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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 인턴 장현후 인터뷰: 무작정 문을 두드리세요

버지(The Verge)라는 매체를 아시나요? 2011년 11월 창간해, 2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IT 매체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일 년도 되지 않는 기간 내에 버지는 기술 관련 뉴스를 전하는 발군의 매체 중 하나가 되었다.”

“In less than a year, The Verge has become one of the pre-eminent sites for tech news and features.”

출처: 타임

“버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술 관련 뉴스 사이트가 되었다. 정말 이런 리뷰들은 사랑스럽다.”

“The Verge really is taking over as my favorite tech-industry news site and I love these reviews.”

출처: 로버트 스코블

버지는 창간한 2011년 11월 한 달간 순방문자(UV)가 42만 5천 명에서, 2013년 9월 기준 5백62만 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하는 고속 성장을 해왔습니다.

평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매체였습니다. 버지에 근무하는 분이 한국에 있다고 해 인터뷰했습니다.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또 버지란 매체에 대해 물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버지 인턴 장현후 님의 명함

이진혁: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장현후: 반갑습니다.

이진혁: 제가 키도 크고(183cm), 훤칠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는데, 저의 한 10년 전 모습을 보는 것 같군요.

장현후: ……

이진혁: 여자친구는 있나요?

장현후: 없습니다.

*관심 있는 여성분은 저에게 연락해주시면 서류, SSAT(SlownewS Aptitude Test), 1차 면접, 2차 면접, 최종면접을 거쳐 장현후 님께 전달하겠습니다.

얼굴 한번 보지 않고, 이력서조차 내지 않은 인턴 채용

이진혁: 버지 인턴이라고 들었습니다. 채용과정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장현후: 일단 제가 미디엄에 쓴 글을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진혁: 어차피 글에 링크를 넣어도 아무도 클릭을 하지 않습니다. (정말 조회수 1,000 당 10번 미만으로 클릭 됨) 말로도 한번 설명해주세요.

장현후: 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버지라는 사이트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대단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무작정 이메일을 썼습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에 있는데 일하고 싶습니다!!!” 대답이 돌아오긴 했는데, 바쁘니깐 좀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며칠을 기다리니, 갑자기 한국어로 된 기사를 하나 보내왔습니다. 번역해보라고요.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지디넷코리아에서 실렸던 기사고, 삼성의 새로운 신제품에 대해 길게 서술하고 있었습니다. 새벽녘에 메일을 받아, 폭풍 번역 후 철자 하나라도 틀렸을까 10번 이상 읽어보고 보냈습니다.

거의 바로 답장이 왔는데, 인터뷰하자고 해, 며칠 뒤 스카이프로 인터뷰를 마치고 바로 채용이 되었습니다.

이진혁: 잠깐, 그러면 이력서 같은 건 안 보냈다는 거네요?

장현후: 네. 이력서도 안 보냈고, 제 얼굴도 안 보고 채용을 했습니다.

이진혁: 하긴, 저도 슬로우뉴스에서 편집진 하라고 할 때 이력서 같은 건 안 냈습니다만…… 그래도 최소한의 백그라운드 체크도 안 했나 보죠? (버지 의외로 허술하군…)

장현후: 백그라운드라고 할 게 당시엔 정말 없었습니다. 휴학 중이어서 대학생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니었고요. 일단 나이도 아직도 버지 내에서 제일 막내 축에 속하니 큰 경험을 하긴 너무 이른 나이였으니까요.

이진혁: 그렇군요. 그럼 인턴인데 돈은 줍니까?

장현후: 네. 월급형태로 매달 꼬박꼬박 줍니다. 이 돈으로 등록금을 충당하고 있어요.

이진혁: 많이 주나요? 얼마나 줘요? 슬로우뉴스는 돈 내고 일해야 하는데…

장현후: 저도 밝히고 싶지만, 계약상 밝힐 수가 없어서요. 뭐 많지도 적지도 않다 정도로 표현할게요.

이진혁: 다시 아까로 돌아가서, 얼굴 한번 안 보고 채용했다고 하는데, 아직도 현후 님 얼굴을 버지 사람들은 모르나요? 또, 버지 사람을 실제로 만나 본 적은 있나요?

장현후: 제가 채용된 후에 사진을 보냈으니 그들이 제 얼굴은 봤습니다. 근데 저도 버지의 다른 직원들과 실제로 만나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미국에 한 번도 안 가봤는걸요.

이진혁: 그렇군요. (역시 허술해……) 근데 버지는 영어를 쓰고, 이곳에서 일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할 텐데 영어를 잘하는 비결이 뭔가요? 혹시 영어권 국가에서 살다 왔나요?

장현후: 네. 초등학교 6학년을 한국에서 마치고 스코틀랜드로 건너가 고등학교까지 마쳤습니다.

이진혁: …… 그렇군요. 역시 영어공부의 비결은 어릴 때 부모님 잘 만나서 외국 갔다 오는 거군요.

장현후: 진혁 님도 미국에서 살다 오셨다면서요?

이진혁: 네. 인정.

*영어를 잘하시고 싶은 분은 타임머신이 개발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유년기 시절로 돌아가 외국에 살다 오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 같습니다. 저도 영어 잘하는 방법 같은 건 모르겠어요.

버지란 매체

경쟁사인 테크크런치조차 칭찬하는 버지의 CMS. (더 알고 싶은 분은 제 블로그의 더 버지 #1 그들의 윤전기 참조)

이진혁: 버지의 CMS는 좋다고 소문이 자자해요. CMS 덕후인 저(주1)도 한번 써보고 싶은데, 정말 소문대로 좋나요?

장현후: 다른 CMS를 써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진혁: 그럼 이 워드프레스 편집기를 한번 보시고 의견을 주시면 되겠습니다. (워드프레스 편집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wordpress

워드프레스 편집 화면

장현후: 워드프레스 편집화면하고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습니다만, 세세한 내용은 사실 비밀입니다. 아무래도 버지의 경쟁력 중 하나가 자체 제작한 CMS이다 보니까요.

이진혁: 그렇군요. 이 질문이 이번 인터뷰의 핵심 질문이었는데, 그럼 인터뷰는 여기서 이만.

장현후: 네 그럼 이만. 맛있는 점심 감사합니다.

이진혁: 아, 잠깐…… 알겠습니다. (윽! 내 돈!) 다음 질문. 그럼 내부적으로 일할 때 어떤 도구를 활용하는지는 얘기해줄 수 있죠?

장현후: 네. 일단 가장 큰 축이 되는 건 구글 앱스입니다. 특히 구글 드라이브를 잘 쓰는데요, 여기서 구글 문서를 생성한 다음 기사 초안을 만듭니다. 그리고 공유를 하면 다른 사람들이 편집하고요. 이 과정이 매우 빠르고 투명하게 이뤄지며, 편집국 제일 위에 있는 조슈아 토폴스키 편집장부터 막내인 저까지, 거의 모두 이렇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의견이 반영되면, 그 완성본을 복사 붙여넣기로 버지 CMS에 옮기면 끝입니다.

또 인터뷰한 이후에 녹취록을 만들 때도 여러 명이 달라붙어 구간을 나눠 한 문서에서 작업하는데 정말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인턴들이 기사당 댓글이 몇 개 있는지를 분석해본 적이 있는데 이럴 때도 쓰고요.

그리고 채팅은 힙챗이란 걸 씁니다.

이진혁: 오. 힙챗. 역시 힙한 매체답군요.

features_private

힙스터들이 쓰는 채팅. 힙챗

장현후: 또 다른 일하는 과정을 이야기해드리면요. 기자가 글을 쓰다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그 분야에 정통한 다른 기자에게 문의합니다. 그럼 그 다른 기자가 그걸 보고 피드백을 주고 반영하죠. 이 과정이 오래 걸릴 것 같지만 정말 신속하게 진행됩니다.

제목 다는 것도 기사를 쓴 기자가 일단 제목을 달아 내부적으로 공유하면, 정말 여러 사람이 피드백을 줍니다.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최고의 타이틀을 던져요. 시간이 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고, 점점 몇 가지로 의견이 모아지고, 서로 합의가 이뤄진 최고의 제목을 선정합니다. 이것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만 의외로 빠릅니다.

이진혁: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빠른가 보군요. 슬로우뉴스도 제목 달 때 정말 빠르게 합의를 보는 편입니다. 전 매번 낚시성 제목을 제시하고, 뗏목지기 님은 앞뒤만 바꾼 제목을 제시하곤 하지만요……

버지에 들어가 보면 정말 퀄리티 높은 동영상들이 많은데, 비결 같은 것이 있나요? 정말 돈 많이 쓰는 것 같던데.


버지는 이 정도의 엄청난 영상을 만듭니다. 기업이 직접 만든 홍보영상보다도 수준이 높게요.

장현후: 비디오 쪽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결이 돈만은 아닌 것 같아요. 비디오그래퍼(videographer)를 채용할 때 이 사람이 얼마나 좋은 회사에 다녔는지, 아니면 엄청난 포트폴리오를 가졌는지, 이런 건 평가 기준이 아닙니다. 규칙을 잘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이 사람이 얼마나 독특한지, 그 창의성은 뛰어난지, 그리고 IT에 관심이 많은지, 이런 걸 봅니다. 스타일이 있는 사람인지요.

이진혁: 그렇군요. (채용은 역시 왠지 대충하는 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

장현후: CMS에 대해 한마디 해드리면, 버지의 CMS를 코러스(Chorus)라고 부르는데 이건 모기업인 복스 미디어(Vox Media) 개발팀에서 만듭니다.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많이 이식했는지 내부적으로 해커톤(주2)을 개최하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열리는 해커톤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개발자가 만들어주면 기자들이 쓰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항상 긴밀한 협의를 통해 만들고 개선해나갑니다. 기자에게 필요없는 기능을 만들 이유는 없잖아요?

이진혁: 맞아요. 기자가 필요하지 않은 걸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만들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죠.

한국 뉴스에 대한 생각

이진혁: 전공은 언론학이라고 들었는데, 국내 뉴스 환경에 대해 한마디 해준다면?

장현후: 사실 제가 주로 외신을 많이 보고 그래서 국내 뉴스 환경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현직에 있지도 않고 해서요.

그래도 한마디 해보면, 다른 곳을 인용할 땐 그곳을 제대로 표기를 해줬으면 합니다. 많이 아쉬워요. “ㅇㅇ일보에 따르면,” 이라고 써 놓는 경우가 그나마 있지만 그래 봤자 해당 기사로 가는 링크를 찾기란 정말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이진혁: 맞습니다. 저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버지의 기사를 보면 어떤 매체를 인용하는 경우 그 매체로 가는 링크를 잘 넣어주고, 단독보도 같은 경우엔 그 기사를 한두 문단 정도로 짧게 요약하고 해당 매체로 가는 링크를 해주더군요.

장현후: 네. 예를 들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사를 인용하면 제목에도 “WSJ”라는 단어를 넣고, 본문에도 해당 기사로 가는 링크를 넣어주고 기사 내용에도 최대한 해당 매체 명을 많이 노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기사 맨 하단에 다시 한 번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 링크를 보여주고요.

또 해당 기사를 월스트리트저널이 아닌 다른 매체에서 처음 봤다면 via(~를 통해서)를 써 그 매체에서 처음 봤다는 걸 명시해주기도 합니다.

이진혁: 아하. 예를 들자면,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를 테크크런치에서 봤다면, 원본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있고 테크크런치를 통해 처음 인지했다는 이 사실 두 개를 모두 써준다는 말인가요?

장현후: 네 그렇습니다. 이 기사를 보시면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제목에 정확히 표기된 WSJ

제목에 정확히 표기된 WSJ

기사 하단에 정확히 표기된 출처

기사 하단에 정확히 표기된 출처

이진혁: 또 다른 이야기는 없나요? 뭐 예를 들면 한국 기사를 번역해서 버지 쪽으로 보내줄 일도 많을 것 같은데 말이죠.

장현후: 엇. 이런 게 있었죠. 처음 버지 일을 시작하면서는 한국 기사 링크를 보내주는 게 너무 꺼려졌습니다.

이진혁: 선정적인 사진과 광고 때문이죠? 외국 사람들이 보면 이게 언론사 사이트인지 포르노 사이트인지 헷갈릴 것 같습니다. ‘장현후 이 친구는 일은 안 하고 포르노 사이트만 돌아다니는구먼.’이라는 오해를 할 것 같네요.

장현후: …… 처음엔 그래서 한국 기사를 보내주기가 꺼려졌는데, 이제는 버지 사람들도 다 압니다. 한국 매체는 다 이렇다는 걸요.

그런데 아직도 버지 기자들이 이해를 못 하는 부분이 있어요.

이진혁: 뭔가요?

장현후: 한국 사람 대부분이 네이버라는, 야후 같은 곳에서 뉴스를 모두 소비한다는 말을 하면 못 믿어요. 외국에선 이러질 않으니까요. ‘왜 그러지?’ ‘정말이야?’ 라고 묻고, 지금도 이런 한국 상황 자체를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아요.

2014년 1월 15일 뉴스스탠드 MBN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진혁: 그렇죠. 그래서 외국에선 RSS나 포켓 같은 서비스가 인기가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졸업하면 기자가 될 마음이 있나요? 아니면 장래희망이?

장현후: 아직 딱히 정해놓은 건 없습니다. 재미난 일을 하고 싶다는 것 정도밖에요.

이진혁: 제가 어디서 들었는데 슬로우뉴스에 기고하는 일이 참으로 즐겁고 재미 나다고 해요. 현후 님의 글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장현후: 아이고 제가 외국에서 오래 살아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데 잘 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 이렇게 겸손하게 말한 장현후 님이 바로 글(저널리즘보단 방문자수, AOL이 인수한 허핑턴포스트의 현재)을 써서 보내줬습니다.
** 슬로우뉴스 기고문의는 이곳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버지 인턴인 장현후 님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점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1.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면 일단 도전해봐라. (어차피 이메일 하나 보내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지도 않다.)
  2. 버지는 참 멋진 매체구나. 이런 매체가 한국에서도 생겼으면 좋겠다.

이상 키 183cm에 영어도 잘하는 훤칠한 이진혁이었습니다.


주석

  1. 전 제 블로그를 고스트라는 CMS 툴을 통해 발행하고 있습니다. (원문으로)
  2. 해킹 + 마라톤의 합성어. 개발자들이 평소 원하는 것들을 하루 동안 실제 작동되는 형태로 만드는 행사입니다. (원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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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이진혁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IT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제 아내가 제일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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