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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인으로서 편집자 생활을 시작한 것이 1994년부터이니 2015년 올해까지 21년째 편집자로 살았다. 21년 차 편집자로서의 노하우를 독자와 함께 나눈다.

Tim Geers, CC BY https://flic.kr/p/8DFBf3
Tim Geers, CC BY

첫 번째, 자기 의견

편집자라면 누가 묻지 않아도 항상 자기 의견이 있어야 한다. 심지어 의견이 없을 때조차 그것이 하나의 의견이어야 한다.

두 번째, 먼저 자기를 설득하라 

그 의견이 자신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속이기 어려운 사람이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의견, 스스로 설득할 수 없는 의견으로 저자와 독자를 설득할 수 없다. 편집자라면 끝없이 자문하고, 의견을 구해야 한다.

Mustafa Khayat, CC BY ND
Mustafa Khayat, CC BY ND

세 번째, 잘 들어야 한다

잘 듣는 것이다. 편집자는 항상 중간에 있는 사람이다. 중간에서 남의 말과 글을 읽고, 듣고, 옮기게 되어 있다. 들은 것을 차분하게 해독하고, 헤아리고 그다음에 반응하라. 혹시라도 누군가 당신에 대한 비판과 불만을 말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즉각 반응하지 마라. 우린 이해하기 위해 듣는 것이지 그 사람의 의견에 동의하기 위해 듣는 것이 아니다.

네 번째, 나의 시각을 제시하라 

저자 또는 상사의 의견에 노골적으로 반대하지 마라. 타인과의 대화 중 80%는 듣고, 20%는 나의 의견을 말하되 상대방이 했던 말이나 의견으로 시작하여 나의 시각을 제시하라. 그는 틀림없이 당신이 하는 말이 자기가 처음부터 말하려고 했던 생각인 줄 알 것이다.

다섯 번째, 가장 훌륭한 비판은 가장 훌륭한 질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해야 할 때다. 비판은 특정 행동이나 부분에 국한하되 상대의 인격 자체를 겨냥하거나 어느 경우든 이에 손상을 가하는 극단적인 용어는 피하도록 하라. 가장 훌륭한 비판은 가장 훌륭한 질문이다. 똑똑한 상대라면 당신의 질문을 받고 답하기 위해 스스로 비판할 테고, 바보라면 어차피 어떤 비판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Andreanna Moya Photography, CC BY
Andreanna Moya Photography, CC BY

여섯 번째, 일을 잘하는 것 못지 않게 잘하는 척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단 해야 할 일을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그냥 기본이다. 대개의 사람들이 잘 못 하는 것, 잘 깨우치지 못 하는 것은 일을 잘 하는 것 못지 않게 일을 잘하는 척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을 잘하는 척하라고 하면 대개는 잘난 척하라는 것으로 착각한다. 일을 잘하는 척하라는 것은 필요한 순간, 어차피 내려야 하는 결정이나 판단, 양보 같은 행동이라면 과감하게 판단해서 자신감 있게,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행동하고, 사소하더라도 프로페셔널한 소양이나 태도 등을 갖추란 뜻이다.

이것은 타인의 신뢰 못지 않게 스스로 사기와 자존감을 높여준다.

일곱 번째, 큰일일수록 일단 시작한다 

큰 프로젝트일수록 일단 착수하고 보라. 어차피 하루 이틀에 혼자 마무리 지을 수 없는 일이라면, 혼자만 끙끙 앓아서 완벽한 기획안을 만들어 낸 뒤에 시작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던져놓고 디자인팀을 비롯해 외주처, 서점에 가서 직접 부딪쳐 보라. 삼인행(三人行)이면 필유아사(必有我師)고, 밖에 나가면 귀인을 만날 운세다.

https://flic.kr/p/9L37ur Steven Depolo, CC BY
Steven Depolo, CC BY

여덟 번째, 직장 상사

직장 상사들을 잘 관리하라. 자신의 의견이나 희망 사항을 사실과 구분해서 보고하되 뻥 치지 마라. 그들은 당신이 생각했던 꼼수 대부분을 과거에 해봤다가 혼나본 경험자들이다. 하나같이 당신보다는 빠꼼이란 말이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수립한 최선의 일정과 계획에 대해 상사들에게 낙관적으로 떠벌이지 마라.

상사들에게는 어떤 경우라도 항상 조금 덜 약속하고, 조금이라도 더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상사들은 시간이 많고, 한가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당신이 선사하는 정보라면 무엇이든 좋아한다. 자주 보고하고 쓸데없는 것도 보고하라.

다만, 상사에게 뭔가 확실하게 공동의 책임을 지우고 싶다면 회의 시간에 보고하라. 단, 상사에게 비판의 화살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라.

아홉 번째, 갑질하지 마라

외주처 가서 갑질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차피 네가 다니는 출판사에서 정년 못한다. 그들은 나중에라도 네가 독립하면 도움받아야 할 인생 선배들이다. 항상 많이 물어보라. 그리고 그의 대답을 진심으로 듣고 싶어하라. 도와주겠단 놈치고 도와주는 놈 없고, 도와주겠다는 놈보다 도와달란 놈이 언제나 더 많이 사랑받는다.

열 번째, 퇴근하면 당신은 말단 신입 

이 판에서 성공해서 돈 벌고 싶은 욕심으로 버티고 있다면 넌 이미 망했다.

괜히 뭔가 해보려고 설쳐대지 말고 시간 되면 퇴근해서 아내의 설거지도 돕고, 주말이면 아이들과 놀아주도록 하라. 어차피 당신이 무엇을 하든 가정이 편해야 한다. 가늘고 길게 오래가라.

샐러리맨 가장은 회사에서 당신의 직급이 뭐가 되었든 퇴근하면 집에서 말단 신입사원이다.

집이 회사라면 당신은 집이라는 ‘회사’에서 제일 적게 일하면서도 가장 큰소리치는 사람이고, 제일 먼저 퇴근하면서도 제일 늦게 출근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집에서 가장 적게 일하는 주제에 큰소리치지 말자는 뜻이다.

집 가정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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