoT)에 아주 적합한 특성이 있다. 페이스북에서 만든 프로토콜도 아니고 프로토콜을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것도 이상한 얘기인데, 메신저 플랫폼화 소식에 MQTT가 머릿속에 떠오른 이유는 바로 기기 간 통신, 즉 사물인터넷 때문이다.

물론 이번 발표에서 페이스북은 사물인터넷을 위한 파스(Parse) SDK를 공개했다. 다만 아직은 지원하는 디바이스를 확장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조금 더 미래를 상상해 보면 어떨까.

그동안은 사람이 페이스북 플랫폼에 서서 기차 갈아타듯이 여러 서비스, 예를 들면 페이스북,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그 외 다양한 서드파티 서비스를 이용했다. 사람이 페이스북에 계정을 만들 듯 앞으로는 각종 기기도 페이스북에 계정을 만들고 서로 통신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기기는 사람이 아니므로 실명 계정을 만들진 못하고, “페이스북 앱”으로 등록해서 관리하고.)

페이스북 커넥트

페이스북은 메신저 플랫폼을 MQTT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파스(Parse)가 아니더라도 언제든 메신저 플랫폼 자체를 사물인터넷과 연결시킬 잠재력이 있다.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편리하고 강력한 대시보드를 보면 많은 개발사가 이를 따를만한 충분한 매력도 있는 것 같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사람과 사물을 모두 페이스북 플랫폼 위에 얹게 되는 것이고, 대다수 사람에겐 페이스북 그 자체가 인터넷이 된다.

2. 소셜 그래프

페이스북이 메신저 플랫폼을 얘기하면서 통계나 분석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소셜 그래프(social graph) 연동이 기대된다. 소셜 그래프란 간단히 말해서 “좋아요”와 같이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행위인데, “좋아요” 말고도 “읽다”, “듣다”, “획득하다”, “감상하다” 같은 행위(activity)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사람들 사이에선 그다지 활용되는 것 같진 않다. “좋아요” 하나만으로 다양한 맥락을 교감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좋아요 아이콘

“난 당신의 글 읽었다”
“공감한다”
“좋다”
“오랜만이네?”
“나, 너 보고 있어.”
“괜찮은데?”
“웃기네~”
“따봉 먹고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욕이나 먹어라.”

실제로 많은 사람이 다양한 이유로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가. 그러니 굳이 다른 소셜 그래프 액티비티가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혹은 그래서인지 앱들의 소셜 그래프 액티비티가 타임라인에 잘 노출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사물(기계)에게 있어서 “좋아요”는 그냥 “좋아요”일 뿐이다. 각각의 행위마다 의미 있는(semantic) 정의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메신저 플랫폼에서 기기 간 수다(통신)에 소셜 그래프는 유용할 것이다.

이미지 출처: 비즈니스 인사이더
이미지 출처: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술 구현 문제가 아니라 이 역시 대시보드와 같은 관리와 운영 차원에서 편리함이 이슈이다. 사람 행위도 알고 그 사람이 다루는 사물로 일어나는 행위도 안다면, 그 어떤 플랫폼보다 사람에 대해 잘 알게 될 것이다.

3. messenger.com

메신저닷컴

아… 도메인 멋지다. 작년(2014년)에 샀다는데, 돈 좀 들였겠다. 참고로 페이스북은 2010년에 fb.com이란 도메인을 850만 달러(약 94억 원)에 구입한 적이 있다.

마무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페이스북 플랫폼은 그동안 “나 누구게?”를 장악하는 과정을 밟아왔다면, 이젠 “나 뭐하게?”를 장악하려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명에 일반 명사 붙이는 패기를 부릴만하다. 서비스명이나 기능에 일반 명사를 붙여도 전혀 가당찮게 느껴지지 않는 회사는 MS 이후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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