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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사태: 30년 분규를 끝내기 위한 단식농성을 시작하며 

비리재단으로 인한 사학 분규는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몰상식과 비합리를 묵인하는 사이에 퇴출당했던 비리재단이 어느새 학교를 ‘재접수’하고 있습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사학 사정 1호로 지목되어 퇴출당한 김문기 씨의 상지대 ‘복귀’가 대표적입니다.

상지대 비리재단 복귀 반대 투쟁의 최일선에서 싸워왔던 정대화 교수가 단식 농성(오늘로 3일째)을 선언하고, 이 길고 길었던 악의 사슬을 끊고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편집자)

2010년 8월 교육부 앞에서 비리재단 복귀 반대 '상경투쟁'을 함께 한 학생들과

2010년 8월 교육부 앞에서 비리재단 복귀 반대 ‘상경투쟁’을 함께 한 학생들과

2014년 11월 4일,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서 김문기 비리재단과의 길고 긴 싸움을 끝내기 위해 나를 포함한 우리 일곱 명은 그 끝을 기약할 수 없는 단식농성을 시작한다. 이 시작이 마지막 시도이기를 바라며 이 시작이 또한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의 끝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사학비리 장장 30년… 마지막 순간에 도달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모진 세월이었다. 사학비리로 장장 30년을 끌어왔다. 그 시절 천일야화로도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지금은 역사가 됐다. 10년 남짓 민주화의 기운이 감돌아 대학을 민주주의의 반석 위에 올려놓고, 새로운 대학모델을 바탕으로 대학발전을 추진했다.

그러나 2007년 상지대 대법원 판결과 사립학교법 개악은 우리의 모든 노력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 그 연장 선상에서 2010년 사분위의 잘못된 정상화로 지난 4년간 우리 구성원들은 극심한 고통의 터널을 지나왔다. 우리는 실낱같이 가느다란 몇 가닥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몸부림쳤고, 그 끈이 하나하나 끊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조금씩 지쳐갔다. 그리고는 운명처럼 마지막 순간에 도달했다.

일순간 광풍이 불더니 비리재단이 이사회를 장악했다 

어둠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은 아니다. 땅거미가 대지를 감싸듯 모두가 잠든 시간을 틈타 우리는 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져 갔고, 그리고는 한순간에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갑자기 세상이 깜깜해졌고 우리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두꺼운 포위망 속으로 갇혀버렸다.

일순간 광풍이 일더니 비리재단이 이사회를 장악해버렸고 잠시 정적이 흐르는가 했더니 비리재단 주범 김문기가 이사가 되고, 총장이 되는 경천동지할 역사의 반동이 눈앞에서 전개되었다. 우리는 할 말을 잊어버렸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꿈꾼다 하지만 눈을 떠 대학을 보라 

우리는 대학에서 역사를 배우고 진실을 탐구하면서 미래의 희망을 찾아 미지의 항해를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현실보다는 이상을 추구하고, 재화에 탐닉하기보다는 빛나는 영혼에 가슴 설레고, 기술보다는 원칙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며,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설계하면서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비록 세상은 냉정하지만, 대학에서나마 그 꿈이 허용되기를 간절히 구했다. 이 세상 모두가 진실을 외면하고 진리의 반대편에서 정의를 배신할지라도 우리에게 배움을 주는 대학만은 정의와 진리의 터전으로 남아주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우리의 간절한 작은 소망이 비극적인 결말로 마감될지도 모르는 고난의 언덕에 선다.

우리는 정의가 사라지고 불의가 활개 치는 대학을 본다. 우리는 사랑이 사라지고 분노가 가득한 대학을 본다. 우리는 평화가 사라지고 갈등이 팽배한 대학을 본다. 우리는 따뜻한 배움의 터전이 비리와 욕망으로 넘쳐나는 광경을 본다. 우리는 또한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 좌절과 원망이 그 공백을 메우는 대학의 폐허를 목도하고 있다.

얼마나 더 분노해야 얼마나 더 눈물 흘려야 

우리 눈으로 목격하는 이 광경이 2014년 상지대학교의 모습이다. 우리가 얼마나 더 투쟁하고, 얼마나 더 분노하고, 얼마나 더 눈물을 흘려야 이 광경에서 벗어나게 될까?

모든 언론이 아니라고 했다. 국회가 아니라고 했다. 원주지역사회가 아니라고 했다. 전국의 모든 시민사회단체가 아니라고 했다. 정부도 아니라고 한다. 김문기는 총장 자격이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김문기의 허수아비 비리재단은 물러나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김문기는 요지부동 물러날 기미가 없고 교육부는 수수방관한다. 그 사이를 틈타 김문기와 비리재단은 학생을 폭행, 폭언하고 교수와 학생을 고발하고 징계하고, 불법도청과 학생매수를 자행하는 등 온갖 만행을 일삼는다. 그러면서도 상지대는 안정된 상태이며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변한다. 이 상태가 어디까지 악화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이제 이 긴 싸움을 끌낼 때 

이제 이 길고 긴 싸움을 끝낼 때다. 인내가 한계에 다다른 지점에서 우리는 스스로 약간의 고난을 감수함으로써 상지대가 오랫동안 짊어지고 온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길을 택하고자 한다. 비록 이 길이 최선의 방도는 아닐지라도 이로써 30년 사학비리투쟁을 마감할 수 있다면 기꺼이 고난을 감당하고자 한다.

지치고 지친 우리가 더는 어찌할 수 없는 막다른 국면에 이르렀지만, 마지막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선택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 길에서 상지대의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자 한다. 상지대를 위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과 함께하고자 한다.

“그 길에서 다시 만나기를 바랍니다.”

san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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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대화
초대필자. 상지대 교수

정의가 사라지고 불의가 활개 치는 대학을 봅니다. 사랑이 사라지고 분노가 가득한 대학을 봅니다. 평화가 사라지고 갈등이 팽배한 대학을 봅니다. 따뜻한 배움의 터전이 비리와 욕망으로 넘쳐나는 광경을 봅니다. 이제 이 모든 절망과 분노를 끝장내야 합니다. 함께 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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