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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카카오토픽’이라는 뉴스 서비스를 내놨다. 일단은 iOS는 없고, 안드로이드만.

바로 설치해봤다. 그리고 이것저것 살펴봤다. 일단 슬로우뉴스도 카카오토픽에 콘텐츠를 공급한다. 하지만 여러 글에서 이상한 점이 보였다. 슬로우뉴스가 발행하는 글에는 웬만하면 링크가 들어 있는데,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링크 실종사건

링크가 없어졌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이글 저글 살펴보니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실종됐다. 보통 유튜브 영상은 글 내에서 바로 볼 수 있게 ‘임베딩’이라는 걸 하는데, 이것도 없었다. 그 외에도 큰 제목과 작은 제목으로 글씨 크기를 다르게 했던 것들도 사라졌다. 목록 형태로 만들어 놓은 것도 없었다. 좀 더 기술적인 용어로는, HTML 태그가 다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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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슬로우뉴스 웹사이트 | 우측: 카카오토픽 내 슬로우뉴스

위에처럼, 링크는 전혀 보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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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슬로우뉴스 웹사이트 | 우측: 카카오토픽 내 슬로우뉴스

유튜브 동영상도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이렇게 되니, 필자(라고 쓰고 나라고 읽는다)가 의도했던 여러 요소가 제거됐다. 필자정보(바이라인)도 본문 내에 들어가 있지 않는 이상 누가 쓴 글인지 모르게 됐다. 물론 카카오토픽은 아직 베타다. 하지만 도대체 왜 이런 기본도 안된 서비스를 내놓은 걸까? 그런 생각으로 다른 전문가들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를 하다 보니 이 문제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란 걸 알게됐다.

들어가기 전에

인터넷이 점점 발전하면서, 웹페이지를 통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더 많아졌다. 가장 기본적인 일은 인터넷의 근간이 되는 하이퍼링크를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독자에게 읽고 있는 글뿐만 아니라 다른 글을 상호 참고할 수 있게 알려줄 수 있다. 가령 어떤 특정한 사실관계나 쟁점에 관해 그 근거를 담은 다른 사이트, 다른 웹페이지를 하이퍼링크로 설정하면, 독자가 지금 읽는 글의 사실관계와 주장의 근거를 간단한 링크 하나로 증명해 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또한 동영상을 여러 개 넣을 수도 있고, 트윗을 삽입할 수도 있다. 목차를 지정해서 책처럼, 하지만 훨씬 더 효과적으로 웹 문서를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요즘 유행하는 퀴즈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하고 재미난 웹페이지는 각각 고유한 주소( 퍼머링크)를 가지는 데, 이 주소는 다른 웹사이트와 페이지로 공유하는 일을 손쉽게 해준다. 가령 당신이 카톡으로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슬로우뉴스의 어떤 글을 대화하는 친구에게 전달하고 싶다면, 메시지 문자 입력창에 슬로우뉴스의 해당 글 주소 한줄만 넣어주면 끝이다. 페이스북으로도, 트위터로도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다시 다른 웹페이지에서 해당 웹페이지를 소개해줄 수도 있다.

그런데 카카오토픽에선 이런게 다 안 된다. 하나도 안 된다. 오로지 글과 이미지만 보인다. 근데 이게 단순히 카카오의 기술력이 낮아서 그런 건 같진 않다.

그러니깐 단순하지 않은 문제

“물론 포털들의 고민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포털들이 외부 링크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로 표면적으로는 내세우는 문제는 ‘악성 코드’(라고 한)다. 하지만 또 다른 걱정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추론하면, 본문 내 아웃링크가 또 다른 광고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다.”

–  김익현, 인터넷 뉴스에 링크를 허하라 중에서

링크를 허용하면 이 링크에 광고를 삽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이미 다수 매체가 자사 사이트에서 이런 방식으로 광고를 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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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기업’에 링크가 들어가 있는 것 같지만 광고다.

네이버 뉴스든, 아니면 카카오토픽이든, 이렇게 기사내 링크를 허락해주면 많은 언론사는 이런 식으로 광고를 하겠지. 그리고 HTML이나 임베딩을 허용해주면? 정말 창의적인 여러가지 방법으로 우리(독자)를 괴롭히겠지. 지금도 몇몇(이라고 쓰고 아주 많은 이라고 읽는) 언론사 사이트에 들어가면 갑자기 하단으로 강제 스크롤을 시키거나, 이상한 팝업광고가 읽기 딱 불편하게 글을 가린다.

그럼 뉴스 유통을 담당하는 주체들. 그러니깐 네이버, 다음, 카카오 같은 곳에서 해당 언론사에 강력한 벌점을 부과하면 안될까? 그러니깐 이런 짓 한번 하면 벌점 10점! 100점되면 넌 아웃! 이라고 하면 안 될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왜 어려운지는 아래 글을 참고하시라.)

언론과 기업과의 관계는 철저한 갑을관계다. 갑(언론). 을(기업). ‘엥? 광고주는 기업이 갑이 아니고?’라고 물을 수도 있겠다. 아니다. 기자들이 직접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진짜 언론의 갑질은 ‘수익’과 관련돼 있습니다. 업계에선 ‘광고를 받는 두 가지 방법’이 쪼찡과 조지기라고 합니다. 쪼찡은 일본말 조친(提燈)에서 유래한 말로 홍보성 기사를 의미합니다. 효과는 쪼찡보다 조지는 것이 좋습니다.”

기자로서 부끄러운 얘기 하나 해도 될까요? – 한겨레

“언론과 기자들이 더 부끄러워할 것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갑을문화다. 언론이 원래 자기 눈의 들보는 잘 보지 않는다지만 마치 남의 일처럼 태연하게 갑의 횡포를 질타하는 기사를 보면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사실 기자야말로 갑중의 갑이라는 게 세간의 시각인데 정작 언론사와 기자들이 자행하는 갑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다.”

기자가 부끄럽다 – 한국일보

그렇다. 아주 극소수의 대형 광고주를 제외하곤, 이 관계가 역전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애초에 ‘링크는 허용하지 않습니다. 싫으면 마세요.’ 라고 할 수는 있어도, ‘링크를 허용합니다.’라고 해놓고 언론사들이 각종 어뷰징을 하기 시작했을 때, ‘넌 아웃!’이라고 말하기는 너무나도 껄끄럽다. 만약 제목으로 미끼질하는 언론사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와 관련한 급조한 기사를 살짝살짝 한두 줄씩 고쳐서 수십 개씩 송고하는 ‘어뷰징’ 행태에 벌점을 주고, 그 벌점이 채워지면 퇴출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네이버에 실시간 검색어 어뷰징은 사라졌을 거다. 물론 한국에 있는 거의 모든 언론사를 네이버에서 찾아볼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결국… 

카카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궁여지책으로 이렇게 선택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카카오토픽의 정책은 앞으로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네이버가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듯, 카카오도 앞으로도 영원히 링크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

독자는? 그냥 안 쓰면 된다. 이미 네이버나 다음에서 보는 거랑 크게 다르지 않은걸. 아무리 알고리듬으로 기사를 추천해 준다고 하지만, 어쨌든 독자는 기사를 읽는 게 목적이다. 누가 추천해줬느냐 보다는. 그리고 이미 능동적인 독자는 네이버나 다음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매체를, 기사를 골라보고 있다. 이미지와 글로만 구성된 기사가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콘텐츠를 말이다.

하지만 아직 출시 하루 밖에 지나지 않은, 그리고 정식 서비스도 아닌 베타 서비스다. 매체 선정도 단순히 일간지 위주가 아니라 잡지부터 커뮤니티 사이트까지 다양하게 구성해놨다. 또 별표를 누르면 나중에 볼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소셜 서비스에서 많이 공유된 기사들을 모아보여주는 기능 등 서비스를 내놓기 전에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인다. 블로터에서도 이런 부분을 칭찬하고 있다. iOS 버전과 정식 서비스가 나오면 더 나아진 모습이 아닐까 기대를 해본다.

전체적으로 카카오토픽은 포털 뉴스 소비를 행태를 거의 100% 반영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또렷하다. 서비스 설계를 위한 연구 과정이 치밀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모바일 영역에서만큼은 네이버를 넘어서겠다는 의지라 투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토픽’, 네이버 뉴스 아성 넘어설까 – 블로터

어쨌든 이 글은 카카오토픽에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들어간 모든 링크는 나오지 않겠지. 이 귀여운 고양이 동영상도.

YouTube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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