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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수령 인터뷰 4: 에너지 오타쿠가 말하는 탈핵의 현실 (베트남 갑오징어 편)

리수령 인터뷰는 리승환 특유의 직설적인 질문과 거침 없는 파격으로 다양한 전문가/관계자와 함께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칩니다. 최근 불거진 탈핵 논란과 관련해 ‘에너지 덕후’ 베트남 갑오징어(저련)를 리수령이 인터뷰했습니다. (편집자)

사실 베트남 갑오징어가 술을 사라고 밤 11시에 전화가 왔는데(…) 어쩌다보니… 어쩌다보니… (리승환)

인터뷰어/인터뷰이 소개

Q. 리승환 : 8년 차 블로거, 4년 차 직장인. 힙스터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힙힙거린다고 힙스터를 까는 진정한 찌질이 힙스터. 디지털 한량을 지향하고, 통칭 웹에서는 ‘리승환 수령’으로 불리고 있음. 블로그 현실창조공간을 운영 중. 트위터는 @nudemodel

A. 베트남 갑오징어 : 에너지, 분석철학, 도로교통, 고전음악 등 대단하고 큰 것에 관심이 많은 남자.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외수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의 노안. 카페 저련의 인문 사회과학 공부방,  블로그 토멸된 좌빨을 운영 중. 트위터는 @mfecane

리 :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갑 : 안녕하세요? 저는 FTA를 체결했지만 한국 세관에서는 관세를 물리는 품목인 베트남 갑오징어라고 해요. 양식은 안되고, 손수 잡아오는 베트남 어민들의 피땀이 서려있지만 한국에선 관세 물려도 어민 잡는 나쁜 아이들로 비난 받는답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출처: 베트남 갑오징어 트위터 @mfecane

리 : 정상인은 아닌 것 같구나(…) 요즘 핵 이야기를 많이 하더니 전공이 뭐니?
갑 : 분석철학. 김영건 선생님께 열심히 까이며 철학을 공부하고 있는 중이란다.

리 : 철학도가 핵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뭐니?
갑 : 내가 좀 중후장대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에너지와 교통에도 관심이 많고.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것들은 사실 굉장히 세밀하다. 핵의 기계들이나, 열차 시간표는 정말 세밀함이 바탕에 깔려 있다. 전공인 분석철학도 정밀한 맛이 있기에 ‘찰지구나’라는 표현이 절로 나오고.

리 : 그렇다면 최근 일어나는 반핵 논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갑 :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데이터를 보자”고 요약하고 싶다. 너무 기초자료도 보지 않고 막 지르는 분들이 많아서…

에너지자원 참고자료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 에너지팀, 2011년 5월)

에너지자원 참고자료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 에너지팀, 2011년 5월)

에너지자원 참고자료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 에너지팀, 2011년 5월)

리 : 너무 막 지르다니, 그게 무슨 소리니?
갑 : 이건 좀 나눠봐야 할 것 같다. 먼저 1) 녹색평론 쪽은 지역 자치로 에너지를 돌리자는 쪽, 2) 박노자는 국가단위 에너지 정책에 문제가 있으니 전세계 공조로 답을 찾자는 쪽, 그리고 그 외에도 3) 안전성, 4) 경제성, 마지막으로 5) 소외지역 및 환경과 미래에 대한 책임을 논하는 광범위한 탈핵 이야기가 있다. 보론으로 6) 핵 위험으로부터의 분배적 정의를 서비스로 덧붙이겠다.

1. 핵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 씹어먹기

리 : 그러면 하나씩 까보도록 하렴. 1) 녹색평론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해?
갑 : 거칠게 말하면 녹색평론 쪽은 옛날 농촌 사회로 회귀하려는 듯하다. 소농사회를 찬미하고, 관료 싫어하고, 쿠바 좋아하고… 그런데 쿠바식의 삶을 사람들이 얼마나 반길지 모르겠다. 농업을 주축으로 굶어 죽지 않을 정도를 만든 정도라고 보는 삶을 현대인들이 받아들일지… 관료제 싫어하는 건 이해하겠다. 나도 관료 재수없다고 생각한다. 근데 우리 삶을 관료 따위에게 맞길 수 없다는 사고방식대로 일관되게 살고자 한다면 더한 관료제를 요구하는 철도부터 걷어내 버렸으면 한다. 근데 웃기게도 철도는 녹색당 등에선 인기가 있다(…) 재수없어도 필요한 놈들이라는 걸 인정하는게 좋지 않나 한다. 잘못하면 많이 혼내고 뭐 그럼 되지.

그리고 전력 수급 방식에 대해서는 전국단위 전력망이 아닌 자급자족 전력망을 생각하던데 그런 걸로 산업적 규모의 소비를 지탱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문제가 있는 데이터 누락도 있다. 녹색평론 측은 거리가 가까워야 송전손실이 낮아진다는 것을 자급자족 전력망의 근거로 든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의 송전손실률은 2%에 불과하다. 업계에는 이 비율이 워낙 낮아 초전도 송전망 연구가 부진하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여하간 송전손실이 이렇게 낮은데 전력은 지역에서 자급자족해야 한다는 데 대해 송전손실이 의미 있는 논거가 될까 싶다.

리 : 그러면 2) 박노자는 어떠니?
갑 : 후쿠시마가 난리난 후 박노자는 국가단위 에너지 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체제 에너지망을 만들고 탈핵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런데 시베리아 수력발전소에서 한반도까지 송전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런 초장거리 송전망은 최근 자살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갈등이 일어나는 초고압 송전선처럼 고전압 송전망을 깔아야 한다. 100km 노선을 짓는데도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수천km자리 망을 지으면 갈등이 막 불타오를 것 같지 않나?

또 투자비용도 엄청나다. 최근 진도에서 제주도로 해저 송전망을 짓는 사업이 진행 중인데 100km 전선을 까는 데만도 약 5천 억 원이 필요할 정도로 장거리 전력 송출은 초기 투자비도 많이 든다. 시베리아에서 한반도까지의 전선이면 한반도를 두루치기 해먹고도 남을 거리인데, 얼마나 많은 투자가 필요하겠는가? 거리가 멀수록 송전효율이 낮아지는 것도 있다. 전력수급이 국가단위로 돌아가는 건 단순한 이유다. 거리가 멀어서 그런 거다. 유럽의 경우 가까운 나라끼리는 전력 수출, 수입도 하지만, 덩치 큰 나라의 경우 전력수출입량이 결정적인 규모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전력생산, 소비 규모도 프랑스 정도 되는 큰 덩어리니까, 아무리 국제거래가 활성화되도 수입 비중은 별 볼일 없는 수준일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영토는 해외와 전력망을 연결하기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리 : 다음으로는 3) 안전성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렴?
갑 : 안전은 사고 확률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자동차도 사실 사고 확률을 감수하면서 타는 것이고, 원전도 마찬가지로 사고 확률이란 게 있다. 다른 게 있다면 재앙의 규모가 다르다. 자동차는 사고 규모가 커도 주변 몇 사람만 죽지만,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나면 막말로 도의 절반 정도는 도망가야 한다. 고리발전소가 터지면 20km 떨어진 해운대는 물론이고, 단기적으로는 창원과 경주까지도 영향이 간다. 풍향 등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핵발전소에서 방사능 유출이 일어나면, 주변 20km까지는 접근불가, 50km까지는 대피지역으로 설정된다. 그 이상은 좀 애매하다. 체르노빌의 경우 남쪽 100km 정도에 위치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에프는 멀쩡하게 잘 돌아갔는데, 쌩뚱맞게도 300km 떨어진 벨로루시의 한 농촌지역이 방사능에 광범위하게 오염되기도 했다. 하필 사고난 뒤 며칠 동안 바람이 그 쪽으로 불었기 때문이다. 전지구적, 장기적 피해에 대해서는 험난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거칠게는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리 : 원자력의 안전 문제는 실제 위험보다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갑 : 그렇다. 사람들의 인지적 위협은 실제와는 다르게 돌아가는데, A. 사고 규모가 크고, B. 자신이 이해하기 힘들고, C. 뭔가 무서운 스토리가 그려지면 실제보다 과대평가한다. 비행기 사고는 A에 해당하고, 광우병은 B와 C에 해당한다. 원자력은 A, B, C 모두에 해당하는 사고인지라 아무래도 인지적 위협이 클 수밖에 없다. 자동차 사고와 원전 사고를 비교해 보자. 1년에 6천 명이 사망하지만 사람들이 자동차를 없애자고 하지는 않는다. 자동차는 파멸적 위협이 낮고, 우리가 충분히 이해하고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핵은 사고가 나면 파멸적인 결과가 나온다는거 때문에 시끄럽지 않나 한다.

다른 비슷한 위험이 있긴 있다. ‘활화산 주변의 도시’라면 원전과 비슷한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거니까 말이다. 활화산 때문에 한방에 수십만명이 사라질 수 있고, 예측도 안되고, 여하간 무섭잖아? 근데 사실 인간은 활화산 옆에 얼마든지 도시 짓고 살아간다. 나폴리는 폼페이 근처이지만, 몇 천년 동안 대도시를 유지해왔다. 감수하지 못할 만큼의 위험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이런 인지적 위협도 정책 결정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한다. 정치 자체가 애초에 지난한 설득의 과정이기도 하니까. 물론 핵발전소의 가동률이 혹사 수준으로 너무 높은 건 문제 삼아야 한다.

2011 원자력발전백서 (지식경제부, 한국수력원자력(주), 2011년 7월)

리 : 다음은 4) 경제성이다.
갑 : 솔직히 이건 원자력이 워낙에 킹왕짱이라서 별로 할 말이 없다. 한국전력 공시 가격에 따르면 전력 1kw를 생산하는데 원가가 원자력이 40원, 석탄이 60원, LNG 복합화력이 100원 초반대, 풍력이 170원, 태양광이 570원 정도다. 이처럼 원자력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경제적인 전력생산방식임은 부정할 수 없다.

에너지자원 참고자료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 에너지팀, 2011년 5월)

에너지자원 참고자료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 에너지팀, 2011년 5월)

리 : 의외로 석탄 효율이 꽤나 좋다?
갑 : 효율성만 따진다면 발전방식에서 양대산맥이다. 도시 주변에 있다 보니 난방 쪽에 좋은 부가효과도 있다. 요새 많이들 하는 지역난방이 이런 데서 열을 가져온다. 문제는 엄청난 탄소 발생인데… 석탄은 그야말로 탄소배출계수가 압도적이다. 석탄 1톤을 때면 이산화탄소가 1.1톤이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천연가스 1톤을 태우면 0.6톤이고, 핵과 재생에너지는 제로에 가깝다. 물론 핵이나 재생에너지도 건설, 해체, 수송 과정에서 탄소가 일부 발생하지만 굉장히 미약한 수준에 불과하다. 이 부분은 5) 미래에 대한 책임에서 추가로 이야기하겠다.

에너지자원 참고자료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 에너지팀, 2011년 5월)

리 : 신재생에너지는 좀 심각하게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갑 : 다 태양광으로 바꾼다면 발전 단가가 15배 올라간다는 건데… 이 정도면 촛불시위를 넘어 횃불시위가 나올 것 같다. 풍력으로 가도 전환비용을 생각하면 5배는 올라갈테고… 역시 횃불은 모르겠고 폭동은 나겠지. 사실 신재생에너지를 주 에너지 공급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나라들은 일부 축복받은 나라에 불과하다.

리 : 축복받은 나라? 설마 그 지상천국이라 주장하는, 김정은 령도자 동지가 이끄는 북한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갑 : 딴소리지만 북한은 지형이 남한보다 좋아서, 개발을 다시 하면 뭐 가망이 있다. 중고등학교 지리에 나오고, 이후 평생 잊고 사는 유역변경식 발전이 가능하다. 개마고원의 강물을 동해바다로 떨어뜨려서 수차를 돌리는 방식인데, 지금은 설비가 일제시대에 쓰던 것들이라 아주… 망했어요. 이 밖에 축복받은 지형의 예로 브라질은 80%의 전력을 수력발전을 통해 얻고 있다. 또 아이슬란드처럼 화산이 많고 얌전하면 지열에너지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그딴 거 없다(…) 있다고 한다면 조력 정도인데 단가가 발표되지 않아서 효율성이 좀 애매하긴 하다. 그래도 시화나 새만금 같은 경우는 기존 시설 활용이니까 효율성이 그리 떨어지지는 않을 거라 추측한다. 그런데 국토가 좁고, 애초에 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 그리 중요하게 다루기는 힘들다. 나머지 가능한 재생에너지는 정리 부분에서 이야기하겠다.

리 : 그렇다면 5) 환경과 미래를 논하는 책임성의 차례다.
갑 : 이도 어찌 보면 안전성에 속하는 이야기다.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흔히 두 가지로 나눈다. 반감기를 고려할 때 안전해 질 때까지 10만년의 시간이 필요한 고준위 폐기물이 있고, 그 외 중저준위 폐기물이 있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충분한 처리기술이 이미 나왔다. 경주 산골에 때려 넣어서 처리할 계획도 있다. 그러나 고준위 폐기물은 문제가 된다. 혹시라도 유출되면 주변지역 방사능 오염이 생길 수 있으니, 10만년 동안 방사능이 유출되지 않을 안정적 암반을 찾아야 한다. 핵발전의 역사가 50년밖에 되지 않는지라, 유출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도 힘들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문제에 비하면 다른 모든 문제가 잡스러울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리 : 10만년쯤 뒤면 인류가 있을지나 모르겠다.
갑 : 그래서 논의가 더 복잡하기도 하다. 뭐, 갑자기 주라기 공룡들이 살아나서 지구 생태계 대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고, 포켓몬스터가 지구를 지배할 수도 있다. 김성모 식으로 ‘세계가 대충 멸망’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좁게 인류가 이후 세대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좁은 문제를 넘어, 인류가 없어져도 미래 생물들에 대한 책임들도 있다는 넓은 시각을 가지면 단순 인류의 문제가 아니다.

리 : 화석연료는 이 쪽에서 문제가 더 크지 않나?
갑 : 큰 정도가 아니라 답이 없을 정도로 크다. 지금도 엄청난 탄소발생으로 인한 급격한 온난화가 진행 중인데, 이로 인해 위협받는 가치는 인류 생활보다, 종 다양성의 문제다. 인류야 복지 악화와 처리비용을 떠맡겠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 사용이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당장 백 년 안에 대멸종을 불러올 수 있다. 워낙에 예측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극단적 기후변화 일어날 확률만도 10~20%란 게 정설이다. 화석연료 사용이 커질수록 그 파국의 확률이 높아진다. 강도가 낮은 기후변화만 일어나더라도 당장 취약한 종들은 싹 사라질 수 있다.

기후변화의 강도가 심해질 가망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화석연료 줄여 탄소발생량을 줄이는 게 더 시급하다. 사실 방사능 오염을 막는데 결정적인 시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기후 변화의 강도가 심해지는 걸 막을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기후 변화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는 석탄화력 먼저 멈추고 핵발전을 수십 년 더 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실제로 선진국도 원자력과 화력 발전에 대해서는 이러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에너지자원 참고자료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 에너지팀, 2011년 5월)

리 : 추가로 6) 분배적 정의도 논해보렴. 철학도 티내고 싶어서 하는 소리 같구나.
갑 : 위험이 지역적으로 불균등하게 분배된다. 대체로 대외 협상력이 낮은 곳이 핵을 얻게 되고, 대외 협상력의 부재는 지역의 다른 능력이 없다는 것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기에 그 상태는 지역을 더 무력한 상태로 빠뜨릴 수 있다. 위험과 협상력의 불균등 분배는 다른 조건이 같다면 부정의하다. 공공은 이 부정의를 해소할 의무가 있다. 촌동네에만 핵발전소의 위험을 몰아놓는 것은 부정의를 조장하는 행동일 수 있다. 롤즈의 “차등의 원리”에 따라, 이러한 분배적 차등이 지역민의 복지에 도움이 될 때만이 공공의 행위로서 정당하다고 할 수 있겠다. 차등의 원리는 “사회적 강자의 몫이 증가하는 것은 그것이 약자의 몫 역시 증가시켜줄 때만 정당하다”는 원칙. 간단히 말해야 어떤 사업이든 다 같이 잘살게 만들어야 정의로운 사업이라는 주장이다.

2. 버리기에는 너무나 효율적인 핵,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리 : 자, 그러면 정리해보자. 정리하면 핵이 가진 잠재적 문제가 꽤나 크다.
갑 : 당연히 핵은 문제가 많다. 안 쓰면 좋다. 원칙적으로, 장기적으로 원자력은 쓰지 않는 게 좋다.

리 : X나 좋군?
갑 : 우왕ㅋ굳ㅋ

리 : 그런데도 핵을 써야 한다?
갑 : 그렇다. 문제는 다른 종류의 것들이 워낙 폭망이기 때문에… 안전성과 미래에 대한 책임을 생각하면 석탄과 LNG를 쓸 수 없다. 석탄보다야 LNG가 낫지만 높은 설비투자 비용을 차치한다고 해도, 탄소가 석탄의 절반 수준은 나온다. 때문에 LNG 역시 핵보다 훨씬 심각한 기후 변화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또 효율성을 생각하면 신재생에너지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찬핵/반핵의 이분법으로 봐서는 안 된다. 다만 이상론에 빠지기에는 핵이 꽤 효율적이고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도 있다는 건 분명 인정하자는 거다.

리 : 요새 부산 근처에 있는 낡은 발전소 때문에 시끄럽지 않나? 왜 그런 낡은 것까지 돌리고 있나?
갑 : 이투뉴스의 기사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전력예비율이 깜빡깜빡 상태일 정도로 전력생산량이 부족하다. 원자력발전소 가동률 세계 평균이 70% 후반인데, 원자력 백서에 따르면 한국은 91%에 달할 정도다. 설비를 엄청 혹사시킨다는 이야기다. 석탄 화력도 마찬가지라서 단기적으로는 설비 증설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조금 더운 가을이나 조금 추운 봄날에 블랙아웃(…)으로 강제파업(…) 돌입이다. 워낙 낡아서 곧 해체하기는 해야 할텐데 일단 남는 게 없어서 늙은이도 끌어내어 강제노동 시키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원전은 기저부하를 감당하는 설비이기 때문이다.다만 당국의 계획상 해체 계획이 없는 건 중요한 문제다. 심지어 화력 설비들도 해체 계획이 있는데, 고리 1호기를 반영구적으로 돌릴 생각을 하는 건 확실히 무리수다.

이용률 : 원자력발전소가 일정기간 최대 출력으로 정지 없이 발전했을 때의 발전량을 100%로 보고, 이에 대한 실제 발전량을 비교한 것.  (출처 : 국내 원자력발전소 운영 및 관리)

가동률 : 연 8760시간 가운데 가동된 시간의 비율. (출처 : 원자력 발전백서)

두 지표 가운데 발전설비 활용도의 지표로 무엇이 적절한지는 맥락에 따라서 다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발전량 기준인 이용률이 최대출력 대비 실제출력 값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자주 활용된다. 가동률은 시간 단위이니 100%를 넘을 수 없다. 이에 반해 이용률은 평균 가동출력이 정격출력을 넘으면 100%를 넘는다.

리 : 설비 혹사의 근거는 무엇인가?
갑 : 이용률 100%를 넘기는 원전이 있는데 이쯤 되면 당연히 혹사다. 2010년 영광 4호기, 울진 3호기, 고리 3호기가 이용률 100%를 넘겼다.  가동률도 문제인데, 가동률이 높을수록 예방정비기간이 부족함을 보여준다. 고리 1호기의 가동률은 최근 5년 평균 93.5%, 최근에는 97%, 월성 1호기도 개수하기 직전해인 08년 가동률이 95.5%이다. 심지어 고리 3호기는 가동률도 99.7%에 이른다. 거의 정지하는 시간이 없다는 말이다.

일본의 경우 잦은 지진으로 인해 원전의 대규모 수선과 예방정비가 흔하기 때문에 이용률과 가동률이 모두 낮은 편이다. 세계 원자력발전의 개발과 운영 조사개요에 따르면 (11p) 일본 원전은 최근 10년 간 정기검사 기간을 늘려왔고, 그에 따라 원전의 이용률도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이 일본 수준의 정비 기간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만 가동률도 지나치게 높지 않은가 한다.

2011 원자력발전백서 (지식경제부, 한국수력원자력(주), 2011년 7월)

2011 원자력발전백서 (지식경제부, 한국수력원자력(주), 2011년 7월)

리 : 그런데 일본은 원자력 없어도 버티잖아? 위대한 환빠의 후예가 그들처럼 할 수 없는 이유는?
갑 : 원전 가동률 세계평균이 70%대 후반이었는데 일본 원전은 그보다 더 낮았다. 물론 일본 산업계와 일반 시민들이 절약에 힘썼던 것도 사실인데, 설비용량 자체에 여유가 있었던 것도 크다. 그러니 화력을 총가동하고, 소비량 자체도 10% 이상 줄이면서 큰 문제 없이 넘어간 것이다. 근데 우리는 그런 여유가 없어서 늙은이도 총출동하는 상황이라는 차이가 있다.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기도 했고, 부분적으로는 우리가 더 효율적인 운용을 강조하기 때문에 그렇다. 몇 년 전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의 예방정비일을 60일에서 30일로 줄이기도 했다. 이게 다 민영화 때문이다..

리 : 민영화 같은 자유시장경제의 핵심 정책에 반대하다니, 노무현과 이명박이 동시에 진노할 일이다. 하지만 태양광이 등장하면 어떨까?
갑 : 앞서 이야기했듯 태양광은 효율성이 너무 떨어진다. 당장 비용당 에너지 발생량이 1/15 수준이지 않은가? 여기에 좁은 국토 문제도 등장한다. 광반응 소자 판넬이건, 집열판이건 어쨌든 태양빛을 많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땅덩어리가 필요하다. 근데 우린 그게 없잖아.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태안에 LG가 만든 태양광단지가 있는데, 0.3㎢ 규모에서 1만kw 정도 발전량이 나온다. 투자비용 대비 효율성도 떨어지지만, 단위면적당 전력발생량이 원자력 발전소의 1/500도 되지 않는다. 0.3㎢에 핵발전소를 집어넣으면 대여섯기는 들어간다. 울진, 영광원전 시설의 면적이 그정도다.

태안발전소 실적으로 볼 때, 태양광으로 이 정도 에너지를 얻으려면 대충 1500㎢, 간단히 말해 서울과 비슷한 크기의 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골프장이 400㎢, 도시개발 면적이 2000㎢에 불과하다. 태양광발전소 때문에 골프장보다 훨씬 더 많이 숲과 논밭을 없애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쯤 되면 최근 반대운동이 거센 조력발전소보다 오히려 더 생태적 충격이 클 수 있다. 녹색당에서 조력은 신재생에너지에서 빼던데 더 심각한 생태적 충격이 예상되는 태양광을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정말로 촌에 가면 논 갈아엎고 대신 태양광 판넬 박은 곳들이 좀 보이는데 이게 뭐가 좋다고 그러는지.. 태양광이 들어가도 될만한 곳은 오직 건물 옥상뿐인데 이건 너무 제한적 효과니까 무시해도 좋을 것 같다.

에너지자원 참고자료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 에너지팀, 2011년 5월)

리 : 그럼 남은 건 풍력 뿐인 건가?
갑 : 현 상태에서 보면 그렇다. 해상풍력은 그래도 상업성이 있다. 일단 서해가 얕아서 설치가 용이하고, 비용도 LNG보다 약간 비싼 정도라서 좀 더 투자하고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면 상업성이 생길 듯하다. 때문에 해상풍력은 ‘비교적’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어쨌든 그래도 가장 효율적인 신재생에너지를 꼽자면 풍력이다.

에너지자원 참고자료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 에너지팀, 2011년 5월)

리 : 대한민국은 땅은 사랑했지만 땅투기를 하지 않은 높은 분들이 많은데 육지 풍력은 어떤가?
갑 : 육지에서 풍력이 가능한 쪽은 대관령, 제주 등 거의 다 써먹었다. 남은 곳이라면 산꼭대기 쪽인데 이 쪽은 환경적 가치, 생태적 가치, 미적 가치가 있기에 발전소 건설이 힘들다. 게다가 육지는 바다와 달리 점유권, 소유권으로 인한 보상 문제로 골 썩는다. 해상풍력에서도 항로확보, 해군 작전 등의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상대적 갈등 비용은 훨씬 적을 것이다.

리 : 또 다른 대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갑 : 차량용 연료에 한한다면 액체연료쪽에 강점이 있는 바이오매스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식물의 당에서 알코올을, 기름에서 바이오디젤을 뽑아낼 수 있으니까. 또 열을 생산하는 데도 바이오매스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시멘트 만들 때, 타는 거는 사람 시체 빼고 모두 다 집어넣는데(…) 이 때 써먹을 수 있다. 화석연료로 불 땡기지 않고 바이오매스로 땡기면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꺼다. 또 전기와 열이 서로 상호교환이 어느 정도 가능하니까 전기로도 나아갈 수는 있겠지만…

에너지자원 참고자료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 에너지팀, 2011년 5월)

리 : 동해바다 대형 다시마 농장으로 바이오매스를 확보하자는 이야기를 하는데 농담인가, 진실인가?
갑 : 반반이다. 아직까지 다시마는 연료로 쓰는 데 있어 상업성 있는 수준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외에 효율이 더 높고 기름을 내놓는 미세조류가 있긴 있는데 실험실에서 가능성만 확인한 수준이다. 뭐가 되었든 아직 실증됐다고 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이 좁은 나라에서 육지를 통해 바이오매스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고. 어쨌든 다시마는 지구상 식물 중 가장 많은 면적당 광합성 량을 자랑하기에 가능성이 있다. 물론 태풍 한 번 나면 에너지난이 일어날 수 있기에(…) 안정적 공급이 육지보다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냥 가능성 정도로 봐줬으면 한다.

리 : 다시마는 먹어야 제 맛이지 않은가?
갑 : 그렇게 따지면 사탕수수도 먹어야지(…)

3.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과 시궁창 현실

리 : 결국 핵을 없애려면 돈이 왕창 필요하다는 결론이겠다.
갑 : 그렇다. 결국은 투자다. 단순히 돈 때려 박아서 핵을 신재생에너지로 돌린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현재 신재생에너지의 낮은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것조차도 엄청나게 지난한 과정이겠지만 정말 지난하게 가는 것 외에 수가 없다.

리 : 정말 지난하게? 이미 MB의 고난을 겪은 우리가 예수의 고난이라도 겪어야 하는 건가?
갑 : 사실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공급 불안정성이다. 원자력과 ‘총 발전용량’이 같다고 해도 ‘총 발전량’은 훨씬 적을 수 있다. 전력수급 기본계획과 같은 전력 당국의 자료들에 따르면 피크타임에 원자력은 가동률이 90%에 이르지만 신재생에너지는 30%가 고작이다. 태양광은 날이 흐리면 답이 없고, 풍력도 바람이 안 불거나 최적방향으로 불지 않으면 골치 아프다. 이를 극복하려면 대규모 축전지가 필요한데 사실 국가 전력망을 안정시킬 수 있을 정도로 유의미하게 큰 축전지가 있다면 블랙아웃 따위의 일은 전세계적으로 없었겠지. 어쨌든 원자력은 발전 효율성뿐 아니라, 전력 공급의 안정성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리 : 작정하고 돈을 올리면 어떨까?
갑 : 일단 폭동의 가능성을 제외하고 생각해도 쉽지 않다. 한국전력이 민영화되어서 재정사업은 어렵다. 그러면 전기요금을 엄청 올리든지 특별회계를 만들든지 해야 한다. 특별회계가 말이 쉽긴 한데 실상을 보면 거시기하다는 걸 알게 될 거다. 지금 제일 큰 특별회계가 교통시설특별회계다. 현재 유류세를 통해 교특회계가 마련되고 있는데, 기름 1리터에 700원 정도가 교특회계로 들어가고 도로, 철도 건설과 정비에 사용된다. 투자되는게 눈에 보이고, 실제로 그 덕에 교통에 들이는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는데도 유류세 깎으라는 볼멘소리가 온 나라에 가득하지 않은가?

신재생에너지는 그 이상이 필요할 건데… 그나마 막대한 투자를 해봤자 전력 서비스는 별로 개선되지도 않는다. 비유하자면 도로에서 쓰는 시간은 별로 줄어들지 않는데 교통사고랑 교통공해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는 투자를 위해 세금을 졸라 내라 뭐 그런거거든. 이런 투자 당신이면 지지하겠나? 이런 투자를 위해 특별회계 만들어서 시급하게 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그게 힘들다고 보는 거고, 예산 면에서 별로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본다. 이게 불가능하다면 결국 원자력은 끼고 갈 수밖에 없다. 찬핵/반핵이 아니라 안정적 전력 공급과, 환경에 대한 책임이라는 더 큰 틀에서 생각해야 한다. 사실 정부의 계획에 이를 반영하는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력정책을 평가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핵심 자료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인데, 여기서 원자력 확대만 강조되지 않는다. 신재생에너지도 엄청나게 확대되고 강조된다.

리 : 각하가 계획을 짠다는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전력수급 기본 계획에 대해 떠들어 봐라.
갑 : 각하의 심모원려를 우습게 보면 곤란하다. 이름도 거창한 저탄소 녹색성장 있잖나? 여하간 정책이라는 건 막 하는 게 아니라 계획을 세워서 하는 것이다. 특히 돈이 많이 들어가고 복잡한 기계들이 잔뜩 필요할수록 계획이 중요하다. 돈 끌어오는 일이나 크고 복잡한 기계 만드는 데는 몇 년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력산업의 경우 발전은 민영화 되었다고 해도, 아직 지식경제부와 전력거래소에게 발전계획을 심의하고 조절할 권한이 있다. 이 권한에 따라 전력거래소가 2년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작성 발표하게 되어 있다. 발전사업자들의 설비 폐쇄나 신설계획 그리고 그에 대한 심의 결과를 정리하고, 송전망 구축이나 신재생에너지 계획도 관리한다. 현재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되었고, 올해 제6차 계획이 나오게 되어 있다.

리 : 정부가 뭔가를 한다고 하면 일단 불안해진다만… 무엇을 하고 있는가?
갑 : 이른바 좌파에서는 원자력 졸라 짓는다는것만 강조하는데 그거만 있는건 아니다. 당국도 신재생에너지 신경 많이 쓰는 게 사실이다. 거기서 핵심은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의 도입과 연도별 목표수준에 대한 제시이다. 신재생에너지는 그 자체로는 원전이나 화력에 비해 아직 경제성이 심하게 떨어지는 유치산업이다. 때문에 애기들 크라고 지원을 해줘야 굴러간다. 각국의 제도를 보면 대체로 a. 시장과 기업에 의존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b.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발전차액 지원제도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두 제도가 모두 시행됐는데, 의무할당제가 올해로 시작된 반면 차액지원제는 작년으로 종료됐다.

a.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는 대규모 발전사업자에게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에게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거래시장을 열어 이 시장을 통해 대규모 발전사업자들로부터 비용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연 제도다. b. 발전차액 지원제도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통상적 발전보다 단가가 높은만큼 소형 사업자들에게 보조금을 준다.

프레시안 등 신재생에너지 업계와 친화적인 매체에서는 b. 발전차액제 없앤 것에 아주 분노를 하던데 그럴 일은 전혀 아니다. 결국 국가재정에 영향을 주지 않고 전력시장 내부적 분배를 바꿔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리는 방식이 의무할당제다. 세계적으로 보면 대개 발전차액제가 유럽대륙계, 의무할당제가 영미계 정책에 가까운데 유럽대륙에서도 이제 의무할당제 쓰는 나라들 많다.

편견과 달리 a. 의무할당제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 대형 발전사업자의 행동을 제약하고, 이들의 이익을 공급인증서 시장을 통해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이 나눠먹을 수도 있다. 이에 반해 b. 발전차액제는 정부의 보조금으로 신재생에너지 업자들이 잔치 벌일 수도 있고, 농지나 임야에 지은 태양광 따위에 보조금을 주는 등 실제로나 가능성으로나 합리적이지 않은 면이 있다. 녹색당이나 신재생에너지 업계에서 좋아하는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이 의무할당제 내에서 활동이 제약되는 것도 사실 전혀 아니다. 정부 돈이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 돈을 뜯어먹을 수 있다. 단지 정부에 보조금 신청해서 통과만 되면 되는 간단한 절차에서 시장을 통한 비용조달이라는 조금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할 뿐이다. 녹색평론의 이상인 에너지 자치와도 뭐가 위배되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녹색평론이 원수처럼 여기는 한수원 삥뜯는 걸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건데 좋은 거 아닌가?

리 : 하여간 우리나라가 존경하는 각하의 영도 덕에 저탄소 녹색성장 선진국이 된다는 뜻인가?
갑 : 뭐 정책 방향이 그렇다는 거고. 현실은 시궁창이다. 사실 우라늄 녹색성장이지… 여하간 2022년까지 총발전량의 10% 정도를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하기로 했는데, 이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조차도 5차 전력수급계획을 보면 ‘어떻게’가 정해져 있지 않으며, 발전용량 전체로도 사업자들이 건설하려고 하는 발전소의 용량보다 계획량이 더 많을 지경이다. 솔직히 지금 우리 전력시장 상황을 생각해 보면 저것만 해도 충격적인 계획이다. 지금은 1% 좀 넘는 수준에 불과하니까. 솔직히 10년 뒤에 신재생에너지 10%가 가능할지도 사실 모르겠다. 가장 기대를 걸 수 있는 게 해상풍력이고, 실제로 완도 근처에 시범단지 계획 중이니 이 사업이 잘 되나 망하나 주시할 필요가 있다.

4. 구호를 넘은 현실적 정책으로

리 : 말이 너무 길어졌다. 더 할 말 있나?
갑 : 졸라 많다.

리 : 더 이상 말이 길어지기 싫으니까… 간단하게 각 정당들의 에너지 드립이나 까봐라.
갑 : 다 까는 건 귀찮고,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녹색당을 까겠다. 녹색당이 총선에서 제시한 정책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 (20년 후) 핵을 없애고, 2050년 (40년 후) 까지는 화석 연료를 없앤다는데 급해도 너무 급하다. 지금 가동중인 원자로만 21기고, 사실상 완성된 게 4기? 그쯤 된다. 그런데 25기의 해체비용만도 ‘아주 원활하게’ 될 경우 12조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한기당 5천억꼴로 들어가니까 말이다. 여기에 부대되는 각종 갈등 비용을 생각하면 더욱 크겠지.

여기다가 녹색당은 추가로 좀 어이없는 이야기를 하는데… 신재생 에너지를 넘어서, 아예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공업을 줄이자고 한다. 여기서 일어나는 손실을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벌충하겠다는 거 같다. 어차피 태양광 산업은 국내에서 이익을 내기가 거의 불가능하기에 수출산업으로 가야 하는 건 맞다. 그런데 철강, 석유화학 같은 진정한 기반산업을 걷어치우고 이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모든 재료비가 올라가니까 풍력발전 프로펠러 가격이든 올라가고, 태양광 패널 가격이든 모든 게 오른다. 철강왕 포스코 없어지면 공산품 가격 폭등으로 망하는 집 여럿 나올꺼 뻔하지 않을까? 이런 기본적인 산업 연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리 : 원래 정당이 다 그렇게 내지르는 거다. 각하는 잠재성장률을 무시한 747 정책을 내세우지 않았나?
갑 : 어차피 녹색당이 거대정당도 아니고, 선거라는 게 방향성 제시하는 거니까 좀 오버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래도 다소비 공업 줄이자는 이야기는 솔직히 멋모르고 “야! 신난다!” 수준인지라…

리 : 오오… 분노가 느껴진다. 이것이 덕후의 빠심인가?
갑 : 나 말고도 에너지 덕후는 많다. 그리고 우리는 ‘에너지 덕후’지, ‘핵 덕후’가 아니다. 이 쪽으로 보는 사람들은 찬핵/탈핵이 아니라 어떻게, 얼마나 핵을 줄여나갈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런데 진보 쪽에서 복잡한 관계에 대해 살펴보지 않고 탈핵을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로 삼자는 것은 마치 반 (구)한나라당 전선을 주요 의제로 삼자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행동이 아닌가 한다. (구)한나라당이 싫다고 해서, 비슷한 경제정책을 가진 민주당이나 종북 DNA 통진당을 민다고 좋을 것 없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원자력 싫다고 석탄화력을 지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유일한 희망 해상풍력이 그리 대단한 포텐셜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리 : 그야말로 꿈은 큰데 현실정치는 시궁창이로군. 님 같은 사람 때문에 안철수가 나오는 거다.
갑 : 뭐 다 마음에 안들지만 어쩌겠나. 이런 대안들이라도 어떻든 각각 섞어서 쓰고, 쓸만하게 만들어 나가는 거 정도밖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대안이 없는 거 같다. 그리고 제발 좀 자료 꼼꼼히 보고, 현실적으로 탈핵을 주장하자. 찬핵/탈핵 같은 이분법으로 선동하면 기술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의 신뢰를 잃는다. 국민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건 이번 총선에도 드러나지 않았나?

리 : 국민이 만만한 게 드러난 것도 한둘이 아닌지라… 여튼 나도 바쁜 사람이니 그만하자.
갑 : 업계의 심층으로 들어가려면 아직 멀었는데…

에너지자원 참고자료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 에너지팀, 2011년 5월)

리 : 여기까지만 제대로 읽고 이해한 사람에게 경품이라도 줘야 할 판이다. 막회나 먹으러 가자.
갑 : 다시마라는 소중한 잠재적 바이오매스를 잃을 수 있으니, 막회는 안 된다.

에너지자원 참고자료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 에너지팀, 2011년 5월)

에너지자원 참고자료 (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 에너지팀,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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