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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미디어 시장에서 두 가지 의미 있는 사건이 발생한다. 첫 번째는, 미국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ABC를 소유하고 있는 디즈니가 유튜브용 영상을 제작하는 메이커 스튜디오(Maker Studios)5억 달러에 인수한 사건이다. 메이커 스튜디오는 유튜브에 200개가 넘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영상 제작 네트워크다. 쉽게 표현해 온디맨드(On-Demand; 주문형/맞춤형) 방송사다. 메이커 스튜디오에 속한 수많은 유명 프로그램 중에 한국에도 유명한 채널은 미셸 판(Michelle Phan)이 운영하는 메이크업 프로그램이다. 구독자 수는 6백만을 넘어서고 있다.

MichellePhan
유튜브 스타, 미셸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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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판의 초기 화제작: 바비인형 스타일 화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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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판의 걸작: 안젤리나 졸리처럼 화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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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사건은, 독일에서 두 번째 규모의 민영방송사 프로지벤자트아인스(ProSiebenSat.1)가 디즈니와 유사하게 컬렉티브 디지털 스튜디오(Collective Digital Studio)의 지분 20%를 매입한 일이다. 이 기업 또한 727개의 유튜브 프로그램 채널을 소유한 콘텐츠 네트워크다. 채널 네트워크를 통한 페이지뷰는 한 달 평균 6억에 이른다. 구독자 기준으로 볼 때, 유튜브 채널 네트워크 사업자 중 9위 사업자다.

유튜브 광고수입 45%가 창작자에게로

여기에 몇 가지 통계를 결합해보자.

첫째, 유튜브에 이른바 채널 네트워크 사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브 스타들을 발굴하고, 이들 프로그램의 제작을 지원하고, 광고사업을 연결하는 등의 일을 하는 사업자다. 연예기획사가 전통 방송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한다면 이들 채널 네트워크 사업자는 유튜브를 그 대상으로 한다. 이들 유튜브 채널 네트워크 사업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유튜브 광고시장 규모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고, 유튜브가 광고수익을 채널 운영자, 채널 네트워크 사업자 등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유튜브의 광고매출은 약 56억 달러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튜브는 그중 45%를 채널 운영자 등 영상 콘텐츠 공급자에게 배분한다. 매력적인 광고시장은 영상 콘텐츠 소비자, 영상 콘텐츠 공급자, 그리고 광고주 사이의 선순환 발전을 가능케 한다.

오리지널 콘텐츠 사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둘째, 유튜브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AOL, 야후 등 디지털 플랫폼을 대상으로 하는 오리지널 콘텐츠(original program) 사업자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케이블 등 전통 방송 유통망을 통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유통된 오리지널 콘텐츠는 78편에 달한다. 대표작은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한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다. 아마존 또한 [알파 하우스](Alpha House)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대열에 합류하였고, 심지어 NBC 유니버설, 폭스 방송, 디즈니 ABC 등 3개 미국 대형 방송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훌루(Hulu)에서도 [배틀그라운드](Battleground)라는 시리즈를 제작하였다.

AOL은 하이디 클룸을 앞세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엑스박스 라이브용으로 음악방송을 시작하였고, 페이스북도 이에 뒤질세라 페이스북 라이브라는 음악방송을 2013년에 시작하였다. 끝으로 미국 야후는 지난 3월 말 유튜브와 유사한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성공적인 야후 동영상 서비스를 위해 유튜브 스타 채널 운영자에 대한 스카우트 의지를 드러냈다. 이렇게 고급 영상 콘텐츠를 앞세운 온라인 또는 온디맨드 동영상 플랫폼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네트워크 사업자 상위 20개
유튜브 채널 네트워크 사업자 상위 20개
(컬렉티브 디지털 스튜디오는 9위, 메이커 스튜디오는 20위)

뉴스도 온디맨드로 즐긴다

셋째, 지난 3월 26일 발표된 미국 퓨리서치(PewResearch)의 뉴스 미디어 2014 보고서를 보면, 2013년 미국 성인 중 34%가 정기적으로 온라인에서 영상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이는 케이블 방송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비율과 유사하다. 유튜브 이용자 중 20%는, 다시 말해 5명 중 1명은 유튜브에서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독일어권 10대와 20대 초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뉴스채널 르프로이드(LeFloid)의 경우 현재 구독자가 17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구독자 규모는 미국 ABC 뉴스 유튜브 채널을 두 배 가까이 앞선 수준이다. 미국의 젊은 개혁파(The Young Turks; 약칭 TYT)는 르프로이드와 유사한 150만 규모의 구독자를 앞세워 유튜브 뉴스채널로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터키계 미국인 젱크 위구르(Cenk Uygur)에 의해 2002년부터 시작된 TYT는, 토크쇼 형식의 뉴스서비스다. TYT의 경우 2012년 4월 하루 시청자 규모가 75만 명을 넘어섰고 2014년 3월 기준 하루 시청자 수는 1백만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요약하면 온디맨드 방식의 유튜브는 영상 뉴스 소비의 유력한 채널로 성장하고 있다.

percentage of Americans who watch news video online
미국 성인 중 34%가 온라인에서 동영상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출처: 퓨리서치)

넷째, 유엔 미래보고서 2040의 저자들은 2030년에는 TV 저녁 뉴스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김위근, 황용석이 2013년 발간한 보고서인 [젊은 세대의 뉴스미디어 이용: 현황과 전망]은, 한국의 젊은 세대가 TV와 PC를 떠나 모바일에서, 특히 포털에서 뉴스 소비를 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딜로이트(Deloitte)의 조사로는, 영화 또는 TV 프로그램 소비를 위해서 미국 젊은 층은 TV라는 전통적인 매체를 떠나고 있다. 요약하면, 뉴스,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소비에 있어 TV와 전통 방송사의 독점적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연령별 영화와 TV를 보는데 시간을 쓰는 비율
젊은 세대일수록 TV 의존도가 뚜렷하게 줄어들고 있다. (출처: Re/code – Millennials Spend More Time Watching TV on Other Devices)

지금까지 흐름을 종합해보면, 영화, 드라마, 뉴스 등 고급 영상 콘텐츠가 전통 방송사업자뿐 아니라 유튜브, 넷플릭스, 아마존, 야후 등 온라인 플랫폼 또는 온디맨드 플랫폼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강화하는 요소는 이용자 규모와 함께 광고 시장의 폭발적 증가다. 새로운 영상 콘텐츠 생태계 그리고 새로운 영상 콘텐츠 소비문화가 태동하고 있다.

선형 소비 vs. 비선형 소비

조간신문, 석간신문, 아침 뉴스, 저녁 8시 또는 저녁 9시 뉴스는 ‘선형 소비’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여기서 선형 소비(linear consumption)라 함은 1차 함수와 유사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말한다. 1차 함수는 x값에 조응하는 y 값이 정확하게 1개 존재하는 관계를 말한다. ‘선형 소비’에서 x값을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 생산자의 몫이다. 생산자가 1면에 담길 뉴스 제목과 형식을 정하고, 생산자가 저녁 8시 뉴스의 순서를 정한다. 또한, 생산자가 아침 뉴스와 신문을 통해 뉴스를 소개하지 전까지 소비자 대다수는 무엇이 일어났고, 그 일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알 수 없다. 철저하게 생산자(x)가 소비자(y)를 지배하는 소비구조다. 이러한 미디어 ‘선형 소비’가 지금까지 미디어 생태계를 지배해왔다.

비선형 소비(non-linear consumption)는 말 그대로 x값에 조응하는 y의 값이 1개 이상 또는 무한대로 존재하는 관계를 말한다. 여기서 소비 주도권은 소비자 또는 유통 사업자가 가지게 된다. 아날로그 미디어 가치사슬에서 생산자는 생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을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 종이신문 생산자는 생산뿐 아니라, 동시에 한 집 한 집 배달되는 종이신문에 대한 최종 책임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디지털 미디어의 가치사슬에서, 생산자는 생산 그 자체에만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 유통 플랫폼의 무게 중심이 생산자의 뉴스사이트에서 포털 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이동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비선형 미디어 소비’가 지배하는 환경에서 생산자의 적절한 시장전략은 무엇일까?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연배우인 케빈 스페이시는 지난 2013년 8월 역사적인 에든버러 연설을 통해 그 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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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동영상의 2분 2초부터 아래와 같은 스페이시의 주장을 들을 수 있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전 시즌을 한꺼번에 공개한 넷플릭스의 성공은 명쾌한 한 가지를 보여줍니다. 시청자가 지배하고자 합니다. 시청자는 자유를 원합니다. 시청자가 몰아보기-예: 드라마 시즌 전체를 한 번에 몰아보는 방식-를 원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몰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유통 방식을 통해 우리는 과거 음악 산업이 배우지 못했던 것을 배웠음을 입증했습니다: 시청자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십시오. 그들이 원하는 시간에, 그들이 원하는 형식에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십시오. 그리고 콘텐츠를 훔치기보다는 돈을 낼 수 있도록 유도할 만한 수준의 합리적 가격을 제시하십시오.

Clearly the success of the Netflix model, releasing the entire season of House of Cards at once, proved one thing: the audience wants the control. They want the freedom. If they want to binge… we should let them binge…. And through this new form of distribution, we have demonstrated that we have learned the lesson that the music industry didn’t learn: give people what they want, when they want it, in the form they want it in, at a reasonable price and they’ll more likely pay for it rather than steal it.

케빈 스페이시의 호소는 드라마 생산자에게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뉴스 생산자에게도 값진 교훈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소비자가 원하는 때에 소비자가 원하는 형식으로 제공하는 일, 비선형 미디어 소비시대에 생산자가 지켜야 할 가장 최소한의 생산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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