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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유지 – 무용 음악 영상 여성학 종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2015년 1월 17일, 예술 분야 창작자의 ‘작업과 밥벌이’를 주제로 열린 ‘접속유지’ 좌담회를 총 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

1. 신호들의 교차점에 멈춰 서서
2. 문학 창작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3. 미술 창작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4. 무용 음악 영상 여성학 창작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5. 창작자 파란만장 생존기

음악, 여성학, 무용, 영상 분야 패널 

백수정: 밴드 ‘다이 올라잇'(Die Alright)의 드러머이자 4년 차 시각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그 외에 캔들을 만들어 부업 삼아 판매하고 있다. 오는 3월 즈음 회사를 때려치운 뒤 캔들을 주 수입으로 삼고 디자인 외주 일을 기반으로 밴드 생활을 꾸려나갈 예정이다.

정규리: 대학에서 철학을,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소설가의 꿈을 가지고 대학에 들어갔으나 여자만 줄창 만나다가 여성학과에 진학, 퀴어 이론을 공부하고 번역까지 하게 되었다.

‘성적/노동’에 대한 석사 논문을 쓰려고 누드모델회사에 잠입했다가 적성을 깨닫고 생업으로 삼은 지 1년 반이 되었다. 장래 희망은 레즈비언을 위한 성적 콘텐츠(포르노/에로잡지/야설)등을 생산하는 것. [가가 페미니즘]을 공역했다.

한봄: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현재는 여성운동과 노동운동, 환경운동이 무용과 만나는 지점을 모색 중이다.

정용: 몇 편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고, 오랜 기간 영화를 준비 중이다.

접속유지

창작자의 밥벌이와 작업에 관한 좌담회 ‘접속유지’ (사진 제공: 정언)

1. 작업 & 밥벌이: 어떻게 병행하나?

한봄 (무용): 만약 내가 이 분야에서 작업과 일을 잘 병행하는 성공적인 케이스라고 한다면, 아마 학원에서 입시생 두세 명을 받아서 그 학생들에게 작품비를 500에서 1,000만 원가량 받고, 학원에서 받는 월급만 200~300되고, 학원도 두세 군데씩 뛰고, 이런 시스템으로 굴러갈 거다. 또 무대에도 자주 서는 무용수가 되고.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대다수 무용 전공자는 나와 같이 힘겨운 삶을 산다. 지금 수요가 높은 시장은 유치원에서 가르치는 어린이 발레다. 유치원과 연계된 업체에서 전공자들을 일 년 단위 계약직으로 고용해 수업에 할애한 시간만큼 월급을 책정한다. 한 타임당 2만5천 원에서 3만 원 정도 받는다.

나도 몸이 좋지는 않아서, 유치원 두 군데 해서 일주일에 3일 정도 나간다. 근근이 살아갈 정도다. 월 60~70만 원 정도밖에 못 번다. 만약 이 일에 매진하게 되면 월 100~200 정도 벌지 않을까 싶다. 업체들이 대형마트의 문화센터를 다 잠식한 상황이다. 그쪽으로 수업을 나가는 수완 좋은 교사들은 300~500 정도 번다고 들었다.

정용 (영상): 한 달에 110만 원 정도 벌 수 있는 일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처음에 마케팅 부서에 채용됐는데, ‘영상으로 마케팅을 하면 어떻겠는가’라고 제안했다. 시간을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오너를 설득해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비정기적으로 행사 메이킹 영상이나 스팟 영상을 제작하는 일들도 한다. 30만 원에서 300만 원까지 단가가 다르다. 이 일들은 굉장히 비정기적으로 들어온다. 영상작업도 편집 레슨을 해달라는 수요가 있하다.

하지만 사교육으로 돈 벌어 생계를 꾸려 나가는 게 아직은 뭔가 인질 잡아서 돈 버는 느낌이라 계속 고민이다.

카메라맨

JunoNamkoongLee, CC BY ND

백수정 (밴드 음악): 스무 살 때부터 쭉 일을 해왔다. 졸업한 시점부터 계산하면 4년 차. 디자인도 음악도 하고 있지만, 음악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밴드 활동을 하려면 저녁 시간을 비워둬야 하기 때문에, 6시 반에 칼퇴근한다. 이렇게 되기까지 굉장히 힘들었다.

디자인 일이 야근이 잦다. 큰 회사에서 편집 디자인할 때는 새벽 4시까지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열심히 하던 밴드가 해체되기도 했고. 지금은 자리를 잡은 것 같다.

2. 밥벌이 vs. 작업: 그 갈등의 조율은? 

정규리 (여성학): (밥벌이와 작업을 일치시킨 것 아니냐는 질문에) 네가 하고 싶은 게 포르노면, 지금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친구들이 묻기도 한다. 나는 미술학원, 문화센터, 대학에서 그림 모델을 한다. 실은 창작보다는 여성주의 포르노, 레즈비언 포르노를 통한 여성운동을 하고 싶다.

그런데 돈을 벌려면 좀 야하고, 여성을 대상화하는 작업에 참여해야 한다. 최근에 출연한 영화에서 내 역할은 창녀였다. 여자친구랑 헤어지기 위해서, 창녀 불러서 여자친구 옆에서 섹스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였다. 그걸 전혀 모르고 현장에 갔기 때문에 멘붕이 왔다.

내가 성 노동 운동을 하려는데 창녀 역할을? 그래서 현장 상황을 아카이빙하는 것도 운동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애써 하면서,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다.

정용 (영상): 나는 작업하는 나와 노동하는 나 사이에 괴리가 별로 없다. 일하는 동안은 툴을 다루는 스킬이나 감각을 버리지 않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또 평상시 구매욕 자체를 줄여놓기도 한다.

줄어든 욕망은 창작으로 채워진다. 작업하는 시간이 적어서 고통스럽다 이런 생각이 안 들게끔 미리 준비를 해두기도 한다. 레퍼런스를 정리해두거나 발상을 미리 써놓고.

백수정 (음악): 작업하는 나를 일하는 내가 침범하고 있다는 게 내 경우에는 전혀 와 닿지 않는다. 디자인하는 내가 음악 하는 나를 지탱해 준다. 음악 하는 내가 디자인 작업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그것들이 계속 상호작용하고 있다.

머리 빤짝빤짝한 아저씨들이 나오는 선거 포스터를 작업하고 있을 때도 나는 비관하지 않는다.

한봄 (무용): 사교육 시장에서 내부 분열을 겪은 적이 있다. 지금이 유치원 아이들 재롱잔치 시즌인데, 엄마들은 우리 애가 못하는 걸 절대로 볼 수 없다. 일곱 살짜리 아이가 아주 훌륭하게 해내야 된다. 아이들에게 이걸 해내게 하려면 학부 때 내가 무대에 섰을 때 연습했던 것만큼 쪼아야 한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생각보다 훌륭하다.

반면 백수정 씨처럼 생업으로부터 작업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예전에 나는 무용수로서 작업할 뿐이었는데, 유치원 무대라도 전체적인 기획과 구성을 하다 보니까 배우는 부분이 확실히 있다.

Jim, the Photographer, CC BY https://flic.kr/p/846m3P

유치원 무대라도 기획과 구성을 하다보니 확실히 배우는 게 있다. (출처: Jim, the Photographer,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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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언
초대필자. 자유기고가

만나고 쓰는 일이 즐거운 사람. 대학에서 미술이론을 공부한 후 월간지 객원기자, 드라마 홍보, 칼럼 기고 등 여러 일을 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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