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카메라
BigTallGuyk, CC BY

1. 기(起)

초상이란 그 사람만이 갖는 인격의 표현으로, 초상권은 그 사람에게 있어서 인격적·재산적 이익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누구나 자기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그 사람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당하지 아니하고, 공표 당하지 아니하며, 광고 등에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아니할 법적 권리가 있습니다. 설사 승낙에 의하여 촬영된 사진이라도 허락된 범위를 벗어난 공표나 다른 목적에 사용하는 행위는 모두 초상권에 대한 침해행위가 됩니다.

이러한 초상권 침해는 불법행위나 계약위반행위가 되며,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초상권은 우리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는 권리입니다. 또한, 헌법 제10조는 헌법 제17조와 함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는데, 이에 따라 개인은 사생활 활동이 타인으로부터 침해되거나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아니할 소극적인 권리는 물론, 오늘날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도 가집니다(대법원 1998. 7. 24. 96다42789 판결 참조).

시민들의 권리의식이 신장됨에 따라 초상권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철 지난 개그맨의 유행어를 글의 제목으로 내세운 이유도 법률가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할 수 없는 일을 “초상권 있거든요”라는 이 유행어 한마디가 효과적으로 해내기 때문입니다.

원칙적으로 방송사에서 일반시민의 초상을 방송화면에 내보내기 위해서는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동의절차를 충실히 이행하는 방송사는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초상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시민이라면 적극적으로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이 때, 구구절절한 말 필요 없이 “초상권 있거든요”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카메라맨
누군가 당신이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카메라를 들이대면? “저 초상권 있거든요!” (사진: JunoNamkoongLee, CC BY ND)

2. 승(承)

초상권에 관한 의미 있는 하급심판결이 있어 소개합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12년 2월 7일 일반시민 3명이 주식회사 에스비에스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피고는 2011년 4월 17일 프로그램에서 ‘오지랖 아줌마, 진상 아저씨가 사는 법’ 제목으로 ‘아줌마, 아저씨’로 대표되는 우리사회 중년의 삶의 질을 점검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방송하였습니다.

피고는 이 프로그램 전반부와 후반부에 직장인인 원고들이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의 클로즈업 샷을 방송하였고, 이에 원고들은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들의 초상권을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에게 초상권의 부당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할 것이다”며, “피고는 다큐멘터리의 제작진이 원고들의 사전 동의하에 촬영을 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들의 동의를 받고 촬영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각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에서 밝히듯이 사전 동의 없이 일반시민의 초상을 방송하는 것은 초상권 침해가 되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합니다.

sbs
방송에 누군가의 얼굴을 내보내려면 사전에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사진: SBS 스페셜 – 오지랖 아줌마 진상 아저씨가 사는 법)

3. 전(轉)

그리고, 최근 언론중재위원회(www.pac.or.kr)에서 초상권침해를 인정하여 손해배상금이 지급된 사례가 있어 소개합니다.

A 언론사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를 전하며, 구조를 기다리는 신청인의 얼굴을 모자이크 없이 보도하였습니다. B 언론사는 이 사진을 전재하여 1면에 보도하였고, C 언론사도 자체적으로 비슷한 사진을 촬영하여 1면에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신청인은 동의 없이 촬영·보도하여 초상권이 침해되었다며 각 언론사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 중재부는 재난보도의 공익성을 인정하더라도 해당 보도에서 신청인의 초상을 넣지 않으면 안 되는 필연성이나 신청인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생략해도 용인될 정도의 긴급성이 높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또한 모자이크 처리조차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피신청인에게 손해배상금 지급을 권고하였습니다.

이에 A 언론사는 손해배상금 25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B 언론사는 손해배상금 200만원 지급 및 사과보도를 게재하는 것으로 각각 조정이 성립되었습니다. C 언론사에 대해서는 300만원의 손해배상금 지급 및 인터넷에서 해당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하도록 중재부가 직권결정하였으며, 해당 결정에 대하여 양 당사자가 동의하여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초상권 침해가 명백한 사안이라면 굳이 법원에 소를 제기할 필요 없이 언론중재위원회에 간편하게 손해배상을 신청하면 됩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법원과 달리 인지세와 같은 비용을 부과하지 않으므로 시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재판 외 분쟁 해결) 기관입니다.

언론중재위원회
초상권 침해가 확실한다면, 소송까지 갈 필요 없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손해배상을 신청해 좀 더 간단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미지: 언론중재위원회)

4. 결(結)

독일의 유명한 역사법학파의 일원인 루돌프 폰 예링이 말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을 상기한다면, 깨어있는 시민들은 자신의 초상권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려는 카메라가 있다면, 당당하게 말하시면 됩니다. “초상권 있거든요” 이 말 한마디면 됩니다.

 

관련 글

첫 댓글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