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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한 독자께서 한화 이글스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를 보내셨습니다. 슬로우뉴스는 자신이 서 있는 삶의 자리에서 다양한 분야에 애정과 인식을 쌓아가는 ‘생활 속 전문가’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편집자)[/box]

친가, 외가 모두 충청도다. 특히 야구를 좋아하는 아버지 어깨너머로 방송에서 해주는 야구 중계 코흘리개 시절부터 참 많이 봤다. 1999년 우승할 때도 기억 많이 난다.

그러나 내가 정작 한화 야구를 끊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모태 팬심, 아니 부전자전 팬심 때문은 아니다. 우승의 추억 때문도 아니다. 오히려 꼴찌를 도맡아 하는 최근 몇 년이 더 기억에 많이 남는다. 흔히 한화 팬들을 두고 맨날 꼴찌 하는 팀을 응원해준다면서 정말 해탈했다느니, 대단하다느니 말하곤 한다. 내가 봐도 정말 한화 팬들 부처님 소리 들어도 될 거 같다.

한화 팬은 보살이다. (한화 이글스가 낳은 희대의 명짤)
한화 팬은 보살이다. (한화 이글스가 낳은 희대의 명짤)

꼴찌가 일등을 이기는 경기

프로야구 순위 (2014년 7월 22일 기준)그런데 바로 그 지점이다. 바로 한화가 꼴찌라는 점이 내가 한화 야구를 끊지 못하게 한다. 지금 현재 프로야구 꼴등 한화의 승률은 3할 7푼 7리다. 세 번 싸우면 적어도 한 번은 이긴다는 거다. 이런 스포츠가 있을까.

다른 스포츠는 보통 실력 차가 확연하면 꼴찌가 일등 이기기 정말 힘들다. 그런데 야구에선 그게 가능하다. 꼴찌가 일등이랑 맞붙어서 처참히 져도 다음날 신 나게 이기는 경우도 많다. 스포츠를 넘어서 우리네 세상살이를 보자. 지금 우리 사회에서 꼴찌를 해도 세 번 중에 한 번은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곳이 있을까. 난 아무리 찾아도 못 찾겠더라.

지금 우리 사회에선 한 번 지면 다시 훌훌 털고 일어서기 힘들다. 내가 일어서고 싶어도 세상이 그리 쉽게 놔두질 않는다. 그래서 난 야구장에 가서 즐겁게 춤추며 응원하는 우리 한화 팬들의 마음을 알 것만 같다. 다이아몬드 구장 안에선 꼴찌도 세 번 중에 한 번은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그 희망이 땀방울을 흘리게 하고 비 오는 날에도 비 맞으며 응원하게 하고 선수들과 함께 울고 웃게 한다.

편법과 반칙을 아웃 시키는 스포츠

야구장 안에선 아직 규칙이 있고 심판이 있고 그걸 지켜보는 관중의 힘이 살아 있다. 성과주의가 가져오는 부작용이 있다곤 하지만 적어도 그 체제를 완벽히 구현해내려 모두 함께 노력한다. 편법과 반칙은 곧바로 아웃이다. 때론 심판의 잘못된 판단으로 팬들이 분노하기도 하지만, 그 분노의 힘으로 비디오 판독 같은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선수 노동조합과 같은 선수협의회를 구성하려 했다 실패한 부산의 영웅 최동원도 팬들은 여전히 프로야구의 전설로 기억한다. 수많은 일터의 정당한 싸움들, 그리고 그 싸움을 이끌어가는 리더들. 우리네 세상은 그들을 기억이나 할까. 아니, 하고 싶어 할까.

최동원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그렇기에 우리네 세상보다 야구장 속 세상이 더 낫다. 우리 사회는 공정한 심판은 고사하고 심판이 있기나 하는 걸까. 아니, 심판도 바라지 않는다. 공 하나하나마다 상황을 기록하는 그런 경기 기록관이 있기나 한 걸까.

물론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처럼 해마다 한화는 꼴찌를 한다.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이리 해보고 저리 해봐도 쉽게 꼴찌를 탈출하지 못한다. 아등바등 해도 쉽사리 바뀌지 않는 우리네 세상을 보는 것 같다. 혁명 뒤에 늘 제자리로 돌아간 근대 프랑스 역사처럼.

꼴찌도 언젠가 이길 희망이 있는 세상

류현진
게다가 한화는 류현진을 배출한 곳 아닌가!

그러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던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멀리서 보면 세상은 조금씩 나아져 왔다. 물론 아직도 모든 이가 자유롭고 평등하지 못하고 여전히 지구 어디에선가 로켓포가 날아다니고 전쟁이 벌어진다. 그리고 아이들은 피를 흘리고 죽어가면서 역사는 반복된다. 그러나 난 그 억겁의 회귀와 윤회 속에서도 세상은 조금씩 나아질 거라 믿는다. 마치 꼴찌를 도맡아 하는 한화가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날이 언젠가는 반드시 올 것처럼.

그래서 난 한화 이글스의 마지막 팬클럽이 되고 싶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처럼. 적어도 꼴찌 또한 세 번 중에 한 번은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세상. 그게 바로 내가 꿈꾸는 세상이니 말이다. 당신들의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아직 잘 모르겠다면, 한화 이글스 경기에 한 번 찾아가 보시라. 적어도 나에겐 그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웃음이자 눈물이자 희망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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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1. 선수 노동조합과 같은 선수협의회를 구성하려 했다 실패한 부산의 영웅 최동원도 팬들은 여전히 프로야구의 전설로 기억한다. – 이 글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가요? 선수노조를 구성하려 한 선수는 프로야구팬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인가요? 제가 파악하기에는 선수노조를 구성하려한 괘씸죄에도 불구하고의 의미로 들립니다. 그런데 뒤의 이야기를 보면 맥락상 이런 뜻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확한 의미를 좀 밝혀주시던지, 만약 위 뜻과 다르다면, 문장을 다시 쓰시는게 오해의 소지가 없을 듯 싶습니다.

    그리고 글에 쓰신 의미로 야구가 세상보다 나은 것처럼 느껴지신다면, 그건 선수 노조나 드래프트제, FA제도 같은 선수처우와 야구 스태프들의 처우개선에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냥 단순히 팬심만을 이야기 하시는 것이라면야 괜찮습니다만, 세상과 굳이 비교를 하신다면야, 야구사회 안의 많은 문제들도 같이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저는 프로스포츠야말로 세상을 그대로 나타내주는 축소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 가까이 보면 비극, 멀리 보면 희극.

    이건 프로야구를 “세상에 힘을 주는 판타지”로 보느냐 “사람이 섞인 복잡한 또 하나의 현실”로 보느냐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겠죠

  3. 수리부엉이 님, 댓글 감사합니다.

    먼저 제가 처음 기고한 글이라 문장의 표현이나 의미 전달이 매끄럽지 못할 수 있음을 말씀드리고 넓은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립니다. 말씀하신 문장은 – 수리부엉이님이 추측하여 해석하신 대로 – “괘씸죄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의미는 전혀 아닙니다. 다만 현실에서 저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독자 분들께 묻고 싶어 쓴 문장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분야에서 큰 공헌을 한 전설적인 사람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려 했다가 밀려나거나 짤렸을 경우 우리 사회가 노동조합에 대한 편견과 오해 없이 그의 전설적인 업적을 깍아내리지 않고 제대로 기억해줄까, 아니 기억하고 싶어할까란 물음을 던져보고 싶었습니다. 그 바로 다음 문장들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전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그 모든 권리들을 옹호합니다. 네, 수리부엉이 님 말씀대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면 방금 이 댓글에서 언급한 대로 오해가 없도록 부연 설명이 필요할 듯 합니다. 이것은 편집진에게 문의해보겠습니다.

    두번째 야구장 속 세상의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 이 글을 쓸 때 많이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네, 저도 말씀하신 부분들에 대해 전문가 수준은 아닐지라도 많은 문제가 있음을 잘 알고 있고 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적어도 우리 사회가 적어도 겉으로는 성과주의(meritocracy)를 지향하는 사회인데도 그게 잘 지켜지지 않는다면, 야구장 안에선 적어도 그에 대한 목표 공유가 확실하고 모두 노력하며 꼴찌조차도 세 번 중에 한 번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공간이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말씀하신 부분들은 사실 다른 글에서 다루어야 할 듯 싶고… 제가 그 문제들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기에 다른 네티즌 전문가 분들의 생각도 궁금하구요. 수리 부엉이 님께서 그에 대해 써주시면 어떨까요…?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축소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축소판이 세상보다 나은 점들 또한 눈에 많이 들어 오기에 아직까지도 야구를 사랑하고 보게 되는 듯 합니다. 아니, 어쩌면 제가 야구를 정말 사랑하기에 야구장의 빛에서 희망을 찾고 우리가 놓치는 그 야구판의 어둠과 그림자마저 걷어내고 더 넓은 곳을 환히 밝힐 날이 올 거라 믿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모든 사물과 현상에 있는 빛과 그림자 중 어디부터 볼지에 대한 선택과 믿음의 문제 같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저도 글 쓰고 나서 한참 고민했던 부분들인데 제가 담아내기엔 제 정보나 지식도 부족하고 글의 주제에서 벗어날 듯 싶어 그 부분들에 대해선 다음 기회로 미뤄두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4. 댓글 내용까지 함께 읽으니 제 추측이 오해였고,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잘 전달됩니다.

    충분히 생각하시고 댓글 달아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야구장 속 세상에 대한 것은 사실 야구팬이 보는 시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면서, 가장 강력한 구성원이지 않습니까? 팬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때 야구계의 많은 문제점들도 하나씩 고쳐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면 저는 1차 선수협 파동때 백분토론에서 송진우 선수가 저희는 노조가 아닙니다.라고 필사적으로 말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비난했던 야구계를 보면서 야구를 안 보기 시작했습니다. 양 쪽에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토론이 평행선을 달리자, 당시 백분토론 진행자인 정운영씨가 격렬한 토론을 하던 중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선수노조를 만들면 안 되는겁니까? 왜 자꾸 노조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입니까?” (기억속의 말이라 토씨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요새 그런 생각을 합니다. 프로스포츠라면 기본조건으로 노동조합 결성을 넣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말입니다. 노조 악용사례를 말하지만, 그것은 전부 외국의 경우고,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선수의 권익이 제대로 보호받은 적이 없습니다.

    솔직히 이런 부분은 취재와 사실확인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저는 이 부분에서 능력이 부족합니다. 슬로우뉴스에 취재능력이 있다면, 피해받는 선수들의 권익과 선수노조에 대해서 한 번 다루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5. 두 분 대화가 아주 보기 좋습니다. 멋진 대화 고맙습니다. :D
    야구 선수노조에 관한 취재는 아직은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기회가 닿는대로 잊지 않고, 직접 선수노조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6. 한화는가을의전설을이야기
    할자격이있습이다.
    류현진..한화가있었기에..
    4강은한화에게키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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