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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이렇게 바꾸자

2015년 최저임금은 시급 5,580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116만 6,220원(월 209시간 사업장 기준)이다. 한국 최저임금 제도에 대해 생각해 봤다.

1. 최저임금은 폭력적… 하지만 시장보다는 ‘덜 폭력적’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자유로운 교환을 통해 경제적 효율을 추구한다는 시장경제 관점에서 보면, 최저임금은 ‘폭력적’이다. 이해당사자들이 아닌 이들이 회의실에서 모여 ‘사람의 가격’을 정한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흥분하기 쉽다.

그럼에도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최저임금 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는, 최저임금 없는 노동시장에서 발생할 일들이 더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저임금 노동자가 노동시장의 ‘폭력’에 대책 없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덜 ‘폭력적’이다. 세상의 수많은 나라들이 무식해서 최저임금을 운용하는 게 아니다. 경제학자들이 입으로 말하는 ‘시장 실패’를 온몸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최저임금 제도 자체를 비판할 힘이 있으면, 차라리 제도 개선 방법에 머리를 보태는 게 낫다.

2. 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 제도가 있다고 만사형통은 아니다. 시작일 뿐이다. 노사 대표를 포함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노사가 최저임금에 합의하는 것, 어렵다. 경제적 이해관계도 엇갈릴 뿐만 아니라, 묘한 자존심 싸움에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겹치기 쉽다.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보자는 ‘실사구시’ 자세는 실종되고 진흙탕 싸움 되기 쉽다.

협상 대표도 이해당사자와 거리가 먼 경우가 태반이다. 저임금 노동자는 대부분 소기업, 조직화하지 않은 기업에 몰려 있다. 이들 저임금 노동자를 대표하기에는 협상 대표는 ‘너무 먼 이웃’이다.

내가 보기에는 기업의 대표성이 더 심각하다. 대표성 문제, 빨리 해결해야 한다. 언제까지 최저임금의 당사자를 위원회 건물 바깥에 내버려 둘 것인가. 회의실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3. 협상 방식

협상 어렵다. 쉬운 것 같으면, 위원회까지 만들고 하겠는가. 하지만 현재 방식은 시간과 고생에 비해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결과도, 최종 결정된 최저임금도, “상처뿐인 영광”일 때가 많다. 꼭 이럴 필요가 없다.

협상 과정을 보면 그렇다. (아래 그림 참조)

최저임금

노사 대표의 첫 번째 요구안은 그저 의미가 없는 것으로, 솔직히 그냥 시간 낭비다. 예컨대, 노동자 대표는 지난 10여 년 동안 30% 이상 수준의 인상을 첫 번째 제안으로 제시했다. 사용자 대표는 2~3% 또는 동결, 또는 삭감을 주장했다. 올리자고 하는 수준이 소비자 물가 증가 수준보다 낮다. (아래 그림 참조)

최저임금

실질 최저임금의 삭감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이 두 주장 사이에는 무슨 협상이 필요할까. 만나서 얼굴 한번 붉히는 것 말고는. 그렇게 시간이 보내고 나면, 항상 시한에 쫓긴다. 내가 보기에는, 최종제안이 실상 첫 번째 제안이 되어야 한다.

4. 제대로 협상하기 위한 몇 가지 규칙

처음부터 깔끔하게 몇 가지 규칙에 합의하는 건 어떨까? 턱도 없는 주장을 처음부터 막자는 거다. 필요하면 법도 좀 바꿀 수 있겠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우선, 최저임금 인상의 하한선을 정하자.

최저임금의 실질 가치는 보전되어야 한다. 최소한 소비자 물가 증가폭은 되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최저임금 필요 없다. 또 한가지. 예전보다 생산력이 좋아졌으면 거기에 걸맞게는 올라야 한다. 그게 상식이 아닌가. 즉, 실질 노동생산성 증가를 고려해야 한다.

전보다 생산을 많이 해서 기업에 기여하는 데, 물가 상승분만큼만 올려주는 건, 좋게 말해서 얌체다. 그러니까, 소비자 물가 상승률과 실질 노동생산성 증가만큼은 올려줘야 한다. 이게 하한선이다. 그 이하로는 제안 자체를 제시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최소한 물가상승분 이상이라는 것은 법에 못 박으면 된다.

둘째,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의 하한선을 정하자.

위의 원칙은 잘해야 현상보전이다. 최저임금이 현재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면, 첫 번째 원칙만으로는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을 높이기 힘들다. 한국은 특히 그렇다.

따라서 평균 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의 하한을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컨대, 최저임금은 평균임금의 40% 이하일 수는 없다는 식으로 정할 수 있다. 물론 유사한 방식으로 상한을 정할 수도 있겠다.

이 원칙을 정해도, 최저임금 결정의 폭은 여전히 넓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좁고, 약간 높다. 협상도 더 실질적일 것이다.

5.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한국 최저임금위원회는 엄밀히 말하면, 노사정은 아니다. 정부는 빠져있고, 대신 공익위원이 들어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공익위원의 제안이 최저임금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더러는 공익위원 안이 노사의 제안보다 중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노사 대표의 견해보다 공익안이 더 결정되는 되는 건, 최저임금위원회의 취지에 비추어 봐도 조금 이상하다. 또, 심하게 말하자면, 노사가 굳이 동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생각도 있을 법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공익위원 선정이 노사대표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길 수 있다. 그렇다면, 이상하다.

최근 공익위원 선정과 관련해서, 중립성 강화 방식으로 논의가 있다 한다. 개인적으로는 공익위원을 폐지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법하다. 이들은 본인들이 전문성으로 발탁된 사람들이므로, 전문위원이나 전문가 증언 방식으로 위원회가 의견을 청취하면 된다.

협상이나 결정 과정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노사가 논의하고, 끝까지 합의가 안 되면,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하면 된다. 애매하게, 공익위원에게 사실상 ‘정부의 역할’을 맡기는 건 좋아 보이지 않는다.

참고 기사와 자료 

시사IN – 통계청 발표에 통곡이 나네

다수 언론이 주기적으로 상당수 시민을 격분시키고 있다. 통계청이 ‘분기별 가계동향’ 자료를 낼 때마다 나오는, 소득과 아파트 가격을 대비시키는 기사 때문이다. 이를테면 ‘도시 근로자 월평균 소득’(2013년 2분기)인 444만7000원으로 서울의 아파트(국토부 자료로 7월 현재 평균 매매가 4억9068만원)를 매입하려면, 한 푼 안 쓰고 110개월(9년2개월) 동안 저축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는 사실 기자들이 ‘돈 모아 집 한 채 사기 힘든’ 서민의 고충을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해 나름 머리를 써서 작성한 기사다.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 도시 근로자 가구(2인 이상) 가계수지 추이

2014년 3/4분기 소득은 평균 약 483만 원 약 경상소득은 471만 원 근로소득은 4235만 원으로 조사됐다.

2014년 3/4분기 소득은 평균 약 483만 원 약 경상소득은 471만 원 근로소득은 4235만 원으로 조사됐다.

월평균 근로일수, 근로시간, 임금총액

노동자 최저임금 평균임금 상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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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의 요청으로 ‘슬로우뉴스’ 이름으로 발행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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