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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렌 인터뷰 3: 음악으로 공간을 기록한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민홍 편)

‘설렌 인터뷰’는 삶과 예술, 예술과 정치, 정치와 삶이 별개가 아니라는 믿음 속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삶, 그 속에서 다양한 빛깔로 아름다운 실천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인터뷰어 ‘설렌’이 그들을 찾아갑니다. 세 번째로 만난 사람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김민홍 씨입니다.

테오 앙겔로프스의 ‘영원과 하루’. 주인공 알렉산더는 여행에서 만난 소년에게 돈을 주고 시어(詩語)를 산다. 이는 알렉산더가 연구하는 시인이 전후 그리스를 유랑하면서 잊혀진 단어를 수집했다는 기록을 보고 흉내 낸 것이다.

왜 갑자기 이 장면이 떠올랐을까?
여행 다니며 시를 쓰는 유랑시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런 의미에서 부산에서 만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민홍 씨는 이제는 찾아보긴 힘든 유랑시인의 발자취를 더듬는 것처럼 보였다. 공간과 시간을 이동하면서 만나는 세계의 언어를 음악으로 푸는 작업. 그의 음악에서 가사는 더욱 시적이 되고, 때로는 멜로디만으로 시적 감수성이 표현되기도 한다. ‘공간을 소리로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민홍씨를 그의 ‘단편 숏컷’ 공연여행 두 번째 장소인 ‘프롬 더 북스’에서 만났다.

from the books, 연주하며 노래하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민홍

–  ‘단편 숏컷’이라는 기획으로 여행하며 지방공연을 한다고 들었다. 부산을 첫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서울에서 제일 멀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시작해서 점점 서울로 올라갈 계획이다. 그래야 운전도 조금 하니까.”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여행하면서 얻은 감수성을 음반으로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나온 ‘일곱 날들’은 민홍 씨와 은지 씨가 함께 여행한 결과를 만든 음반인데, 이번 여행에서도 음반이 나올 수 있는 건가?

“이번 여행은 음향엔지니어인 강경덕과 같이 왔다. 그리고 은지는 없다. 앨범을 낼지 안낼지 잘 모르겠다. 작업 방식의 큰 줄기는 같은데 그때는 공연을 안 했고 이번 여행은 공연 비중이 크다. 3월에 쓸 돈을 다 써버려서 ‘버스킹을 좀 해 볼까’는 생각이 들었고 이게 일이 커진 거다. 여행기간이 11일인데 그 중 열흘 정도 공연한다.

그래서 곡 작업할 시간이 별로 없다. 장비 옮기고 설치하고 리허설 하고 짬 날 때 좀 작업한다. 어제 부산의 첫 번째 공연지인 갤러리 ‘아지트’에서 한 것도 작업 중이긴 한데 시간적 여유가 없어 많이 못했다. 하지만 일단 하기로 한 거라 하고는 있다. (웃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무엇보다 사운드적인 공간에 대한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 아지트는 여기보다 40배 정도의 울림이 있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공연하기는 어려웠지만 그 소리를 갖고 연주하는 게 재미있었다. 공간마다 소리도 다르고 분위기도 달라서 똑같은 음악을 공연해도 공간에 따라서 달라지는 재미가 있다. 오늘도 이것을 되게 많이 느껴보고 싶다.”

– 공연장소에서 ‘단편 숏컷’이라는 앨범을 구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새 앨범을 낸 것인가?

“새로 앨범은 아니고 여기 오면 이 자리에서 직접 시디를 구워준다. 그래서 여기 와야만 구할 수 있다. 2주 동안 베를린을 여행한 체험으로 작업한 거다. 거기 트램 소리, 신호등의 ‘띠띠띠’ 하는 소리, 길거리 연주하는 사람들 소리 등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내가 단편영화를 되게 좋아한다. 짧은데도 여운이 많이 남고 메시지가 함축적이다.

그래서 재작년부터 음악을 단편영화처럼 만들어보자 그런 기획이 있었다. 10분 짜리로. 이것을 베를린에서 한 거다. 이번엔 우리나라에서도 한번 해보자 이렇게 된 거고. 같은 형식은 아니지만. 음악 타이틀은 공연 장소의 이름으로 했다. 그래서 오늘 공연결과로 작업한 곡의 제목은 ‘프롬 더 북스’가 될 거다.

이곳의 소리와 울림을 만져서 어떻게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을까가 주된 고민이고. 어제는 잘 안됐지만 그래도 그 결과물을 오늘 공연할 계획이다. 이렇게 한 곡씩 쌓는 거다. 재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포토그래프가 공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이라면, 나는 공간을 음악으로 남기는 작업 한다고 할 수 있다.”

– 하고 싶은 음악의 방향이 무엇인가? 너무 추상적인 질문인가?

“아니다. 대답할 수 있다. 모르겠다. 이런 얘기 잘난 척 같아 하고 싶지 않다. 그간 잘난 척은 많이 했기 때문에(웃음).

내게 음악은 잘 모르는 장소 같다. 다른 사람들은 그 장소가 어딘지 알고 가는 것 같다. 또 알고서 시작하는 음악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난 앞으로의 음악은커녕 당장 내일의 음악도 모른다.

하지만 매일 하고 싶은 걸 하는 건 확실하다. 그리고 그 하는 일이 매일 바뀐다. 누구와 하게 될지 어떻게 될지 모르고 혼자 하면 어떨지 모른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거냐고 물어본다면 그저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고 밖에 할 수 없다.”

from the books, 그리고 민홍

– 민홍 씨가 프로듀싱한 요조의 데뷔앨범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혹시 새로운 뮤지션의 프로듀싱 준비하는 것 있나?

“요조는 계약 관계없이 친구일 때 한 거다. 그 친구를 잘 아니까. 프로듀싱이 재미있으려면 그 주인공이 재미있으면 된다. 어릴 때는 뮤지션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좋은 프로듀싱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이 약간 바뀌었다.

만약 뮤지션이 스스로 ‘나는 너무 아저씨 같은 사람이야’하고 생각한다면 그 것을 그 사람에게서 완전히 끄집어낼 수 있는 프로듀싱이 좋은 프로듀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장점이나 생각 등 그 사람을 많이 알아야 한다.

그러니 SM 등 대중음악 매니지먼트사의 프로듀싱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매니지먼트사는 회사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뮤진션에게 입힌다. 요조 이후 여러 제안이 들어왔었는데 보통 그 쪽은 이쪽에서 뭔가를 새롭게 만들어주기를 바랐다. 내게 먼저 프로듀싱 제안이 왔는데 지금은 아이돌이 된 친구도 있다.”

– 좀 더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고 싶지 않은가?

“모르겠다. 그런 마음이 안 든다. 스트레스를 싫어한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 돈 버는 길은 아는 거 같은데 별로 가고 싶지는 않다.”

– 좋은 음악 작업하는 것도 결국에는 스트레스받지 않나?

“놀면서 하면 괜찮더라 (웃음) 그래서 이렇게 느린 속도로 작업이 되는 것이겠지만. 음악은 보통 시안을 잡고 작업을 하는 경우 많다. 하지만 나는 낚시꾼이다. 내 생각에 음악을 하든 예술을 하든 일단은 기다려야 한다. 기다릴 수밖에 없다. 정말 순수해지려면, 정말 자기 얘기를 하려면 말이다.

남들이 ‘어떤 음악을 들어라’, ‘어떤 스타일을 해라’라고 해서 따른다면 시작부터 상업적인 것이다. 상업적이라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난 자신을 좋은 곳에 두고 스스로를 잘 관리하면서 내버려두면 자연스럽게 좋은 창작물이 나오는 거 같다.

물론 오늘 곡 작업이 안 된단 해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낚시찌는 계속 물 속에 담가 놔야 한다. 지렁이도 갈아 끼워줘야 되고. 이런 작업은 매일 하는 작업이고 그러다가 하나씩 낚아 올려보면 붕어도 있고 잉어도 있고 피라미도 있다. 조그맣지만 마음에 드는 물고기를 하나씩 낚아 올리는 거다.”

– 그런 낚시꾼의 일상은 규칙적인가? 주로 무엇을 하나?

“전혀 규칙적이지 않다. 특히 서울에 있으면 유난히 늦게 일어나는 것 같다. 부산에서는 11시 쯤에 일어나고 있다. 정말 마음에 드는 곳에 가면 일찍 일어나고. 책은 많이 읽는 편이 아니다. 사는 게 힘들 때 주로 찾는데 이젠 가다가다 노자까지 갔다. 장자도 좋아하고.

소설은 은지나 여자친구가 던져 주는 거 읽고 영화는 블록버스터를 좋아한다. 극장에 들어가자마자 느끼는 서라운드 사운드 듣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순수한(?) 수퍼맨이나 스파이더맨 류의 영화를 좋아한다. 기계음이 너무 많은 영화는 귀 아프다. 영화보는 걸 좋아해서 집에서 이런 저런 영화를 자주 본다.

한동안은 텔레비전을 일부러 안 봤다. 텔레비전을 보면 거기 음악이 많이 나오지 않나. 그것을 듣다 보니 내가 거기에 영향을 되게 많이 받는 게 보이는 거다. 작업하면 이상하게 나오고. 그래서 오랫동안 텔레비전을 멀리했는데. 그게 습관이 돼서 요새는 아예 텔레비전을 안 보게 됐다.

하지만 습관이 돼서 안 보는 거지 이젠 내 작업과는 상관이 없어졌다. 자신감이 생겼달까. 이제는 안 것 같다. 그거랑 내가 가는 길은 다르다는 걸, 텔레비전을 많이 본다 해도 영향받지 않고 내 음악을 할 자신이 있다. 음악과 상관없이는 ‘생활의 달인은 종종 본다. 완전  코미디이다. 피디가 천재다. 달인한테 별의별 거 다 시키는데 장르는 코미디더라. 그걸 보고 삶의 희망을 느낀 적은 없지만.”

– 자주 듣는 음악은?

“옛날 음악은 질리도록 많이 들었다. 그래서 요새는 최근 것을 찾아 듣는다. (아이폰의 곡 목록을 보여주면서) 이 음악들은 지난 겨울 인도여행 갔을 때 많이 들었던 음악이다. 옛날 사람 중에서는 레너드 코헨을 좀 좋아하는데 특히 ‘수잔’이란 곡을 좋아해서 한 200번 들었다. 닐 영 것 중에는 ‘heart of gold’를 많이 좋아하고. 최근에 자주 듣는 밴드는 ‘air’다. 애니멀 컬렉티브는 최근에 알게 돼서 좋아하는 밴드다.

‘좋아하는 음악’에 관한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특히 서로 잘 보이고 싶은 남녀관계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한 사람이 ‘무슨 음악 좋아해?’라고 질문하면 멋있어 보이는 음악을 대는 거다. 그 때 질문만 하지 말고 핸드폰 뺏어서 곡 목록을 확인해보면 그게 가장 확실하다. 내 폰에도 ‘애니멀 컬렉티브’가 없잖나. 뻥일 수도 있는 거다. (웃음)”

– 여행 좋아하나?

“병 걸렸다. 여행병. 한 군데에 잘 못 있겠다. 지난 겨울에 인도여행을 했는데 혼자 했더니 좋았다.”

– 혼자 작업하면 외롭지 않나?

“외롭고 심심하다. 하지만 그만큼 편하다. 사공이 많아지면 배가 산으로 간다 하지 않나. 지금 은지와도 따로 있지만 소규모 작업을 안 하는 게 아니다. 다른 곳에 있지만 이어져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음악 만드는 작업은 혼자 하는 게 편한 거 같다.”

소규모 아카시아밴드를 다큐멘터리로 찍은 영화를 보니 은지 씨는 민홍 씨를 ‘찌그러졌지만 밝다’고 표현하더라. 민홍 씨에게 은지 씨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아는 여자 중에 진짜 락커는 은지라고 생각한다. 존경까지 하고 있다. 은지는 십년지대계, 이런 것을 염두하고 사는 것 같다. 느릿느릿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산다. 이제 때가 가까워졌는지 요즘 되게 멋있다. 은지랑 처음부터 밴드 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지금까지 같이 해오게 됐다.(웃음) 함께 해서 힘이 많이 된다.”

무대의 일부이기도 한 작은 탁자

– 은지 씨(@sogyumoya)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적극적이다. 그에 비해 민홍 씨(@sogyumoda)는 트윗이 거의 공지 수준인데, 앞으로 잘 활용할 생각이 있는가?

“트위터를 통해 할 말이 많지 않다. 다만 트위터를 보면 걱정이 된다. 사람들이 너무 쉽게 판단하고 리트윗하는 게 아닌가 하고. 좀더 생각해야 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인 감정을 담아 리트윗하는데 그 앞에는 ‘씨발’ 이런 식의 욕이 붙어있다.

생각을 짧게 하고 던지는 리트윗 때문에 ‘ ~녀’ 같은 온갖  ‘~녀’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잘하고 있는 사람들도 한 가지 이슈로 매장해 버릴 수 있고 이에 반해 못하는 사람이 오히려 부각될 수가 있다.

만약 리트윗을 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아니라는 내용을 또 올려야 하는 데 사람 하나 바보 만들어놓고 그걸로 끝인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이 트위터를 위험하게 만든다. 트위터가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고 장점도 많지만 더 많이 알아보고 글을 올리지 않는 것에 아쉬움이 많다.” (하지만 최근 민홍 씨 트위터에 가보니 꽤 활발하다.)

– 여전히 찌그러졌지만 밝은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끊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나쁜 게 아니라고 본다. 원래 부정적인 사람이었다면 왜 긍정적으로 살아야 하나. 부정적인 사람한테 긍정적으로 살라고 하면 ‘왜요?’ 할 수 밖에 없다. 그 사람은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그 나름대로의 성장을 하고 삶을 사는 거다.

지금은 어떤 이야기를 들을 때 드는 첫 생각이 (‘욕해도 되요?’ 라고 묻는다.) ‘좆까’다. ‘왜요?’ ‘왜 그런데요’ ‘그 이유를 저에게 말해주세요’ 질문하게 된다. 요즘에는 사람들 얘기를 많이 들어보고 있다. 핵 문제, 강정마을, 정치문제 등. 트위터 역시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한 쪽으로 치우쳐 있는 게 보인다.

사상의 좌우를 굳이 얘기한다면 오른쪽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고 왼쪽에서 얘기할 때에도 ‘왜요?’하고 묻고 싶다.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얘기를 들어보고 판단해서 자기 기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도이다. 중도는 가운데 있는 게 아니고 양 족을 바라 볼 수 있는 것을 뜻한다.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양쪽 다 보고 난 후에 판단하고 싶다.”

– 스스로에 대해 한 마디 더하고 싶다면?

“나 밝은 거 맞다. 햇살이 가득하다. 다만 내 안에 어둠이 있는 것도 맞다.”

민홍씨는 지난 3월 한달 동안 부산, 대구, 춘천, 전주, 대전, 서울 등 6개 도시에서 ‘단편 숏컷’ 공연여행을 했다. 하지만 서울에 돌아온 뒤에도 멈추지 않고 전국을 돌며 지속적으로  ‘단편 숏컷’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 (참고 링크: 페이스북 페이지 ‘단편 숏컷’)


4월에 있었던 ‘단편 숏컷’ 제주도 공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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