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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 채소를 섭취하는 가장 흔한 경로 중 하나는 김치다. 그래서 과거에는 김치를 통해 기생충에 감염되는 경우도 흔했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김장철이면 ‘김치와 기생충’이라는 주제로 각종 매체에 주의사항이 실리기도 했다.

80년대 심각한 문제였던 김치 통한 감염

1958년 서울 시내 시장 채소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평균 배추에서는 3.4개, 파 8.1, 무 1.9개의 회충알이 검출되었으며, 약 10%의 채소에서 구충(십이지장충)이 검출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1980년대 조사된 결과에도 계절적 차이는 있지만, 채소에서 낮게는 10%, 높게는 50%까지 기생충란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이 시기만 하더라도 전체 남한 인구의 회충 감염률이 70~80%를 오가던 때였다. 1980년대 중반까지도 10%를 유지했다.

오늘날에야 인분을 거름으로 쓰는 경우도 적고, 회충 역시 매우 희귀해졌으므로 이런 경로를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겠지만, 과거에는 매우 심각한 문제였음이 분명하다.

"Fresh homemade kimchi - made by Maangchi and Me", jamiefrater (CC BY-NC-ND 2.0)
“Fresh homemade kimchi – made by Maangchi and Me”, jamiefrater (CC BY-NC-ND 2.0)

미션: 기생충으로부터 배추를 자유롭게 하라

당시 역학조사를 보면 회충의 감염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시기는 12월에서 이듬해 3월 사이로, 감염이 겨울 직전 김장철에 이루어지기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 봄철 구충제를 꼭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여기에서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그 때문에 김장철에 배추를 어떻게 세척하여 기생충 감염을 줄일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꽤 많이 이루어졌다.

이미 1928년에 이루어진 연구를 보면 회충란 96개를 부착하고 고인 물에 씻은 경우 1회에 65개, 2회에 20개, 3회 8, 4회 3개가 남아 5회에는 전부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특히 소독제 등은 기생충란을 제거하는 데는 큰 효과가 없으므로 차라리 흐르는 수돗물로 씻는 것이 주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회충은 이미 여러 번 언급했다시피 주변 환경에 높은 저항성을 보이기 때문에 소금에 절이는 것 정도로는 잘 사멸하지 않는다. 보통 김치를 절이는 농도에서는 40일까지도 별다른 이상 없이 생존했다는 기록도 있고, 여름철의 생존율은 낮았지만 20%가량이 생존했다고 한다.

‘김치와 기생충’ 논문까지 출판

특히 겨울 김치, 김장철에는 그대로 생존한 채 이듬해 봄까지 감염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연세대 기생충학교실 소진탁의 ‘김치와 기생충’을 보면 “실로 김치를 먹지 않기 전에는 회충감염을 예방할 도리가 없다는 비판론이 나옵니다”라고 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김치 제조시 기생충란 제거를 위한 배추 세척방법의 비교평가"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으며, 논문 다운로드는 하단 참조문헌을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김치 제조시 기생충란 제거를 위한…” 논문 첫 페이지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으며, 논문 다운로드는 하단 참조문헌을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07년에는 ‘김치 제조시 기생충란 제거를 위한 배추 세척방법의 비교평가’라는 상세한 논문까지 출판되었다.

논문 속 세척법과 그 실험 결과는?

일단 배추 모델을 만들기 위해 배춧잎에 10,000개의 회충란을 주방용 솔로 발랐다. 이 모델을 가지고 첫 번째는 담아둔 물에, 두 번째는 채소용 세제에, 세 번째는 흐르는 물(보통 수돗물 수압), 네 번째는 강한 수압의 흐르는 물, 다섯 번째는 매우 강한 수압의 흐르는 물, 여섯 번째는 샤워기로 세척해 보았다.

특히 1회 Stoke(헹굼)의 정도를 “손가락으로 배추의 뿌리 부분과 잎 사이를 골고루 벌려잡고, 배추를 물 속에서 넣은 후 상하로 20cm이상 1번 넣었다 빼어 다시 좌우로 30cm 이상 1번 흔들어 세척한다”라고 세심하게 정의했다.

실험 결과를 보면 1회 헹굼으로는 회충알 제거율이 65% 안팎에 불과했으나, 7회 이상 헹구었을 때는 93% 이상, 세제를 첨가하자 7회에는 99.2%, 수압을 높일 경우에는 세척력이 훨씬 높아졌다. 특히 샤워기의 경우에는 떨어진 회충란이 쓸려 내려가 다시 달라붙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는 애벌세척, 재세척, 헹구기까지 포함하여 각 단계에서 3회 이상 물에 헹굴 것을 권고하고 있다.

faucet, Joe Shlabotnik (CC BY 2.0)
“faucet”, Joe Shlabotnik (CC BY 2.0)

절인 배추로 뺨 맞을 소리?

정확히 옮겨보자면:

“김치를 담그기 위한 배추에서 기생충 및 기생충 충란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유속 0.8cm/sec 이상의 흐르는 수돗물에서 손가락으로 배추의 뿌리 부분과 잎 사이를 골고루 벌려잡고, 배추를 물속에서 넣은 후 상하로 20cm 이상, 다시 좌우로 30 cm 이상 7회 이상 흔들어 세척하는 것이 요구된다.” (논문 ‘김치와 기생충’ 중에서)

그러니 여러분은 올해 김장철에 어머니께 “어머니, 기생충에서 안전한 김치를 위해 속 0.8cm/sec 이상의 흐르는 수돗물에서 손가락으로 배추의 뿌리 부분과 잎 사이를 골고루 벌려 잡고, 배추를 물속에서 넣은 후 상하로 20cm 이상, 다시 좌우로 30cm 이상 7회 이상 흔들어 세척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면 절인 배추로 뺨을 후려쳐 맞은 다음 “수육 그만 처먹고 니가 해!”라는 어머님 말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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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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