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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 슬로우뉴스가 2014년 3월 21일 제보 요청했던 ‘자신의 월급 일부를 고용주가 구세군에 마음대로 기부했다고 주장하는 알바생을 찾습니다’라는 글을 기억하십니까? 알바생의 주장은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3월 24일 ‘알바생’과 함께 사장을 면담한 ‘알바노조’의 기록을 통해 알바 월급 기부 사건의 전모를 전합니다. 알바생의 인터뷰와 현장을 담은 미디어몽구의 화면은 추후 발행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부대찌개 사장과의 인터뷰도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box]

아르바이트 노동자 500만 시대.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알바로 살아가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다. 일하면서 임금을 떼이거나 성적 불쾌감을 느껴도 제대로 호소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해 번 당신의 급여 중 일부를 강제로 떼서 기부는 사장, 이런 황당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최근 한 포털사이트에는 알바 월급 강제 기부사건이 올라와 2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이를 고발한 알바노동자 이 씨(21)와 알바노조는 3월24일 오후 2시 반 경, 사건이 벌어진 Y역 4번 출구 인근의 S부대찌개 집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사업주는 알바노조가 요구한 사항에 따라 피해 알바노동자, 알바노동자의 어머니, 함께 일한 동료 등에게 구두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와 함께 공식적인 사과문 전달을 약속했다.

알바생 월급 일부를 마음대로 기부한 사장님과의 면담
알바생 월급 일부를 마음대로 기부한 사장님과의 면담 (2014년 3월 24일) (사진: 알바노조)

S부대찌개집 알바 ‘근로 계약서’ (현재)

이 씨가 직접 서명했다는 근로계약서를 확인하고자 했으나 사업주는 이를 노동청에 제출했다고 답했다. 이에 현재 사용하고 있는 근로계약서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5개월 근로계약기간 채우지 않으면 10만 원을 강제로 떼서 기부
  • 근무시간 10분 전 출근
  • 불친절 2회 이상 접수 시 알바생에게 손해배상 청구
  • 결근 시 대체인력 투입에 들어가는 비용 알바생이 부담
  • 후임자 확보되지 않을 시 사직불가 등

사업주는 계약서 내용과 관련해 외식업중앙회에서 내려온 내용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알바노조는 향후 진위를 파악하고 대응해 나갈 생각이다.

[box type=”info”]슬로우뉴스 추가 취재 결과, 외식업중앙회(강남지회) 측은 S부대찌개 측의 계약서 내용은 “금시초문”이라면서, 외식업중앙회는 고용노동부에 올라온 표준근로계약서를 회원사 편의를 위해 출력해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고 밝혔다.

위 S부대찌개 계약 조건에 관해서는 “말도 안 된다”면서 “근로기준법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저런 식의 계약 조건이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더불어, “Y 역 인근에 S로 시작하는 상호의 가게는 29곳인데, 이 가운데 이번 사건 장본인인 “S부대찌개 사장의 성명인 XXX으로 허가된 곳은 확인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편집자) [/box]

알바생 현실에선 거부하기 어려웠던 황당한 계약서

이 씨는 진학을 위해 지난해 부산에서 상경했다. 올해 1월부터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Y역 부근의 S부대찌개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알바중개 사이트의 구인광고에는 1~3개월 단기근무에 시급 6,200원이라고 명시되어 있었으며 주휴수당과 기타 법정수당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주 6일 동안 손님이 가장 많은 시간대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2개월간 근무하면서 그는 화장실 청소, 매장청소, 반찬 세팅, 물 세팅, 창문 닦기, 포스기 켜기 등의 오픈준비와 손님 서빙, 테이블 정리, 숟가락 닦기, 계산까지 많은 일을 담당했다. 일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11시에 손님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주문을 받으면서 식사를 위한 10~15분을 제외하면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일을 시작한 첫날, 사업주가 근로계약서라며 들고 온 서류를 본인이 직접 소리 내어 읽어준 후 서명을 요구했다. ‘5개월 이상 일을 하지 않을 시에 알바생의 전체 임금 중 10만 원을 기부’한다는 내용과 ‘수습기간으로 일한 5시간의 임금은 지불하지 않는다’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면 채용할 수 없다고 사업주는 말했다.

당장 일할 곳을 찾고 있는 마당에 사업주의 요구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았다. 근로계약서를 직접 검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채 고용기간과 소정근로시간, 시급, 임금계산방법 등이 적혀있는지, 그 외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한 채 서명했다. 게다가 알바생은 서명한 후에도 근로계약서는 받지 못했다.

일 그만두자 “10만 원은 기부하겠다” 통보한 사장님

문제는 일을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한 날부터 시작됐다. 사업주는 5개월을 채우지 못했으니 약속대로 임금의 일부인 10만 원을 구호단체에 기부하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급여지급일인 3월 18일, 약속된 급여에서 131,000원이 빠진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습기간이라 칭한 5시간분의 임금인 31,000원과 10만 원을 기부금 명목으로 떼고 급여를 준 것이다. 이씨가 부당함을 주장해도 사업주는 묵묵부답 이었다.

계속해서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자 개인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구호단체를 알려주면 거기로 돈을 입금해주겠다는 사업주의 답변에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씨는 어머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당일 오후 5시경 이씨의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사업주는 “어머니한테 교육을 잘못 받아서 그런가보네요. 어머니 나이 어떻게 되세요. 저랑 나이차이도 얼마 안 나시는 것 같은데” 라고 말하며 본인은 체불임금을 지급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후 통화 내용과는 무관하게 5시 15분 경 메신저로 “어머님과 통화했다. 어머니가 000에 정확하게 기부하라 하신다. 단, 입금내역과 전번을 달라하시니 그건 금일중 보내주도록하마.”라며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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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인 알바생을 제치고, 알바생의 어머니와 통화했다며, 기부하겠다고 통보하는 사장님. (이미지: 알바생의 핸드폰 메시지 화면 캡처)

알바생, 싸움을 시작하다

한 달간 노동력을 지불한 것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했지만, 임금에 대한 통제권은 일한 알바가 아닌 사업주에게 있었다. 당일 저녁, 이 씨는 자신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빡침주의)Y역 부대찌개집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게시물로 올렸다. 글은 순식간에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네티즌의 분노를 촉발했다.

답변 중에는 연말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알바 임금의 일부를 기부금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이를 확인한 사업주는 19일 오전 6시 25분경에 메신저를 통해 “금일 07시 아침까지 네이트에 올린 글 삭제하지 않으면 거짓명예회손죄(사장님의 오타 -편집자)로 고발조치 할 것임을 말해둔다. 니가 나를 화나게 하는구나”라고 경고한 후 구호단체에 이 씨의 이름으로 10만 원을 입금한 명세를 전송했다.

사장의 메시지, "니.가.나.를.화.나.게.하.는.구.나" (이미지: 알바생의 핸드폰 메시지에서 캡쳐)
사장의 메시지, “니.가.나.를.화.나.게.하.는.구.나” (이미지: 알바생의 핸드폰 메시지에서 캡쳐)

이후 온라인상에서 해당 매장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질 조짐이 보이자 20일 오후 4시경 131,000원을 일방적으로 입금한 후, “돈 입금했다. 현 시각 이후 니 글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물질적 피해는 이제 니가 받아야 할 것 같다. 노동청 및 경찰청 모두 내가 선 접수 방문 및 처리했다. 피해보상은 니가 쓴 글로 인한 노출수로 계산한다하니 잘 챙기거라.”라는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

임시조치(블라인드) 역습… 그리고 남겨진 문제들

사업주가 체불임금의 일부를 입금한 당일 저녁, 이 씨와 같은 매장에서 일한 또 다른 알바노동자가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쓴 글을 포함해 두 개의 게시물이 모두 임시조치(블라인드 처리)됐다. 알바중개 사이트에 올라온 채용공고도 일제히 내려졌다. 해당 매장에서 계약기간 5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곧 일을 그만둘 예정인 동료 김모 씨도 위약금 형식으로 10만 원을 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우려하고 있었다.

알바생의 주장이 담긴 게시물은 현재 임시조치 상태(블라인드)다.
알바생의 주장이 담긴 게시물은 현재 임시조치 상태(블라인드)다. 임시조치는 게시물의 내용에 일방의 주장이 담길 때, 다른 사건 당사자(권리 침해 주장자)의 신고에 따라 ‘사실상’ 게시물을 삭제하는 조치다. 억울한 사연을 올리는 사람(이 사건에선 ‘알바생’) 입장보다는 권리침해 피해를 주장하는(이 사건에선 ‘사장’) 입장만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즉, 억울한 사람의 정당한 비판과 항변을 뭉게버리기에 딱 좋은 제도로 악용되곤 한다.

이 씨에 따르면 평소 반말로 직원들을 대하는 사업주는 업무지시를 할 때 삿대질을 하면서 “마지막 경고야”라는 표현을 자주 했다. 2월 7일, 몸이 아파 출근하기 어렵다고 사전에 문자를 보낸 후 2시간 늦게 출근했을 때는 전화로 “너 뭐하는 00야. 내가 너 같은 00랑 일해야 겠냐, 나보다 나이 많냐. 너 나한테 문자 한 통으로 통보할 입장이야? 나 특공대 출신이야 니가 뭔데 나한테 통보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더 이상 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 씨는 3월 14일 자로 일을 그만두었다. 이씨는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으로 정신과 진료까지 받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함께 일한 박 씨에 따르면 “매장 유리를 클리너로 닦다가 용액이 배꼽 부분의 앞치마에 묻었는데 사업주가 직접 닦아주려 해 매우 불쾌”한 일이 있었고, “사장이 외부에서 CCTV를 통해 특정 테이블 손님의 주문을 받도록 업무를 지시”한 적이 있는데 직원들 사이에서는 화장실에도 CCTV가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부대찌개집 사장은 도의적 책임차원에서 피해 알바노동자의 정신과 진료비, 어머님의 교통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오늘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은 사업주의 진심을 느낄 수는 없어 참으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알바노조는 현 근로계약서 전체의 문제와 이 씨에게 미지급된 것으로 예상하는 주휴수당 문제를 추가 확인할 예정이다. 사업주는 이 씨가 서명한 근로계약서 상에 기본 시급 5,210원에 주휴수당이 990원이 더해져 최종 시급이 6,200원으로 책정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씨는 구인공고 상에서도 시급 6,200원으로 되어 있었고 계약서 작성 시 그런 내용은 보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알바노조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악덕 사업주의 횡포를 고발하는 행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알바노조 구교현 위원장은 “특히 대기업 프랜차이즈 내에서도 각종 부당사례가 속속 접수되고 있어 이러한 사례들을 모아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더 많은 알바노동자의 권리 찾기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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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1. 후원금을 입금했다던 069-077789-01-013 계좌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왕돈이라는 요식업하시는 분의 계좌였던 것이 의심이 갑니다. 또, 구세군 서울후생학원(서울후생원) 공식 홈페이지에 후원하기 계좌 중 069-077789-01-013이라는 것도 없고요. 많이 찝찝합니다.

  2. 그래서 결국 사과만 하고 끝났다는건지 어쨌다는건지…뭐 민사 고소는 어떻게 되고 겁박에 대한 형사 고발은 어떻게 됬으며 상표 무단 도용에 대해 결과는 어떻게 된건지…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네

  3. 후원금으로 입금했다고 하더라도, 알바생의 명의로 한것이 아니라 분명 자신의 명의나 자신 상호 명의로했을 것이고 그로인한 연말정산시 혜택(큰 부분은 아니겠지만)은 사장이 받겠죠.

    결국엔 부당한 착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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