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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 ] 널리 알려진 사람과 사건, 그 유명세에 가려 우리가 놓쳤던 그림자,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제네바에서 온 편지’에 담아 봅니다. 이 글은 2013년 9월 23일에 쓴 글을 퇴고한 것입니다. 따라서 본문의 ‘오늘’은 그 날을 의미합니다. (편집자)[/box]

일하는 자, 예수

이제 교황 프란치스코는 투사다. 농담 사이에 정적이, 그리고 다시 고뇌하며 속삭이듯 내뱉다가, 폭발하듯이 울부짖는 듯한 그의 연설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종교도 한 편의 연극일까 하면서도 기꺼이 그 연극의 관객이 되고 싶어진다. 그의 말 마디마디에 맺힌 절절함의 힘. 그게 어제 폭발했다.

오늘 신문을 장식한 교황의 일성. “일이 없으면 인간의 존엄도 없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건 대사건이 아니다. 진정한 대사건은 교황이 “일하는 자, 예수”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예수는 행복하게 늘 일했던 목수 노동자!

이 대사건은 연출된 사건이 아니다. 교황이 찾은 사르디니아(Sardinia)는 인구 160만 명이 사는 이탈리아 서쪽에 있는 섬이다. 유럽인들에게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이 말은 여기 사는 주민은 대개 가난하다는 얘기다. 국민소득도 이탈리아 평균에 비해 30% 낮고, 지난 10년 동안 그다지 성장한 것도 없다. 조금 나아졌는데, 지난 해 5%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다 까먹었다. 실업률도 이탈리아 평균보다 5% 포인트 높다. 25세 이하 청년의 경우, 둘 중 하나는 실업자다. 실업률은 46%에 달한다.

이탈라아 서쪽에 있는 섬 사르디니아 (사진: giannisl, CC BY NC SA)

그날 교황 앞에 많은 이들이 나서서 고통을 호소했다. 실업의 고통. 무기력함의 고통. 이를 다 듣고, 교황은 자리에서 일어나 비통한 심정으로 대답한다. “일이 없으면 인간의 존엄도 없다”는 대목은 여기서 나온다. 정확히는 이렇게 얘기했다. (아래 비디오를 꼭 보시라.)

“일이 없다는 그런 고통은, (그는 고통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얘기하는 게, 드라마틱하게 들리더라도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이건 진실입니다. 여하튼 그런 고통은 인간이 존엄을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그의 목소리가 여기서 터진다) 일이 없으면 곧 존엄도 없습니다. 이것은 (오늘 여러분이 증언한 것처럼) 사르디니아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여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건 이탈리아만의 문제도 아니요, 유럽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가 돈이라고 부르는 우상을 중심으로 한 경제 체제, 그러한 세계의 결과입니다.”

“A suffering, the lack of jobs, that leads to, and forgive me if I sound dramatic, but it’s true, to feel like having no dignity! When there’s no work, there’s no dignity! And this isn’t just a Sardianian problem, but it’s strikes really hard here! It isn’t just a problem of Italy, or some countries of Europe, it is the consequence of a world, an economic system that has its center in an idol called money.”

격정적으로 터지는 교황의 음성, "일이 없으면 인간의 존엄도 없다." (출처 동영상)
격정적으로 터지는 교황의 음성, “일이 없으면 존엄도 없다.” (출처: romereports)

돈은 우리가 종교를 걸고 싸워야 할 우상이다. 그러면서 곧이어 덧붙인다. “실은 준비해 온 연설문이 있는데, 읽지 않겠다. 로마의 추기경들에게는 읽었다고 할 거다. (웃음) 오늘은 내 마음 속에서 나오는 말을 하겠다.” 그렇게 말을 이어간다. 사색하는 듯, 고뇌하는 듯, 한마디씩 이어간다.

이제 마지막 기도로 정리할 시간. 교황은 이것조차 ‘즉흥적’으로 이어간다. 기절 초풍할 만한 담대한 얘기가 나온다. 벼락같은 생각. 즉, 일하는 자, 그가 예수니라.

arkhangellohim CC BY SA http://www.flickr.com/photos/arkhangellohim/
교황 프란치스코 (사진: arkhangellohim, CC BY SA)

“이제 여러분 모두와 기도로써 마치려고 합니다. 침묵 속에서 같이 기도하겠습니다. 나는 내 가슴 속에서 나오는 말을 하려 합니다. 여러분도 저와 함께 침묵으로 기도하십시다.

주여, 우리를 보소서. 이 도시를, 이 섬을 보소서. 그리고 우리의 가족들을 보소서.
주여, 당신에게 일이 없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당신은 목수였습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주여, 지금 우리에게는 일자리가 없습니다.

(돈이라는) 우상이 우리의 존엄함을 뺏어갔습니다. 불공평한 (경제) 체계가 우리로부터 희망을 뺏어갔습니다.

주여, 우리는 홀로 버려두지 마소서. 서로서로 돕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기심을 버리게 하소서. 우리들 마음 속에 있는 ‘우리’를 듣게 하여 우리 모두가 앞으로 나아가게 있게 하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여, 일의 부족하심이 없으셨던 당신께서, 저희들이 일할 수 있게 해 주시고, 일을 위해 싸우는 법을 알려주시고,우리를 축복해 주소서. 아버지, 아들, 그리고 성령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Now, I wanted to close off by praying with all of you, in silence. In silence, praying with all of you. I will say what comes from my heart, and you pray in silence with me.

Lord, God, look at us! Look at this city, this island. Look at our families.
Lord, You have never lacked work. You were a carpenter, you were happy.
Lord, we are lacking work.

Idols want to rob us of dignity. The unfair system wants to rob us of hope.

Lord, do not leave us alone. Help us help each other; so that we may forget selfishness, and so that we hear within our hearts ‘our,’ our people that needs to move forward.

Lord Jesus Christ, to You that never lacked work, give us work and teach us to fight for work, and bless us all. In the name of the Father, the Son and the Holy Spirit.”

YouTube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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