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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갖춰진 언론기사의 가장 기본적인 황금률로 오랫동안 인정받았던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육하원칙'(5W+1H)이다.

보도하고자 하는 어떤 사건을 온전히 전달하려면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what), 어떻게(how), 왜(why)에 대한 정보를 담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취재 한계상 항상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비효율적이라서 종종 안 지켜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다.

육하원칙 = 쓰기의 가이드 + 읽기의 가이드

그런데 육하원칙은 기사작성의 가이드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뉴스 ‘읽기’의 가이드이기도 하다. 즉 뉴스보도가 사건을 온전히 보여주고 있는지 파악하고자 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사가 그 6가지 정보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를 따져야 한다. 그중 어떤 것이 없다면 다른 보도에서 찾아내어 보충하거나, 왜 없을까 보도작성의 맥락을 탐사해보는 등 입체적 뉴스 읽기를 시도할 수 있는 기본 틀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육하원칙이라는 틀에만 기계적으로 머물러 있으면, 사회면 단신 정도의 범위를 넘어서기 어렵다. 육하원칙은 ‘특정 팩트의 전달’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차원의(미시적 층위) 가이드이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가 세상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대체로 ‘이슈’라는 한층 추상적이고 복합적인 차원에서(거시적 층위) 이뤄지며, 어떤 이슈에 대한 관심 속에서 여러 특정 팩트들을 나름의 합리적 혹은 감정적 기준으로 선별하여 채워넣는다. 그렇기에 개별 팩트 차원 너머 이슈 전반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이 목표라면, 그에 좀 더 최적화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그렇듯 ‘사안에 대한 인식’이라는 차원에서, ‘신 육하원칙'(5P+1M)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원래의 육하원칙과 마찬가지로 기자가 기사를 쓸 때 갖추면 좋을 틀거리이기도 하지만, 만약 부실하다면 독자가 스스로 여러 정보 출처에서 취득하고 재조합하여 소화해내야 할 부분이다.

신(新) 육하원칙(5P+1M) 

1. 문제가 무엇인가 (Problem)

이 사안에서 이뤄지는 충돌의 기본적인 패턴은 무엇이고, 사회적 임팩트는 어떤 것인가. 즉 이것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 일이며 우리가 이 사안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개략적 소개다. 이 부분이 부족하면 사안의 큰 그림이 모호해지고 가십성 정보 파편으로 추락한다.

컴퓨터 문제
출발점은 “무엇이 문제”인지를 확정하는 것이다. 문제가 문제로다! (사진: CollegeDegrees360, CC BY SA)

2. 행위자들은 누군가 (Players)

서로 갈등하고 충돌하는 주요 행위자(개인, 단체 등)들은 누가 있고, 그들 각각은 어떤 특성을 지녔고 어떤 원칙으로 움직이는가. 이 부분이 부족하면 한쪽 목소리가 왜곡되며 구도가 과도하게 단순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안이 지금 왜 이렇게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뭉개진다.

 수퍼히어로
사건이 있다면 사건 당사자와 관계자들이 반드시 있다. (사진: Bart, CC BY NC)

3. 이력은 어떻게 되는가 (Plot so far)

보도를 하게 된 지금까지, 이 사안은 어떻게 해서 현재 상태까지 오게 되었는가. 단순한 시계열 나열이 아니라, 논리적인 내러티브로 구성하여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부분이 부족하면 사건은 맥락 없는 난장판으로 묘사되는 것에 그친다.

길
모든 사건과 이슈에는 지금까지 걸어온 과정과 맥락이 존재한다. (사진: Moyan Brenn, CC BY)

4. 제안된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Proposed solutions)

이 사안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만큼 의미 있는 문제라면, 어떤 식으로 해법을 찾는 것이 가능한가. 많은 사안은 이미 여러 사람이 여러 가지 해법을 구상하고 논하고 있기에, 잘 취합하고 몇 가지로 종합 분류해서 정리해주는 것이 가능하다. 없다면, 논리적으로 가능한 수들을 보여줄 수도 있다. 이 부분이 부족하면 보도하는 사안은 단순한 한숨거리으로 전락한다.

자신을 수리하는 로봇
Yo Mostro, CC BY NC ND

5. 장애물은 무엇인가 (Present obstacle)

그 사안을 이치대로 금방 해결할 수 있다면, 아직도 이슈로 남아있을 리 없다. 해결책들이 왜 이뤄지지 않고 있는지, 그 장애물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한다. 이 부분이 부족하면 해결적 논의를 위한 현실적 조건들을 제공하는 밑 재료가 되어주지 못한다.

장애물
장애물은 무엇인가!? (응?) (사진: Ruud Onos, CC BY NC SA)

6. 무엇을 더 참고할 수 있을까 (More)

이 사안에 정말로 관심이 생겼을 때, 당장 이 보도에 담긴 아주 제한된 내용에 머물지 않고 더 무엇을 찾아볼 것인지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다. 더 많은 디테일한 자료들, 특히 원본 자료들을 링크나 각주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전과 이후의 보도 목록을 보여주어 맥락을 파악하도록 도울 수도 있다.

팩트는 더 드러날 수 있고 해결책은 바뀔 수 있는 만큼, 이런 장치들을 통해서 사안 자체 또는 사안의 함의가 현재진행형임을 인식시키는 것 또한 필요하다. 이 부분이 부족하면 독자는 사안에 대한 더 풍부한 내용 파악 없이 ‘생사람 잡는 선무당’이 되기 쉽다.

잡다한 물건
참고해서 살펴볼 것은 “더” 없는가? 전체와 더불어 디테일이 중요하다! (사진: waywuwei, CC BY)

복스(Vox)의 ‘카드형 뉴스’에서 가장 가깝게 구현

온라인 뉴스에 심취하는 어떤 분들이 이쯤에서 눈치채시기도 했겠지만, 이런 틀에 상당히 근접해 있는 것이 바로 소위 ‘설명 저널리즘’ 유행의 선두주자 가운데 하나인 복스(Vox)에서 구사하는 ‘카드형 뉴스’에 담긴 구성 방식이다. 달리 말하자면 문답형 카드로 인터페이스를 구성하는 것 자체만으로 저절로 좋은 뉴스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설명의 기본 틀을 탄탄하고 일목요연하게 갖출 때 비로소 두고두고 참조할 만한 좋은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복스닷컴의 카드형 기사 목록
복스닷컴의 카드형 기사 목록

지금 우선 관심 기울이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 신 육하원칙의 틀로 정보를 분류해보면 어떨까. 이미 그런 형식에 가깝게 정리된 기사가 있으면 훌륭하고, 없으면 폴더로 나누어 북마크라도 모아보고, 혹은 그저 머릿속에서라도 한 번쯤 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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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안 그래도 글쓰기에 대해서 요즘 무척 고민하고 있었는데, 좋은 가이드를 제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복스는 저도 요즘 관심있게 보고 있었고, 특히 카드형 뉴스에 대해서 이모저모 뜯어보고 있었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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