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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몽구 김정환입니다. 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교통사고 사망자와 비교하는 발언이 논란이 되고, 유가족들이 KBS 본관 앞에서 항의 시위하는 초유의 사태로 커지자 사임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물러나지는 않았습니다. 김 전 국장은 5월 9일 기자회견에서 사임 의사를 표하는 동시에 길환영 KBS 사장이 청와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며, 길 사장과 청와대를 전면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KBS 새노조가 나섰습니다. 지난 5월 17일,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에서 야외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김 전 보도국장의 폭로 내용을 정리하고, 또 16일 기자협회 총회에서 있었던 김 전 보도국장의 추가 폭로를 전했습니다.

[box type=”info” head=”길환영 KBS 사장 불신임 투표 “]
KBS 새노조는 15~17일 조합원을 상대로 길환영 KBS 사장에 대한 신임 여부를 물었고, 결과는 압도적인 다수가 97.9%(1,081명) 길환영 사장 불신임에 표를 던졌습니다. (투표권자는 총 1,224명.) [/box]

"청와대는 KBS에서 손을 떼라"  2014년 5월 17일 종로 KBS 새노조
“청와대는 KBS에서 손을 떼라” (2014년 5월 17일, 종로 청운동 주민센터, KBS 노조)

KBS 노조는 발언을 통해 길환영 KBS 사장의 책임뿐만 아니라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보도 개입 의혹에 관해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를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역사의 유물로 사라진 줄 알았던 ‘보도 지침’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걸까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YouTube 동영상
  • 2014년 5월 17일 오후
  •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마당

박노원 / KBS 아나운서

청와대의 KBS 보도개입과 길환영을 규탄하는 (……)

김시곤 국장의 입을 통해서 폭로된 내용은 KBS 구성원은 물론 전 국민의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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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철 / KBS 기자 (KBS 새노조 부위원장)

청와대가 KBS를 직접 통제하고 조종한다는 의혹은 그동안 수없이 많이 제기돼 왔었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에 KBS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제작 자율성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았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KBS가 청와대에게 완전히 장악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높아져 온 것 또한 사실입니다.

최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는 이런 세간의 모든 의혹이 사실이며, KBS에 대한 통제와 개입도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확인해줬다는 점에서 KBS 내부 구성원뿐만 아니라 국민도 많은 배신감과 분노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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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최초 폭로에서 어제까지의 상황을 재구성해서 여러분들께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8일 밤 10시.

김시곤 국장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했다는 발언이 알려져서 유가족들이 이에 대한 항의 방문을 KBS 본관으로 오게 됩니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사장 면담을 요구했지만, 사장은 유가족들이 오기 전에 미리 회사를 빠져나간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면담은 무산됐습니다.

9일 새벽 3시.

유가족이 청와대로 간 뒤인 9일 새벽 3시. 본관 6층 임원회의실에서 사장과 본부장, 보도본부 국장 등이 참석하는 대책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사장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 요구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정면돌파하겠다는 결정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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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1시 30분 그리고 오후 2시.

그리고 (KBS 길환영 사장은) 당일 오후 2시에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그동안에 제기된 모든 의혹들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도록 지시하게 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길환영 KBS 사장은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거나 사과할 뜻이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세월호 특보방송은 잘됐다. 그리고 KBS가 사과해야 할 일이 없다. 이런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들이 8일 밤 KBS에 이어 9일 새벽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이게 되고, 그리고 이 항의가 이어지자 청와대가 급박하게 움직이면서 KBS도 입장을 바꾸게 됩니다.

9일 오후 1시 반쯤, 김시곤 전 국장의 기자회견을 30분 앞두고, 길환영 KBS 사장이 김시곤 국장을 긴급하게 부르게 됩니다.

6층 사장실에서 길환영 KBS 사장은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다음과 같이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내게 됩니다.

길환영 KBS 사장 ㅣ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 (사진: KBS)
길환영 KBS 사장 ㅣ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 (사진: KBS)

“청와대로부터 연락이 왔다. (김시곤 국장, 당신이) 회사를 그만둬야 된다. 잠시 3개월만 밖에 나가 있으면 내가 일자리를 알아봐 주겠다. 이걸 거역하면 나(길환영 KBS 사장) 자신도 살아 남을 수 없고, 이건 대통령의 뜻”이라고까지 말하면서 눈물까지 흘렸다고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상) ㅣ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좌) ㅣ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우) (사진: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 (상) ㅣ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좌) ㅣ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우) (사진: 청와대)
대통령의 뜻은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의 지시에 따른 것입니다. 길환영 KBS 사장이 청와대 지시에 얼마나 잘 따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얘기를 들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분노했고, 그동안 이뤄졌던 청와대와 길환영 KBS 사장의 보도에 대한 사사건건의 개입 정황들을 모두 폭로하기로 결심하고, 기자회견에 임하게 됩니다.

다음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밝힌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의 충격적인 발언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길환영 KBS 사장이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해왔다.”

“‘연임제도 탓에 길환영 KBS 사장이 정권과 청와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라고 폭로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jT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길환영 KBS 사장이 세월호 참사 보도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끊임없이 보도를 통제해왔으며 실질적인 예를 들면, 윤창중 사건 같은 경우에는 ‘톱에서 내리라’라고 지시했다는 구체적인 폭로를 했습니다.

기자협회 총회에서 구체적인 추가 폭로

그리고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 이제는 보도국장이 아닙니다만은, 어제(2014년 5월 16일) 또 기자협회가 연 총회 자리에서 좀 더 구체적인 사실들을 폭로했습니다.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 정부 측에서는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해경을 비난하지 말라고 여러 번 요청을 해왔다.
  • 길환영 KBS 사장도 해경 비판을 하지 말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 평소 청와대에서는 이정현 홍보수석이 뉴스와 관련해 여러 차례 전화를 해왔다.
  • 길환영 KBS 사장이 대통령을 모시는 원칙이 있는데, 그 원칙은 대통령 동정 뉴스는 9시 뉴스에서 20분 이내로 배치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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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지난 80년대 ‘보도 지침’을 상기시키는 발언들입니다.

  • 길환영 KBS 사장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과 관련해서는 순방 때마다 꼭지 수를 늘려서 9시 뉴스에 집중적으로 보도할 것을 지시했다.
  • 길환영 KBS 사장은 틈날 때면 여당의 모 의원이 TV에 나오는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9시 뉴스에서 다루도록 지시했다.
  • 국정원 수사 (보도) 아이템에서는 가급적 아이템을 중후반부에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상은) 간추려서 말씀드린 것입니다.

강성남 / 언론노조위원장

건전한 대한민국 상식으로 생각해 보십시다. 어떻게 정치권력(청와대)의 (이정현) 홍보수석이 공영방송, 국민의 방송의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대통령을 이렇게 보도해라, 저렇게 보도해라’ 이게 말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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