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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문제 수익화, 어떻게 볼 것인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홍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기출문제에 대한 저작권을 갖고 있지만, 저작권 수입 징수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문제 저작권 수입 포기로 대형 출판사나 사교육업체가 이득을 보며, 수능시험에 들어가는 세금이나 수험료 부담을 포기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박홍근 의원실 제공

박홍근 의원실 제공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문제의 저작권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명시하고 문제의 일부 또는 전부를 무단 복제, 배포, 출판, 전자출판하는 등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고 공지하고 있지만, ‘저작권료를 징수하거나 허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즉,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저작권료를 징수하면, 그렇게 번 수입으로 수험생 응시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수능 시험 아침

1. 수능 문제 팔면 수험생에게 이익? 

수능 기출문제를 수능 문제집을 만드는 출판사에 판다고 가정해보자. 수능 문제집은 당연히 가격 상승 요인이 생긴다. 결국, 수험생의 부담은 그대로 거나 오히려 높아질 수도 있다.

수능 기출문제를 최종 이용하는 사람은 학생들인데, 평가원이 저작권료를 징수하기 시작하면 학생들이 부담하는 도서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으며, 평가원 또한 기존에 없었던 저작권 징수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2. 수능 문제 = 공공목적 사업 

수능 문제 저작행위는 원칙적으로 국가가 교육과정 평가라는 공공목적을 위해 진행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기출문제를 팔아 수입을 올리기보다는 누구나 기출문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문제를 외부에 저작권료를 받는 판다고 해서 저작물 생산의 인센티브가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의 저작물에 배타적인 저작권을 부여해 판매하는 정책 방향이 과연 합리적이고, 올바른가? 수능 문제 ‘수익화’는 과연 저작권법 취지와 부합하는가?

3. 공공누리: 정부와 지자체의 저작권 정책  

아래 캡처한 화면에서 주목해야 하는 표시는 우측 하단에 있는 공공누리 라이센스(정부간행문을 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한 증명) 표시를 주목해보자. 해당 공공누리 유형은 1) 출처를 표시하고 2) 상업적인 목적의 이용을 금지하며 3) 변경을 금지하는 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공공누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위 공공누리 소개 페이지에서 주목할 만한 문구는 “저작권법 제24조의2(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이 2014년 7월 1일 시행”되었고, 이에 따라 “1유형 사용을 권장”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공공누리 1유형은 “출처만 표시”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상업적인 이용과 비상업적인 이용을 가리지 않고, 변경 여부를 가리지 않고,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보증(약속)’이다.

저작권법 제24조의2 (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

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상 작성하여 공표한 저작물이나 계약에 따라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보유한 저작물은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저작물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를 포함하는 경우
2. 개인의 사생활 또는 사업상 비밀에 해당하는 경우
3. 다른 법률에 따라 공개가 제한되는 정보를 포함하는 경우
4. 제112조에 따른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된 저작물로서 「국유재산법」에 따른 국유재산 또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른 공유재산으로 관리되는 경우

수능 문제 수익화, 어떻게 볼 것인가?

박홍근 의원의 ‘수능 문제 저작권 수입 징수’ 주장이 이상에서 살펴본 문제들, 특히 공공저작물의 자유로운 이용에 관한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 방향, 특히 저작권법상 ‘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24조의2)에 관한 고민을 거친 것인지 의문이다.

좀 더 자유로운 공공저작물의 이용과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는 모든 국민이 공공 저작물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그에 관한 제도와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 저작물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하는 ‘창조 경제’의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여전히 저작권을 빌미로 한 로펌의 ‘삥뜯기’는 기승이고, 국회와 법원, 행정 각부의 사이트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그저 한글파일과 PDF 속에서 잠자고 있다. 누구도 공공 저작물을 맘껏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커녕 접근할 생각조차 않는다. 

박홍근 의원의 문제 제기는 수능 문제를 수익화해서 학생,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앞서 살핀 것과 같이 박홍근 의원의 주장은 공적 저작물을 좀 더 널리 자유롭게 사용함으로써 얻어지는 더 큰 이익에 대해선 제대로 살피고 있지 못하다.  

지금은 수능 문제 수익화를 고민할 시점이 아니라 공공 저작물의 좀 더 ‘자유로운 이용’을 이야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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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필자, 진보네트워크 활동가

진보네트워크센터와 정보공유연대 IPLeft 활동가입니다. 인터넷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보호, 정보 공유, 망중립성을 옹호합니다. 해적들의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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