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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이제 더 털릴 정보도 없습니다. 전 세계의 공공재인 대한민국 국민의 개인정보. 공인인증서 의무화 제도와 주민등록번호 제도는 대규모 개인정보유출의 근본 원인을 제공합니다. 경실련, 소시모, 시민행동, 진보넷, 참여연대 그리고 민변을 중심으로 뜻있는 변호사들이 모여 주민등록번호를 바꾸는 모험(공익소송)을 떠납니다. 그 여정을 기록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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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7일. 국민의 주민등록번호 변경 신청을 거부한 지방자치단체들의 행위는 위법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 해달라는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2014년 6월 9일에는 현행 주민등록법 및 관계 법령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는 이유로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했습니다.

[box type=”info” head=”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넓은 의미에서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란 자신에 관한 정보를 보호받기 위하여 자신에 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권리로 자기정보 관리통제권이라고도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자기정보 관리통제권)은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합니다.

  1. 자신에 관한 정보를 함부로 침해당하지 않고(자기정보 자율결정권 또는 자기정보 수집·분석·처리배제청구권)
  2. 자신에 관한 정보를 자유로이 열람하며(자기정보 접근권·자기정보 열람청구권)
  3. 자신에 관한 정보의 정정·사용중지·삭제 등을 요구할 수 있고
  4. 이러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에 불복신청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출처: 법률신문 – 법률상담 사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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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전 국민이 원고인 소송

현실적인 이유로 부득이 몇 사람만이 원고로 되었지만, 사실상 전 국민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현 상황을 고려한다면, 전 국민이 원고인 소송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본 연재의 글은 비록 우리가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등의 무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구조적 현실 속에 놓여 있지만, 그래도 잠시 멈춤의 시간 속에서 작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그리고 가져야 한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하는 편지입니다.

위 두 소송은 지난 연재의 글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공동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진보네트워크센터 소속 변호사들의 여러 차례에 걸친 회의와 공동 작업, 인지·송달료 등 소송비용 마련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후원에 참여해 주신 육십 두 분의 마음, 그리고 조용한 소리로 응원을 보내 주셨을 많은 분의 마음이 결합한 산물입니다. 앞으로 긴 소송의 시간이 예상되는데, 이러한 마음을 충실하게 헤아리면서 소송을 진행하겠습니다.

소셜 펀치 - 주민등록번호 변경소송 기금
62명의 마음이 담긴 소중한 후원 공간 (소셜펀치 – 주민등록번호 변경소송 기금)

그런데 긴 재판의 끝에 올 결과는 반드시 낙관적이지만은 않을 거라 예상되기도 합니다. 아마도 피고인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민등록번호가 공공·민간에서 개인 식별번호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허용할 경우, 각종 기록변경 및 신분확인 절차 등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허용하고 있지 않겠다’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거부할 당시의 입장 등을 재판 과정에서도 계속하여 반복하여 주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가 효율성보다는 국민의 안전

그러나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국민들의 희생을 담보한 국가의 행정 효율성과 기업의 고객식별 편의성이 아니라 국민들의 안전입니다. 또한, 세상이라는 걸 허깨비처럼 만들고 ‘이런 게 과연 바뀔까?’라는 고민에 놓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 있는 것은 패자의 생각일 것이기에, 소박한 균열을 낼 수 있는 희망이 담긴 위 두 소송은 그 자체로 분명 의미가 있는 시작일 것입니다.

앞으로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법정 안과 밖에서는 여러 논의가 있을 것입니다. 그중 법정 밖 정부는 현행 주민등록번호는 유지한 채 이를 기초로 한 다른 대안을 최선의 희망인양 제안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은 이미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상황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테두리를 박차고 나갈 희망을 위해

최근 종영한 어느 드라마의 연출가는, 그 연출의 변으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불안한 것이니 그것을 박차고 나가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지만, 그걸 박차고 나가는 희망의 계기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제도 자체의 위헌성, 주민등록번호 체계의 당장 변경은 불안하고 낯설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상황에서 기존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지됨으로써 발생할 불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불안일 것이고, 우리의 가까이에서 배회하고 있는 불안은 분명 후자의 불안일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모든 국민이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전 세계로 수출되는 당신의 주민번호, 이제 바꿔봅시다.

스펙터클한 변화를 만드는 작은 균열의 중요성

누군가는 주민등록번호제도 및 그 변경 여부가 우리 삶에서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아마도 총체적인 변화를 중시하는 입장에서의 생각일 것이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스펙터클한 변화는 작은 균열로부터 시작되기에, 주민등록번호 제도 자체의 문제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 변경이라는 작은 균열의 중요성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태생이 벙어리 냉가슴일 수밖에 없는 예술을 통역하고 위무하기 위해 비평가가 존재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소송대리인들인 변호사들은 국민의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서, 미약하게나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국민 모두의 애정 어린 관심 속 작은 소리와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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