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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 ] 널리 알려진 사람과 사건, 그 유명세 혹은 편견에 가려 숨겨진 이야기와 의미를 이상헌 박사‘제네바에서 온 편지’에 담아 봅니다. [/box]

19세기 후반 즈음 공황이 터졌다.

공황과 태양 흑점설 

자본주의에 공황이 처음 발생했을 때 경제학자들은 크게 당황했다. 공황에 관한 진지한 연구도 그때 시작되었지만, 일부에서는 공황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 태양 흑점이 지구 쪽으로 오게 되면, 그때 공황이 생긴다는 ‘태양 흑점설’도 나돌았다. 물론 농업생산이 어려워진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라 백 번 양보해도, 떠넘기기 식 억지 주장이라는 혐의를 지우긴 힘들다. 지금 상식으로 보면 정말 그런 주장을 했을까 싶지만,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태약 흑점설'은 사전에 등재될 만큼 의미(?)있는 역사적 사실이었다.
‘태약 흑점설’은 사전에 등재될 만큼 의미(?)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태양 흑점설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태양 흑점설과 이주 노동자

오늘날 ‘흑점’은 그 형태와 빛깔을 달리 하면서 신출귀몰이다. 그 중 정치나 언론에서 가장 인기있는 흑점이 ‘이주 노동자’, ‘이주민’이다. 유럽에 있으면, 이들이 없었으면 우파 정치인들은 뭘 먹고 살았을까 의아스러울 때도 더러 있다. 경제가 나빠도, 고용 사정이 나빠도, 치안이 나빠져도, 사회가 문란해져도, 모두 이주민들 때문이다. 물론 경제도 좋거나 세상살이가 좋아질 때, 이주 노동자들에게 박수 보내는 일은 없다.

한국에도 ‘흑점’의 조짐이 보인다.

한 기사를 보자. 2013년 9월 28일 자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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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사진)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기초한 기사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외국인이 저지른 5대 범죄가 60%나 증가했으니, 일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강기윤 의원은 모든 외국인 지문을 채취하자고까지 한다.

강기윤 의원 강 의원은 “우리나라가 다문화 사회로 본격 진입하면서 앞으로도 외국인 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외국인 범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찰과 지자체, 법무부 3자간의 긴밀한 협조체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지문제도가 지난해 부활했지만 현재 법무부가 확보한 국내 외국인 거주자의 지문 정보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전수조사를 통해서라도 국내 거주 외국인의 지문을 확보하는 등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국내 체류 외국인 5대범죄 급증..강간 2배 ↑↑”.  중에서  (붉은 색 표시는 편집자가 강조.)

한마디로 외국인들 때문에 나라의 치안이 위태로워진다는 얘기일 테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외국인들 때문에 대한민국이 불안해졌나? 정말 “전수조사를 통해서라도 국내 거주 외국인의 지문을 확보”해야 하는 걸까? 조짐이 좋지 않다. 통계에 대한 느낌은 더 안 좋다. 그래서 살펴봤다. 아니나 다를까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하나씩 살펴보자.

"범죄 없는 다문화를 꿈꾼다"는 검찰 블로그 '검토리'에서 올린 글의 삽화 중 하나다. 범죄 없는 다문화가 아니라 예비 범죄자 다문화라는 선입견을 불러일으키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검찰 블로그 ‘검토리’에서 올린 글(“범죄 없는 다문화를 꿈꾼다”)의 삽화 중 하나. 범죄 없는 다문화가 아니라 외국인은 예비 범죄자라는 선입견을 조장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1. 외국인 범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외국인 범죄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훨씬 더 많이 늘었다. 즉, 외국인 범죄가 늘어난 것은 외국인 수가 늘어난 데 기인한다. 당연한 결과다.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수는  1,168,477명(‘2009년) → 1,576,034(‘2013)으로 34.9% 증가했다. 그런 같은 기간 외국인 범죄 발생 건수는 얼마나 늘었을까?  21,235명(‘2009년) → 24,984명(‘2013)으로 17.6% 증가했다. 범죄의 수는 늘었지만, 이는 외국인 수 증가에 따른 당연한 결과고, 범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참고로 2009년에서 2013년까지 외국인 범죄 중 강도는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강간은 3배 이상 늘었다.

외국인 범죄

2. 범죄율: 내국인 > 외국인 (2배 이상) 

범죄율만 놓고 보면,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 범죄율보다 낮다. 절반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정확히 총범죄율을 비교하면, 내국인 범죄율은 약 3.71%인데 반해, 외국인 범죄율은 1.58%다. 좀 과장하면, 외국인이 늘수록 한국 사회는 더 안전해진다.

대한민국 전체의 범죄 발생 건수
대한민국 전체의 총범죄 발생 건수과 검거 건수

3. 오보인가? 아니면 악의적 ‘오도’인가? 

해당 기사는 오보가 아니라면 ‘오도’다. 통계 자료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외국인 범죄 동향은 추세적으로 감소다. 특히 최근 들어 추세가 더 고무적이다. 2012년 통계가 인터넷에도 있는데, 기사에서 굳이 뺀 이유를 모르겠다. 2012년은 외국인의 범죄 빈도가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해다. 외국인 범죄가 기사가 된다면, 이게 헤드라인이어야 하지 않을까? 기사에서 참고한 자료로도 60% 증가율이라는 수치는 안 나온다. 52% 쯤 된다. 반올림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과격하다.

외국인 범죄

사소함을 경계하는 이유 

누군가에겐 별것 아닐 수 있는 통계와 기사일지 모른다. 왜 이런 것에 소심하게 신경 쓰냐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사소한 것에 너무 정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테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사소함이 때로는 소중하고, 또 때로는 아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가령 이주민, 이주 노동자에게는 이런 사소함이 그들의 전부일 때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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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정말 말도 안되는 개소리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원래 숫자가 작을수록 비율이라는 것은 높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인 범죄는 횟수 증가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맞다.
    2009년에 165건이던 범죄가 2014년에 499건으로 무려 300명의 피해자가 더 생긴것이다. 극단적으로 보면, 외국인이 아예 안들어왔으면 생기지도 않았을 범죄인데 증가하면서 300여명의 희생자가 더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불법외국인에게 당한 경우 도망가면 끝이기 때문에 잡기도 어려워지고 한탕하고 도망가는 놈들도 늘어난다. 거기에 대한 대처를 하는 것은 당연한데,
    무슨 ‘외국인이 늘수록 한국사회는 안전해진다’, ‘악의적 오도’ 이딴 소리를 하다니 정말 최악의 기사다.어날 수록 비율은 떨어지게 되어 있다.

  2. 세상의 모든 것들은 원래 숫자가 작을 수록 비율이 높고
    숫자가 많을 수록 비율이 낮다 라고 일반화 하실거라면,
    훨씬 많은 수의 내국인의 범죄율이 더 낮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내국인 범죄율은 3.71%인데 반해, 외국인 범죄율은 1.58%인건
    외국인의 수가 더 많아서 비율이 낮게 나타난거라고 말씀하실건가요 ?

    그리고 현실적으로 외국인이 아예 안들어오도록 하는게
    가능하기나 한 얘기인가요 ?
    흥선대원군 때에도 정책적으로 쇄국한 것이지
    외국인의 출입은 있었습니다.

    지금 같은 글로벌 시대에 북한에도 외국인이 드나드는
    요즘 같은 시대에 외국인이 아예 안 들어오면
    이러저러 했을 것이다 라는 비현실적인 얘기 말고
    좀 현실적인 상황에서 이야기 하는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요 ?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런 관점에서 위와 같은 기사가 쓰여졌다고 보여집니다.

  3. 음…분모가 100 늘었는데 분자는 90 늘었으니 결국 줄었다는 논리인데요
    이건 피해자 입장에서 봐야죠 수학으로 풀이할게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냥 이주자에 의한 절대적인 강도/강간피해자는 늘었습니다.
    그러니 지문이든 뭐든 관리를 더 강화하자는 기사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통계가 원래 대중을 호도하기 위해 잘 쓰이지만 간단하게 생각합시다.
    이민자가 늘던 줄든 그걸 동네사람들이 알 필요가 있나요?
    우리 마을에서 강도/강간피해자가 늘었으면
    “아이고 우리 동네가 왜이리 위험해졌지” 라고 느끼는 것은 당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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