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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 구한 세상도 있다" – 김인성/미닉스 인터뷰

김인성 혹은 미닉스.

적잖은 이에게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는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로 알려졌다. ‘김인성 교수’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포렌식 전문가로서 그의 의견을 인용하는 다양한 언론 보도를 접할 수 있다.

그는 포털서비스에 리눅스를 처음으로 도입한 시스템 엔지니어이며, 왕성한 저술 활동을 통해 여러 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이런 ‘타이틀’은 나에겐 낯설다.

2007년 어느 날 블로거 ‘미닉스’로 나는 그를 처음 만났고, 그의 블로그에 ‘홀린 듯 빠져들었다.’ 글이 참 좋았다. 쓰러져가는 것들, 잊혀진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좋았다.

나에겐 시스템 엔지니어나 포렌식 전문가라는 타이틀보다는 그저 블로거 미닉스와의 인연이 더 오래고 깊다. ‘김인성’보다는 ‘미닉스’가 여전히 나에겐 익숙하다.

오랜만에 그를 만났다.

  • 2015년 3월 4일 오후 4시~7시
  • 홍대 근처 카페
  • ‘한수원 해킹’ 관련 질문과 답변은 3월 17일 전화 인터뷰로 보충
김인성 혹은 미닉스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 혹은 블로거 미닉스

– 자기소개. 

민노씨가 알아서 (날) 소개해야지. 내가 뭘. (웃음)

– 그럼 자기소갠 생략. 근황은? 

작년(2014년)까지 세월호 조사하느라고 1년 정도를 보냈다. 5월부터 참여해서 1월까지니까 정확히는 9개월 정도다. 세월호 특위가 지지부진한 바람에 지금은 잠시 쉬고 있다.

– 지금은 뭐하나? 

IT 업체 중에서 기록에 남길만한 활동을 한 기업이 있어서 자료 정리 중이다.

– 기록에 남길만한 기업? 좋은 쪽으로, 나쁜 쪽으로? 

좋은 쪽으로. 스마일서브라는 곳인데, 특이한 이력을 가진 기업이다. 통신사 외에 데이터센터를 직접 지어 서버 호스팅도 하고, 서비스도 하는 업체다.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한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헤쳐나갔다. 자료 취재 중이고, 5월에 정리해서 책으로 묶어낼 계획이다.

“거꾸로 된 건 너희들이 아니라 우리들인 것 같다. 거꾸로 된 세상에서 살게 해서 미안해.” (글/그림: 최남균) https://www.facebook.com/leepary

“거꾸로 된 건 너희들이 아니라 우리들인 것 같다. 거꾸로 된 세상에서 살게 해서 미안해.”
(글/그림: 최남균)

0. 세월호 

– 세월호 인양을 놓고 말이 많았는데. 

당연히 인양해야 한다.

– 최근 낸 책(IT가 구한 세상) 후반부가 세월호 이야기다. 

내가 참여했던 세월호 디지털 포렌식 작업 과정에 관해 건조하게 실었다.

– 책에 학생들 문자 대화가 상당히 인용돼 있다. 

인양한 휴대폰에서 복원한 정보 일부다. 실종자 부모님께 하나씩 일일이 허락받은 것이다. 이것은 전체 정보의 일부에 불과하다. 검찰은 카카오톡 서버를 통해 모든 정보를 다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 세월호 조사 과정에 참여했다. 전반을 평가한다면. 

제대로 된 조사는 이뤄진 적이 없다. 의혹도 명확하게 해명되지 못했다. 기초 증거만을 모으는 단계라고 평가한다.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휴대폰이나 전자기기를 발견하는 대로 인양했고, 복구해서 데이터를 찾아주고 있다.

올해(2015년) 봄에 다시 수색을 진행할 것으로 본다. 그러면 다시 포렌식 작업을 이어갈 것이다. 현재는 잠시 중단된 상태다.

– 현재 확보한 증거들은? 

휴대폰으로 찍은 이미지를 복원한 게 있다. 기술적으로 읽어내기 어려운 자료들도 있는데, 일단 사진이나 카톡 메시지 정도를 실종자 부모님께 보냈다.

– 동영상도 가지고 있나. 

그렇다. 복제된 이미지 중에는 동영상 포함돼 있다. 일단 내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

– 개인이 가지고 있어도 되는 건가? 

세월호 유가족이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했고, 그 과정에서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법원에 전달했다. 휴대폰 정보들은 특위에 전달하고 싶어도 특위 자체가 흐지부지라서 전달할 수 없는 상태다.

그래서 휴대폰 정보는 내가 현재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 복제본은 당연히 유가족에게도 전달했지만, 해당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 세월호 해법은.

우선 진상조사 특위가 활동을 제대로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인력과 예산을 편성해 조사를 진행하면 내가 확보한 증거들도 제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월호 자료가 잠들어 있는 낡은 컴퓨터 (사진 제공: 김인성)

세월호 실종자의 휴대폰 정보가 잠들어 있는 컴퓨터 (사진 제공: 김인성)

1. IT가 구한 세상? 

– 다섯 번째 책을 냈다. 제목이 ‘IT가 구한 세상’인데. IT가 세상을 구했나? 

IT가 구하지 못한 세상도 있지만, 구한 세상도 있다. 이 책은 구한 세상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내가 디지털 포렌식에  참여했던 사건들을 위주로 내 체험과 조사를 정리했다.

– 참여한 사건들은. 

  • 2010년, 최열 사건: 4대강 비판 못 하게 하려고 최열을 파렴치한으로 만든 사건.
  • 2011년, 네이버샵: 포털의 오픈마켓 진출의 부당함에 관한 이야기.
  • 2012년, 통합진보당 경선 사건.
  • 2013년, 서울시 탈북자 간첩 사건.
  • 2014년, 세월호.

–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건들에 주로 참여했는데. 

아무도 안 해서 내가 한 측면이 있다. 최열 사건 때는 검찰에 대한 반대증거를 확보하는 일이라서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때까지 검찰 보고서에 대해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한 바 없다.

최열 측에서 검찰 보고서 못 믿겠다고 했지만, 아무도 전문가로서 나서지 않으니까, 나에게 의뢰가 왔다. 최열 사건이 내가 디지털 포렌식에 참여한 첫 사건이다.

– 어떤 사건들을 주로 맡았나. 

외뢰 받은 거의 모든 사안이 증거가 조작된 사건이었다. 최열도 그랬고, 탈북자도 그랬고, 통합진보당 경선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공안사건은 내가 담당한 사건에 한정하면 모두 조작사건이었다.

–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국과수가 법정에 증언하러 나와서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내가 그 다음 증언자로 나와서 국과수의 증언은 거짓이라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국과수를 거짓말쟁이라고 말했는데, 법원은 이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 선서한 증인의 증언이 진실한지 아닌지(위증)를 판단하지 않고 넘어갔다.

국과수가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서 국정원에 유리한 증언을 하려고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했고, 나는 그 국과수의 증언이 거짓이라고 증언했음에도 여기에 법원은 판단하지 않았다.

나로선 엄청난 용기와 결단을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법원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 입장 차이를 간단히 설명하면? 

  • 국과수 요지: 디지털 증거는 위변조가 쉽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디지털 정보는 파일명만 바뀌어도 해시값이 달라지죠?”라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 김인성 요지: 해시값은 파일명을 바꾸어도 달라지지 않는다. 국과수는 증언대에서 서서 거짓말을 했다. 법원에서 실험까지 했다. 직접 보여주기까지 했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

– 왜 법원이 판단하지 않았다고 보나.

나를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나는 ‘위변조’에 관해 바뀌지 않는다는 걸 눈앞에서 보여줬기 때문에)이고, 그렇다고 국과수 증언자를 위증죄로 처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본다.

– 법원이 정치적인 판단을 했다? 

다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겠다. 나는 거짓말(위증)하면 큰일 난다. 그렇지 않겠나? 그런데 국과수는 거짓말해도 되는 조직인가? 내가 오히려 묻고 싶다.

자물쇠 해킹 보안 퍼블릭 도메인

– 한수원 해킹이 논란이다. (2015.03.17. 보충 문답)

해킹이 북한 소행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계속 ‘해킹 = 북한’이라고 말하는데 왜 막지 못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한두 번도 아니고, 서너 번도 아니고, 여덟아홉 번  계속해서 ‘북한’이 해킹 ‘공격’하고 있다면, 이를 막아야 할 게 아닌가.

중요한 것은 해커가 어떻게 들어왔고, 어떻게 하면 해킹을 막을 수 있는지다. 바꿔 말하면, 왜 못 막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런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민이 없다. 개선 방안이나 방지책은 전혀 말하지 않은 채, 북한 이야기만 한다.

결국, 북한은 책임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이번에도 ‘북한 소행’이라는 검찰의 중간 수사발표가 있었다. (2015.03.17. 보충 문답)

검찰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봐라. 보안 업그레이드 방향이나 문제점에 대한 방지 방안 등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 이야기는 쏙 빠졌다.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에 관한 언급도 없다. 해킹은 항상 일어나는 일이다. 누가 했는지는 차후의 일이다. 책임자가 보안방어를 해야 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농협 해킹 때는 어땠나. 농협 관계자도 보안을 담당한 IBM도 ‘선방’했다는 황당한 주장이 통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그만하면 잘 막았다’고 책임을 피했다. 그리고 결국 남은 건 ‘북한 소행’이다.

농협 사건뿐만 아니다. 북한 소행이라고 주장된 해킹 사건 중에 북한 소행임을 확증할 수 있는 증거가 나온 사례는 지금까지 전혀 없다.

– 책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포렌식 전문가로 활동한 5년을 기록한 책이다.

사건 대부분이 아무도 나서지 않아 내가 맡은 사건들이다. 각 분야 전문가가 자기 전문 분야에만 갇혀 있지 않으면 좋겠다. 가령, 의사라면 신해철 의료과실 사건에 대해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 노환규 전 의사협회회장 같은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자기 뜻과 의지를 관철하는 도구로 전문가들을 활용하고, 전문가는 스스로 그런 도구로만 자신의 역할을 한정하는 것은 아쉽다. 전문가로서 사회적으로 발언하더라도 그 위상이 손상되지 않고, 더 많은 접점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IT가 구한 세상]에서 저자인 김인성 전 교수가 감사를 표한 사람들

[IT가 구한 세상]에서 저자인 김인성 전 교수가 감사를 표한 사람들

2. 디지털 포렌식이란 무엇인가? 

– 디지털 포렌식이란?

포렌식은 증거조사라는 뜻이다. 70년대 영화인 형사 콜롬보를 봐도 ‘포렌식’ ‘포렌식’ 한다. 디지털 포렌식은 그 증거가 디지털로 된 데이터, 핸드폰, 카메라, 컴퓨터, 인터넷 활동 자료, 아이피 기록 등이다.

– 전문 인력이 얼마나 되나?

경찰에 사이버수사대, 검찰에도 조직이 있고, 민간 포렌식 전문가들도 많다. 가령 흥신소와 같이 휴대폰 자료를 복구하는 사람들도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법정증거로 제출할 정도의 엄밀성을 갖춰야 하니까.

– 이미 많네?

그렇다. 대학 쪽에서도 인력을 양성하고 있고. 그런데 기성의 포렌식 종사자들은 나를 ‘이단’으로 본다.

– 이단?

그들이 말하는 포렌식 자격증, 관련 학회, 관련 논문들이 없으니까 (포렌식 전문가가 아니라) IT 전문가로 한정하는 것 같다. 검찰의 단골 질문도 이런 식이다.

“당신 포렌식 경력, 학위, 실적이 있느냐?”

문제는 그러면서도 내가 “증거가 조작됐다”하는 주장에 대해선 아무런 반증도 내놓지 못한다.

– 반대 측에서 반증을 내놓은 경우가 한 번도 없었나?

없었다. 가령, 서울시 탈북자 간첩사건에서 나는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는데, 국정원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 포렌식 작업에 대해서는, 작업상의 특성이랄까.

재밌고, 흥미로운 일이다. 거의 코어(핵심)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다. 어떤 사건이라도 주장이 난무할 때 원본 자료를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 디지털 시대라서 그런가.

그렇다. 이제 모든 사건은 IT(정보통신기술) 사건이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모든 사건에 대해서는 디지털 조사에 대한 요청이 온다. 강정마을, 세월호와 같은 사건들. ‘그것이 알고 싶다’, ‘추적 60분’ 등에서도 자문 요청이 잦다.

– 문제는?

우선 포렌식만으로는 생계가 어렵다. 특히 젊은 친구들이 더욱 그렇다. 다만, 다양한 체험과 IT 배경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디지털 포렌식 분야에 재능기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검찰과 각을 세우면 포렌식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 그럼 실무에선 진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검찰 측 증거인지 아닌지가 중요하겠네? 

그렇다. 지금까지 국정원, 검찰, 국과수 등의 보고서는 전문가에 의해 의심, 검증된 바가 없다. 내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없다.

– 포렌식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붙었는데? 마음에 드나?

내 본업도 아니고, 외부에서 필요로 하니까 해주는 일이다. 아무도 없고, 내가 할 수 있으니까 하는 일이긴 하지만, 좀 더 많은 전문가가 공정하게 조사해줬으면 한다.

-IT 전문가로만 평가받는 것에 아쉬움이 있는 것 같은데.

아쉬움이 있는 것은 아닌데 소재나 정보보다는 글 자체로 평가받고 싶긴 하다.

[IT가 구한 세상]에도 에필로그와 프롤로그에 사회적인 이슈가 아니라 개인적인 변화의 방법에 관해 썼는데, 글 쓰는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들을 독자들이 관심 있게 읽어주면 좋지.

사회적인 문제를 아무리 비판해도, 개인이 성장해야 사회가 바뀔 수 있다. 386세대는 낮엔 돌멩이 던지고 밤에는 술 먹고 자는 바람에 지금 시대를 이끌어갈 만한 역량이 부족하다. 개인적인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 인정하는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가 있나?

한국의 디지털 포렌식 문화를 선도한다는 사람이 법정에서 “국정원은 믿을 만한 조직이다.”라고 증언하고, 그래서 국정원 증거도 믿을만하다고 말하는 현실이다.

그런 현실은 기술만 있고, 당위와 철학을 고민하지 않는, 엔지니어 꾼으로 보인다. 그런 엔지니어들밖에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 전문가밖에 발견하지 못했다.

– 전문성 부족인가? 아니면 철학의 빈곤인가? 어느 쪽이 문제라고 보나. 

두 가지가 따로따로가 아니라고 본다. 두 가지가 서로 맞물려서 깊어져야 하는데, 그 점이 부족하고, 아쉽다. 박근혜 비판하는 것은 좋은데, 동시에 성찰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게 없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김인성 미닉스

3. 블로거 미닉스에 대해서

– 우린 사실 블로거로 처음 만났다.

글을 올리기만 하고, 블로그를 글 저장소로 쓰고 있던 시절, 민노씨가 나를 발견해줘서 블로거로서 빛을 본 것 같다. 고맙다.

– 고맙게 생각해줘서 나도 고맙다. 

민노씨나 나나 블로그 시대에 블로거로서 활동하고, 그 활동을 발판으로 그다음 단계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블로거들 중 한 명인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고맙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

– 살이 좀 찐 것 같은데.

많이 쪘다. (+ 너나 잘하라는 눈빛)

– 블로그 시절의 즐거움이랄까. 회상한다면? 

나에게 블로그는 어떤 테마에 대해 써야 한다는 강박이나 머리를 어지럽히는 사념들을 글로 써서 잊어버릴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 과정이 즐거웠다. 어떤 소재나 주제를 토해내고 나면 머리가 말끔해지는 느낌이랄까. 그런 측면에서 블로그가 많은 도움이 됐다.

지금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사람들이 많이 쓴다. 사람들의 당연한 인정 욕구로 굴러가는 도구로 보는데, 미디어 자체의 휘발성이 강해 깊이를 부여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블로그는 여전히 강력한 매체(도구)라고 생각한다.

– 블로그 시대는 이미 올드패션 같다.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은 소수고, 소비하는 사람이 다수였는데, 마이크로 블로그(특히 트위터)가 컨텐츠 생산자의 폭을 넓히긴 했다고 본다. 하지만 동시에 긴 글 기피 현상도 만들어 낸 것 같다. 블로그의 위기인 것은 맞지만, 소셜 시대에도 창작자로서 살아남기 위해선 블로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개인적으로 미닉스 블로그 초기에 뽀빠이 이상용이나 개그맨 박성호, 구봉숙, 예지원 등에 관한 글이 인상적이었다.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이고, 안타까운 사람들이라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현진영 경우에는 5집 앨범인가를 듣고, 기존 앨범도 모두 구입해서 들어보고, 신문기사들도 찾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찾아보고…. 그렇게 썼다. 읽어본 사람들은 심층 조사를 했구나라고 느꼈을 것 같다.

미닉스의 작은 이야기 ‘내 안의 사람들’ 

– 가장 애착이 가는 글은.

현진영. 내가 썼지만, 너무 잘 썼던 것 같다. (웃음) 혼자서 읽고, 속으로 ‘참 이놈 글 잘 쓰네!’ 이런 만족감이 있는 글이었다. (나는 예지원, 박성호 등에 관한 글도 좋았다) 아무래도 안타까움의 깊이는 현진영만 못했던 것 같다. 글을 끝낼 때의 격정적인 느낌, 몰입감. 개인적으로 가장 몰입해서 썼던 글인 것 같다.

– 스스로 블로깅에 관한 회고랄까, 평가한다면? 

결과론이지만, 블로거로서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이유는 시스템 어뷰징에 편승하거나 독자 기호에 영합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어뷰징하는 법을 몰랐다. (웃음) 그래서 내면으로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대신 그 시절에는 하루 방문자는 100명을 넘은 적이 거의 없다.

블로그 안에 담긴 원고의 분량이 2만 매(원고지) 정도 축적되면서,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책 한 권의 분량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스킬’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굉장히 중요하다.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쓸 수는 있지만,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내는 일은 또 다른 일이고, 중요한데…

담배 이야기, 수영 이야기, 사람들 이야기들도 발간이 되든 안 되든 각각 소재에 대해 원고지 800~1,000매 정도를 쓸 수 있는 역량이 대단히 중요한 것 같다. 긴 글을 쓸 수 있는 역량을 훈련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했던 시기다.

– 블로그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네이버와 논쟁(검색 공정성 이슈)을 만화로 올리면서 폭발적인 반응이 생겼는데, 모든 커뮤니티에 만화가 올라가고, 여러 관련 논쟁이 생기는 모습을 보면서 블로그의 위력을 경험했다. 블로그 매체로서 자리매김한 계기가 됐다.

김인성 미닉스

– 요즘도 블로깅 자주 하나?

새로운 글은 가능한 블로그에 올린다. 언론 기고문은 나중에라도 올리려고 노력하고. 글에 대한 검증 작업을 블로그를 통해 하는 게 습관이라서 웬만한 글이라면 먼저 블로그에 올린다. 피드백도 받고.

– 페이스북, 트위터, 메시징 서비스 등은 어떻게 보나 

인간의 본질적인 인정욕구를 자극한 서비스라고 본다. 그런데 가볍고, 휘발성이 강한 매체적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깊이 있는 이야기, 긴 이야기는 소비되기 힘든 것 같다. 아무래도 그런 매체들을 사용하면 그런 매체적 특성에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창작자라면 그런 미디어를 주된 활동공간으로 활용하기는 좀 그렇다.

나의 테마는 "안타까움"이다.

나의 테마는 “안타까움”이다.

– ‘(한 인간의) 추락’ 혹은 ‘연민’이 블로그의 테마였다고 기억한다. 

정확히는 추락이 아니라 ‘안타까움’에 관한 이야기다. 가령, 김진홍 목사도 너무 존경했던 분인데, 너무도 안타까웠고. 예지원은 영화 [올드미스 다이어리] 마지막에 절규하는 장면이 있다.

“왜 사람한테 잘해줘서 오해하게 만들어!”

예지원 영화인생 전체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썼다. 그 처절한 장면을 한 번에 찍었다고 하더라.

– ‘안타까움’의 정체는 뭔가?

‘KT가 아이폰이 나왔을 때 이렇게 해야 하는데’라는 취지의 글을 썼다. 한국은 이런 경우에 이렇게 하면 참 잘할 건데 왜 그걸 안 할까라고 말하는 식이다. 대부분은 KT의 부족함을 비판하는 글을 쓸텐데, 나는 KT가 이렇게 하면 잘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식으로 접근한다.

세상을 바꾸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느낄 때 행동하는 것 같다. 공감과 같은 감정도 안타까움에서 출발한다.

‘나도 저런 적 있어. 쟤 저러면 안 될 텐데…’

– 공감한다.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굉장히 강력한 감정인 같다. 

내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누군가(어떤 기업이나 서비스)를 냉정하게 까는 글은 의외로 없다. 오히려 상대방을 안타까워하고, 그런 스타일로 글을 쓰는 것 같다.

– 의식적인가.

대놓고 까는 건 별로 맘에 안 든다. 왜냐하면, 서로를 변화시키기 어려우니까. 안타까움은 서로를 변화하게 하는 정서인 것 같다.

IT는 정말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김인성 전 교수는 그저 "구한  세상도 있다"고 말했다.

IT는 정말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김인성 전 교수는 “구하지 못한 세상도 있지만, 구한 세상도 있다”고 말했다.

내가 결국 믿는 건 독자뿐이다 

– 딸에 대해 한 말씀. 공동작업을 많이 했는데. 

교정, 교열에 편집자 역할까지 했던 파트너였고, 만화로 이야기할 때 그림을 그려준 동지, 책을 디자인까지 담당했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활동을 많이 했다. 이러다 정치권으로 가기도 하는데? 

불러주면 고맙지. (웃음) 지금까지 해왔던 활동이 사회적인 금기를 앞뒤 안 보고 건드리는 활동들을 해왔다. 관이나 정에서 나를 불러주기 힘든 스탠스까지 와 있는 것 같다.

– 앞으로 계획은? 

내가 믿는 건 나를 지지해주는 독자들, 나를 이해해 줄 미래의 독자들이다. 이분들을 믿고 저작활동을 계속해나가는 게 내 앞으로의 계획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 

블로깅 이후로 다양한 일을 해왔는데, 결국은 여러 집단에서 파문당하는 형태로 왔다.

네이버 비판하고 나서는 ‘열외’당했고, 국정원이나 검찰 경찰에 대한 증거조작을 이야기하면서 포렌식 업계에서는 ‘왕따’당한 상태고, 통합진보당을 이야기하면서 진보 매체나 진보적 지식인들에게도 배제되고 있다고 느낀다.

내가 건드리는 것들이 사실 기존의 포렌식이라든지, 진보정치라든지, 기성 사회가 금기시하는 것들, 치부들을 건드리고 있는데, 어떤 매체로부터도 도움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서운함이랄까, 그런 게 있다. (웃음)

내가 밝혀낸 진실이 당대에 이해될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책을 낸 이유는 이런 기록을 남겨서 미래의 독자들이 2010년대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엔지니어가 있었다고 기억되고 싶다. (Slow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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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민노씨
슬로우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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