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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읽기: 블로깅으로 ‘존재감’ 찾기 – 그린데이 전혜원

학교를 떠난 뒤에는 선생님도 교과서도 없이 살아가는 우리들. 성공 스토리와 자기계발서가 쏟아지지만 어쩐지 다른 세상의 지도 같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생각에 귀 기울여 보면, 내가 찾던 해답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혹은 함께 고민하는 이웃에게서 위안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 읽기’, 우리 주변 사람의 생각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편집자)

요즘은 전문직에 여성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선망의 직업인 의사나 법조인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여성, (남자들보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여러 면에서 뛰어나다고 남성들도 인정하는 시대가 됐다.

‘사회’ 여전히 여성에겐 막힌 벽

그렇지만 여전히 사회에서는, 그리고 회사나 조직에서는 여성들이 지속해서 성장하기가 쉽지 않다. 흔히 비유하는 유리 천장(glass ceiling)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시멘트로 막힌 벽이 존재하는 느낌이다. 대다수가 남성인 기업에서 수백 명의 남성 임원 중 한두 명 여성 임원이 자리하고 있다고 해서 쉽사리 여성들도 누구나 평등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한두 명의 우월한 소수가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다. 또한, 감히 경험상 얘기하자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에서 임원에 오른 여성들은 여전히 존재하는 남녀 차별의 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조직 문화에 잘 적응했다는 의미이다. 결코, 남녀평등의 사례로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육아’다. 제도적으로 개선되고는 있다지만, 아이를 키우며 사회생활을 병행하는 일은 정말이지 초인적인 체력과 뛰어난 능력과 강인한 정신력의 삼박자를 모두 요구한다.

육아 위해 퇴직 후 사회활동 원하는 ‘보통의 여성’

그린데이 온더로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전혜원 씨를 만나고 싶었던 것은 그가 누구보다도 육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결단을 내렸으면서도 다시 사회 활동을 원하고 있는 ‘보통의 여성’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으로서 느끼는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꿈꾸고 있는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건 사회 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듣고 싶었다.

거의 4년 만에 소셜 서비스 공간이나 온라인이 아닌 커피숍에서 그린데이 전혜원 씨를 만났다. 마침 가족들이 돌아가며 독감을 앓아 지치고 힘들 때 만나서인지 한층 야윈 모습이었다.

그린데이 전혜원 씨

그린데이 전혜원 씨

전혜원 씨는 국내 대기업에서 소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일하다 2010년 2월 회사를 그만두었다. 당시 18개월이었던 큰딸을 키우는데 친정, 시댁을 모두 동원해야 하고 가족들이 떨어져 사는 것이 못할 짓처럼 느껴져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녀가 그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당시 둘째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도 커다란 요인이었다. 두 아이를 ‘이산가족시간 버티기’ 방식으로 키우기는 어렵겠다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만 원짜리 열 장 흔들던 우유 아저씨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있게 된 기분이 어땠어요? 아이와 함께 있어 즐거웠을 것 같은데……” 평범한 질문으로 말문을 열었다.

“처음엔 아이와 가까이 지내면서 이제까지 몰랐던 아이의 다양한 측면을 보게 되고, 단순히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고…… 키운다기보다 ‘엄마’가 된다는 느낌에 즐겁고 행복했죠.”

‘처음엔……’ 이라는 표현이 ‘그러나……’를 동반하는 것은 아닐까 해서 이어지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잊히지 않는 기억이 하나 있어요. 아이를 데리고 집에서 나서는데 어떤 아저씨가 만 원짜리 열 장을 펼쳐 쥐고는 제 눈앞에서 흔드는 것이었어요. 우유 영업소에서 나온 아저씨였는데, 우유를 신청하면 10만 원을 주겠다는 거였죠.”

그 아저씨 표정에 확신 같은 것이 느껴졌다고 했다. 이쯤에서 현금을 들고 흔들어 대면, ‘아줌마’들은 우유 신청을 하고 말 것이라는 그런 강한 자신감 같은 것, 그때, 회사를 그만두고 선택한 전업주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한 단면을 전혜원 씨는 확인했다. 현금에 쉽게 흔들리는 존재로 비치는 건 정말 싫었다. 그날 결심했다. ‘그냥 아줌마가 되지는 말아야겠다’고.

사실 전혜원 씨는 회사를 그만두면서 ‘3년만’이라는 유예기간을 스스로 부여했다. 본인이 퇴사한 것은 조직이 싫어서도, 일이 싫어서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지 육아, 가사, 회사일 모두를 병행하는 게 힘에 부쳐서였다. 육아에 일정 시간 전념한 후에 다시 일을 찾자는 생각을 했다. 주변 사람들은 대체로 그녀의 결정에 부정적이었다. 3년 후에 과연 쉽게 자리를 찾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계속 조직에서 아등바등해도 어려울 판에 그런 생각을 갖는 게 당연한지도 몰랐다.

그래서인지 전혜원 씨는 자신과의 약속에 더욱 민감했다. 도태되지 않으려고 더욱 열심히 노력했다. 현실적으로 본인의 전문성도 살리고 이제껏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는 사람들과의 연락도 끊기지 않는 방법을 찾았는데, 바로 블로깅이었다. 이전까지 기업의 블로그 담당자로 컨텐츠 기획과 운영을 맡았다면 (주)전혜원의 대표로 블로그를 개설하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감성 여행과 육아를 주제로 한 일상 컨텐츠를 블로그에 차곡차곡 쌓아갔다.

블로그가 다시 가져다준 기회

둘째가 태어나고 너무 힘이 들 때는 블로그에 소홀해진 적도 있었지만 한 때는 아이들 재우고 밤잠을 아껴가며 포스트를 쓰기도 했다. 컨텐츠가 쌓이면서 방문자도 늘어갔고 2011년과 2012년에는 티스토리 베스트 블로거로 선정되는 작은 성과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블로그를 하면서 세상과 소통을 하게 되고 예전에 회사 생활하며 알았던 사람들과의 끈이 계속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게 좋았어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확인할 방법이었달까요?

회사를 그만둔 지 3년째인 지난해, 정말로 믿어지지 않게 사회생활을 다시 할 기회를 맞기도 했다. 계속 블로그도 운영하고, CJ그룹에서 운영하는 ‘소셜 보드’ 활동도 지속해서 하다 보니 모 기업으로부터 소셜 커뮤니케이션 담당으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된 것. 결국, 이런저런 고민 끝에 다시 일 년 정도 복귀의 시간을 미루기로 결정을 내렸지만, 본인에게 했던 약속을 지킨 것 같아서 마음 편하게 거절할 수 있었다.

'그린데이'는 하이텔 동호회에서부터 사용하던 이름. 처음 '그린데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을 때는 한창 록과 인디음악에 빠져있던 시절이라 좋아하는 밴드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그저 좋았다고 한다. (캡처: 그린데이 온더로드 소개 페이지)

‘그린데이’는 하이텔 동호회에서부터 사용하던 이름. 처음 ‘그린데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을 때는 한창 록과 인디음악에 빠져있던 시절이라 좋아하는 밴드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그저 좋았다고 한다. (캡처: 그린데이 온더로드 소개 페이지)

이제 그는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새로운 꿈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3년 후에 복귀한다’는 자신과의 약속이 때로는 자신을 스스로 옭아매는 한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가능성을 확인했으니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정말 잘하는 것을 찾아서 제대로 ‘복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회생활 복귀를 미루고 그녀가 새롭게 꾼 꿈은 올 한해 가족과 함께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것이다. 남편이 1년간 육아휴직을 얻었고 큰 애가 내년 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에 올해가 아니면 ‘온 가족 세계 여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이제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와 함께 여행하기’를 주제로 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차근차근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면서 언젠가는, 필요하다면, 다시 조직에서 일할 준비도 해나간다는 생각이다.

여성들에게 육아는 풀기 힘든 숙제이다. 하지만 육아가 아니더라도 회사라는 조직은 결코 여성에게 너그럽지 않다. ‘장벽’은 존재하지만 정말로 그것을 깰 수 있는 것은 법이나 제도가 아니라 ‘나’에 대한 발견과 개발이 아닐까 싶다.

어차피 회사가, 조직이 우리에게 보장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회사는 안정적인 ‘자리’를 내어 주는 것 같지만, 그 자리는 언제라도 없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리는 알고 있다. 그건 여성이든, 남성이든 마찬가지다. 이제는 믿을 것은 자신밖에 없다. 그래서 늘 새로운 꿈을 꾸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이 박수를 받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조직에 목숨 거는 대신에 자신을 돌아보며 ‘나’를 가꾸며 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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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easysun
초대필자, 미디어유 대표

‘멋지고 당당하게’를 인생 모토로 살고 있습니다. 어렸을 땐 죽으라 공부하고, 젊었을 땐 죽으라 일해서 성공하는 게 ‘멋진’ 일이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행복하게 사는 게 '젤루' 멋진 거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5분 거리도 걷기를 싫어하던 사람이 뒤늦게 아웃도어에 빠져 매주 산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www.sunblogg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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