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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복아 재복아 7백만 그루의 나무를 살려다오

종이가 넘쳐나도록 흔한 세상입니다. 누구든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이 없이 살아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특별하게 의식하지 않더라도 갖가지 종이가 우리 손을 스쳐 갑니다. 어떤 종이는 내 손에 머문 지 몇 초 안에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도 합니다.

A4 복사지는 그 가운데 가장 자주 마주하고 소비하는 종이입니다. 조사로는 사무실에서 쓰는 복사지 45%가 출력한 그 날 쓰레기통에 들어갑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복사지 기준으로 나무로 환산하면 해마다 나무 3백15만 그루가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버려지는 셈입니다. 하얗게 표백된 반짝이는 종이를 선호하고 허투루 종이를 쓰는 동안 지구의 숲은 그만큼 싹쓸이 벌목으로 파괴되어 갑니다.

재복이는 여러분을 헤치지 않아요 

재생종이로 만들어진 복사지가 있습니다. 재생복사지, ‘재복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답니다.

왠지 색도 누렇고 복사기에 잘 걸릴 것 같지요? 두 장씩 들어갈 것 같지요? 재생복사지를 사용해 보지 않은 대부분 사람들이 똑같은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재생복사지를 몰래 사용해 보도록 하고, 당신이 사용하고 있는 복사지가 재생복사지라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말해 주었습니다. 약 1달 동안, 2개의 기업에서도 실험해 보았고 대학교에서도 당일로 실험해 보았습니다.

사무실에서도, 그리고 학교에서도 “재생복사지인 줄 몰랐다”란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사용해주신 분들은 복사지가 걸리거나 하는 품질 문제가 없었고 사용하는 동안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간혹 눈치 빠른 사람들은 “종이가 좀 얇은 것 같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맞습니다. 일반 복사지가 80g인데 반해 이 종이는 5g이 더 가볍습니다.

재생복사지라고 말해 주니 그제야 “색깔이 약간 탁한 것 같았다”라고 말해 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일반 복사지에는 형광증백제를 넣어 눈부신 흰색을 띠지만 재생복사지는 형광증백제를 넣지 않거든요. 5g의 차이와 미묘한 색깔의 차이를 발견하신 몇 분 외에는 대부분은 복사지가 바뀌었는지도 잘 몰랐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합니다. “복사만 잘 되면 되니까요.”

우리나라 한 해 사용 복사지 = 약 7백만 그루의 나무

사람들은 IT 시대가 발전할수록 복사지 소비가 급격하게 줄 것이라고 했지만, 복사지 소비는 줄지 않았고,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사용되는 복사지는 무려 2억 9천만 킬로그램, 하루에 복사지 5만 4천 상자가 사용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위로 쌓으면 63빌딩 53개 높이입니다. 나무로 환산하면 약 7백만 그루에 해당합니다.

이미 많은 나라들은 종이 원료인 나무 공급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산업화 속도가 붙은 아시아 국가들까지 가세하면서 세계에서 종이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고, 이로써 얼마 남지 않은 지구의 원시림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지구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천연펄프 복사지 점유율 97.4%

유독 희고 빳빳하고 두꺼운 종이를 선호하는 우리 사회는 나무를 베어 사용하는 ‘복사지’ 소비 대국입니다. 아시아 나라들과 비교해서도 그렇고, 유럽과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희고 두꺼운 종이를 쓰는 비율이 높습니다. 일반 천연펄프 복사지 점유율은 97.3%나 됩니다. 재생종이 복사지는 고작 2.7%에 불과한 셈입니다.

국제식물학회 연구에 따르면 ‘지금의 산림파괴 속도라면, 2100년에는 지구의 식물과 동물 종 3분의 2가 사라지고, 벌목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는 거대한 멸종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합니다. 또한, 천연펄프는 제조과정에서 발암물질과 호르몬파괴물질, 다이옥신이 발생하며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종이는 숲이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함부로 쓰는 만큼 숲은 쓰레기가 되어 태워지거나 쓰레기더미에 묻혀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대안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종이를 쓰지 말자’가 아니라 ‘나무를 베지 않고 종이를 되살리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그것은 ‘꽤 쓸 만한 대안 재생복사지’를 쓰는 것입니다. 원시림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단순합니다. 복사지를 출력하기 전에 꼭 필요한지를 생각하고, 꼭 사용해야 한다면 재생복사지를 쓰는 것입니다. 함께 하는 단체나 공동체에서, 그리고 이 사회에게 재생복사지 사용을 요구하고, 함께 선택하는 것입니다.

10%만 재복이로 바꿔도 27만 그루 나무를 살릴 수 있어요 

우리가 복사지를 재생복사지로 바꾸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가령 복사지 3장을 재생복사지로 바꾸면 커피 주전자 물을 끊일 수 있고, 250장을 바꾸면 11W 에너지절약전구를 50시간 이상 켤 수 있습니다. 500장을 바꾸면 세탁기를 돌릴 수 있고, 1,000장을 바꾸면 차로 50Km를 달릴 수 있습니다. 100,000장을 바꾸면 나무 2그루 반을 지킬 수 있습니다. 만약 모두가 재생종이 복사지로 바꾼다면, 2초마다 1헥타르 정도 원시림이 사라지는 것을 막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지난 약 2년 동안 (사)작은것이 아름답다는 ‘숲을 살리는 재생복사지로 바꿔요’ 운동을 해왔습니다. 여러 기업과 단체, 개인들이 재생복사지로 바꿔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재생복사지 사용비율을 10%만 높여도 우리 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우리나라에서 쓰고 있는 복사지 가운데 10%만 재생복사지(고지 함유율 40%)로 바꿔도, 해마다 27만 그루 나무를 살릴 수 있습니다. 날마다 760그루 나무가 살아납니다.

가끔 종이 한 장을 들고 매만지며 종이가 아직 나무였을 때를 생각해 봅니다. 숲의 가득한 생명을 품고 바람 흐르는 대로 흔들리며 아무것도 거리낌 없는 자유이었을 때, 살아 있는 모든 것들과 하나로 흐르는 존재였습니다. 종이는 나무의 몸이고, 나무의 가슴이며, 나무의 생명 가득한 기억입니다. 종이를 펼쳐 드는 순간 거기에는 숲에 대한 그리움, 생명 가득한 숲에 대한 기억이 솟습니다. 종이는 마음껏 소비하는 물건이 아니라 숨 쉬는 생명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종이를 새롭게 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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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김기돈
초대필자. [작은것이 아름답다] 편집장

생태환경문화 월간지 [작은것이 아름답다]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1996년 창간한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종이는 숲이다’라는 생각으로 창간 때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숲을 살리는 재생종이 운동'에 힘쓰고 있는데요. 2014년 '10%만 재생복사지로!' 캠페인을 통해 많은 개인과 기업, 학교, 정부 부처에서 복사지를 재생복사지로 바꾸도록 제안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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