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먹거리 X파일'(‘소비자는 모르는 육포의 본색’ 편)이 아질산염(=아질산나트륨)에 관해 방송했습니다. 흔히 알고 있는 발암물질 아질산나트륨은 몇 년 전부터 방송이나 신문에서 타도의 대상이었죠. 아질산염은 MSG(글루타산 나트륨)와 더불어 식품 첨가물 중 양대 악의 축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본과 같이 아질산염의 사용기준을 육 제품내 아질산 이온 잔존량으로 70ppm 이하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영국, 독일 등 대부분 나라들도 아질산염의 잔존량을 100∼200ppm으로 규제하고 있죠. (농식품안전정보서비스)

먹거리 X파일 육포
‘먹거리 X파일’에서 방송한 아질산나트륨을 넣은 육포와 넣지 않은 육포의 비교 모습

[box type=”info” head=”아질산염(아질산나트륨)이란?“]
육류를 이용하여 만드는 햄, 소시지는 가공과정 중 검붉은 색으로 변하게 되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발색제이다. 발색제는 이런 변화를 지연시키고 고유의 색을 유지·개선시킨다. 발색제는 색소와는 달리 식품에 직접 착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식품 중에 함유된 자연 색소와 결합해 고유의 색을 안정화해 선명한 색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여 ‘색소고정제’라고 불리기도 한다.

아질산나트륨 아질산염 표시

현재 국내에서 사용이 허용된 발색제는 아질산나트륨 외에도 질산나트륨, 질산칼륨 등이 있다. 또한, 통조림 등의 혐기성 상태에서 자라는 보툴리눔 균에 대한 생육억제 효과를 가지고 있어 식중독 예방 효과도 있으며, 지방성분의 산패를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아질산염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식품첨가물로 사용되고 있다. (위 사진 설명: 시중 유통 중인 햄의 식품첨가물 표기)

–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 ‘아질산나트륨(아질산염)이란?’  중에서 발췌. [/box]

아질산염은 악의 축!? 

아질산염을 ‘악의 축’이라고 말하는 쪽에서는 1) 우선 아질산염에 중독되면 메트헤모글로빈이란 것을 형성해 혈중 헤모글로빈 농도를 떨어뜨려 산소를 운반할 수 없게 만들고, 2) 메트헤모글로빈이 헤모글로빈의 35%를 넘으면 두통을 유발하고 숨이 차오르고, 3) 80%를 초과하면 치사량이라고 말합니다.

그 외에도 다른 음식물에 든 단백질 속 아민과 결합한 아질산나트륨은 강력한 발암물질인 니트로소아민을 생성하기도 하는데 아질산염이 ‘발암물질’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결정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긴 니트로소아민은 당뇨나 노인성 치매의 발생 또한 도파민 분비에 이상을 가져와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아질산염은 우리 몸에 엄청나게 해롭고 위험한 물질이라는 말이죠.

물론, 이러한 결과는 특정 실험을 통해서 나온 결과라 믿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결과는 그 어떤 물질을 대상으로 실험해도 비슷하게 나온다는 겁니다. 심지어 우리가 매일 먹는 흰 쌀밥도 혈압이나 당뇨에 문제를 일으키는 탄수화물 덩어리라고 먹지 말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옛날에는 귀해서 못먹던 것들이 이제는 악의 축으로 변한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친 것이 문제지, 식품 자체가 해로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질산염도 사실 비슷합니다.

소시지와 아질산염

햄이나 소시지 등에 아질산염을 사용하는 이유는 많은 분들이 색을 좋게 하기 위해서거나 유통기간을 오래 늘리기 위해서라고 알고 계십니다. 아질산염은 소시지 와 같은 육가공제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일반적으로 돼지고기를 익히면 흰색(밝은 회색)을 나타내죠. 물론 산소와 접촉한 상태로 익히거나 양념이 밸 경우는 다른 색깔을 띠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소시지의 단면을 보면 약간 발그스레한 부분이 보이는데, 이 부분이 소위 말하는 발색 된 부분입니다.

소시지
Smaku, CC BY NC ND
소시지
kevinspencer, CC BY NC

만약, 아질산염을 넣지 않고 만든다면, 햄의 표면과 단면은 전체적으로 거무튀튀한 색을 띠게 됩니다.

소시지
KayVee.INC, CC BY NC SA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질산염을 첨가하면 약산성인 돼지고기가 중성 또는 약알칼리로 변화하는데 이는 육질 속의 단백질을 잘 추출하기 위해서 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육가공제품의 탄력성과 쫀득한 식감을 만들어 주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소금도 같은 작용을 하지만, 소금으로 이 정도의 효과를 보려면 엄청난 양의 소금을 넣어야 합니다. 짜서 먹을 수 없을 정도가 되는 건 둘째로, 과도한 소금 섭취는 몸에 이로울 리 없겠죠.

아질산염, 식중독 그리고 ‘보톡스’

그런데 단지 앞서 말한 이유만으로 햄과 소시지에 아질산염을 넣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사실 육가공품에 아질산염을 넣는 가장 큰 이유는 보툴리눔 균이 만드는 독소(toxin)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사냥이 비교적 활발한 미국이나 아프리카 등지에선 날고기를 그냥 먹고 보툴리눔균에 사망한 숫자가 한해 몇십만 명에 이르기도 합니다.  보툴리눔 독소는 신경독소로 굉장히 치명적인 독입니다.

19세기 초 독일에서 식중독으로 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습니다. 사망 원인은 당시 독일 의사 유스티누스 케르너에 밝혀졌습니다. 상한 소시지나 통조림에서 나오는 보툴리눔 독소가 그 원인이었죠. 더불어 이 독은 근육 신경전달 차단해 수축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케르너는 규명했습니다. 이렇게 보툴리눔 균은 많은 이들의 희생을 거쳐서 세상에 알려진 균입니다. 오늘날은 미국 제약회사인 앨러건 사의 상품명인 ‘보톡스'(Botox, Botulinum Toxin의 약어)로 더 널리 알려졌죠.

보톡스
미 제약회사 앨리건 사가 만든 약품의 상표명인 ‘보톡스’는 보툴리눔 독소로부터 비롯했다. (사진: ekai, CC BY NC SA)

왜 아질산나트륨은 타도 대상이 되었을까?

보톨리눔 독소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아질산염, 그런데 왜 아질산염은 왜 오히려 타도의 대상이 되었을까요?

그건 햄과 소시지 등 육류가공제품이 식품첨가물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소비자들의 의심을 받게 된 이유는 그 색깔 때문이었습니다. 삼겹살 등을 구워 먹으면 익으면서 본래의 고기 색깔이 퇴색하는데, 돼지고기를 주원료로 한 햄과 소시지는 열을 가하여도 본래의 선홍색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무언가 몸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섞은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이런 불안 심리에 불을 지핀 것은 ‘서울환경연합’이었습니다. 서울환경연합은 2004년 4월 햄, 소시지 등 육류가공식품 30여 품목에 대한 아질산염 함유량을 조사한 결과 제품 1g당 0.05mg을 넘는 제품이 25%에 이르며, 어린이들이 아질산염의 일일 섭취허용량(ADI)보다 과잉으로 섭취하고 있어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발표합니다.

서울환경연합
서울환경연합은 ‘식품안전’을 모토로 아질산염 사용에 대해 비판적인 활동을 한 바 있다. (이미지: 서울환경연합)

서울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육가공품에 대한 아질산염 사용기준은 1g당 0.07mg까지 첨가할 수 있으며, 한편 하루 최대 섭취허용량은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에 따라 체중 1kg당 0.06mg으로 정해 놓았으므로, 이들 기준에 의하면 햄 1조각(25g 기준)에는 최대 1.75mg(0.07×25)까지 첨가할 수 있어서, 체중 20kg의 어린이가 햄 1조각만 먹어도 하루 섭취허용량 1.2mg(0.06×20)을 넘어버리는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질산염은 육가공품의 단지 색을 좋아 보이게 하려고 넣는 식품첨가물인데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를 감수하면서 굳이 첨가할 이유가 없으므로 아질산염 사용 금지 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아질산나트륨에 대한 논란이 일어납니다.

일일 섭외허용량(ADI)의 함정

그러나 서울환경연합의 주장에는 중대한 오류가 있었습니다. 일일 섭취허용량(ADI)이란 그 양만큼 평생 매일매일 하루도 쉬지 않고 소시지와 햄을 섭취할 경우를 가정하여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수준을 정해놓은 수치입니다. 따라서 우리 식생활 습관상 햄이나 소시지를 매일매일 주식으로 먹는 상황은 아닙니다. 혹 매일 먹는다 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일일 섭취허용량을 초과할 수는 있으나, 지속해서 초과할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그리고 서울환경연합의 주장처럼 단지 색을 좋게 하기 위해 아산질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서 설명했듯, 아질산염은 보툴리늄균이 만드는 독소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이를 쓰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질산염에 논란이 일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보건산업진흥원에 아질산염에 관한 의뢰를 맡기게 됩니다. 2005년 3월 조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4년 5월~10월 기간 중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129개 제품 중에서 94%에 달하는 121개 제품에서 아질산염이 검출되었으며, 사용기준을 초과하여 첨가한 제품은 없었고,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섭취량도 세계보건기구에서 권고한 일일 섭취허용량 대비 1% 정도로 안전한 수준이었다고 발표합니다.

서울환경연합의 발표가 있은 후에 아질산염의 해로운 점에 대하여 주장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많이 유포되고 있으나, 대부분은 사실과 다르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글들이 대부분입니다. 햄이나 소시지 등 육가공식품에 아질산나트륨이 들어있거나, 니트로소아민이 발암물질이며, 아질산나트륨의 다량 섭취는 메트헤모글로빈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모두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용기준을 준수한다면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실이고, 우리나라의 사용기준은 다른 나라에 비하여 굉장히 엄격한 편입니다. 또한, 자연상태에서도 아질산염은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무에 많이 들어 있고요. 시금치에도 꽤 들어 있습니다. 뽀빠이의 ‘힘’은 철분 때문이 아니라 시금치가 함유한 질산염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죠.

시금치 아질산염
김치와 시금치도 아질산염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우측 사진: cipher, CC BY SA)

문제는 아질산염보다는 식품 과다섭취

건강에 좋은 인삼이나 홍삼도 너무 많이 먹으면 부작용이 반드시 생깁니다. 다만 홍삼을 부작용이 생길 정도로 많이 먹지는 않기 때문에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죠. 뒤집어 말하면 아무리 해로운 물질이라도 적은 양을 먹으면 대개는 별문제가 없습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독성 물질인 다이옥신조차도 사실 우리 주위에 흔히 있습니다. 하지만 체내로 흡수되는 양이 적어 그나마 안전한 것입니다. 다만, 다이옥신이 무서운 것은 시간이 흘러도 소멸하지 않고 체내에 축적된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질산염은 자연상태(소시지에 배합된)에서의 반감기(양이 반으로 감소하는 시간)가 하루를 넘지 않습니다.

아질산염은 우리보다 육가공식품을 훨씬 많이 먹는 미국이나 유럽 특히 독일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식품첨가물이고, 오히려 첨가하지 않을 경우는 보툴리눔 균에 의한 식중독 위험이 더 큽니다. 독일의 1인당 육가공 소비량은 우리나라보다 약 2배 가량 많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우리나라의 암 발생률이 더 높습니다. (물론 다른 암 발생원인들도 많겠지만요.) 독일에서는 아질산염이 없는 웰빙 천연햄을 만든다고 하다가 식중독균으로 사망하는 사고들이 여전히 일어나곤 합니다.

[divide style=”2″]

참고 자료.

1. 한국과 독일의 1인당 육류 소비량

  • 한국 1인당 육류 소비량: 31.3kg (2004년 기준): 출처, 축산연구소 조수현, 돈육 및 육가공품에 대한 소비자 요구 및 생산방향 (2006. 7. 21.)
  • 독일 1인당 육류 소비량: 61.5Kg (2005년 기준): 출처, 강원대학교 김경량, 한국 육가공산업의 구조 분석과 발전 과제 (2008. 5. 20.)

2. 한국의 암 발생률 (국가암정보센터)

나라별 암발생률 비교

3. 남녀별 암 발생률 국제 비교 (국가암정보센터) cancer_oecd

4. 국제 암 발생률 상위 국가 (출처: www.wcrf-uk.org)

암 발생률

5. 농식품안전정보서비스

1972년 네브라스카 대학 의학 연구소에 있는 Sidney Miruish 박사가 아질산염이 발암물질인 니트로소아민(nitrosoamine)을 생성하며, 이 니트로사민이 쥐의 종양을 발생시킨다고 발표하였다. 그 후 많은 연구자들이 아질산염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였으며, 육제품의 제조 시에 첨가되는 아질산염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인식되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아질산염의 독성 문제는 실질적인 아질산염 과다 섭취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야채에 많이 존재하는 질산염 과다 섭취에 의해서 종종 유발된다.

아질산염은 가공 중이거나 육제품의 저장 시에도 계속 분해 소실되며, 그 분해 소실 정도는 가공시간, 온도, 식염의 농도, 아질산염과 질산염 첨가량, 육의 pH와 이화학적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제조 공정 중 위와 같은 여러 작용에 의하여 아질산염은 계속 분해되어 소실된다.

– 농식품안전정보서비스, ‘식품첨가물’-1. 아질산나트륨 중에서

6. 최낙언의 자료보관소

“도와줘요, 뽀빠이!” 할 때마다 뽀빠이에게 괴력을 불어넣어 주는 시금치의 마법. 그 마법이 철분 때문이 아니라 질산염 덕분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2012년 6월 스웨덴 캐롤린스카 연구소 안드레스 헤르난데즈 박사는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는 7일간 음료수에 질산염을 섞어서 주고 다른 그룹에는 보통 음료수를 제공했다. 그 결과 질산염을 넣은 음료수를 꾸준히 마신 생쥐의 근육이 훨씬 더 강해졌다. 연구팀은 질산염을 섭취한 생쥐의 다리와 발의 근육이 현저하게 더 발달한 것을 발견했다면서 이는 질산염이 근육의 발달에 중요한 두 가지 핵심적인 단백질 성분을 자극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래전부터 사용되고 이렇게 중요한 기능을 많이 하는 아질산(일산화질소)이 가장 위험한 첨가물, 발암물질로만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첨가물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편향된 것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독과 약은 하나다. 과량이면 독이 되고, 독도 희석하면 약이 된다.

아질산: 위해가능성은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